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61)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61화(61/273)
헤미스가 작성한 초안을 토대로 레이드런은 세부적인 대회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완성된 공문은 제3군단 전체에 뿌려졌다.
“헤미스 님. 말씀하신 내용대로 각 부대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수고했어.”
“그나저나… 괜찮겠습니까?”
레이드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헤미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냐니. 뭐가?”
“이제 와서 이런 말씀을 드리긴 늦었지만… 너무 규모가 커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초 계획은 일대일 토너먼트로 대대장을 뽑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규모가 커져도 너무 커져 버렸다.
무려 연대장 1명과 대대장을 13명이나 뽑는 초대규모 이벤트로 변모한 것이다.
“뭐 어때. 재미있잖아.”“관례인 지휘관 결정전을 무시하는 대회라고 고위 지휘관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마왕님께 항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새로운 연대를 창설하는 것도 모자라 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가 열린다.
그것도 단순한 대회가 아닌 대대장급 이상의 고위 지휘관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좋지 않은 시선이 오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순간 헤미스가 혀로 거대한 입술을 핥았다.
“불만 있는 놈은 직접 찾아오라 하렴. 그렇게 좋아하는 지휘관 결정전으로 붙어줄 테니까.”
“…”
“정 마음에 안 들면 내 군단장 자리 가져가서 마음대로 하면 될 거 아니야? 그렇지?”
“그렇습니다…”
“그때까지는 내가 군단장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알겠습니다.”
헤미스가 마음을 굳힌 이상 레이드런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그저 묵묵하게 상관의 명령을 따르면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헤미스가 질 것이다.
“표정 풀어. 룰이 이것저것 추가된 덕에 최현석이 활약할 여지가 늘었잖아?”
헤미스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 이번 대회에서 최현석이 무슨 짓을 벌일지 궁금하지 않니?”
광기가 어려있는 미소.
레이드런은 신이 난 자신의 상관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이번 대회는 총 3개의 경기로 치러져요.”“3개? 그냥 토너먼트가 아니었어?”
라헬은 빨간 안경을 꺼내 쓰고는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으음, 규모가 예상보다 많이 커졌나 봐요.”“그래. 일단 계속 읽어봐.”“네. 순서대로 설명하면 먼저 대규모 예선전을 치러서 100명을 걸러요.”“대규모 예선이라. 경기 내용이 뭔데?”“그게… 달리기라네요?”
“응? 뭐라고?”
순간 최현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최현석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달리기? 내가 아는 그 달리기?”“네. 단체 달리기에서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100명이 다음 경기에 진출할 예정이라네요.”
최현석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달리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마왕군이 추구하는 것은 하나뿐이다.
첫째도 강함.
둘째도 강함이다.
지휘관을 무력 순으로 정하는 정신 나간 집단이 바로 마왕군이다.
그런 집단에서 달리기로 지휘관을 뽑는다?
‘분명 뭔가 있어…’
최현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구체적인 룰 설명은 없어?”“경주 도중 다른 참가자에게 공격을 하는 게 허용돼요.”“쯧, 그럼 그렇지.”
단순히 달리기만 할 리가 없다.
아마 피바람이 휘몰아치는 죽음의 경주가 될 것이다.
“다만 살인은 금지라고 하네요.”“그나마 다행이네.”
“끝까지 들어봐요. 살인이 금지이긴 한데, 고의가 아닌 살인은 경고 1회예요. 경고가 3회 누적되면 탈락이구요.”
“허어…”
최현석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꿔 말하면 2명 정도는 죽여도 봐주겠다는 뜻이잖아.’
싸움 도중 죽었을 때, 고의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한다는 말인가.
이건 그냥 대놓고 급소를 강타해 죽이는 것만 아니면 봐주겠다는 뜻이다.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참으로 미친 계획이네.”
최현석이 헛웃음을 흘렸다.
죽음의 달리기를 할 생각에 벌써부터 즐거워 죽을 지경이다.
“됐고. 다음 경기는 뭐야?”“그건 달리기가 끝나고 통과하면 알려준데요.”
“그러냐…”
나름 공정성을 위해 비밀엄수를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1등은 새로 창설하는 연대의 연대장 자리를 주겠다네요.”
“연대장을?”
“네. 대대장도 13명이나 뽑아요. 기존에 죽은 대대장 8명. 그리고 새로 창설한 연대에 들어갈 대대장 5명. 합쳐서 13명이죠.”“아주 본격적이네.”
“그러게요. 입술 괴물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요?”
라헬은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이었다.
최현석은 고개를 저었다.
“보나 마나 뻔하지.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하는 거 아니겠어?”“음, 그러네요.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라헬이 싱긋 웃었다.
순간 최현석이 라헬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끄악! 왜 때려요!?”
“네가 참가하는 거 아니라고 막말할래!?”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저 미친 대회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최현석은 죽을 맛이었다.
“하아… 앞으로 남은 시간은 2주. 그 안에 준비를 끝내야 하는데.”“어떡하실 생각이세요?”
라헬의 물음에 현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계속 훈련해야지.”
“하긴 그러네요.”
“이럴 게 아니라 얼른 사냥하러 가야겠다.”
시간이 없다.
살고 싶으면 레벨을 하나라도 더 올려야 했다.
“좋아요! 오늘도 마수 놈들을 잔뜩 족쳐버리죠!”
라헬이 주먹을 슉슉 뻗으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최현석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누가 보면 지가 싸우는 줄 알겠네…’
***
며칠 후.
최현석은 여느 때처럼 아벨슨에게 마기를 안정화하는 치유를 받고 있었다.
“크윽…”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최현석이 이를 꽉 깨물었다.
이미 비슷한 고통을 느껴본 라헬은 울상을 하며 지켜봤다.
“후우, 끝났어요.”
아벨슨 마리어트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뗐다.
“감사합니다.”
“다행히 조금씩이지만 호전되고 있어요.”
“그거 잘됐네요!”
최현석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마냥 낙천적이기만 한 모습에 아벨슨의 표정이 구겨졌다.
“무식한 마기 훈련을 줄이면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텐데요.”“죄송합니다… 그건 어쩔 수가 없어서…”
최현석도 좋아서 훈련을 하는 게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완전히 마기가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벌써 대회가 코앞이야.’
대대장 토너먼트.
아니, 연대장 토너먼트라 해야 할까?
아무튼 경기까지 이제 고작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잠시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오늘은 이만하고 갈게요. 내일 같은 시간에 봐요.”“예. 제가 저녁거리를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네…”
저녁을 가지고 온다는 말에 아벨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최현석이 만들어주는 음식은 굉장히 맛있다.
어떤 일에도 무감각한 아벨슨이 매일 저녁을 기다릴 정도니 더 말할 게 없다.
“그럼 이만.”
아벨슨이 떠나가고.
라헬이 기다렸다는 듯이 쪼르르 달려왔다.
“용사님용사님!”
“왜.”
최현석은 치료를 받느라 벗어둔 상의를 주섬주섬 입으며 대답했다.
“많이 아팠어요?”
“이젠 익숙해서 참을 만해.”“으으… 어떻게 참을 만해요? 저는 그때를 떠올리기만 해도 손발이 벌벌 떨린다구요.”
라헬이 과장되게 표현을 하는 게 아니다.
마기가 신체를 침식하는 고통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이다.
라헬이 저렇게 무서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몸이 안쪽에서부터 타들어 가는 느낌은…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
최현석도 이제는 그나마 익숙해져서 참고 있지만, 처음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그런 장난치지 마.”
“네… 헤헷!”
최현석이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라헬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용사님!”
“왜.”
“용사님 꽤 강해지셨던데요?”“내가 강해졌다고?”
“네. 아까 전투력 측정기로 슬쩍 봤는데 엄청 올랐더라구요!”“얼마가 나왔길래?”
최근에는 전투력을 확인한 적이 없다.
라헬이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것을 보면 제법 수치가 오른 것 같았다.
“놀라지 마세요! 무려…!”
“무려?”
“이만육천오백이십(26,520)!”“오! 많이 올랐네.”
아직 목표치인 대대장들과 비교하기엔 초라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성과였다.
이 정도 수치라면 대대장과 싸운다고 해도 그리 허무하게 당하지만은 않으리라.
“근데 이상한 게 있어요.”“이상한 게 있다고?”“네. 측정기 옆에 못 보던 물음표 표시가 있는데 이게 뭘까요?”
“물음표?”
최현석의 물음에 라헬이 바닥에 나뭇가지로 글자를 적었다.
[전투력 : 26520 + ????]“이렇게 나오더라구요.”“으음… 설마 마기 때문인가?”
“마기요?”
“어. 상태창을 보면 아직 마기가 물음표로 표시돼 있거든. 그거 때문이 아닐까 싶네.”
최현석은 내친김에 다시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최현석
▫칭호 : 예비 용사
▫레벨 : 461
·근력 : 167
·민첩 : 163
·체력 : 165
·마력 : 168
·마기 : ???
·카리스마 : 65
·보너스 포인트 : –
▫용사 포인트 : 1450
▫능력 : 마력 운용술(D) 외 4개▫스킬 : 플로모트 외 2개
“역시 그대로네.”
예상대로 마기는 여전히 물음표(?) 상태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보다 물음표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
‘설마 물음표 숫자가 자릿수를 나타내는 건가.’
짐작하는 바가 맞다면 최현석의 마기는 이미 100을 넘겼다는 말이 된다.
최현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러다가 마족으로 변하는 거 아닌가 몰라.”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신체가 전과 다르다는 게 체감되고 있다.
상처의 회복도 빨라진 느낌이고, 쉽게 피로해지지도 않는다.
단순히 느낌일 뿐일 수도 있으나, 능력치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에 용사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받은 보상을 감안하더라도 능력치 상승이 너무 가팔라.’
얼마 전, 최현석은 새로운 투기를 만들며 대량의 능력치를 획득했다.
[용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의 틀을 부순 위대한 업적입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능력치 근력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민첩이 상승합니다]…
그때 얻은 능력치는 모두 합쳐서 대략 40포인트 정도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 그의 능력치는 너무 많이 올라 있었다.
‘대충 그전보다 120포인트 가까이 올랐으니까…’
정리하자면 이렇다.
레벨업으로 올린 게 40포인트.
퀘스트로 받은 게 40포인트.
그렇다면 나머지 40포인트는 어디서 얻은 것일까?
원래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레벨업으로 얻은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전투나 훈련으로 능력치가 상승하는 것인데…’
전자는 레벨업 때마다 1포인트를 올리는 것에 비해, 후자의 경우는 상승이 쉽지 않다.
어떤 때는 레벨을 10개나 올려도 추가 능력치가 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레벨업만큼이나 능력치가 오르고 있단 말이야..’
예전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신체가 마기에 적응하면서 강화된 게 반영된 거라면 말이 돼.’
최근 급격하게 좋아진 컨디션.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능력치.
모두 마기에 의해 변화된 신체 때문이라면 설명이 됐다.
“용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최현석이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자 라헬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그냥. 내가 인간이 아니라 마족으로 변하면 어떡하나 해서.”“에이~ 설마 그러겠어요?”“그렇지? 그런 일이 어디 일어나겠어.”
다행히 아직 외관상의 변화는 없었다.
최현석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
당장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영혼을 파는 계약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고작 마기가 늘어나는 것 정도야 오히려 환영할 일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진다.
살아남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
신성 제국 가트렌의 수도.
교황 오르반 4세는 심복 엘론드 추기경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후로 소식은 없습니까?”“예. 흑색 거성에 도착했고, 습격을 시작하겠다는 게 마지막 보고입니다.”“그렇다면 임무는 확실히 실패했다고 봐야겠군요.”
오셀드 게펜을 포함한 사냥개들이 성녀를 암살하기 위해 떠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흘렀다.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그들은 모두 죽었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제국의 인재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안타깝습니다… ”
이번 일에 무려 영웅급 인물 하나와 그에 준하는 강자가 셋이나 죽었다.
보통 한 국가에 영웅급 강자가 두셋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전력 손실이었다.
“분명 흑색 거성에 괴식가는 없었을 텐데… 임무에 실패하다니 이해할 수 없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들이 임무를 실패한 게 어째서 엘론드 추기경의 탓이겠습니까.”
엘론드는 조심히 교황의 눈치를 살폈다.
겉으로는 평소와 같은 온화한 표정이지만, 그가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동자 안에 깊은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엘론드는 조심스럽게 화두를 옮겼다.
“차기 성녀, 아벨슨 마리어트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아벨슨… 그녀를 이대로 둘 수는 없겠지요. 항상 속을 썩이더니 마지막까지 이렇게 되는군요.”
아벨슨 마리어트는 교황의 입장에서도 골칫거리였다.
그녀는 다른 성녀들과 달리 교황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밖으로 나돌아다녔다.
인망이 두텁고 따르는 이가 많아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마리어트 왕국의 공주라는 배경 또한 그녀가 껄끄러운 이유 중 하나였다.
“이 기회에 처리하고 입을 막으려 했습니다만, 실패했으니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
“이 순간부터 아벨슨 마리어트의 차기 성녀 직위를 파하겠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그녀가 마왕군과 결탁했음을 알리세요.”
교황의 선언이 떨어졌다.
엘론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괜찮겠습니까? 제국에는 아벨슨 마리어트를 지지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마리어트 왕국에서도 어떻게 나올지…”“상관없습니다. 지금부터 아벨슨 마리어트는 반역자입니다. 그녀에게 동조하는 이들은 함께 반역을 도모하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이것은 마리어트 왕국 또한 마찬가지이니 그렇게 알리세요.”
“알겠습니다.”
교황 오르반은 강수를 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망이 두터운 아벨슨이 입을 잘못 놀리면 제국 내에 큰 분란이 생길지도 몰랐다.
약간의 분란을 감수하더라도 확실히 못 박아 두는 것이 좋았다.
교황은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팬 채로 눈을 사납게 떴다.
“이번 일을 벌인 괴식가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습니다.”
괴식가 헤미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은 헤미스가 아벨슨을 납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녀는 과거부터 사사건건 대업을 방해해 왔다.
다행히 마왕의 협조로 흑색 거성에 처박아 두는 데 성공했는데, 이런 식으로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이번에 이런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보고?”
“예. 최근 마왕군 쪽에 새로 접선한 첩자에게서 온 보고입니다.”
엘론드 추기경이 종이를 내밀었다.
그것을 건네받고 읽는 교황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간다.
“흑색 거성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린다고요?”“새로운 연대를 창설하고, 그에 맞는 지휘관을 뽑는다고 합니다.”“하하하! 그거 재미있군요.”
교황은 정말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어젖혔다.
“머리에 든 것이라고는 전투밖에 없는 족속들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 이것도 괴식가의 짓입니까?”
“그렇습니다.”
“흐음, 재미있기는 하지만, 좋은 일은 아니군요.”
교황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머저리들은 지난 500년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하고요.”
“…”
“변화하는 마족이라니. 이건 두고 볼 수 없겠습니다.”“어떻게 하시겠습니까?”“차라리 잘 됐습니다. 이 기회에 마왕군 내에서 괴식가의 입지를 좁혀야겠습니다. 더는 설치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말을 하는 교황은 눈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뱀의 그것과 닮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