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ist Running Through Time RAW novel - Chapter (40)
EP 2 – 기타
“···문인섭 학생을 입양하시길 원하신다고요?”
“네, 맞아요. 이번에 TV 나온 그 아이요. 얼마나 똑똑해 보이던지!”
부부가 사람 좋게 말했지만 방정아 선생은 눈을 가늘게 떴다.
입양은 한국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행위다.
가문의 존속을 중시하는 동양적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문의 재산을 (날 줄 것이지) 생판 남에게 준다며 친척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머리 검은 짐승’ 데려다 키워봤자 결국 핏줄 찾아 떠나버린다는 비웃음도 받고,
남의 자식 키워줄 돈으로 본인이나 챙길 것이지 참 미련하다는 말도 듣는다.
이 모든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의학적 문제로 자녀를 가지지 못하는 부부가 자신들의 사랑을 세상에 나눠주려 결심한 것일 수도 있고.
종교적이거나 인본주의적인 박애博愛를 품은 이들이 소외된 아이를 돌보기 위해 결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력 착취, 성적 착취, 다자녀 국가 지원금을 목적으로 입양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숫자는 적지만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보육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입양 희망자들을 꼼꼼하게 살펴 보고 의심하는 편이다.
새빛늘봄보육원의 보육교사 방정아 또한 그런 의심에는 도가 텄다.
그녀는 그녀가 아이들을 사랑하는만큼 입양 희망자들을 의심한다.
“네··· 그렇군요···”
화제의 방송 이후, 문인섭을 입양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수십 명 넘게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판으로 찍어낸 듯이 똑같았다.
오늘도 그 속내가 뻔히 보인다. 정말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과는 표정부터가 다르다.
눈 앞에 있는 부부는 새로의 아이와의 만남을 앞두고,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한편으론 기대감으로 가득 찬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두근거리는 얼굴이 아니라···
“빨리 만나볼 수 있을까요?”
금괴를 눈앞에 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방정아는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친절한 서비스 미소를 지어보였다.
“죄송합니다. 문인섭 학생 본인이 입양을 원치 않는 상황이라서요···”
“그, 그게 돼요?”
방정아는 그 물음을 대충 이렇게 해석했다. ‘우리가 특별히 아이를 입양해 주겠다는데 그쪽에서 감히 거절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
방정아는 ‘그럼 당신들이 사랑이 아니라 돈을 이유로 아이를 데려가려는 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반박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럼 혹시 다른 아이를 입양하시는 건 어떠세요?”
어때? 못하겠지? 그럼 나가.
-라는 뜻이다.
다행히 일반적인 성인은 이러한 비언어적 표현을 충분히 이해할 지능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추악한 속내가 남에게 들켰을 때 부끄러워할 도덕성도 있다.
그래서 부부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더 알아보고 올게요.”
“그러셔요. 헤헤.”
방정아는 마지막까지 헤실거리는 미소로 그들을 배웅했다. 보육원의 직원이 입양 희망자를 박대하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니까. 그게 가슴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수많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니까.
그래서 방정아는 그들이 떠나고 나서야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휴우……”
이게 뭐람.
다른 아이는 어떠세요?
더 알아보고 올게요?
이게 마트에서 나올 이야기지 보육원에서 나올 말인가?
이럴 때마다 직업에 회의감이 든다.
그나마 저 사람들은 점잖은 축에 속했다. 방정아는 찌푸려진 미간을 손으로 꾹 꾹 누르며 최근 며칠 사이 들은 폭언들을 떠올렸다.
– 대체 왜 입양을 안 해주겠다는 건데! 내가 데려가서 키우겠다니까? 설마 당신네들 걔한테 들어오는 후원금이 탐나서 이러는 거야?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딨어!
– 일단 한 번 만나게만 해달라니까요! 얼굴이라도 봐야 설득이 될 거 아니에요! 확실해요! 그 애도 날 보면 부모가 가지고 싶지 않겠어요?
온갖 인간군상들이 보육원에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본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방송을 보자마자 보호욕구가 샘솟았다던데, 그들의 시뻘건 눈동자는 그들의 진짜 목적이 ‘돈’임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하아…”
이따금 영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큰 돈을 번 아역배우나 노인들이 우글우글 몰려드는 범죄자들 때문에 신세를 망쳤다는 이야기를 종종 인터넷에서 봤다.
그런데 그게 우리 보육원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방정아는 다음 방문객을 맞이했다.
역시나, 문인섭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특이하게도 부부가 아니라 중년 남성 혼자였다. 아니지. 엄밀히 따지면 특이할 것도 없다. 최근 법이 바뀌며 입양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되었고, 돈을 위해 천재를 원하는 사람은 미혼자 중에도 많았으니까.
다만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아는데도 혼자서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굉장히 간절한 사람이고, 그만큼 독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이다.
방정아는 간단하게 첫인사를 나누고서 똑같은 레퍼토리로 방문객을 돌려보내려 했다.
“죄송합니다. 문인섭 학생 본인이 입양을 원치 않는 상황이라서요···”
“아. 입양 때문에 온 건 아닙니다.”
“네? 앗, 죄송합니다···”
눈 앞의 중년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방정아의 말실수를 감싸줬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가 보군요? 선생님께서 순간 착각하실 정도로요. 이거 참…”
“하하하…”
“제가 보기에 그 아이는 이미 홀로 자립할 수준으로 성장해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조금 특별한 방식의 후원을 제안드리려 왔습니다.”
중년인이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소개가 너무 늦었군요. 소설가 구학준이라고 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소설을 가르치고 있지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