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46)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46화(46/273)
최현석은 도라스의 부대로 향했다.
그곳에서 도라스를 만나고 함께 숲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잠시 후.
도라스의 부대 앞에 도착한 최현석은 조금 당황했다.
‘으음… 설마 전부 나온 건가?’
대대 연병장에 수백의 병사들이 어지러이 서 있었다.
‘저건 너무 과하잖아…’
물론, 도라스가 혼자서 사냥에 나설 것이라 생각한 건 아니다.
적어도 보좌관 몇, 많으면 수십 정도는 함께 이동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다만 도라스가 예상 범위를 넘어, 대대 병력 전체를 이끌고 이동하려 하는 게 문제였다.
“최현석. 왔구만.”
최현석을 발견한 도라스가 인사를 건넸다.
“예. 도라스 님. 간밤에 평안하셨습니까.”“물론이지. 하하하! 어서 출발하도록 하세.”
도라스는 오랜만의 외출에 신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도라스는 가마를 타고 있었다.
무려 10명의 병사가 지고 있는 거대한 가마 위에 앉아서 최현석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돼지 아니랄까봐… 그냥 걸으면 될 것을.’
밑에서 무거운 가마를 받치는 병사들은 한눈에 봐도 힘겨워하고 있었다.
“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고민 끝에 최현석은 이대로 사냥을 떠나기로 했다.
이미 계획은 시작됐다.
이제 와서 적이 늘어났다고 취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일반 병사들은 큰 위협이 안 될 테니.’
제일 중요한 것은 도라스와 마수, 그리고 보보와 우사루의 전투다.
일반 병사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일이 틀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오늘은 병사가 많다. 무슨 일인가.”“조리장이 미쳤다. 며칠 동안 숲을 들쑤시더니 이제는 강한 마수를 사냥한다고 한다.”
숲으로 이동하는 길.
병사들은 제법 소란을 떨며 움직이고 있었다.
무려 500명에 달하는 대대 병력과 200명의 조리장 병사들이 함께 이동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닌가?”“괜찮다. 도라스 대대장님 강하다. 보보 님과 우사루도 있으니까 이길 수 있다.”
최현석 덕에 지난 며칠간 엄청난 마수와 마주쳤던 조리병들.
그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지며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건지 생각했다.
‘저 자식들 입단속을 했어야 하는데…’
최현석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리병들을 흘겨봤다.
혹시나 도라스가 병사들의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길까 싶어 괜히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최현석. 얼마나 더 가야 하지?”
그때 도라스가 물었다.
그는 여전히 가마 위에 올라탄 채였다.
“아, 이제 마블링 놈의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조만간 놈이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그래. 더우니까 빨리 나타나 줬으면 좋겠군.”
도라스는 가마 위에서 편하게 가는 주제에 땀은 제일 많이 흘리고 있었다.
제법 날이 선선했는데도 말이다.
‘후우, 이렇게만 보면 진짜 밥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겉으로는 제 몸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현석은 알고 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저 초고도비만 돼지는 야생의 멧돼지로 돌변한다.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위협적인 멧돼지다.
‘정신 바짝 차리자. 중요한 건 타이밍이야. 절대 실수해서는 안 돼.’
결정적인 순간에 움직여 단번에 멱을 따야 한다.
절대로 전투가 길어져서는 안 된다.
대대 병사가 500명이나 붙어있는 만큼, 그들이 가세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도라스의 병사들이 상황 파악을 하기 전에 도라스를 족치고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최현석은 계속해서 계획을 되뇌며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나 숲 안쪽으로 들어갔을까.
쿵…! 쿵…!
기다리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걷는 것만으로도 울리는 땅.
이곳에서 이만한 일을 벌일 수 있는 덩치는, 검은 용처럼 생긴 마수, 니드라크뿐이었다.
최현석이 침을 꿀꺽 삼켰다.
“놈입니다.”
“으음. 슬슬 움직여 볼까.
도라스가 기지개를 켜며 마차에서 내려왔다.
쿵!
도라스 역시 한 덩치 하는지라, 바닥에 내려온 것만으로도 소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동시에 숲의 나무들을 쓰러뜨리며 니드라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아!”
니드라크가 내지르는 괴성에 도라스가 눈가를 찌푸렸다.
“저게 마블링이라는 마수인가?”“예? 예! 맞습니다!”
“으음, 분명 예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도라스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 과거 어딘가에서 니드라크를 마주친 적이 있는 것이리라.
최현석은 그가 생각하지 못하게 재빨리 치고 들어갔다.
“마수 놈들이야 원래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지 않습니까!? 하하하!”“뭐, 그건 그렇지.”
다행히 도라스는 쉽게 납득했다.
“놈의 마력을 보아하니 만만치 않겠어.”
도라스 정도의 수준이 되면 마수의 마력만 감지하고도 대략적인 전투력을 알 수 있는 듯했다.
“전투는 나와 대대 병사들이 할 테니 자네는 근처에서 다른 마수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막아주게.”“예! 맡겨만 주십시오!”“대신 군단장님께는 잘 말씀드려야 하네…”
도라스가 은근한 말투로 말했다.
오로지 도라스 본인과 대대의 힘으로 사냥을 했다는 걸 어필해 달라는 뜻이리라.
최현석은 씨익 웃었다.
“물론입니다. 군단장님께는 제가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역시 자네는 이해가 빨라서 좋아! 하하하!”
시원하게 웃은 도라스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 뒤로 500에 달하는 대대 병력이 힘차게 뒤따랐다.
***
마수의 숲에도 나름 생태계라는 것이 있다.
피라미드 먹이사슬.
더 강한 마수가 약한 마수를 잡아먹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 법칙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
먹이사 슬의 최상층에 위치한 존재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편하게 잡아먹을 약자들이 널린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만들어진 것이 구역.
그것은 암묵적인 룰이었다.
강자들이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만들어진 룰.
지금껏 깨어지지 그 규칙이 흔들리고 있었다.
콰아앙… 쾅…!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
제법 큰 전투였다.
마수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평소라면 자신의 구역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크르르르…”
그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었다.
최근 온 숲을 들쑤시고 다니는 정신 나간 마왕군 부대 하나.
놈들로 인해 서로의 영역이 얽히고 일그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로 마주치기를 피해왔던 마수들끼리 맞닥뜨리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전에 없었던 큰 전투가 반복해서 벌어졌다.
마수들은 선택해야 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숲의 소란.
이것을 방치할 것인가 잠재울 것인가.
“크라아아아…!”
고민은 길지 않았다.
누가 언제 내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두려운 상황이라면.
내가 먼저 적의 등에 칼을 꽂으면 된다.
쿠웅! 쿵!
숲의 강자들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도라스와 니드라크가 격돌할 때마다 폭음이 울렸다.
쿠웅…! 쾅!
땅이 파이고, 바위가 부서진다.
나무들은 이미 쓰러지고 날아가 숲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다.
“용사님…! 언제 시작해요?”
최현석의 품 안에 있던 라헬이 물었다.
“기다려 아직 때가 아니야.”
전투가 한창이다.
도라스와 니드라크가 제법 지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완전히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크화아!”
니드라크가 앞발을 휘둘렀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병사들이 장난감 병정처럼 하늘을 날았다.
“끄아아아아!”
병사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도라스가 뛰어든다.
쿠우웅!
작렬하는 몸통 박치기.
니드라크의 비늘이 출렁이며 거체가 살짝 떠올랐다.
체급으로 보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도라스의 마력과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크아아아아!”
니드라크가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터뜨렸다.
‘큰일이야. 예상보다 더 도라스가 압도하고 있어.’
지금까지 도라스는 거의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격을 대대원들이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드라크는 혼자.
도라스와 대대원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으니 피해는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용사님! 이대로라면 저 돼지가 불쌍한 마수를 죽이겠어요!”
“끄응…”
최현석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한다.
“헦! 헦!”
자신의 뒤에서 명령을 기다리는 보보.
“우사…루!”
전투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당장에라도 뛰쳐나가고 싶어 하는 우사루.
판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는 거야!’
여기서 도라스를 죽이지 못하면 죽는 것은 최현석 본인이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발악이라도 해야 한다.
“내가 신호하면 도라스를 덮쳐.”
최현석이 먼저 앞으로 나서려 할 때였다.
쿠르르르르…!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윽고 지면을 뚫고 거대한 지렁이와 같은 마수가 나타났다.
“저건 시르파브!”
한눈에 마수를 알아본 라헬이 소리쳤다.
“저게 갑자기 왜 나타나는 건데!?”
최현석이 소리쳤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끼에에에에에!”
거대한 새들이 하늘을 뒤덮는다.
“저건 인드링히멜이에요!”
인드링히멜.
하늘의 침입자라는 뜻을 지닌 놈들은 단체 활동을 한다.
놈들 또한 니드라크와 마찬가지로 이 숲의 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허어? 갑자기 뭔…”
나타난 마수는 끝이 아니었다.
인드링히멜 이후로도 숲에서 나름 한가락 한다는 마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전혀 계획에 없던 내용이었다.
“최, 최현석! 이게 무슨 일인가!?”
도라스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직인 니드라크의 공격이 적중한다.
“커헉!”
거대한 앞발에 맞은 도라스가 쏘아지듯 날아가 바위에 처박혔다.
“끄아아아! 마수다! 마수들이 나타났다!”“도망쳐! 도망친다! 도망칠 거다!”
갑작스러운 마수의 대규모 습격.
혼란에 휩싸인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끼에에에!”
“크와아아아아!”
마수는 병사만을 공격하지 않았다.
저들끼리도 서로 물고 뜯으며 공격을 가했다.
숲은 한순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변해갔다.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오직 살기 위해 발악한다.
“끄으… 안 되겠어. 우선 후퇴해야….”
그 와중에 정신을 차린 도라스는 후퇴 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때 최현석이 나타났다.
당황한 자신과는 달리 담담해 보이는 모습.
도라스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열이 올랐다.
“최현석! 이 사태를 어찌할 거야! 모두 죽게 생겼다고!”
최현석을 돕기로 선택한 것은 자신이지만, 막상 일이 틀어지니 모든 게 그의 책임인 것 같았다.
“아니, 이럴 게 아니야. 우선은 후퇴하지. 이야기는 부대로 돌아간 뒤에 하겠다.”
사냥은 포기다.
병사들의 피해가 크겠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의 목숨이라도 부지해야 했으니까.
“후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현석은 가만히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자네 뭐 하고 있나!? 자네도 어서 도망쳐! 고기고 지랄이고 죽게 생겼단 말이야!”
도라스가 눈을 크게 뜨며 윽박지른다.
최현석은 말없이 그런 도라스를 응시했다.
“레이드런 식 격투술. 제1형.”“응? 지금 무슨 소리를….”
최현석은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도라스를 응시했다.
“초전박살.”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와 함께 주먹이 뻗어나가고.
도라스의 두툼한 배에 틀어박혔다.
“크읍, 너… 너, 이익…!”
도라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동시에 최현석의 주먹에서 엄청난 힘이 쏘아졌다.
파아아앙!
도라스의 거체가 다시 한번 하늘을 날았다.
최현석이 반쯤 뒤집힌 눈으로 소리쳤다.
“후퇴는 없다! 오늘 저녁은 제육볶음! 살아남는 놈에게만 파티를 즐길 자격이 있다!”
우렁찬 목소리가 혼란스러운 숲을 뒤덮었다.
“알겠으면 조져어어어!!!”
그대! 고기를 먹고 싶다면 목숨을 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