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ist Running Through Time RAW novel - Chapter (56)
EP 2 – 기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임양욱은 문인섭의 시선이 가슴에 꽂히는 듯했다.
“……”
“……나도 저렇게 조질 줄은 몰랐지.”
촬영장 구석의 그늘 속.
문인섭과 임양욱은 긴급 회의를 이어갔다. 문인섭이 ‘지이이-’ 레이저 같은 눈빛을 쏘면 임양욱이 지레 변명하는 식이었다.
“……”
“···영화사업부 애들이 분명 기깔나게 뽑아준다고 했단 말이야.”
“……”
“난 잘못 없어! 이 회사가 잘못된 거야! 백승원 사장이 개똥철학으로 회사에 독을 풀었다고!”
“……”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줘.”
결국 임양욱이 백기투항했다. 소년은 그제서야 인상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와중에도 촬영장 쪽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 싸인이 나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그게 말이다···”
일반적으로 소설이 영화화가 되기 위해서는 원작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 후, 출판사와 프로덕션이 줄다리기를 하며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하지만 백학엔터는 ‘출판사’가 아니라 엄연한 ‘연예기획사’였다. 사업 방침이 훨씬 유연하고 기민하다.
그리하여 백승원 사장의 지시에, 영화사업부는 곧장 출판매니지먼트부의 2차저작권을 받아와, 기획사 자체 프로덕션에 외주해 곧바로 영화 제작에 돌입했다.
다만 공정한 계약을 위해 백학엔터의 계약서는 원 저작권자의 ‘거부권’을 똑똑히 명시한다.
유연한 사업을 위해 일일이 허락을 받진 않겠지만, 원작자가 그걸 캔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당연하게도.
을이 갑에게 대들긴 힘들다.
“현실적으로 그건 어렵지···”
“대기업 진짜 치졸하네요.”
“근데 넌 예외야.”
이런 조항은 사실 아이돌의 얼굴 사진을 학용품에 박아넣을 때 일일이 허락을 구하지 않기 위해 계약서에 첨부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문인 작가의 경우는 다르다. 보유한 원 저작권이 회사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음원이 아니라, 순수하게 본인이 창작한 저작물이기 때문이다.
“네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어. 말만 해. 엎을까?”
“그럼 좀 밉보이지 않을까요?”
“너한텐 말할 수 없는 음습한 방법을 동원하면 영화사업부 애들 피를 쪽쪽 말릴 수 있단다.”
“하아···”
그렇다고 이대로 끼어들어 난장판을 벌이기엔 걸리는 점이 너무 많다.
이미 촬영이 진행 중이지 않은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끼어들어 저 사람들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기에는, 내가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그저 영문 모를 이유로 시간을 달려 과거로 되돌아온 소설가일 뿐이다.
아무리 저 사람들이 영화를 실시간으로 말아먹고 있다지만, 그냥 말아먹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회사에서 시킨 업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나는 저 영화가 ‘내 것’이라는 생각도 딱히 들지 않았다. 내가 온전히 소유한 것은 내 글이었지, 내 글을 모방한 영화 따위가 아니다.
그런 미묘한 기분으로 촬영장 구석에서 영화가 실시간으로 조져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끝에.
결국 사건이 터졌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내요!”
“너 그게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조금만 더 작품을 연구할 시간을 주세요! 대본을 3일 전에 받아서 아직 체화가 안 됐어요! 하루만! 아니, 몇 시간만이라도 천천히 고민할 시간을···!”
그리고 내 망설임도 끝났다. 마음의 저울이 기운다.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 프로덕션 사람들의 사업을 엎어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와중에 꿋꿋하게 예술을 하려는 동지의 등을 밀어주는 건 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술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외로운 길을 가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예술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면 이야기가 더 편하죠. 저는 출판매니지먼트부의 2차 저작권을 영화사업부가 공유하는 데 동의하지 않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