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ist Running Through Time RAW novel - Chapter (52)
EP 2 – 기타
비가 올 때는 공원 정자나 쇼핑몰에서 비를 피했다. 다행히 근처 아파트 단지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두 사람은 나무로 된 기와 아래에 숨었다.
회색 도시를 내려다보는 회색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소년이 뒤늦은 궁금증을 드러냈다.
“왜 이름이 없어?”
소년은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기타를 손질하는 중이었다. 인근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기타다.
“이름이 없는 게 아니야. 아직 안 정한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소녀는 기타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지금껏 불린 이름이 아예 없던 건 아니야. 예림이, 해솔이, 민지, 봄이, 지혜··· 여러 가지 있었지. 근데 그건 그냥 동네 옮겨다닐 때마다 동사무소나 무료급식소 사람들한테 둘러대는 이름이었어. 내 가족들은 나를 ‘야’, ‘너’, ‘딸’ 이렇게 불렀지.”
“왜?”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이름이 바뀌곤 했거든. 나이트 삐끼나 유흥업소 여자들은 다 가명을 쓴단 말야. 우리도 물장사 했으니까 매번 가명을 바꿨어.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서로 이름을 잘 안 부르더라고.”
나이트가 뭐고 삐끼가 뭐고 유흥업은 뭐고 물장사는 뭔지. 소년은 모르는 단어들이었지만, 소녀는 그게 뭔지 물어볼 때마다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네가 알기엔 너무 이르다며 자신을 무시하곤 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그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다는 듯이, 한참 소년을 놀리다가도 문득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곤 하는 것이다.
소년은 그게 싫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소녀가 슬픈 미소를 짓기 전에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그 기타는 대체 왜 들고 다니는 거야? 제대로 치지도 못하면서.”
소녀가 주워온 기타는 악기라기보다는 구걸의 도구였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기타를 들고 쪼그려 앉아, 팅- 팅- 소리만 내는 것이다.
치지도 못하는 기타를 대체 왜 들고 다니는 건지 소년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그건 말이지.”
“뭐가?”
“사람들은 말이야, 기타를 안 들고 있을 때보다, 기타를 들고 있을 때 동전을 더 많이 던져준다고.”
“연주도 안 하고 들고만 있는데?”
“그래.”
“대체 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사람이 더 이뻐 보이나 보지.”
기타 손질을 마친 소녀가 그제서야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쳐다보았다.
“좋아! 내일은 어디 갈래?”
“음. 동물을 보고 싶어.”
“어떤 동물?”
“귀여운 거.”
“그럼 산으로 가자!”
“좋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