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1
100화.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으하하하! 이 친구 이거 걸작이로군! 말을 어찌 이렇게 재미있게 하나!”
풍진호가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박장대소했다. 술에 상당히 취한 듯 그의 얼굴이 대추처럼 붉었다.
“풍 선생님께서 잘 들어주시니 제가 더 흥이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 맞습니다. 하하하.”
반대편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술잔을 기울이는 느긋한 표정의 백수룡과 바짝 긴장한 표정의 명일오가 앉아 있었다.
풍진호가 긴장한 명일오의 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라 주며 말했다.
“자네도 백 선생처럼 편하게 마시게. 오늘은 내가 다 살 테니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괘, 괜찮습니다.”
명일오는 선배 앞에서 혹시 실수라도 할까 봐 몸을 사리려고 했지만, 백수룡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어허. 일오 너 지금 풍 선생님의 호의를 무시하는 거냐? 풍 선생님이 거지로 보여?”
“예? 형님 그게 아니라…….”
“아니면 빨리 마셔야지. 그리고 더 많이 마셔야지. 그래야 분위기도 살고, 풍 선생님 기분도 좋아지고, 이 자리에 우리가 온 의미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겠냐.”
더불어 가게 매상도 팍팍 올라가고, 그 돈이 결국 백수룡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올 테고 말이다.
“백 선생 말이 맞네. 내 주머니 사정은 걱정 말게. 오늘 밤 자네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취기가 충분히 올라야 하지 않겠나?”
“역시 풍 선생님. 그런 의미에서 술이랑 안주를 좀 더 시켜도 되겠습니까?”
“앞으로 물어보지 말고 시키게.”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씨익 웃은 백수룡은 점소이를 불러 가장 비싼 술과 안주를 주문했고, 풍진호의 표정을 살짝 당황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허허……. 자네는 참 배포도 크군.”
“부담스러우시면 안주는 취소할까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자네들에게 하룻밤 술 정도 못 살 것 같은가!”
풍진호는 쉼 없이 술을 들이켜는 한편, 자신의 풍성한 수염을 쓸어내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십 년이나 길러온 수염은 그의 가장 큰 자랑이었다. 동료 강사들에게 황금 열 관을 준다고 해도 자르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여러 번 있을 정도였다.
백수룡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이야. 풍 선생님은 수염이 참 잘 어울리십니다. 저는 수염이 잘 안 나는 체질이라 마냥 부럽습니다.”
“허허! 자네도 나이가 좀 더 들면 풍성해질 것이네.”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비단결 같은 것이 따로 관리도 하시나 봅니다. 선배님. 비법이 있으면 좀 알려 주십시오.”
“흠흠. 사실 꾸준히 영양 관리를 해 줘야 하네. 자주 감고 말리는 것도 기본이고, 내 자주 가는 약방이 있는데…….”
그렇게 한참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술병이 몇 병이나 비워진 후에야, 풍진호는 지나가듯 툭 본론을 꺼냈다.
“내가 왜 자네들만 불렀는지 짐작 가는 이유가 있나?”
지금 술자리에 있는 임시 강사는 두 명뿐이었다.
백수룡과 명일오.
풍진호는 식당에 있던 악연호와 제갈소영에게는 따로 자리를 마련하자고 말하고, 두 사람만 불러서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째서 자신들만 이 자리에 불렀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풍진호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말 하면 미안하네만, 자네들은 그다지 좋은 배경을 가지지 못한 강사들이지.”
“…….”
“음…….”
백수룡은 가만히 듣고 있었고, 명일오는 뭔가 불만인 듯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 표정을 본 풍진호가 급히 설명을 더 했다.
“명가장이 작은 문파라는 것이 아니네. 하지만 제갈세가나 산동악가에 비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명일오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풍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마찬가지네. 자네들 섬서의 풍운방이라고 들어 보았나?”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풍운방이 풍진호와 연관된 곳이라는 것 정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 잔씩 받게.”
풍진호는 두 사람의 잔에 술을 가득 따라준 후에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한잔 쭉 들이켠 후 그가 말을 이었다.
“……무림에서 학관을 가장 크게 벌이는 가문이 어디인지 알고 있나?”
“남궁세가입니다.”
명일오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는 평소에 무림의 정세는 물론 학관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즉시 나온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풍진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맞네. 창천검왕을 비롯해 남궁세가의 많은 고수들이 강사 일을 하고 있지. 남궁세가에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리는 고수들만 해도 열이 넘는다는 것을 아나?”
“……그렇게 많습니까?”
백수룡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풍진호가 그의 잔에 술을 채워 주며 말했다.
“혈교가 망한 이후, 무림은 평화로운 시기로 접어들었네. 중심을 잃은 사파의 세력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다 몰락하고, 정파의 협객들은 두려울 것 없이 악인들을 처단했지. 마적들도 녹림도 대부분 숨을 죽였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참 재미있지.”
풍진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그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빛났다.
“사파가 힘을 잃으면 정파도 힘이 약해진다네. 누가 사파로부터 민초들을 구해 줄 것이며, 그 명목으로 보호비를 걷을 것인가. 한마디로…….”
풍진호는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즉, 수입이 줄어들었단 말일세. 정파의 이름난 문파와 가문들이 입은 타격이 가장 컸지. 그러다 눈을 돌린 것이 바로 학관이야.”
“…….”
“오대학관이 생겨난 것도 그때부터지. 말로는 다시 혈교가 부활했을 때를 대비해 무림의 동냥들을 양성하니 어쩌느니 했지만, 망한 혈교가 대체 왜 부활한단 말인가? 다 핑계지.”
혈교에 관해선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백수룡은 일단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이제 보니 하나도 안 취했군.’
풍진호가 취해 보였던 것은 겉모습일 뿐, 그는 처음부터 내공으로 취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단지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려고 취한 척했을 뿐이다.
‘고수다. 무공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백수룡은 풍진호를 경계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더욱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습니까?”
“결국 오대학관이 세워진 이유는 무공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야. 그래서 내가 이 자리에 악 선생과 제갈 선생을 부르지 않은 것이네.”
“저어, 풍 선생님. 전부 돈 때문이라는 건 지나친 해석이 아닌지…….”
“남궁세가가 하는 짓을 보고도 아니라고 생각하나?”
풍진호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변했다. 명일오가 입을 다물었다.
“남궁세가는 시작일 뿐이네. 점잔빼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들도 점점 학관업에 뛰어들고 있지. 아닌가?”
“그건…… 사실입니다.”
“돈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인맥이네. 요즘 무공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관에 다니네. 일인전승의 무공은 거의 사라지고, 체계적인 교육 방법이 발전했지. 그런데 학관을 졸업한 아이들은 어디로 가나?”
풍진호는 술로 목을 축인 후에 자문자답했다.
“수준이 더 높은 학관으로 진학하거나, 추천을 받아서 문파로 들어가네. 물론 표국이나 상단에 취업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성공은 대문파의 정식 제자가 되는 것이지.”
혈교가 사라지고 무림이 태평성대에 접어들면서, 무공을 익히는 이유도 점점 변화했다.
‘생각보다 시대가 많이 변했군.’
백수룡은 지금껏 무공을 잘 가르치는 것을 생각했지, 제자들의 장래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다면…….
백수룡의 생각이 깊어지는데 풍진호가 말을 이었다.
“학관업이란 궁극적으로 구대문파의 배를 불리고 세력을 불리는 일이 되었네. 결국 가진 놈들이 계속 돈을 쓸어 담지.”
풍진호의 입에서 냉소적인 말들이 쏟아졌다.
전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상상해 보지 못한 말들이었다.
‘남궁수 파벌의 이인자인 줄 알았더니…….’
오히려 남궁수가 속한 남궁세가에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남궁수는 이 사실을 알까?
‘알 리가 없지.’
백수룡은 매극렴이 풍진호에 대해서 해 준 또 다른 말을 떠올렸다.
-남궁수 파벌이라고 불리지만, 남궁 선생은 그 중심에 있을 뿐 별다른 것은 하지 않는다. 실세는 풍진호다. 그가 여론을 만들고 강사들을 선동하지.
‘고작 실세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요.’
처음 봤을 때 풍진호는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은 사내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차갑게 웃으며 눈을 빛내고 있는 이 사내는, 상상 이상으로 교활하고 야망이 있는 사내였다.
‘이곳에 나랑 일오만 부른 건…….’
백수룡은 풍진호가 무엇을 원하는지 대략 짐작이 되었다.
“나는 더 늦기 전에 중소 문파의 강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보네.”
“…….”
꿀꺽.
명일오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이런 식으로 우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군.’
백수룡은 술잔 속의 술을 들여다보며 의뭉을 떨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저희가 힘을 합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내 자네들에게만 하는 이야기지만.”
풍진호가 묘한 눈빛으로 웃었다. 그의 얼굴에서 취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청룡학관은 오래가지 못할 걸세.”
“코, 콜록!”
“명 선생. 뭘 그리 놀라는가. 여기 오면서 이런저런 소문을 못 듣지 않았을 것 아닌가.”
“무슨 말씀을…….”
“청룡학관은 내년부터 천무제에 초대받지 못할 것이네. 올해 초 오대학관 전체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지.”
“…….”
처음 듣는 이야기에 두 사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백수룡도 이런 이야기는 노군상에게도, 매극렴에게도 들어 보지 못했다.
“천무제는 거기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이 매우 크지. 비록 십 년째 꼴찌라고 해도, 청룡학관이 그곳에 참가하기에 오대학관에 포함될 수 있는 거였어.”
“……달리 말하면 천무제에 참가하지 못하면 청룡학관은 더 이상 오대학관에 포함되지 못한단 소리군요.”
풍진호는 백수룡을 바라보며 웃었다.
“자네의 선전포고대로 우리가 올해 우승이라도 한다면 달라지겠지만……. 나는 백 선생의 당당함을 좋아하지만, 그와 별개로 매우 현실적인 인간이거든.”
천무제 우승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청룡학관은 내년부터 천무제에 참가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무림의 후기지수들은 더 이상 청룡학관에 오지 않을 것이고, 명성과 재정이 줄어든 청룡학관은 지금의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감축을 거듭하겠지. 길어 봤자 5년……. 그 후엔 파산이야.”
실로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
명일오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백수룡도 술잔을 내려놓았다.
“저희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자네들과 길게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지. 앞으로 5년 동안, 내가 든든히 자네들 뒤를 봐주겠네.”
“……5년 후엔?”
백수룡은 이 질문에 나올 대답이, 풍진호가 자신들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모든 인맥과 재산으로 새로운 학관을 세울 생각이야. 그때 자네들을 영입하고 싶다네.”
“…….”
“…….”
하룻밤 술자리에서 듣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였다.
두 사람의 표정이 복잡해진 것을 본 풍진호가 껄껄 웃었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졌군. 기녀들이라도 좀 불러야겠어. 내 제안은 천천히 생각해 보게.”
풍진호는 누가 말리기도 전에 기녀들을 불렀다.
백수룡은 기녀들이 오기 전에 질문을 던졌다. 그는 풍진호라는 인간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었다.
“저희가 내일 당장이라도 소문이라도 내면 어쩌려고 이런 이야기를 다 해 주십니까?”
백수룡의 대담한 도발에 풍진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자네 같으면 임시 강사가 하는 말을 믿겠나? 아니면 이십 년 동안 학관에 헌신한 내 말을 믿겠나?”
“이십 년이나 계셨는데 왜 관주나 부관주가 아닌 겁니까?”
백수룡은 풍진호의 정치력이라면, 충분히 관주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꼭 무공이 강해야만 학관주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한 십 년 전까지는 그런 생각도 있었지. 그런데 그때부터 청룡학관이 내리막길을 걷더군.”
풍진호가 수염을 몇 번 쓰다듬더니 독주를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학관이 망하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학관주가 첫째요, 부관주도 피할 수 없겠지. 그리고…….”
누구를 말하고 싶은지 알아챈 백수룡이 대답했다.
“일타강사도 타격이 크겠죠.”
“역시 말이 잘 통해서 좋군.”
풍진호는 연달아 독주를 들이켰다. 그 모습은 마치 독을 몸 안에 품으려고 일부러 들이켜는 독사처럼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소매로 입가의 술을 슥 닦아낸 풍진호가 말했다.
“남궁수를 청룡학관에서 쫓아낼까 하는데.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 눈빛은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