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252)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252화(252/273)
같은 시각.
박현아는 제1 마법 병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공이다. 최현석이 도시 안으로 들어갔어.”
수도 그라티암의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제1 관문이었는데, 다행히 성공했다.
최현석은 도시 안에서 날뛰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박현아가 본격적으로 마력을 활성화했다.
그녀의 역할은 단순히 최현석을 들여보내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많이도 오네.”
모든 방향에서 적이 모여드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어떻게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건지.
시야 끝에서부터 셀 수도 없이 많은 적이 몰려왔다.
결계 또한 실시간으로 중첩되며 물 샐 틈 없는 포위망을 구축했다.
“저희는 흩어져서 최대한 시간을 끌겠습니다.”
제1 마법 병단장이 말했다.
박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충 손을 휘저었다.
어차피 여기서부터는 최현석과 박현아의 일이다.
도시 보호막을 뚫은 것만 해도 마법 병단은 제 역할을 다 했다.
“죄송합니다…”
돌연 마법 병단장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박현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죄송하다니. 뭐가?”“모두가 목숨을 건 상황에서, 저희만 안전하게 클론으로 왔지 않습니까.”“이미 할 거 다 했잖아. 어차피 본체로 왔다 해도 딱히 바뀌는 건 없었을 거야.”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닌 솔직한 감상이었다.
마법 병단은 현대의 포병대와 그 역할이 비슷하다.
비교적 안전한 후방에서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쓸어버리는 것.
애초에 이런 전장 한가운데서 살아남으라고 있는 부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클론을 보낸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클론이 아니라 본신으로 왔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을 테니.
‘괜히 시체만 더 쌓였겠지.’
클론으로 왔기에 쓸데없는 희생을 없애고 최고의 효율을 뽑아냈다.
박현아는 진심으로 저들의 전략을 칭찬했다.
“… 존경하는 마법사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마법 병단장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어려있었다.
비록 용사라고는 하나 박현아는 현존하는 마법사 중 최강자.
그렇기에 드라센 제국의 마법사는 대부분 그녀를 존경했다.
박현아가 피식 웃고는 손을 휘휘 저었다.
이런 낯간지러운 소리는 익숙지 않았다.
“알겠으니까 얼른 꺼져.”“살아서 다시 만나길 고대하겠습니다.”
천 명의 마법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제부터 이들은 열심히 도망치며 적의 시선을 분산시킬 것이다.
어차피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물고 늘어지리라.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최현석과 박현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그게 마법 병단의 또 다른 역할이었다.
“이제 진짜 내 차례인가.”
박현아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사방을 확인한다.
순간 그녀의 눈에서 이채가 띠었다.
“호오, 드디어 등장했나.”
하늘을 가로지르며 빠르게 접근하는 부대가 보였다.
수는 대략 오천 정도.
하늘을 가로지르며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박현아는 저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최현석은 인형이라 부르고, 전장에서는 철귀라 불리는 이들.
“우리 후배님들. 이 선배가 편하게 눈감게 해줄 테니 기다리라고.”
전원이 용사로 구성된 최악의 부대.
공허한 눈을 한 살인 기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
마틴 루스카.
그는 철귀라 불리는 용사 부대의 지휘관이었다.
대략 5,000명의 용사와 함께 하늘을 가로지르며 그는 한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
“오랜만이군.”
먼 거리에서도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
보통의 마력과 달리 짙은 공격성은 누가 보더라도 박현아가 분명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처리해 주지.”
마틴 루스카는 박현아와 구면이었다.
그가 총괄 지휘관이 되기 전.
아직 1개의 용사 부대를 담당하던 책임자였던 때.
마틴 루스카는 박현아와 최현석을 처리하라는 명을 받고 마왕성으로 출동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사라 던피의 방해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은 다를 거다.’
그동안 용사 부대는 계속 발전했다.
용사 개개인의 전투 시스템을 개편하는 한편, 전쟁을 통해 레벨업 해서 실질적인 스펙 또한 상승했다.
그렇게 완성된 용사 개개인의 전투력은 6만이 넘었다.
‘다른 놈들의 지원은 필요 없다. 오직 용사만을 이용해서 찢어주마.’
전투력 6만.
어디를 가든 대접받을 수 있는 고명한 기사 수준이다.
용사 부대는 전원이 그런 수준으로 이뤄진 최고의 정예였다.
하나, 아무리 정예라 한들 전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틴 루스카가 승리를 확신하는 것은 바로 완벽한 호흡과 연계 때문이었다.
“산개해라.”
마틴 루스카의 말에 5,000명의 용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간격을 유지하며 흩어졌다.
모든 용사가 의식을 공유하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장점은 특히 연계 마법을 사용할 때 두드러진다.
연계 마법.
다수의 인원이 연계하여 사용하는 강력한 마법.
본래라면 뛰어난 엘리트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야만 사용할 수 있는 연계 마법을 용사 부대는 일반 마법이나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의식을 공유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 같은 눈깔들은 여전하네. 너희는 생각이란 걸 하기는 하냐?”
마침내 박현아와 5,000명의 용사가 마주했다.
박현아는 자신의 주위를 빙 둘러싼 용사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이미 맛탱이가 간 놈들한테 말을 걸어봤자 뭐하겠냐.”
그때 마틴 루스카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이날을 기다렸다! 박현아!”
“너는 또 뭐야?”
“나는 마틴 루스카다. 이번에야말로 감히 신의 대적자를 자처하는 네년에게 신벌을 내려주마!”
“마틴, 뭐?”
“마틴 루스카! 지난번에 나에게 죽을 뻔해 놓고선 잊은 건 아니겠지?”
박현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존나 똑똑한 건 맞는데, 어떻게 너 같은 잔챙이 새끼들까지 하나하나 기억하겠냐. 응?”
“자, 잔챙이?”
“그래. 잔챙이 새꺄. 가트렌에서 너처럼 생각하는 좆밥만 따로 모아서 일렬종대로 세워도 1km는 우습게 찍는다고. 알아?”
“이익…!”
“빨리빨리 와라. 네 뒤로도 줄줄이 팬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박현아가 얼른 들어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도발.
마틴 루스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도발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만만할 수 있는지 두고 보마!”
마틴 루스카가 멋들어지게 손을 펼쳤다.
“제1부대는 박현아의 움직임을 묶어라! 제2부대는 반격을 대비한 방어 마법 준비! 제3, 제4, 제5부대는 연계 마법으로 저 오만한 년을 날려버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5,000명의 용사에게서 무지막지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개개인의 전투력이 6만이라 해도 5,000명이 모이면 무려 3억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위력을 보이지는 않지만 완벽한 연계 마법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투력 100만도 되지 않는 인간 하나를 찢는 건 일도 아니었다.
“죽어라!”
마침내 충분한 마력이 모이고.
마법이 발동되려는 찰나.
최상위 연계 마법
잔혹한 …[email protected]$#
돌연 마법이 취소됐다.
동시에 수천 명의 용사들이 피를 울컥 토해냈다.
“커헉!”
“푸흡!”
갑작스러운 마법 중지로 인해 마력이 역류한 것이다.
“뭐, 뭐냐?”
마틴 루스카가 당황하며 주변을 돌아봤다.
하나 같이 입에서 선혈을 흘리는 용사들.
박현아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최면 마법에 문제가 생겼나? 최면이 풀린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 애초에 의식 밑바닥에서부터 뜯어고친 최면이 이제 와서 잘못될 리가 없다.’
자신의 용사 부대는 완벽하다.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가끔 발생한 사소한 문제조차 모두 계속 개선해서 이제는 감히 완벽에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공격해라! 다시 마법을 써!”
마틴 루스카가 재차 공격을 명령했다.
마력이 역류하는 건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었다.
용사 개개인의 무력이 뛰어나고 신체를 마도 공학으로 개조했기에 순식간에 역류를 수습하고 다시 마력을 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쿨럭!”
“크윽!”
마법이 전개되기 무섭게 또다시 피를 뿜어내는 용사들.
이번에도 마법이 취소되면서 마력이 역류했다.
유심히 살펴봤던 마틴 루스카는 그 원인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의식 연계가 끊어졌어…?”
용사들의 의식을 연결하는 마법.
연계 마법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그 마법이 작동되지 않는다.
그때 박현아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으~ 역시 예상대로네.”“네년! 무슨 짓을 한 거냐!?”“글쎄~? 내가 뭘 했을까?”
박현아가 실실 웃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게 뭘까요~?”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정육면체의 상자.
아무리 살펴봐도 뭔지 알 수 없었다.
마틴 루스카가 다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뭐냐! 어떤 사특한 마법을 쓴 거야!?”“사특한 마법이 아니라 고급 통신 단절기야. 병신아.”
“통신 단절기…?”
“내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해 봤거든. 너희는 어떻게 그 어려운 연계 마법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하고. 그러다 깨달은 거야.”
통신 단절기를 허공에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며 박현아가 말을 이었다.
“아! 이 새끼들이 의식을 공유했구나! 그러니까 연계 마법이 완벽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의식을 공유했지?”
“…”
“통신 마법. 이걸 조금 비틀면 충분히 의식을 공유하는 게 가능하겠더라고.”
마틴 루스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박현아가 말한 내용은 극비인 용사 프로젝트에서도 안에서도 최고 등급의 비밀.
용사 프로젝트의 핵심이나 다름없었다.
‘수십 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한 마법을 혼자 고민해서 알아챘다고!?’
경악하는 그의 심정과 달리.
박현아는 계속해서 여유롭게 설명을 이었다.
“원래라면 통신 마법을 비튼다고 의식 공유 같은 게 될 리가 없지. 하지만, 너희는 사람이 아니잖아? 이미 자의식은 다 날아갔고 대가리도 뜯어서 기계로 갈아치웠겠다. 이거 안 될 거 없겠는데? 싶었던 거야.”
탁-!
허공에 던졌던 통신 단절기를 받으며 박현아가 씨익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잭팟이었네?”“… 그래서 통신 단절기를 만들었다는 거군.”
정확히는 용사 상점에서 구매한 것이지만, 딱히 정정해주지는 않았다.
마틴 루스카가 웃은 것은 그때였다.
“너는 그걸 나에게 보여줘선 안 됐어.”“뭐?
“지금이다! 부숴버려!”
대화하는 사이 마나 역류를 통제한 용사들이 마법을 날렸다.
연계 마법이 아닌 개인이 사용하는 마법.
통신이 끊겼다 해서 마법이 취소될 염려가 없었다.
“이크!”
박현아가 재빨리 물러났다.
수백 개의 마법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탓에 통신 단절기를 보호하는 건 무리였다.
콰앙-!
터지는 기계 장치.
떨어지는 잔해를 보며 마틴 루스카가 광소했다.
“크하하하하하! 이 얼마나 멍청하고 오만한 년인가!”
“…”
“야심 차게 준비한 대응책이 부서진 기분은 어떻지? 응? 한번 말해봐라! 자신의 멍청함에 말문이 막혀버렸…, 응? 그건 뭐냐?”
마틴 루스카가 자신의 눈을 비볐다.
방금 부순 통신 단절기가 박현아의 손에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박현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는 진짜 답이 없는 병신이구나.”“무슨 짓을 한 거냐! 분명 그 기계는 부쉈는데!?”“맞아. 그건 부서졌고. 이건 다른 거야.”
“뭐라고…?”
박현아가 통신 단절기를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는 품에서 또 다른 장치를 꺼낸다.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고. 여기 또 있네? 짜잔! 마술입니다 마술! 통신 단절기가 복사된다고!?”
주머니에서 손을 뺄 때마다 통신 단절기가 계속 나온다.
마틴 루스카는 입을 쩍 벌린 채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내가 십 년 넘게 이 짓거리 하면서 모은 용사 포인트가 얼마인데, 하나만 사 왔겠냐? 응?”
현재 그녀의 인벤토리는 대부분 통신 단절기로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이거 다 써도 상점에서 새로 구매하면 그만이야.”
어느새 바닥에 수북이 쌓인 통신 단절기.
마틴 루스카는 여전히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박현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왜 입을 꾹 닫고 있어? 자신의 멍청함에 말문이 막혀버리기라도 한 거야? 응?”
그 순간, 박현아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마틴 루스카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있는 박현아를 보며 깜짝 놀랐다.
“어, 언제…!?”
그녀가 씨익 웃고는 마틴 루스카의 귓가에 속삭였다.
“뒤졌다고 복창해라. 좆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