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55)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55화(55/273)
오셀드 게펜.
그는 이번 아벨슨 암살 임무에 파견된 사냥개 넷 중 가장 강했다.
사실상 이번 습격자 무리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레이드런을 막을 테니 너희는 성녀를 죽이는 데 전념해라.”
그렇기에 오셀드는 붉은 악몽 레이드런을 묶어두는 역할을 자처했다.
괴식가 헤미스가 없는 흑색 거성.
현재 이곳에서 가장 강한 마족은 레이드런이다.
그러니 놈만 묶어두면 임무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설득하자 다른 사냥개들은 손쉽게 납득했다.
‘물론, 전부 핑계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사실 오셀드의 본 목적은 전투 그 자체에 있었다.
그에게 강자와의 전투만큼 즐거운 건 없었으니까.
다른 놈들이 끼어들어 흥이 깨지게 할 순 없었다.
‘천천히 즐기자고!’
그렇게 오셀드는 잔뜩 들뜬 채로 전투에 임했다.
그저 순수한 즐거움.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패배한다는 가정은 없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둘의 전력은 오셀드가 확실히 위였기 때문이다.
상대인 레이드런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셀드는 실컷 전투를 즐긴 후에 레이드런을 죽일 생각뿐이었다.
분명 계획은 그러했다.
‘크큭… 그런 주제에 지다니… 어이가 없군.’
오셀드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봤다.
짓뭉개진 사지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온다.
‘도대체 왜 진 걸까…’
굳이 찾아보자면 핑곗거리는 많았다.
오랜 시간 고문을 받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잘려 나간 왼팔 대신 사용하는 의수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불리함을 안고도 오셀드는 레이드런을 상대로 승기를 잡았었다.
그가 각성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필 그 순간에 벽을 허물다니, 재수도 없지…’
레이드런을 몰아붙였다고 생각한 순간, 그가 벽을 넘고 말았다.
그 후 각성한 레이드런에게 파죽지세로 밀려나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레이드런식 격투술이라 했나…? 웃기는 놈이야…’
자신의 이름을 따서 투기를 만들다니, 어지간히 자의식 과잉이란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러나 저라나 고맙군…’
결과적으로 자신은 패배했지만, 여한은 없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전투를 벌였으니까.
솔직히 자신 같은 쓰레기가 이렇게 훌륭한 마지막을 맞이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끝이군…’
점차 의식이 흐려진다.
마지막 순간, 어째서인지 보기 싫은 늙은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교황… 먼저 가서 기다리마. 지옥에서 다시 만나자고.’
***
어두운 밤.
최현석은 희미한 달빛에 의지한 채 적과 싸우고 있었다.
쉬익!
달빛에 반사된 검이 날아든다.
최현석은 팔을 들어서 막아냈다.
까앙!
날붙이와 피부가 맞닿았음에도 금속음이 울린다.
마력과 마기로 인해 극한으로 강화된 신체는 이미 강철이나 다름없었다.
“크화아…!”
최현석이 검은 숨결을 토해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적은 피하지 못한다.
퍼억!
가슴에 적중하는 주먹.
적이 물러나며 신음을 내뱉었다.
“크윽!”
최현석은 달려가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콰앙! 쾅!
주먹이 내질러질 때마다 굉음이 울렸다.
적은 연신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기에 급급하다.
이렇듯 전투의 양상은 누가 보더라도 최현석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현석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곧 한계다.’
최현석은 직감했다.
자신의 신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그가 곁눈질로 주위를 살폈다.
보보는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다.
“헦… 헦…”
다행히 숨을 헐떡이는 게 살아있기는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하리라.
“…”
아벨슨은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말하는 신께 기도를 올리는 중이리라.
최현석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
‘내가 지면 모두 죽어.’
자신이 패배하는 순간, 여기 있는 모두가 죽는다.
살고 싶으면.
살리고 싶으면 이겨야 한다.
그 순간 최현석의 입에서 검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크헉!”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전신이 불에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참아내며 싸웠건만.
목숨까지 내걸고 싸웠건만.
승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멀어져만 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강한 한 방이 있었더라면…!’
적을 몰아붙일 수는 있었음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확실히 마무리할 결정타를 넣을 힘이 부족해서 이길 수 없다.
그 사실이 너무 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분한 사실은 죽음 그 자체다.
‘이번 생도 이렇게… 연애 한 번 못 하고…! 개같이 구르기만 하다가 죽는다고…!?’
최현석이 저도 모르게 이빨을 까득 깨물었다.
‘인정 못 해.’
인정할 수 없다.
최현석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가 자리에 멈춰 섰다.
“왜 그러지? 벌써 한계가 온 건가? 응?”
적의 조롱이 들려온다.
“하나 알려주지. 강자끼리의 싸움에서 플로모트와 같은 투기는 독이다. 상대가 방어에만 집중하면 꼼짝없이 당해야 하거든!”
묻지도 않은 사실을 나불대는 적.
“어차피 죽겠지만, 지옥에서 써먹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알려주는 거다. 명심하도록! 크하하하!”
놈은 이미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듯 크게 웃었다.
최현석은 무시하고 호흡을 골랐다.
‘레이드런 님… 이건 진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머릿속에 레이드런의 가르침이 흘러갔다.
“플로모트를 사용한 상태에서는 다른 투기를 쓸 수 없다.”
“어째서입니까?”
“애초에 투기란 신체를 극한으로 활성화하는 것. 플로모트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육체를 더 몰아붙이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죽습니까…?”
“그래. 죽는다.”
투기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신체와 마력을 최고의 효율로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플로모트를 사용한 상태에서 투기를 사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미 과부하로 한계에 다다른 모터에 또다시 부하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
만약 그런 일을 벌이면 모터는 터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말이야… 이대로 있어도 터지는 건 마찬가지란 말이지.’
최현석은 생각한다.
이미 자신의 모터는 한계를 넘어섰다.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을 멈춘다고 해도 모터가 터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터질 모터라면…
터지기 전에 마지막 질주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네놈은 배신자 이교도이지만, 구원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회개해라. 그러면 적어도 천국의 문턱 정도는 밟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나불대는 적의 주둥이를 보며 최현석이 정신을 집중했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이미 극한에 몰린 육체를 다시 한번 채찍질한다.
그 순간 최현석의 육체가 찢기고 터지며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적은 비웃었다.
“크하하하! 이거 정말 진귀한 구경거리야!”
최현석은 무시했다.
천천히 주먹을 뒤로 당길 뿐이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다시 한번 피가 쏟아지고.
의식이 흐릿해진다.
‘제1형…’
그런 와중에도 몸 안의 마력과 마기는 소용돌이치며 꾸준히 주먹으로 몰려들었다.
[투기 레이드런식 격투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투기 레이드런식 격투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투기 레이드런식 격투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들려오는 알람도 무시한다.
오직 기술을 완성하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아직도 싸울 생각인가? 정말 의지 하나만은 인정해줘야겠군!”
과장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손뼉을 치는 적.
놈을 보며 최현석은 씨익 웃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마지막 순간.
어째서인지 더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이 기술을 완성시킨다는 생각뿐이었다.
레이드런식 격투술
제1형 – 초전박살(初戰搏殺)
그것이 발동됨과 동시에 광풍이 쏘아졌다.
“어…?”
순간 적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지고.
콰과과가가가가-!
마력과 마기가 뒤섞인 폭풍이 놈을 덮쳤다.
***
“커허억! 커헉!”
루카스가 눈을 부릅떴다.
그가 다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정신을 잃은 건가!?’
다행히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지는 않았다.
충격으로 아주 잠깐 의식이 끊어졌던 것이리라.
‘이번 건 정말 위험했다.’
루카스가 바닥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피범벅이 된 채 쓰러진 최현석이 있었다.
‘이런 미친놈 같으니라고…’
지속형 투기의 사용 도중 다른 투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
이건 정말 상식 중의 상식이었다.
자살할 생각이 아닌 이상에야 절대 해서는 안 될 짓.
그런데 이 인간은 다른 투기도 아니고, 위험성 중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플로모트를 극한까지 사용한 상태에서 또 투기를 사용했다.
솔직히 기술이 발동된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때 루카스가 눈가를 찌푸렸다.
‘아직 숨이 붙어 있어…?’
최현석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비록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미약한 호흡이긴 했으나, 살아있다는 건 확실했다.
‘바퀴벌레보다 더 질긴 놈 같으니라고…’
루카스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도 제법 상처가 심했던지라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 다 죽어가는 벌레를 마무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내가 그 질긴 목숨을 끊어주지.”
루카스의 검이 떨어지기 직전.
덥석!
누군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응?”
루카스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피로 범벅이 된 근육질의 소머리 마족이 서 있었다.
“어? 네가 왜…?”
붉은 악몽 레이드런.
오셀드 게펜에게 죽었어야 할 놈이 왜 여기 있는 걸까?
대답 대신 날아드는 것은 붉은 주먹이었다.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주먹이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온다.
‘아, 안 돼…!’
루카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아무리 소리쳐 봐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점차 커지는 붉은 주먹.
그것이 자신의 안면에 닿기 직전.
루카스는 눈을 감기로 했다.
‘하, 말 그대로 붉은 악몽이군…’
생각과 동시에 주먹이 안면을 강타한다.
콰아앙!
폭발하듯 터져나가는 루카스의 머리.
하늘에서 피와 살점이 떨어진다.
투둑, 툭!
그 육체의 파편을 맞으며 레이드런이 무릎을 꿇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최현석.”
***
레이드런의 동그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최현석!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냐!”
소리쳐도 헛수고다.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 최현석은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겉으로 눈에 띄는 외상도 위험해 보였으나.
몸속, 내부는 그 어떤 외상보다 더 심각했다.
전신이 안쪽에서부터 철저하게 파괴돼있다.
장기부터 피부까지.
어느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투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그렇게 주의했거늘!’
최현석이 이렇게 된 이유는 뻔했다.
아마 플로모트를 운용했으리라.
어쩌면 거기에 더해 레이드런식 격투술까지 사용했을지도 몰랐다.
“성녀! 살릴 수 있겠지!?”
레이드런이 소리쳤다.
아벨슨은 돌아보지 않은 채로 미간을 찌푸렸다.
“집중에 방해되니까 조용히 하세요.”
그녀는 지금 모든 정신을 최현석에게 쏟고 있었다.
어떻게든 최현석을 살려야 한다.
‘제발… 당신이 이렇게 죽어선 안 돼요!’
아벨슨은 간절히 기도했다.
최현석이 살 수 있기를.
그는 절대 이렇게 죽어선 안 될 인물이다.
‘당신은 유일한 희망이라고요…!’
아벨슨은 최현석에게서 가능성을 봤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했던 그녀에게 최현석은 구원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런 최현석이 자신을 위해 싸우다 죽는다?
이건 그녀 스스로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든 살려내고 말겠어요.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요.’
속으로 되뇌는 아벨슨의 몸에서 찬란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