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23)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23화(23/273)
무너지는 동굴은 완전히 아비규환이었다.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들이 떨어져 내리고.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흙먼지 탓에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그 속에서 최현석은 끊임없는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있었다.
[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레벨업!] ….레벨업 알람이 쉬지 않고 귀를 파고들었다.
“정신없으니까 좀 닥쳐!”
지금은 레벨업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여기를 벗어나야 해.’
최현석의 목적은 살아남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무너지는 동굴을 탈출해야 한다.
[레벨업!]들려오는 알람과 함께 최현석이 소리쳤다.
“라헬, 버프!”
“알겠어요!”
이제는 ‘버프’ 한 마디로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라헬은 최현석에게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는 버프를 걸었다.
‘이대로 정면 돌파한다!’
정면에 보이는 여왕을 지나쳐 동굴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엑!”
그 순간 여왕 탈라스가 최현석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이제 와서 복수하려는 건가!?’
최현석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아니야. 여왕의 목적은 알이다!’
자신의 뒤에 남아있는 알.
여왕은 무너지는 동굴에서 알을 지키기 위해 달려오는 게 분명했다.
그의 생각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
이런 위급한 순간에도 알을 지키려는 또라이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마, 맛있는 건 지켜야 해!”
조리장 쿨칸이 알 하나를 냅다 들고뛰었다.
그를 따라 여왕의 시선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돌파한다!’
[레벨업!]레벨업 소리와 함께 최현석이 달려 나갔다.
정면에서 여왕이 마주 달려오고 있었으나, 상관없다.
‘어차피 여왕의 어그로는 알과 쿨칸에게 끌려 있어!’
물론, 도박과도 같은 행동이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1초 차이로 생사의 여부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급박한 때에 거대한 여왕을 피해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쿵쿵쿵쿵쿵쿵!
점차 가까워지던 여왕과 최현석이 맞닥뜨렸다.
최현석은 여왕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레벨업!]들려오는 레벨업 알람과 함께 최현석이 환호했다.
여왕이 최현석을 무시하고 지나친 것이다.
여왕의 배 아래에서 달리던 최현석이 고개를 들었다.
‘엄청 크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다.
거대한 여왕의 배가 슬로모션처럼 시야를 지나쳤다.
마침내 여왕과 최현석이 완전히 교차되고.
[레벨업!]시간이 원래대로 흘러간다.
쿠웅, 쿠웅! 쿵!
다시 하늘에서 흙과 바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콰아아앙!
코앞에 집채만 한 바위가 떨어졌다.
순간 땅이 흔들려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균형을 잡았다.
바위를 지나치며 밖을 바라봤다.
‘갈 수 있어.’
흙먼지 사이로 빛이 보인다.
밖까지 거리는 대략 이백여 미터.
충분히 할 수 있다.
“키에에에엑!”
그 순간 탈라스 한 마리가 앞을 막아섰다.
날카로운 다리가 날아들었다.
“시간 없다고! 비켜!”
고개를 틀어 다리를 피했다.
발차기로 응수한다.
콰직!
머리를 정확히 타격했다.
“키엑…!”
놈은 잠시 비틀거릴 뿐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쿠웅!
떨어지는 바위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바위에 깔린 탈라스가 그대로 피떡이 됐다.
[레벨업!]최현석은 다시 달렸다.
‘이대로는 안 돼. 능력치를 올리면서 가야겠어.’
지금도 계속 탈라스가 바위에 깔려 죽고 있었다.
덕분에 레벨업 알람은 쉬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뭐든 이용해야 했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예비 용사
▫레벨 : 179
·근력 : 56
·민첩 : 53
·체력 : 55
·마력 : 53
·카리스마 : 27
·보너스 포인트 : 71
▫용사 포인트 : 150
▫능력 : 곡괭이질(C), 통솔(E), 요리(F)
▫스킬 : –
어느새 71이나 쌓여있는 보너스 포인트.
최현석은 엄청난 속도로 능력치를 투자했다.
[레벨업!]때마침 레벨업으로 깔끔하게 180 레벨이 됐다.
최현석은 포인트를 남김없이 투자했다.
[전투력이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용사 퀘스트를 완수했습니다] [용사 포인트 300을 획득합니다]아무래도 포인트를 투자하며 전투력이 3000을 넘어선 것 같았다.
그러나 한가하게 기뻐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키에에에!”
또 다른 탈라스가 앞을 막아섰다.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드는 다리.
최현석은 오히려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다리가 살갗을 스치며 핏방울이 튄다.
“으랴아!”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탈라스의 머리가 깨지며 체액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죽은 건 아니다.
아직 놈의 숨이 붙어있었다.
[레벨업!]또다시 들려오는 알람음.
최현석은 재빨리 보너스 포인트를 근력에 투자했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탈라스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뒤져!”
이미 주먹에 맞아 깨진 갑각에 정확히 뒤꿈치가 틀어박힌다.
퍼억!
그대로 탈라스의 머리가 박살 난다.
[레벨업!]최현석은 확신했다.
이제 더는 도망칠 필요가 없다.
‘앞을 막는 건 모조리 부순다.’
목적은 동굴을 탈출하는 것.
그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키에에에엑!”
“비키라고오!”
최현석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는 점프력이었다.
단번에 탈라스의 머리 위로 올라선 최현석이 주먹을 내리찍었다.
콰직, 콰직! 쾅!
한 번의 호흡에 같은 곳을 연달아 가격했다.
단숨에 탈라스의 외피가 깨진다.
초록색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레벨업!]최현석은 다시 달렸다.
쿠웅! 쿵! 콰아아아!
바위와 흙더미가 미친 듯이 쏟아진다.
흙먼지로 인해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제 동굴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예비 용사
▫레벨 : 198
·근력 : 80
·민첩 : 77
·체력 : 79
·마력 : 77
·카리스마 : 27
·보너스 포인트 : 0
▫용사 포인트 : 450
▫능력 : 곡괭이질(C), 통솔(E), 요리(F)
▫스킬 : –
최현석은 쉬지 않고 능력치를 투자했다.
어느새 198 레벨이다.
조만간 200이 될 것 같았다.
[레벨업!]또다시 들려오는 알람.
‘거의 다 왔어!’
이제 동굴 밖까지는 코앞이다.
흙먼지가 걷히며 빛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르르…!
동굴이 완전히 무너진다.
천장이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마지막…!’
최현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콰아아아아아…!
동굴 천장이 내려앉으며 사방으로 흙먼지가 퍼져나간다.
마치 대량의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엄청난 충격파였다.
[레벨업!]마지막 레벨업 알람이 들려왔다.
최현석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억, 헉…!”
상처투성이에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몰골이다.
“살았어…”
하지만 최현석은 살아남았다.
***
쿠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최현석은 완전히 흙먼지에 덮여 황토 인간처럼 보였다.
“퉤, 퉷!”
최현석이 입안에 들어간 흙을 뱉었다.
“시벌. 용사 인생 진짜 스펙터클하다.”“용사님! 살았다고요! 살았어요!”
“나도 알아.”
“저 지옥에서 살아 나왔어요! 믿겨져요!?”
라헬이 오두방정을 떨어댔다.
“저는 용사님이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니까요!? 역시 잠재력 SSS급의 역대급 재능 용사 최현석!”“알겠으니까. 1절만 해.”“용사님용사님용사님!!!”
“아, 알겠다고!”
“용사님!”
라헬이 최현석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최현석은 깜짝 놀라 돌아봤다.
“시벌! 갑자기 뭐야!?”“저기 좀 보라구요!”
“응?”
최현석은 라헬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뭔가 움직여…?”
바위가 들썩들썩거리고 있었다.
최현석은 몸을 긴장시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지만, 만약 적이라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됐다.
콰앙!
마침내 바위가 날아가고 그 속에서 나타난 것은…
“알을 지켰다아!”
조리장 쿨칸이었다.
최현석은 어이가 없이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진짜 여러모로 대단하긴 하네…”
과연 전투력 삼만오천답다고 해야 할까?
그 와중에 알이 터지지 않게 지켜낸 건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쿨칸 님!”
그때 최현석이 눈을 부릅떴다.
“오, 최현석 살아 있었나? 너도 어지간히 질긴 놈이군.”“쿨칸 님! 뒤! 뒤를 보십쇼!”“응? 뒤에 뭐가 있다는…”
돌아보던 쿨칸은 말을 끝까지 잊지 못했다.
콰직!
어느새 날아든 여왕의 다리가 그대로 쿨칸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털썩…
쿨칸은 자신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 했던 알을 끌어안은 채로 죽었다.
쿠르르르…
바위와 흙더미가 밀려난다.
그 속에 깔려 있던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진짜 제발…”
최현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히 일어난 여왕은 흙을 털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자신이 품고 있던 알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듯했다.
“키에엑…”
아래에는 초록색 체액뿐이었다.
왕은 알을 지키기 위해 품었으나, 그건 오히려 독이었다.
떨어지는 바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알을 터뜨려버리고 말았다.
아랫배 부분이 진득한 초록색 체액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여왕이 고개를 들어 최현석을 바라봤다.
최현석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야. 인간적으로 그건 내 탓으로 돌리면 안 되지? 응?”
최현석의 말에 라헬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건 인정이죠! 그런데 용사님.”
“왜?”
“안 튀어요?”
“나도 튀고 싶지.”
“그럼 왜 가만히 있어요?”“움직이는 순간 죽을 것 같아서.”
“아하…!”
여왕의 덩치는 엄청나게 크다.
하지만, 그 행동은 절대 느릿느릿하지 않았다.
조금 전만 해도 쿨칸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머리통이 날아갔다.
애초에 여왕의 속도는 달려서 따돌릴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일단 쟤 하는 거 좀 보고.”
최현석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여왕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최현석은 마주 달려갔다.
여왕의 다리가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쐐애애액!
마치 전투기가 지나가는 듯한 굉음이 일었다.
‘살려면 알을 붙잡아야 해!’
어차피 그냥 도망쳐서는 답이 없다.
쿨칸이 남긴 유산.
마지막 남은 알 하나.
그게 유일한 희망이다.
“잡았다!”
최현석이 알을 낚아채려던 순간.
휙!
눈앞에서 알이 사라졌다.
여왕이 한 발 더 빨랐던 것이다.
여왕은 알을 집어 안전하게 자신의 등 위에 올려뒀다.
“키에에에엑! 키엑!”
최현석은 어쩐지 여왕이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용사님. 이제 어떡해요…?”
“그러게.”
최현석이 멍하니 여왕을 바라봤다.
‘하… 진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런 결말이다.
씁쓸하게 웃던 최현석이 돌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니. 이렇게는 못 죽어.’
이때까지 어떻게 버텨왔던가?
정말 온갖 아부를 떨어가며 처절하게 살아남았다.
구르고구르고구르고구르고구르고구르고구르고구르고구르고구르고 굴러서 겨우 살아남았단 말이다!
‘아직 방법이 있어.’
아직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
이번 용사퀘스트를 완수하며 얻은 용사 포인트.
▫용사 포인트 : 450
‘도망치면서 어떻게든 용사 상점에서 쓸만한 걸 찾아보는 거야.’
분명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이 있을 것이다.
최현석이 눈을 빛냈다.
‘여왕이 움직이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피한다.’
달리고 있으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차라리 정확하게 놈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몸을 피하는 게 나았다.
‘지금!’
여왕의 다리가 들어 올려짐과 동시에 최현석이 몸을 던졌다.
콰아아아!
여왕의 다리가 지면에 꽂히며 굉음이 울렸다.
다리가 연속해서 내리꽂히고.
최현석은 본인도 놀랄만한 반사신경으로 다리를 피했다.
하지만 기뻐하긴 이르다.
‘용사 상점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
매 순간 도망치는 데 전력을 다하다 보니 도저히 용사 상점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이젠 체력도 없는데…’
최현석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다리 근육을 억지로 쥐어짜 내며 버티고 있지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탁!
그 순간 바닥에 있던 돌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최현석이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쐐애애애액!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왕의 다리가 날아든다.
여왕의 다리가 실시간으로 가까워진다.
‘안 돼…!’
최현석이 눈을 질끈 감았다.
쿠웅…!
묵직한 소음이 들려온다.
‘살았어?’
어째서인지 최현석은 죽지 않았다.
그가 작게 실눈을 떴다.
“아…”
붉은 피부, 근육질의 우람한 등이 보인다.
“레이드런 님…”
소대가리 레이드런이 여왕의 다리를 막고 있었다.
“살아 있을 줄 알았다. 최현석.”
레이드런이 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최현석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뒤는 내가 맡지.”
레이드런의 뿔에서 불꽃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가 엄청난 괴력으로 여왕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저, 저게 들려…!?’
레이드런이 여왕을 다리를 붙잡아 그대로 넘어뜨렸다.
쿠우웅!
여왕의 거체가 쓰러지며 땅이 흔들렸다.
레이드런은 멈추지 않고 달려갔다.
콰직! 콰직! 콰앙!
최현석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여왕이 지르는 비명으로 레이드런이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읍!”
순간 레이드런의 몸에서 검은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마지막 주먹을 내질렀다.
퍼어엉!
여왕의 머리가 폭발하듯 터진다.
하늘에서 따뜻한 피와 내장이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그 잔해들을 맞으며 최현석이 얼빠진 웃음을 지었다.
“진짜 존나 멋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