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ist Running Through Time RAW novel - Chapter (71)
EP 3 – 마검님! 제발 절 조종해주세요!
오도독. 오도독.
딱딱한 과자를 씹는 소리.
그리고 사라락 책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서재의 모습은 이 공간의 주인이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현직 대학 교수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구학준도 대학에 있는 사무실은 말끔하게 정리한다. 집에서까지 그런 노력을 쏟기는 싫을 뿐이다.
그래서 구학준은 혼란스럽게 정리된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표현이다) 자기 책상에서 맛동산을 까먹으며 문인 작가의 ‘기타’를 읽었다.
“크으으···”
맥주가 따로 필요 없다. 청량한 문체와 파릇파릇한 감정선, 도시의 이면을 후비는 섬세한 통찰력이야말로 진정 알코올 같은 중독성을 품은 음료였다.
‘이걸 어떻게 초등학생이 썼지?’
대학생이 썼다고 해도 당장 납치해서 대학원생으로 만들고 싶어질만한 소설이다.
어찌나 소설이 알찬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새록새록 눈에 들어온다.
구학준 교수가 수업시간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
행간의 텅 빈 공간에도 글을 쑤셔넣어라-
-라는 가르침을 문인은 이미 체득하고 있던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천재야, 천재···”
그리고 그 천재는 그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문단이란 조직이 하나의 거대한 세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백학예중과 백학예고 문창과는 구학준의 인맥이 충분히 장악한 곳이었다.
문인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도 있었고, 아예 조기졸업을 시켜서 일찍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흐흐…”
문인 작가가 내 손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구학준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는 한국 문단의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샤워하다가도 문인 작가 생각만 하면 미소부터 나온다.
다만 구유빈은 아버지의 미소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다 퍼줄 것 같은 미소를 짓는 게 영 아니꼬웠기 때문이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문인섭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어머니와의 불화에서 생긴 결핍을 아버지와의 결속을 통해 충족하려는 욕구가 발현되었군요. 그 근거는 당신이 쓴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라며 장광설을 풀어놓기 시작했겠지만, 천만다행히도 이곳엔 문인섭이 없었다.
그래서 구학준은 구유빈의 눈치를 보며 책을 덮고 어색하게 웃었다.
“너도 알잖니. 마음 맞는 작가를 찾아낸 기분을.”
“그래도 그렇지 팬심이 너무 과하신 거 아녜요? 문인 작가 학교까지 정해줬다면서요?”
“그건 그냥 후학 기르는 마음으로···”
“후학을 기르려고 보육원 찾아가서 봉사활동까지 하셨어요? 김치도 담그셨다고 하던데.”
“하하, 봉사활동이 나쁜 건 아니잖니?”
구유빈은 졸지에 아버지와 동생을 문인 작가에게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건방진 꼬맹이···!
“아빤 그렇다 쳐도 유나 걔는 왜 저러는 거래요? 어떻게 문인 때문에 학교까지 따라 들어가?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전학까지 가면서?”
“하하···”
“유나 옹고집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빤 대체 왜 걔 말을 들어준 거예요?”
“마침 잘 됐잖니. 둘이 나이도 같은데, 한 명은 조기졸업이고, 한 명은 빠른년생이고··· 글 좋아하는 아이들끼리 어린 시절부터 교류하면 서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지 않겠니?”
“둘이 붙여주려는 건 아니고요?”
“유빈아···”
구학준이 온화하게 웃으며 구유빈의 이름을 불렀다. 부드러운 방식의 훈계다. 구유빈은 내내 까칠하게 굴던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죄송해요.”
“네가 조금만 이해해 주렴. 유나는 아직 어린애잖니. 좋아하는 작가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을 수도 있지. 동생 너무 못살게 굴지 말고.”
“제가 언제 못살게 굴었다고 그래요!”
구유빈은 툴툴거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버지를 보며 살풋 웃었다.
“그런데 유나가 문인 작가를 좋아한다고요?”
“응? 그렇지 않니?”
“제가 봤을 땐 아닌데요?”
* * *
“왜 안 죽였어?”
“……응?”
“기타를 든 소녀. 죽이는 게 맞지 않나?”
알고 있다.
내 눈앞의 구유나는 내가 알던 구유나가 아니다.
설령 맞더라도, 이미 그녀를 떠나보낸 내가 무슨 염치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러니 떠나는 게 맞다.
나는 나의 삶을 살고,
구유나는 구유나의 삶을 살아가는 게 맞다.
그저 먼 발치에서 그녀의 모습을 지켜만 보는 것···
그거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서 거리를 두려고 하니,
대뜸 다가와버렸다.
구유나가.
“난 죽이는 게 맞다고 보거든.”
“그, 그게 무슨 소리니, 유나야?”
아직 내게 변변한 자기소개도 하지 않은 구유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안주머니에서 책을 꺼내 내밀었다.
‘기타’였다.
“소녀는 소년의 꿈이잖아? 그럼 닿을 수 없는 종착지로 남는 게 더 낫지 않나? 그대로 생사불명이 되거나 죽는 편이 더 깔끔했을 텐데.”
자, 상황을 정리해보자.
방금 온 전학생이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뚜벅뚜벅 걸어와서 반 최고 유명인사에게 독서토론을 걸고 있다.
이때 다른 학생들의 반응은?
– 쟤 뭐야···
– 나, 저 애 누군지 알아. 구학준 교수 막내딸···
– 왜 저래?
– 백일장 심사위원한테 엄청 싸가지 없게 굴었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 저놈 저 저 당최 무슨···!
– 죽일까? 반장?
– 침착해라. 몸부터 나서는 게 네 나쁜 버릇이다.
사방에서 온갖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오죽하면 내 이마에서 진땀이 흐를 정도다.
하지만 구유나는 내게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고서 언뜻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대체 왜 소녀를 살려서 마지막에 소년이랑 만나게 한 거야? 갑자기 마지막이 일본 로맨스 소설처럼 되어버렸잖아. 혹시 타협한 거야?”
“어··· 음···”
“사인은 깔끔했어. 어둠 속에 침잠하는 듯한 묵직한 하이라이트. 하려면 할 수 있잖아. 그런데 대체 왜 기타의 마지막을 그렇게 망친 거지? 사람들 보기 좋으라고? 혹시 어두우면 무조건 예술적인 줄 안다는 얄팍한 비판을 신경 쓰는 거야?”
구유나의 비판이 거세질수록 이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심각해졌다.
언뜻 보기엔 시비 거는 것처럼 보이니 당연한 일이다. 크게 싸움이 나기 전에 선생님을 불러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까지 내 귀에 들렸다.
하지만 ‘구유나 언어학’과 ‘구유나 행동심리학’을 마스터한 내 눈에는 진정한 속뜻이 보였다.
저 무표정한 얼굴은 사실 무표정이 아니다. 내가 봤을 때 저건 ‘아쉬움’이었다.
“으응. 그랬구나…”
세상에 나쁜 구유나는 없다. 따뜻한 관심과 엄격한 훈육은 구유나의 정제되지 않은 공격성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래서 나는 따스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기타 결말이 마음에 안 들었구나?”
“응.”
“그럼 나머진 다 좋았다는 뜻이네?”
“……응.”
“고마워.”
“응!”
커뮤니케이션. 성공!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마친 구유나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만족스럽고 뿌듯한 기색이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녀석은 휙 뒤돌아 선생님이 가르쳐 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걸음걸이는 ‘뚜벅뚜벅’이라는 말보다 ‘아장아장’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내 기억 속 구유나는 무의식적으로 20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건만, 실제 10년 전의 구유나는 내 상상 이상으로 조그마했다.
“완전 애잖아···?”
나는 구유나가 실수로 자기 짝궁 자리에 앉았다가, 뭐라뭐라 질책을 듣고 무표정하게 옆자리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며 앞날이 훤히 보이는 듯했다.
저 녀석.
아무래도 학교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
* * *
문창과에서 글을 가르치는 방법은 창작과 감평이다.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평가하며 배우는 것이다.
평가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타인의 의견을 견식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으니 온갖 중상모략이 판치기로 소문 난 모둠활동 치고는 꽤 생산적인 축에 드는 편이다.
다만 글쟁이란 부류가 원체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서로의 글을 평가하며 까내리다 보면 사소한 말다툼과 폭력, 폭행, 폭언, 조롱, 투척, 오열, 살해협박 따위가 오가는 일도 다반사다. 한국이 총기 소지 허가 국가가 아닌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문창과 전공강사가 오늘도 평소처럼 잔혹한 배틀로얄을 선언했다.
“자, 오늘은 감평 시간이에요~”
해석: 잘 알아들었겠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원래 어린 아이를 마굴에 던져 놓고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겨루게 하는 건 동양 고전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교육법이다. 쓰촨성의 당씨 일가가 이런 교육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져 있다.
백일장도 크게 보면 저것과 다르지 않다. 다른 아해들의 글을 베어가르며 시산혈해 속에서 기어나온 인재가 문인섭이었으니 조금 잔혹하더라도 어쨌거나 성능은 확실한 교육법인 것이다.
다만 소년은 반로환동을 한 고수였기 때문에 내공의 3할을 숨기는 법을 알았다. 마음만 먹으면 같은 조원들 모두 입도 뻥긋 못하게 도륙을 내버릴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혈사를 일으켜 업보를 쌓는 일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강호무림, 아니, 문단에 출사한 구유나는 경우가 달랐다.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어마어마한 문재文才,
언니를 보며 무럭무럭 길러낸 열등감과 살심殺心.
그런 것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공을 드러내 혈겁을 불러 일으키고야 만 것이다.
“별론데.”
“뭐?”
“기본이 안 되어 있잖아. 대사가 전부 한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은 건 둘째 치고, 주어와 서술어도 똑바로 배열 못하면서 왜 소설을 쓰는 거지?”
“그, 그건···! 시적 허용이야! 청인하처럼! 너 그것도 모르니?”
“알아. 근데 네가 청인하야? 라는 말은 안 할게. 모든 사람에겐 각자의 문학이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청인하 글 별로 안 좋아해. 주술 관계가 엉망이라 읽기 힘들거든. 너처럼.”
문인섭의 귀에는 구유나의 말이 ‘아무리 유명한 문학가라도 단점이 있다. 막연한 동경으로 남의 글을 따라하지 말고,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 뿌리가 튼튼한 글을 쓰자’라고 해석되었지만,
그건 문인섭이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다가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지 남들 귀에는 곧이 곧대로 들렸다.
그 이후로도 구유나의 무자비한 손속은 멈추지 않았다.
“주인공의 행동 방향이 왜 마지막에 바뀌어? 결말을 감동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야? 억지로 인물을 비트니까 이야기가 다 망가졌잖아.”
“소설이 철학적인 척을 하지만 결국 인생 살기 힘들고, 엄마아빠 밉다는 게 전부 아니야? 그건 그냥 감정의 배설이지 철학이 아니야. 독특한 발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지. 이 소설은 실패했지만.”
“넌 잔혹성과 문학성을 구분할 줄 모르는 것 같네.”
그날, 유나는 두 명의 학생을 울렸다.
전학 첫 날이었다.
* * *
“어머, 유나는 짝이 없니? 선생님이랑 할까?”
시금치 색깔 체육복을 입고 테니스 라켓을 든 소녀는 무뚝뚝한 얼굴을 도리도리 저었다.
“그냥 벽에다 칠게요.”
“그, 그래···?”
유나는 테니스 라켓과 공을 들고서 체육관 구석의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남들이 둘씩 모여 연습할 때 혼자 벽보고 테니스를 쳤다.
놀라운 점은, 우리 문창과가 짝수라는 것이다. 짝수를 2로 나눴는데 나머지가 생겼다. 이것이 문과의 수학이다.
이런 산술적인 기적과 비슷한 일들이 구유나의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사물함에서 쓰레기가 나오며 물리법칙을 희롱했고, 액체가 아니라 고체인 게 분명한 지우개와 연필 따위가 증발하기도 했으며, 격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청소당번에 매주 연달아 걸리는 모습을 보면 유나도 나처럼 시간의 뒤틀림에 휘말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유나는 왕따가 됐다. 아버지의 휘광을 초월할 정도로 파멸적인 인간관계 관리능력이 스스로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어휴···”
첫 만남 이후, 구유나와 거리를 두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지만, 같은 반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아이가 눈에 들어오곤 했다.
오늘도 구유나는 혼자서 급식을 먹고 있었다. 워낙 무표정한 탓에 혼자 밥먹는 와중에도 당당해 보였지만, 좋아하는 소시지 야채볶음이 나왔는데도 저렇게 깨작깨작 먹는 걸 보면 속마음을 알 만 하다.
간신히 버림 받은 고양이 같은 구유나를 외면했지만, 교실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그녀는 혼자였다.
그런데 그날 오후.
학교가 끝나기 직전.
“아! 맞다! 우리반 전학생 두 명!”
담임이 마지막 조회 시간에 나와 구유나를 호명했다.
담임교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공지했다.
“두 사람, 혹시 가입하고 싶은 동아리는 있니? 필수는 아니지만, 우리 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아주 활발하거든-”
-이라는 설명이 이어지기도 전에 반 아이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전부 나를 향한 환호성이었다.
“우리 동아리 와!”
“인섭아! 우리 문창과 애들끼리 만든 동아리 있어! 독서토론동아리인데-”
“야! 그게 왜 문창과 동아리야! 니네 패거리 동아리지!”
“소설창작동아리 로고스! 로고스! 로고스 들어와! 제발! 너 없으면 망해!”
나는 환호성의 가운데에서 구유나를 바라보았다.
무신경한 담임이 우리 두 사람을 콕 찝어 일으켜 세웠기 때문에, 반에서 기립한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반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외면 당하는 중인 구유나의 표정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젠장.
이번 생엔 멀리하려고 했는데.
“선생님, 동아리는 따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 * *
단편영화, 사인이 개봉된 이후 김별의 일상은 조금 바뀌었다. 흥행은 망했어도 연기력을 증명하며 일거리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래서 단편영화 돈 안 된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영화는 결국 영상매체고, 눈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보고서 판단할 수 있다.
돈이 되는 영화든, 돈이 안 되는 영화든, 일단 잘 찍으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김별은 꽤 이름값 높은 영화감독의 상업영화에 조연으로 캐스팅되는 기회를 받고서 현재 사측에 협상을 맡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보다 김별을 기분 좋게 만드는 건, 연기과 3학년 학생들이 김별의 단편영화를 보고서 그녀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사인 봤어?
– 역시 경력은 무시 못하나 봐···
– 유치한 배역만 하는 줄 알았는데.
– 연기 엄청 늘었더라. 나만 모르고 있었나···
김별은 반 구석 창가 자리에서 새침하게 앉아,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휘날리는 것을 느끼며, 무심한 얼굴로 반 아이들의 수군거림을 경청하고 있었다.
눈은 창문 밖을 향했지만, 모든 감각이 청각에 집중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김별은 반에 외부인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김 선배.”
“무, 뭐야? 왜 왔니?”
문인이었다.
소년이 김별에게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서명하세요.”
“뭔데?”
“동아리를 하나 만드려는데 사람이 4명은 있어야 한대서요. 일단 3명은 모았어요. 나랑 유나랑 김 선배요.”
“무, 무슨 동아리인데? 아니, 나 애초에 싸인도 안 했고···”
“대중문화예술연구동아리인데, 김 선배가 부장이에요. 빨리 싸인해요.”
“응···”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