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241)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241화(241/273)
이름 모를 산 중턱에 덩그러니 지어진 오두막.
그 안에 한 여성이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새끼들. 요즘 왜 이렇게 잠잠하지?”
마리어트 왕국을 떠난 이후로 반년.
박현아는 줄곧 이런 은신처를 떠돌았다.
가트렌과 싸우며 많이 부서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륙 전역에 이런 은신처가 수십 개는 남아 있었다.
“흐음, 이상해. 불덩이가 떨어지든, 전격이 쏟아지든, 태풍이 치든. 진작에 무슨 지랄이 났어야 하는 건데 말이지.”
현재 박현아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너무 한가하다.
지난 몇 달간 눈을 까뒤집고 자신을 쫓던 가트렌 놈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걸로 일주일째.
최장 평화 기록이었다.
그동안 어디에 숨든 사흘 안에 찾아냈던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덕분에 푹 쉬긴 했지만, 슬슬 좀이 쑤셔오기 시작했다.
“이쪽에서 먼저 가야 하나.”
딱히 심심해서 가트렌에 쳐들어가는 건 아니다.
죽어 나간 동료들을 위한 나름의 복수라고 해야 할까.
어차피 언젠가는 맞서야 할 적이기도 했고.
이제 몸도 회복됐기에 본격적으로 싸움에 임하는 것뿐이었다.
‘대충 석 달 정도 됐지.’
홧김에 마리어트 왕궁을 떠난 지 어언 6개월.
그동안 육체를 완벽하게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석 달이 지났을 때는 전투를 치러도 문제없을 만큼 회복됐고.
그길로 쉬지 않고 가트렌과 싸워왔다.
따라서 지금 이 일주일의 달콤한 휴식도 무려 석 달 만에 만끽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남다 보니 자연스레 한 남자가 생각났다.
‘최현석… 그 자식은 아직도 안 돌아왔나.’
들리는 소식으로는 최현석도 마리어트 왕국을 떠났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 틀어박혀 있는 건지.
연락도 받지 않고, 대륙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가트렌과 싸우다 보면 금세 다시 마주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최현석을 보지 못했다.
“모르겠다! 지 앞가림이야 어련히 잘하는 새끼니까. 잘 살아 있겠지.”
이제 와서 최현석이 객사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전설 급의 강자가 그리 쉽게 죽을 리는 없으니까.
만약 최현석이 정말 죽은 것이라면 치열한 전투가 있었을 것이고.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소식이 들려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니, 분명 어딘가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으리라.
“어쨌든, 계속 이렇게 쉴 수는 없는 노릇이야. 이젠 나가야겠어.”
박현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긴 휴식으로 컨디션은 최고조.
다시 한번 가트렌을 박살 내기 위해 움직일 시간이었다.
***
오두막을 나온 박현아는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목적지는 클루비 요새.
가트렌 신성 제국의 군사 기지였다.
마법으로 이동 후, 한 시간 정도 걷자 가트렌 특유의 새하얀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리쬐는 햇살을 만끽하며 박현아가 씨익 웃었다.
“아~ 시이발. 날씨 좋네. 불꽃놀이 하기 딱 좋은 날씨다.”
이런 대낮에 불꽃놀이를 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그녀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시원하고 날려보자고.”
그녀가 쏘아 올릴 불꽃은 이깟 햇볕에 가려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
“슥슥~ 삭삭~”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하는 박현아.
그녀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지면이 빛나며 점차 복잡한 문양을 만들어갔다.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완성된 마법진 앞에서 박현아가 두 손을 모았다.
우우웅…!
마법진이 게걸스럽게 그녀의 마력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다.
한 번에 너무 많은 마력을 쏟아부은 대가였다.
“크으…! 잘 먹는다!”
박현아는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았다.
되려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마법진을 노려봤다.
이 고통은 완성된 마법의 위력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녀에게 이 정도 고통은 익숙하다 못한 반가운 것이었다.
데엥- 데엥- 데엥-!
클루비 요새에서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요새를 둘러싼 방어 마법에 신성력이 몰려들었다.
“그래그래. 너희도 준비해야지.”
이런 대규모 마법을 사용하는 데 저쪽에서 모를 수가 없다.
수십, 아니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한 방대한 마력이다.
그런 마력이 코앞에서 모이기 시작했으니, 요새는 지금쯤 난리가 났으리라.
“부질없다 해도 발버둥은 치는 게 인간 된 도리 아니겠냐!”
그녀가 외치고, 동시에 마법진이 마력을 삼키는 것을 멈췄다.
마법을 발동하는 데 필요한 마력이 모두 모인 것이다.
“가자!”
박현아가 지면을 강하게 찍으며 손을 뻗었다.
비전 마법
불꽃놀이(Fireworks)
시작은 한 줄기의 불꽃이었다.
피유우웅! 퍼엉-!
빠르게 날아간 불꽃은 요새의 방어 마법에 막혀 폭발했다.
폭발로 인해 흔들리긴 해도 방어 마법은 거뜬히 공격을 견뎌냈다.
하지만, 박현아의 마법은 이제 시작이다.
첫 불꽃이 마치 신호탄이라도 되듯, 사방에서 불꽃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광-!
불꽃이 연달아 요새에 부딪히며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다.
불꽃 하나하나에 담긴 위력만 해도 상급 용사 마법 수준.
그런 불꽃이 무려 수백 개다.
안을 볼 수는 없지만, 지금 요새가 어떨지는 뻔했다.
충격에 지면이 흔들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것이다.
“어쭈. 이번에는 좀 버티는데?”
박현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보통 이 정도면 진작 방어 마법이 깨지고 요새가 박살 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위태위태하긴 해도 요새의 방어 마법이 버티고 있었다.
정확히는 깨졌다가 다시 생성되기를 반복하며 필사적으로 불꽃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호오.”
박현아에게는 짧은, 그러나 적에게는 영원과도 같았을 3분이 흐르고.
마침내 모든 불꽃이 사라졌다.
요새는 군데군데 부서지긴 했어도 어찌어찌 버텨냈다.
곧이어 마법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요새 안에서 엄청난 수의 병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짜 개떼같이 나오는구나. 그런데 이거 어쩌냐.”
쏟아져 나오는 흰 무리를 보며 박현아가 씨익 웃었다.
“아직 한 발 남았는데.”
비전 마법 – 불꽃놀이
그 마지막을 장식할 화려한 불꽃이 아직 남아 있었다.
딱-!
박현아의 손가락이 경쾌하게 튕겨지고.
최후의 불꽃이 쏘아졌다.
피유우우우웅-!
여태껏 쏘아진 불꽃보다 수십 배는 더 거대한 불꽃.
소음 또한 엄청나서 마치 전투기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꽝.”
박현아의 추임새에 맞춰 거대한 불꽃이 요새에 안착했다.
이미 한계에 달해 있던 방어 마법은 허무하게 깨지고.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불꽃이 그대로 요새 정중앙에 내리꽂혔다.
후우우웅-!
거대한 불길이 지상에서 수백 미터까지 치솟는다.
엄청난 바람에 머리칼을 흩날리고.
이내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소음이 고막을 때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먼 거리임에도 느껴지는 화끈한 온도!
요새 안에 있던 병사는 물론이고, 요새를 둘러싼 새하얀 성벽까지.
초고온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스러졌다.
최상급 용사 마법을 아득히 상회하는 위력.
이것이 비전 마법의 진가였다.
그나마 적이 필사적으로 방어했기에 이 정도로 그친 것이지, 여과 없이 충돌했다면 요새뿐만 아니라 일대가 날아갔을 것이다.
뿌우우우-!
“신의 대적자다! 죽여라!”
“와아아-!”
뿔피리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성기사와 사제들이 사방에서 몰려든다.
본거지가 박살 났음에도 적들은 기세를 잃지 않았다.
과연 신성 제국의 정예병이라고 해야 할까.
이 정도면 미리 습격을 예상하고 요새 밖에서 대기한 인원도 제법 많을 듯했다.
중간중간 영웅급도 섞여 있는 게 확실히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다.
“슬슬 튀어야겠다.”
시원하게 놀았으니 이제 떠나야 할 때다.
당장 저기 있는 적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이후다.
놈들과 싸우는 사이 다른 곳에서 지원이 끝도 없이 밀려올 것이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모르고 남은 병력을 처리하다가 정말 죽을 뻔했다.
그 후로 박현아는 일단 대규모 마법으로 피해를 주고, 곧장 빠지는 전술을 유지하고 있었다.
“공간 이동은 역시나 안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봤지만, 역시 발동되지 않는다.
박현아를 추격하기 위해 일대에 대규모 역장이 펼쳐져 있었다.
“또 달리기 시합을 해야 할 때인가.”
박현아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놈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이제부터 열심히 두 다리 놀려야 했다.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에 당황할 건 없다.
미리 포위망을 짜지 않는 이상 저들은 절대 박현아를 붙잡을 수 없다.
설사 전설이 온다고 해도 말이다.
‘역시 전투력이 깡패지.’
현재 그녀의 전투력은 65만.
일반적으로 전설급의 전투력은 30~40만 사이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최상급 전설이라 해도 50만을 못 넘기는 것과 비교하면 65만은 압도적인 수치였다.
‘뭐, 싸움이 전투력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지만…’
물론, 전설의 힘이 단순히 전투력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그들이 쌓아온 수많은 전투 경험과 긴 시간 갈고닦은 기술이야 말고 전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박현아는 킨리 퓨셀과 일대일로 맞붙었을 때 그녀를 제압하지 못했다.
전투력만 놓고 보면 박현아가 16만이나 높았지만,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이다.
‘그냥 달리기라면 말이 다르지.’
하지만, 지금 박현아가 하려는 건 전투가 아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단순한 달리기일 뿐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끼치는 전투가 아닌 달리기만 놓고 봤을 때는 결국 스펙에서 승부가 결정 난다.
지금껏 박현아가 가트렌을 상대로 도망치는 게 가능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이런 쥐새끼 같은 년! 도망가게 내버려 둘 줄 알고!”
말하기 무섭게 저 멀리서 달려오는 성난 여전사가 보였다.
킨리 퓨셀과 그 동료인 겔링, 아스문드.
전설 삼인방이었다.
아마 전투 소식을 듣자마자 공간 이동 게이트를 이용해서 부리나케 달려왔으리라.
역장이 펼쳐지면 이동 마법을 쓸 수 없지만, 게이트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작 쥐새끼를 세 달이나 쫓아다닌 년은 도대체 얼마나 무능한 건지.”
박현아가 피식 웃고는 땅을 박찼다.
쿠웅!
지면이 갈라짐과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진다.
“거기 서라!”
“지랄! 너 같으면 서겠냐?”
뒤쪽에서 쫓아오는 전설 삼인방.
앞에서 치고 나가는 박현아.
둘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추격을 떨쳐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박현아는 알고 있다.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적은 바보가 아니다.
최근 가트렌은 이러한 추격전을 수없이 벌여왔다.
당연히 예상 도주 경로에 병사들이 대기하면서 포위진을 형상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하루 안에 끝났으면 좋겠는데.’
박현아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 지루한 추격전은 아무리 짧아도 한나절 이상 이어진다.
처음에는 그보다 짧았지만, 점차 적의 숙련도가 늘어나면서 추격전이 길어지게 됐다.
길게 이어졌을 때는 꼬박 이틀 동안 달리기만 한 적도 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기 온다! 놈을 잡아라!”
“결계를 펼쳐!”
“절대 못 지나가게 해!”
저 멀리, 숲 한쪽에 모여있는 사제와 성기사가 보였다.
저대로 두면 결계를 만들어 자신을 가두려 할 것이다.
결계가 펼쳐지고 나면 늦는다.
그전에 마법을 날려서 저지해야 한다.
“질척대지 말고 꺼져!”
박현아의 몸에서 마력이 넘실거렸다.
그것이 마법의 형태를 갖추고, 쏘아지기 직전.
“끄아아아!”
“저놈은 뭐야!? 막아!”“안 됩니다! 너무 빠른…! 커헉!”
갑자기 적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결계는 발동하지 않았고.
박현아는 놈들의 머리 위를 유유히 스쳐 지나갔다.
‘뭐야? 나 말고 누가 있나?’
놈들을 지나치기 직전.
박현아는 무슨 일인지 살펴보기 위해 전장을 훑었다.
“어어…!?”
허공을 가로지르던 박현아가 재빨리 멈춰 섰다.
가트렌의 성기사 사이에서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한 남자.
당황한 서로의 시선이 얽힌다.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이야.
“누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너야말로 여기서 뭐 하냐.”
반년 만에 이뤄진 사제간의 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