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35)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35화(35/273)
“크화악! 촵! 촵!”
대대장 도라스가 양손에 음식을 쥔 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오늘따라 고기가 더 맛있는 것 같군 그래!”
평소보다 더 입맛이 도는 느낌이었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아주 시원해!”
최현석에게 떠넘긴 병사 우사루.
놈은 대대의 골칫거리였다.
오우거와 오크의 혼종.
마수와 마족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우사루는 굉장히 멍청했다.
그런 주제에 무력은 또 엄청나게 강해서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아마 놈이 똑똑했다면 대대장의 자리까지 올랐을지도 모르지.’
멍청한 지금도 단순한 신체 능력만으로 중대장을 가볍게 압살하는 놈이다.
그런 우사루가 뛰어난 지능을 갖췄다면 대대장을 꿈꾸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꺼억!”
도라스가 시원하게 트림을 했다.
“계륵 같은 놈이었어.”
내치자니 너무 강하고.
내버려 두자니 계속 사고를 친다.
평화를 원하는 도라스 입장에서 굉장히 짜증 나는 놈이었다.
“이번 일로 대대 전력이 약화되긴 하겠지만, 문제는 없다.”
병사들이 대거 이탈하고, 자신을 제외하면 대대 최고 전력인 우사루가 빠져나갔다.
도라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군단 본부에서 전투를 치를 일 따위는 없었으니까.
빠져나간 병사는 다시 채우면 그만이다.
“고맙다. 최현석!”
도라스는 최현석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에게 진짜 평화를 가져다준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하하하하! 고기! 고기를 더 가져와라!”
그날 도라스의 집무실에는 밤새도록 쩝쩝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백육십칠. 이백육십팔. 이백칠십! 정확히 이백칠십 마리예요!”
한산하던 조리장이 잔뜩 붐볐다.
새로 뽑은 조리병들이 어수선하게 모여 있었다.
“원래 있던 놈들까지 해서 대충 삼백 명 정도인가.”
이 정도면 얼추 구색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흠흠! 전부 주목해라!”
최현석이 큰소리로 외쳤다.
“다시 한번 소개하지. 이번에 조리장을 맡게 된 보보 님의 사육사 최현석이다!”
최현석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
물론, 그 사이 보보를 팔아 넣어 위압감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와아앙!”
눈치 빠른 보보가 멋들어지게 울부짖었다.
반강제로 조리병이 된 병사들이 두려운 눈으로 보보를 바라봤다.
좋은 시작이었다.
“지금부터 부대를 새로 편성한다. 기존의 틀은 잊어! 우리 조리 중대는 조리 중대만의 룰로 움직인다!”
최현석은 전투력 측정기를 쓰고 병사들을 살펴봤다.
“너, 너, 너. 그리고 너. 지금부터 소대장이다.”
무력이 강한 놈들 위주로 소대장을 뽑고.
“거기 너도. 그래. 골룸, 두더지, 크롱이 너희도 앞에 서.”
기존에 있던 조리병을 중심으로 조리를 전담할 병사를 뽑았다.
“후, 대충 정리는 끝났나.”
결과적으로 약 100명의 조리 전당 병사와 200명의 사냥 전당 병사가 만들어졌다.
“지금 편성에 불만 있는 놈 있으면 나와. 옮겨줄 테니까.”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리 담당 병사들이 우르르 손을 들었다.
“나도 사냥하고 싶다.”“사냥 안 하면 고기 못 먹는다!”“고기가 먹고 싶어요!”
병사들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소리쳤다.
최현석이 고개를 저었다.
‘자식들이 주제를 모르네.’
조리 담당에는 일부러 허약한 병사 위주로 채웠다.
사냥에 어중간한 놈들이 나서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손든 놈들 차례대로 내 앞에 서.”
이직을 희망하는 병사들이 일렬로 정렬했다.
“지금부터 딱 두 대 때린다. 버티는 놈은 사냥조로 옮겨주지.”
그러자 가장 앞쪽, 최현석의 코앞에 서 있던 고블린이 눈을 끔뻑끔뻑 떴다.
“에? 그게 무슨 말이….”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로우킥이 작렬했다.
쩌억!
허벅다리를 맞은 고블린이 허공에서 360도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케, 케엑…! 다리… 내 다리…!”“아, 너무 세게 찼나.”
고블린이 눈물을 질질 흘리며 다리를 부여잡았다.
아마 부러진 것 같았다.
“아무튼, 너는 약골이라 안 되겠네. 더 강해져서 돌아와라.”
최현석이 매몰차게 말했다.
고개를 돌려 다음 병사를 바라본다.
“다음. 이쪽으로 와.”
고블린의 뒤에 서 있던 것은 오크였다.
놈이 말없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어디가?”
“갑자기 사냥을 하기 싫어졌다.”“그럼 됐어. 다음!”
이후로도 상황은 같았다.
다리가 작살난 고블린을 본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대부분 조리 담당으로 돌아갔다.
물론, 몇몇 끈질긴 놈들이 남아있긴 했지만.
쩌억! 쩌억!
“사, 사냥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협상의 로우킥 두 방이면 주제를 깨닫는 데는 충분했다.
채 5분이 흐르기 전에 조리 담당 병사들이 모두 복직했다.
“너무 상심하지는 마. 조리 담당도 고기를 나눠줄 거니까. 너희는 오히려 이득이라고? 사냥도 안 하고 고기를 먹잖아.”
고기를 나눠준다는 말에 조리 담당 병사들이 눈을 반짝였다.
‘뭐, 진짜 쥐똥만큼 줄 거지만.’
최현석이 사악하게 웃었다.
조금이라도 주는 게 어딘가.
“이제 진짜 정리가 끝났네.”
최현석이 흐르지도 않는 땀을 훔쳤다.
대충 큰 틀은 모두 잡힌 것 같았다.
‘예상보다 빨리 끝났어.’
생각보다 병사들이 지시를 순순히 따라줬다.
인간이 상관이라 거부감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뛰어난 리더십과 지휘력으로 병사를 통솔하고, 부대를 개편, 안정시켰습니다] [히든 능력치 카리스마가 상승합니다] [능력 통솔의 등급 상승합니다]최현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득이었다.
‘어쩐지 병사들이 말을 너무 잘 듣는다 싶었는데, 이것들 때문이었나?’
병사들이 너무 순순히 말을 들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단순히 로우킥이 무서워 따른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시스템 알람을 보고 나니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의외로 쓸모 있는 것들이었네.”
예전에 노예장을 하며 얻은 히든 능력치 카리스마와 능력 통솔.
솔직히 지금까지는 전혀 쓸모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이 두 가지 힘은 필요한 순간이 되자 자신들이 지닌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카리스마 : 34
▫능력 : 통솔(D)
카리스마는 30에서 34로 올랐고.
통솔은 E에서 D등급으로 상승했다.
잠깐의 고생치고는 제법 후한 보상이었다.
“아주 훌륭해!”
최현석이 만족스럽게 웃을 때였다.
조리장 밖에서 정체불명의 괴성이 들려왔다.
“우사~루!”
“아… 저놈을 잊고 있었네.”
최현석이 이마를 짚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이름 우사루!
키는 대략 5m 정도.
무려 오우거와 오크의 혼종이다.
특징으로 항상 최현석의 몸뚱이만 한 몽둥이를 들고 다닌다.
“우사~루! 심심하다!”
추정 정신 연령은 대충 유치원생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잘 듣는 건 아니다.
“하아, 저걸 어떡하냐.”
“그러게요…”
문제는 우사루가 너무 강하다는 것에 있다.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주제에 쓸데없이 너무너무 강하다.
최현석은 다시 한번 전투력 측정기를 착용하고 우사루를 바라봤다.
[ 전투력 : 측정불가 ]“이 고물 측정기는 심심하면 측정 불가야!?”
최현석이 신경질적으로 측정기를 벗었다.
“아, 그런 거였나?”
이제 보니 전투력이 5만까지만 측정이 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수치가 5만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긴 했다.
“어쨌든 저놈 전투력이 5만을 넘겼다는 거잖아.”
“그렇죠.”
“다른 놈들처럼 때려서 말을 듣게 할 수도 없고, 곤란하네…”
그때 최현석을 알아본 우사루가 소리쳤다.
“최현석! 우사루 심심하다!”“어허, 조리장님이라 불러. 내가 대장이라고 대장. 뭔지 알지?”
일단 대화를 시도해본다.
“대장! 우사루 심심하다!”
절반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최현석은 잠시 우사르를 보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로 사냥에 나갈까?’
어쩌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너 사냥하러 갈래? 사냥 뭔지 알지?”
사냥이란 말에 우사루가 눈을 빛냈다.
“우사~루! 사냥! 가고 싶다!”“좋아좋아. 내친김에 지금 당장 출발하자.”
원래 오늘은 부대 정비만 하고 끝낼 생각이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서려고 했으니까.
그런데 예상보다 부대 정비가 빨리 끝나버렸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상황.
굳이 아까운 시간을 날릴 이유는 없다.
최현석이 사냥 전담 병사를 불러 모았다.
“전부 연장 챙겨! 고기 썰러 갈 시간이다!”
***
대망의 사냥하러 가는 길!
최현석은 200명에 달하는 조리병과 보보까지 이끌고 사냥에 나섰다.
“라헬.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이동하던 도중 최현석이 라헬에게 말을 걸었다.
“이놈들 시켜서 마수들을 생포해오라 하는 게 어떨까?”“저놈들이 고생해서 잡아 오면 용사님은 막타만 날름 칠 생각이죠?”
그 용사에 그 요정이랄까.
라헬은 금세 최현석의 의도를 알아챘다.
“으음, 나쁘지 않은 계획이긴 한데 문제가 있어요.”
“무슨 문제?”
“생포하는 건 죽이는 것보다 훨씬 힘들잖아요. 마왕군 무뇌들이 할 수 있을까요?”“사지를 자르든 뭘 하든 마수의 숨만 붙어있으면 되잖아. 나중에 그물 같은 걸 만들어서 사용법을 익히면 진짜 괜찮을 것 같은데.”“오호… 그럴싸하네요.”
라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 멍청이들은 죽어도 다시 뽑아오면 되니까. 이참에 용사님 레벨이나 팍팍 올리죠!”
“어, 어… 그래…”
최현석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라헬을 바라봤다.
본인이 생각한 계획이긴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던가.
뭔가 라헬의 표현은 묘하게 거칠었다.
최현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내가 할 말은 아닌데… 너 성격이 점점 괴팍해지는 것 같다.”“용사님! 맨정신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라구요!”“뭐, 그건 그렇지…”“술이라도 있었으면 잔뜩 마셨을 텐데!”
우리가 맨정신으로 살 수 없는 세상에 떨어진 건 네 탓이 아닐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어… 너도 스트레스가 많았구나.”
다행히도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도 같이 고생하는 처지였으니까.
굳이 지난 일로 티격태격하고 싶지는 않았다.
“잠깐만.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때 최현석이 돌연 멈춰 섰다.
라헬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돌아봤다.
“뭐가 이상한데요?”
“마수가 안 나와.”
이미 숲의 초입은 한참 전에 지나쳤다.
그런데 마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이상했다.
“용사님. 혹시 보보 때문이 아닐까요?”
“아, 맞아!”
최현석이 손뼉을 쳤다.
전 조리장 쿨칸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보 님은 함께할 수 없다.”“예? 이유가 뭡니까?”“보보 님이 가면 마수들이 도망쳐서 사냥을 할 수가 없거든.”
첫 사냥을 떠났을 때.
최현석은 보보도 데려가고 싶다 말했으나, 거부당했었다.
“그때는 핑계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나…”
비록 보보가 아직 새끼라고는 하나, 근본이 다르다.
마왕이 직접 기르던 최상위 혈통을 물려받은 마수!
마수계의 왕족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우사루라는 놈도 있고 말이야.”
보보 하나만 해도 그럴진대, 이번에는 우사루라는 마수인지 마족인지 모를 거인도 함께다.
마수들이 지레 겁을 먹고 숨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어떡하지.”
최현석은 고민했다.
이제 와서 보보와 우사루를 돌려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저 둘만 돌려보냈다가 무슨 참사가 벌어질지 모른다.
필시 자신이 동행해야 할 텐데, 그러면 이곳에는 갓 조리병이 된 오합지졸만 남게 된다.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용사님! 방법이 있어요!”
그때 라헬이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그녀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최현석을 바라본다.
“우리, 미끼를 쓰죠.”
“미끼?”
“물고기를 잡는데 굳이 물에 들어가서 찾는 건 비효율적이잖아요. 보세요 물고기들이 다 도망쳤잖아요?”
“어… 그렇지?”
“그러니까 낚싯대를 던져놓고 맛있는 미끼를 살랑살랑 흔드는 거죠.”“그 맛있는 미끼가 어디 있는데?”
라헬이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뒤에 잔뜩 있잖아요.”
“응?”
“맛있는 미끼가 무려 200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용사와 전담 요정.
세계를 구해야 할 그들의 손에서 마왕도 울고 갈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