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l Heroes From Earth Are Bad RAW novel - Chapter (9)
세상에 나쁜 용사는 없다-9화(9/273)
군단장 헤미스. 그리고 그녀의 펫 초대형견(?) 보보.
최현석은 이제부터 보보를 돌봐야 한다.
졸지에 사육사가 된 최현석은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용사 퀘스트! ★☆★☆
보보의 사육사가 된 당신!
어째서 용사인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너무 암울하겠지만 견디세요!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났다고 했습니다!
우선은 보보의 환심을 사서 살아남고, 훗날을 도모합시다!
· 목표 : 보보의 호감
· 보상 : 용사 포인트 200
불행인지 다행인지 용사 퀘스트가 내려왔다.
목표는 보보의 호감을 사는 것.
레이드런 때와는 달리 보상이 200포인트로 증가한 게 눈에 띄는 점이었다.
‘마왕군 간부로도 모자라서 마왕군 군단장의 애완견 호감까지 얻으라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정말 용사 퀘스트가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따른다.’
어차피 지금 최현석이 살아남는 방법은 보보의 환심을 사는 것뿐이다.
최현석은 보보를 유심히 살펴봤다.
‘자는 건 나름 귀엽네.’
보보는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었다.
“크르릉… 푸흐응…!”
워낙 덩치가 큰 탓인지 숨을 내쉴 때마다 침과 콧물이 잔뜩 튀어나왔다.
“이렇게 큰 놈을 앞으로 혼자 키우는 건가?”
최현석이 중얼거릴 때였다.
“반갑다! 하찮은 인간.”
뒤에서 가래가 끓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서자 땅딸막한 고블린 한 마리가 보였다.
“나는 보보 님의 시중을 들고 있는 호켄이다!”
최현석은 벌떡 일어나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최현석입니다!”
혼자인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선임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최현석은 선임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하필 고블린이야?’
고블린 호켄은 전혀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덩치가 크고 흉악한 마족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눈앞의 고블린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만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순간 최현석은 군단장 헤미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귀염둥이 보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살이 연한 고블린을 좋아하더라고! 오호호!”
최현석은 어째서 고블린이 사육사인지 알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아주 대놓고 간식 취급이었다.
‘이럴 거면 사육사라 하지 말고 그냥 도시락이라 불러…’
최현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호켄 님.”
“왜 그러냐 인간.”
“혹시 다른 사육사 선임들은 없습니까?”“없다. 전부 죽었다.”
“아… 예.”
예상했던 바라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인간! 잘 들어라!”
갑자기 호켄이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소리쳤다.
흔히 군대 교관이 분위기를 잡을 때 애용하는 자세였다.
“지금부터 보보 님의 시중으로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겠다!”
“예!”
최현석은 내심 감탄했다.
그래도 나름 선임이라는 걸까?
제법 당찬 기세를 뿜어내는 것이 베테랑의 면모가 엿보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보보 님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예!”
최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은 없었다.
“끝입니까?”
“끝이다.”
“으음…”
“불만 있나?”
“아닙니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무게를 잡은 거냐는 태클이 목젖까지 올라왔다.
‘참자…’
다행히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불상사는 없었다.
이래 봬도 최현석은 계급이 깡패인 사회에서 살아남은 프로 한국인이었다.
“호켄 님. 정말 식사만 준비하면 되는 겁니까?”“그렇다. 식사! 가장 중요하다.”
호켄이 불안한 기색으로 보보의 눈치를 살폈다.
“식사 준비를 하지 않으면 보보 님에게 잡아먹힌다.”
“아…”
최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락이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식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크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큰일이다!”
갑자기 호켄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간식 준비를 해야 한다. 인간! 빨리 조리장으로 이동한다.”
호켄이 다급히 최현석의 팔을 잡아끌 때였다.
“크와앙!”
보보가 잠에서 깨어났다.
호켄은 허둥지둥대다가 보보의 앞에 섰다.
“위대하고 귀여우신 보보 님. 편안한 잠자리 되셨는지요.”
갑자기 호켄의 어휘력이 풍부해졌다.
“크왕!”
“여기 식사를 준비해뒀습니다.”
호켄이 자신의 몸통보다 더 큰 밥그릇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잡고기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크릉…”
밥그릇을 바라보는 보보의 표정이 좋지 않다.
무안가 불만족스러운 모양.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크와앙!”
보보가 성큼성큼 호켄에게 다가갔다.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명백히 호켄을 음식으로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안 돼…!”
호켄이 바들바들 떨며 주위를 돌아봤다.
동시에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최현석과 눈이 마주쳤다.
“여기 인간 특식을 준비했습니다. 보보 님!”
호켄이 최현석을 앞으로 밀쳤다.
“이런 미친 고블린이! 뭐 하는 짓이야!?”“닥쳐라 인간! 보보 님께서 특식을 드시고 싶어 하신다!”
“지랄하지 마!”
최현석이 호켄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선임이라 예를 갖췄지만, 이래 봬도 최현석은 세계적인 격투기 리그의 헤비급 챔피언 출신이다.
턱으로 정수리를 내려찍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고블린을 제압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으라야!”
최현석이 온 힘을 다해 호켄을 집어던졌다.
“케에엑! 고블린 살려!”
호켄이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날고…
“크와앙!”
보보가 힘차게 포효하며 뛰어올랐다.
덥썩!
부드러워 먹기 좋은 고블린 호켄이 보보의 입안으로 직행했다.
아드득! 콰득!
“쩝! 쩝!”
뼈가 부서지고 살이 씹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꺼억!”
만족스러운 식사였는지 보보가 웃으며 트림을 했다.
“잘 먹네…”
식사 준비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알려준 선임병 호켄.
최현석은 조용히 그의 죽음을 기렸다.
***
선임병 호켄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라헬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크왕! 크왕!”
“꺄아아! 용사님! 이 개새끼 좀 어떻게 해봐요!”“천사 입에서 개새끼가 뭐냐 개새끼가.”
보보는 마치 나비를 쫓는 고양이처럼 라헬을 잡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투그닥! 투그닥!
보보는 초대형견답지 않게 굉장히 날렵했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바닥을 디딜 때마다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야! 적당히 해. 그러다가 보보 배 꺼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지금 그게 중요해요!?”“당연히 중요하지. 걔가 배고파지는 순간 나도 호켄처럼 한 끼 도시락이 될 테니까.”“저는 지금 당장 요정 육회가 되게 생겼다고요!”“육회라… 육회 좋지. 아, 육회 먹고 싶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지 제법 오래되긴 했다.
“용사니이님!”
“조용히 좀 해! 생각 중이니까!”
겉으로 보기엔 그저 생각 없이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 것 같지만, 아니다.
최현석은 정말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저만한 덩치를 어떻게 배불리 먹일까…’
절대로 보보가 배고파지는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24시간 보보의 배를 불려야만 최현석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일단 다행인 점은 보보 전용 사료(?)가 있다는 건데…’
보보의 집 옆에는 창고가 딸려 있었는데, 그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고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문제는 보보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거지.’
그러나 보보는 자신의 사료(잡고기)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방금 전만 해도 그렇다.
호켄이 커대란 밥그릇을 내밀었으나, 보보는 먹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료를 가져다주는 팔팔한 호켄이 더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리라.
‘뭔가 다른 음식이 필요해.’
애초에 사료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호켄도 그렇게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왕! 크왕!”
“꺄아아아!”
“흐음… 생각해라 생각해…!”
주위가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최현석은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크와앙!”
“꺄아아아아아!”
“호켄… 사료… 호켄은 사료… 호켄은 맛있어…”
생각을 이어가던 최현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호켄이 죽기 전에 남긴 유언!”
죽기 전 호켄이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간식 준비를 해야 한다. 인간! 빨리 조리장으로 이동한다.”
간식 준비! 조리장!
이 두 가지 단어가 해결책이 될 터였다.
‘조리장에서 뭔가 다른 식재료를 얻어왔던 거야!’
호켄은 조리장에서 얻은 비장의 음식으로 미식가 보보의 욕구를 채워왔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조리장이 어디지?’
최현석은 오늘 막 이 거대한 성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입술 괴물 군단장과 면담을 했고.
곧장 보보 사육사라는 사망률 99퍼센트의 보직을 부여받았다.
무언가 정보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혼자 찾아다닐 수도 없고…’
인간 혼자 성을 돌아다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마왕군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조금 전 호켄만 해도 최현석에게 거부감을 드러냈다.
다른 마왕군은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라… 방법을 생각해…!’
조리장을 찾아가서 안전하게 음식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군단장한테 물어봐?’
헤미스를 떠올리던 최현석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야.’
그 입술 괴물이 자신에게 신경을 써줄 리가 없다.
괜한 해코지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건방지게 일개 병사가 군단장을 보자 했다고 화낼지도 몰라.’
잠시 헤미스의 입술에 머리통이 들어가는 상상을 하던 최현석이 눈을 질끈 감았다.
‘레이드런에게 부탁할까?’
이건 그나마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지다.
하지만 이 방법도 문제가 있다.
‘지금 레이드런이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불행히도 레이드런은 헤미스와 면담을 한 이후 다급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헤미스가 특별한 명령을 내린 것 같았다.
‘제발 떠올라! 최상의 아이디어!’
지금 이 순간에도 보보는 열심히 라헬을 쫓아다니는 중이다.
실시간으로 배가 꺼지고 있다는 뜻이다.
“크왕! 크왕!”
“꺄아아! 꺼져 이 똥개 새끼야!”
저 상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플 것이다.
보보의 배꼽시계가 다시 울리는 순간, 자신은 한 끼 도시락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그때였다,
불현듯 최현석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갔다.
‘용사 상점!’
최현석이 다급히 용사 상점을 열었다.
그리고는 숨도 쉬지 않으며 집중한 채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원하는 것을 발견한 최현석이 크게 환호했다.
“역시 있었어!”
물건의 정체는 애견용품이었다.
***
용사 상점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품목이 존재한다.
[용사 상점 Lv.1]– 능력
– 아이템
최현석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분명 온갖 잡다한 것들이 다 있었지.’용사 상점에서 파는 아이템을 설명하자면, 정말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었다.
– 머리만 대면 뿅! 순식간에 잠이 드는 마약 배게!
– 불이 잘 붙는 마른 장작!
– 야외 취침을 위한 고품격 침낭!
도대체 왜 이딴 걸 용사 상점에서 파는 걸까? 라는 의문이 절로 드는 품목들이다.
그중에는 정말 의도가 불순해 보이는 것도 있었다.
– 한 번 마시는 순간 뿅가는 대X초!
‘도대체 너희가 생각하는 용사는 뭐냐…’
용사의 의의라는 것에 대해 절로 의문이 드는 품목들이었으나, 지금 중요한 건 의의 따위가 아니다.
“역시 있었어!”
애견용품.
예전에 용사 상점을 봤을 때 본 기억이 있었다.
“도대체 애견용품을 왜 파는 건데? 어!?”“용사님 참으세요! 그래도 어딘가 쓸데가 있지 않을까요?”
“쓸데는 개뿔!”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했던가.
그때는 헛소리하지 말라며 라헬에게 화를 냈는데, 정말 그 애견용품을 사게 됐다.
– 대형견이 좋아하는 초대형 뼈다귀!
‘이게 진짜 쓸모 있어지는 날이 올 줄이야…’
솔직히 이름부터 정말 쓸모없어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최현석은 아이템의 상세 설명을 확인했다.
□ 대형견이 좋아하는 초대형 뼈다귀설명 : 대형견이 좋아하는 초대형 뼈다귀다.
능력 : 대형견이 좋아한다. 대형견의 호감을 살 수 있다.
필요 용사 포인트 : 30
성의라고는 쥐똥만큼도 없는 설명임에도 최현석은 웃음이 실실 나왔다.
“이거라면 가능해…!”
최현석이 생존하기 위해 세운 계획 첫 번째.
일명 보보와 놀아주기 작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