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250)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250화(250/273)
“현재 용사와 제1 마법 병단이 목적지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교전은 없고, 5분 후에 예정대로 작전을 시작한다 합니다.”“알겠다. 특이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보고하도록.”
“예.”
올라벤 그리미어가 멋들어진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날카롭게 찢어진 눈이 서늘한 광채를 뿜어낸다.
‘가트렌 놈들도 어지간히 신중하군.’
가트렌은 이미 오늘 일어날 습격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다.
최현석과 박현아를 최대한 깊숙이 끌어들여서 확실하게 처리하려는 것이다.
‘우리에겐 나쁘지 않은 상황이군.’
미끼 역할을 하는 둘에게는 최악이지만, 드라센 제국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적이 신중한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쪽의 말을 믿고 있다는 방증이었으니까.
‘가트렌은 우리가 최현석과 박현아를 팔아넘겼다고 생각하겠지. 아직은 의혹을 거두지 않겠지만, 조만간 작전이 시작되면 그 작은 의혹마저도 완전히 사라질 터.’
가트렌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과연 최현석과 박현아를 넘겨주는 게 사실일까?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한 수작은 아닐까?
양동 작전일 가능성은?
혹은 미끼라 생각했던 게 사실은 전심전력을 다 한 공격이라면?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을 것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박현아와 최현석이 정말로 함정에 빠진다면?
그때부터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 순간 모든 전력을 둘을 잡는 데 투입하겠지.’
고위 성직자, 귀족, 교황까지.
가트렌의 모든 시선이 수도를 향할 것이다.
그때가 바로 움직여야 할 때다.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드라센도 필사적으로 준비했다.
마법 병단 7개.
최정예 기사단 5개.
두 명의 전설.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전력만 해도 제국의 절반 수준이다.
‘놈들의 대신전 아래 잠든 마법진을 부숴서 제국의 헌신이라는 미친 마법을 저지한다.’
이들의 목적은 데우시스 교 대신전 아래에 숨겨진 마법진을 파괴하는 것.
그것을 위해 8개의 비밀 공간이동 게이트를 준비했다.
대신전 8곳과 이어진 이 게이트로 들어가서 마법진을 파괴하고 복귀하면 작전은 종료.
‘이후로 가트렌과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지. 먼저 선을 넘은 것은 그들이다.’
이번 작전에는 거대 제국인 드라센도 휘청일 만한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오직 ‘제국의 헌신’이라는 마법을 막기 위해서다.
그게 아니었다면 드라센은 절대 이런 무모한 싸움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령관님! 작전이 개시됐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올라벤 그리미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군. 돌입 준비.”
8개의 게이트 앞에 대기 중인 약 1만 명의 최정예.
그들을 보며 올라벤 그리미어가 말했다.
“드라센이 어째서 최고인지 보여줘라.”
***
지금까지 오는 길은 아주 편안했다.
적과 마주치기는커녕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박현아는 가트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최대한 안쪽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거야.’
섣불리 움직여서 이쪽이 도망치게 만들면 안 된다.
그러니 최대한 깊숙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너무 깊이 들여선 안 돼. 자칫하면 수도가 개판이 될 수도 있으니.’
적을 깊숙이 들이되, 중심부를 내어줘선 안 된다.
자치하면 전투의 여파로 수도가 박살 날 수 있었으니까.
최대한 가까이 들이면서 수도에 위협이 되지 않을 만한 지점.
박현아는 감각적으로 그 위치를 찾아냈다.
“정지.”
“왜 그러십니까?”
“여기서 작전을 시작한다. 더 들어가면 놈들이 움직일 거야.”
다들 의아한 눈치였으나, 박현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굳이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다.
“본대에 작전 시작한다고 알려.”
이제 이쪽에서 움직이고.
약 10분이 지나면 본대도 행동에 들어갈 것이다.
박현아가 마지막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명심해. 표면적으로 우리 목적은 교황 암살이야. 실제로 정말 그렇게 각오한 것처럼 보여야 해.”
“예.”
“우리가 더 날뛸수록 더 확실한 미끼가 된다.”
박현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시작해.”
먼저 움직인 것은 드라센의 마법 병단이었다.
천 명의 마법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누님! 놈들이 옵니다!”
최현석이 소리쳤다.
이쪽에서 마법을 사용하려는 낌새가 느껴지자 적이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신경 쓰지 마! 다들 마력을 모으고, 최현석! 너는 수도에 들어가는 것에만 집중해!”
작전의 1차 목표는 수도 입성이다.
그래서 적을 당황하게 하는 한편, 이쪽의 습격이 진심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우우웅…!
천 명의 마법사가 한데 마력을 모았다.
스스로가 마법진이 되어 빛나는 마법사들.
비록 본신보다 약한 클론이라고 하나, 이들은 드라센에서 가장 강력한 제1 마법 병단이다.
그들이 오직 하나의 마법을 완성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
클론이기에 부족한 부분은 박현아가 중앙에서 보조했다.
몇 초 후.
충분한 마력이 모였다고 판단한 박현아가 외쳤다.
“최현석 달려!”
최현석은 곧바로 땅을 박차고 달렸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적들.
이대로라면 그라티암에 도착하기 전에 포위될 게 뻔했다.
그 순간.
마법이 완성됐다.
드라센 비전 마법
제국의 창(Empire spear) 개량
허공에 거대한 창이 떠올랐다.
농축된 마력 덩어리나 다름없는 창은 길이만 해도 무려 수백 미터에 달했다.
박현아가 꽉 쥔 주먹을 뻗었다.
“조져!”
창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나아갔다.
쐐애애애액-!
“저, 저게 뭐야!?”
“이쪽으로 온다! 도망쳐야….”
“늦었어!”
앞을 가로막던 적은 속수무책으로 돌풍에 휩쓸렸다.
직접적으로 마법에 당한 게 아닌, 여파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찢기고 육체가 날아간다.
“끄아아아!”
“정신 차려라! 보호막을 전개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적을 지나치며 최현석은 빠르게 그라티암으로 나아갔다.
달리는 그의 얼굴에는 사나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미끼라…’
이번 작전의 표면적인 목적은 교황 암살이나, 누구도 그것에 성공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적의 시선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둘 것.
이 미끼 역할조차도 성공 확률이 낮은, 최악의 임무였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최현석은 고작 미끼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교황의 목을 친다!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서 돌아간다!’
마지막까지 와서 허무하게 당할 생각은 없다.
고작 미끼나 하자고 지금까지 그 많은 시련을 돌파한 게 아니다.
어떻게든 성공하리라.
성공해서 살아 돌아갈 것이다.
다짐하는 그 순간.
수도 그라티암의 방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보호막이 둘러졌다.
웅웅-!
거대한 보호막이 도시 전체를 감싼다.
최현석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신성력.
단신으로 저 보호막을 뚫으려면 엄청난 마력과 시간을 소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현석의 앞에는 마력 덩어리인 거대한 창이 존재한다.
쿠구구구구구-!
제국의 창이 보호막과 부딪히며 진동이 일었다.
마력 양만 보면 도시 전체를 둘러싼 방호막 쪽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제국의 창은 보호막 전체를 부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콰드득, 콰득…!
작은 구멍.
거대한 보호막에 사람이 통과할 만한 작은 구멍만 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목적을 위해 박현아가 직접 마법을 개량했고.
마법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채애앵-!
보호막에 작은 구멍을 내는 것과 동시에 창이 소멸한다.
저 작은 구멍조차 몇 초 후면 메워질 것이다.
최현석은 망설임 없이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들어왔다!’
보호막 안으로 들어온 이후 거침없이 성벽을 넘는다.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적들의 당황한 얼굴이 보였다.
“보호막이 뚫렸다!”
“어떻게!?”
“막아! 놈이 도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
만약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정말 보호막이 뚫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적은 당황했다.
‘이것들은 잔챙이야. 무시하고 지나친다!’
최현석은 당황하는 적들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목표는 도시 중앙에 있는 신전. 교황이다!’
목적지는 교황이 있는 대신전.
저 멀리 보이는 화려한 건물이 대신전이 분명했다.
방해꾼만 없다면 3분 안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최현석의 앞을 막아섰다.
“거기까지다!”
대륙 최고의 전설 중 하나 킨리 퓨셀.
그녀가 다짜고짜 거대한 해머를 휘둘러 왔다.
그 힘은 만만치 않았기에 최현석도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후우웅-!
해머가 휘둘러진 궤적을 따라 강한 풍압이 쏘아졌다.
최현석은 곧바로 도심으로 내려갔다.
싸우면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대신전에서 교황과 마주하는 게 더 중요했다.
‘사람들이 있으면 저 여자도 마음대로 날뛰지 못할 거야.’
도심에서는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고, 그만큼 추격을 따돌리기도 편할 것이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
최현석은 화들짝 놀랐다.
‘미친! 도심 한가운데서 투기를 사용한다고!?’
단순히 해머에 마나를 담은 게 아니다.
명백히 투기를 사용하기 위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이대로 해머가 떨어지면 일대가 박살 날 것이다.
민간인이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현석은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도시가 비었어…?’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수도 그라티암은 텅 비어 있었다.
적은 이미 여기까지 예상하고 도시를 비운 것이다.
‘차라리 잘됐어.’
계획이 조금 어긋났지만, 상관없었다.
민간인이 없을 때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
최현석은 마나를 활성화했다.
노빌레이스
제1형 – 왕의 걸음
육체가 가속하며 보라색 잔상이 생겨난다.
최현석을 향하던 해머는 잔상을 스치며 지면을 강타했다.
꽈아아아앙-!
지면이 흔들리고, 반경 수백 미터의 건물이 주저앉기 시작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모래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어디냐!?”
킨리 퓨셀이 다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흙먼지로 인해 시야가 가려진 상황.
어째서인지 최현석의 마나가 사방에서 느껴져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제길!”
킨리 퓨셀이 해머를 휘둘렀다.
일단 모래 먼지부터 걷어야 할 것 같았다.
후웅-!
풍압에 의해 전방의 시야가 트인다.
여전히 최현석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쳤나?”
그녀가 의아해하던 그때.
노빌레이스
제4형 – 권위적인 죽음
최현석의 주먹이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킨리 퓨셀은 마력을 둘러 충격에 대비했다.
콰드득! 콰아앙-!
주먹에 맞은 킨리 퓨셀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면에 처박힌다.
치명상까진 아니더라도, 분명 타격을 입었을 터.
원래라면 뒤쫓아서 마무리했겠지만, 최현석은 그러지 않았다.
‘다른 전설이 오고 있어.’
빠르게 접근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킨리의 동료가 분명했다.
여기서 킨리를 마무리하려 했다간 놈과 엮일 것이다.
그러면 이곳에 더 오래 붙잡히게 되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적이 몰려든다.
결국, 포위돼서 오도 가도 못 하고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전에 교황이 있는 곳으로 간다!’
최현석은 다시 달렸다.
잠시라도 멈춰서는 안 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대신전.
교황을 처리해서 모든 걸 끝낼 생각이었다.
“이놈! 이곳이 어딘 줄 알고!”“막아라! 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
대신전 주변에 보호막이 펼쳐지고, 동시에 성기사가 우르르 튀어나왔다.
“잡졸은 비켜!”
최현석이 대신전으로 떨어지며 마나를 방출했다.
노빌레이스
제7형 – 왕의 진노
대신전을 보호하던 마법이 부서지고, 성기사들의 진형이 무너진다.
그 와중에도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날리며 최현석은 재빨리 신전 안으로 난입했다.
‘느껴진다.’
신전 안쪽.
깊숙한 곳에서 막대한 신성력이 느껴졌다.
교황의 기운이 분명했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적을 돌파하며 빠르게 나아갔다.
“여기다.”
마침내 도착한 장소는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이었다.
예배당으로 추정되는 장소.
안에는 새하얀 의복을 입은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이 교황?”
“맞습니다. 당신은 최현석이겠군요.”“맞아. 만나서 반가웠고, 이제 죽어라!”
속전속결.
최현석은 곧바로 마나를 활성화했다.
‘교황이 얼마나 강할지 모른다. 놈이 대응할 틈을 주지 않고 전력으로 쳐야 해.’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둔 투기.
플로모트 개량
1단계 – 개화(開花)
기존에 마기를 이용해서 사용하던 플로모트.
그것을 마나를 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끄아아아!”
발갛게 달아오르는 피부.
뜨거운 불에 전신이 타는 것만 같다.
극심한 고통과 함께 몸에서 힘이 넘쳐흐른다.
‘간다!’
최현석이 땅을 박찼다.
투웅-!
교황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최현석은 이미 교황 앞에 도달해 있었다.
본인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속도.
최현석은 당황하지 않고 다리를 놀렸다.
‘이대로 머리를…!’
다리가 교황의 머리를 강타하기 직전.
교황과 눈이 마주쳤다.
‘반응하고 있어?’
너무 빠른 속도 탓에 최현석 본인조차 제대로 인지되지 않는다.
그런데 교황은 정확히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례하군요.”
쿠웅!
작게 읊조리는 입술.
날카롭게 빛나는 눈.
그것을 인지했다고 생각한 순간.
최현석은 대신전 지붕을 뚫고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