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2
101화. 인성 나오네명일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 누굴 쫓아낸다고요?”
풍진호가 그의 빈 잔을 채워 주며 짓궂게 웃었다.
“다 들었으면서 어째서 되묻는 것인가.”
“농담……이시죠……?”
“내가 농담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할 정도로 실없는 사람은 아닐세.”
“그럼 정말로 남궁수 선생님을…….”
흔들리는 눈동자와 떨리는 손.
명일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에 반해, 백수룡은 흥미로워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풍 선생님. 어떻게 남궁수를 쫓아내시려는 겁니까?”
“……자네는 놀라지도 않는군. 신입이 너무 그러면 재미가 없어.”
“그래서 마음에 안 드십니까?”
풍진호가 피식 웃으며 백수룡의 잔에도 술을 가득 부었다.
“천만에. 자네처럼 마음에 드는 신입은 아주 오랜만이야.”
풍진호는 진심으로 백수룡이 마음에 들었다.
훤칠한 외모, 누구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당당함, 게다가 실력까지 갖춘 신입.
‘이 녀석은 물건이다. 미래의 일타강사감이야.’
강사 생활만 이십 년을 해 온 그의 경험이 말해 주고 있었다.
백수룡은 어느 학관을 가더라도 인기를 끌 수 있는 강사가 될 거라고.
그러니 지금 반드시 잡아 둬야 한다고 말이다.
“당장 남궁수를 쫓아낼 생각은 아니네. 내년이나 내후년. 제 발로 청룡학관을 나가게 해야지.”
그 계획에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와 별개로, 백수룡은 호기심이 생겼다.
“어째서 제 발로 나갑니까?”
“청룡학관의 실패에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게 모양도 좋아.”
그 말에 백수룡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제가 남궁수를 잘 안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실패 좀 한다고 포기하고 도망칠 녀석으로는 안 보이던데요.”
“안 나가면 나가게 만들어야지.”
풍진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말했다시피 나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출신들을 좋아하지 않아. 태어날 때부터 온갖 영약에, 벌모세수에, 고수들로부터 무공 지도를 받으며 자란 그들은 저절로 고수가 되지.”
“인생이 원래 불공평한 것 아닙니까.”
백수룡의 지적에 풍진호가 껄껄 웃었다.
“내가 그걸 모르겠나……. 모르는 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놈들이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출발점이 다르다.
하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열심히 노력했다고, 그 노력으로 인해 강해졌다고, 너희도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왜 하지 않느냐고 선한 얼굴로 묻는다.
“나는 그들의 위선이 역겹다네. 누구보다 좋은 환경에서 수련해 경지를 쌓았으면서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자신들 이외의 무인들을 게으르고 무지한 자들처럼 생각하면서 아닌 척 내려다보는 낯짝이 아주 역겨워.”
풍진호의 눈빛은 차갑지만 내뱉는 말은 뜨거웠다.
그의 말을 들으며 명일오는 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 역시 중소 문파의 일원이었으니까.
반면에 백수룡은 다른 것을 느꼈다.
‘열등감이군.’
풍진호의 실력은 대략 절정 초입.
충분히 고수라고 불릴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남궁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남궁수는 청룡학관에 온 지 오 년 만에 일타강사가 되었네. 실력이 좋아서? 물론 그렇지. 하지만 남궁세가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렇군요.”
백수룡은 이야기를 한번 끊어 줄 필요성을 느꼈다.
그가 풍진호의 잔에 술을 채워 주며 말했다.
“그런데 저는 남궁수를 어떻게 나가게 할 것인지 여쭸는데,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군요.”
“이런, 내가 잠시 흥분했나 보군. 너희는 잠시 대기하거라!”
아까 풍진호가 부른 기녀들이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풍진호는 그들을 잠시 물러나게 한 다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방법이야 많지. 학관의 돈에 손을 댔다가 걸릴 수도 있고, 여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추문이 돌 수도 있고, 가르치던 학생이 주화입마에 걸릴 수도 있지.”
“그, 그건…….”
“예를 들면 그렇다는 것이네.”
풍진호는 놀라는 명일오에게 빙긋 웃어 준 다음, 백수룡이 따라 준 술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상대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자, 한잔 더 마시게.”
“감사합니다.”
먹이를 노리는 뱀.
백수룡이 풍진호를 보면서 떠올린 느낌이었다.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움직여야 할 순간에만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먹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구렁이.
‘이런 일도 처음은 아니겠지.’
분명 남궁수 이전에도 풍진호에게 당한 강사가 있었을 것이다.
풍진호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나를 가늠하고 있나?”
“피차일반 아닙니까.”
백수룡이 풍진호를 가늠하듯, 풍진호도 백수룡이란 인간을 마주하며 가늠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이용할 가치가 있는지.
손을 잡아도 될 만한 상대인지를 파악하는 시간.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교환했다.
더욱 적극적인 쪽은 풍진호였다.
“자네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야. 자네와 남궁수는 이미 견원지간이 아닌가. 게다가 자네의 무공은 검법. 결국 남궁수의 자리를 빼앗아야 하지.”
딱히 검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백수룡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같은 과목에 일타강사를 두 명씩이나 두지 않는다네. 천무학관이 아니고서야 말이야.”
“남궁수가 있다고 제가 일타강사가 못 될 것 같습니까?”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로 갈 필요도 없지 않겠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군요.”
백수룡이 피식 미소를 짓자, 명일오가 옆에서 전음을 보냈다.
[형님. 진심으로 풍진호와 손을 잡을 생각이십니까?]백수룡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음을 사용하기 위해 입술을 움찔하는 순간, 풍진호가 그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번…….”
잠시 생각을 정리한 백수룡이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해야겠군.”
풍진호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지금은 백수룡이 콧대를 높게 세우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품 안에 거둘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외조부 말고는 변변찮은 뒷배도 없는 놈이 내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는 백수룡과 공손수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복잡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지금부터는 편하게 마시도록 하세. 들어오너라!”
문밖에서 물러나 대기 중이던 기녀들이 들어왔다.
풍진호는 자연스럽게 기녀 하나를 옆에 두고 몸을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수룡은 옆에 앉은 기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풍 선생님.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별건 아닙니다만.”
“무엇이든 편하게 물어보시게.”
“풍 선생님은 왜 무공을 가르치는 일을 하십니까?”
“돈 때문이네.”
풍진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는 기녀의 젖가슴에서 시선도 돌리지 않으며 백수룡에게 물었다.
“내가 속물이라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솔직해서 좋습니다.”
“어차피 내 실력으로 강호에서 유명한 고수가 될 수도 없고, 무공 외엔 다른 재주도 없으니 이 일을 선택했네. 해 보니 적성에도 맞고 수입도 짭짤하더군.”
고급 기루에서 마음껏 술을 마시고 기녀를 부르는 것만 보아도, 풍진호의 수입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녀를 주물러대던 풍진호가 고개를 돌려 백수룡을 바라봤다.
“반대로 묻지. 자네는 이 일을 하려는 이유가 뭔가?”
“……예전에는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혈교의 무공 교관 시절.
무인으로서 생명이나 다름없는 단전을 다쳤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에서라도 반드시 쓸모를 보여야만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공을 가르치는 교관이었다.
“예전에 그랬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말인가?”
“……글쎄요.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돈 걱정도 크게 없어졌고, 무림에서 명성을 날리는 것에도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럼 이 일을 왜 하나?”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도, 백수룡은 정확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애들 굴리는 게 재미있어서?”
풍진호는 그 대답이 별것 아닌 것으로 들렸는지 가볍게 웃어넘겼다.
“명심하게. 돈이 있어야 고민도 할 수 있고, 선택도 할 수 있는 거라네. 그리고 자네엔 일타강사가 될 자질이 있어.”
“그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푸하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
껄껄 웃은 풍진호는 옆에 앉은 기녀를 확 끌어안아 무릎에 올렸다.
본격적으로 희롱이 시작되자 기녀가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대인. 저는 몸 파는 창기가 아닙니다. 술 시중만…….”
“알았다. 웃돈을 얹어 주면 될 게 아니냐.”
“그런 말씀이 아니오라…….”
“알았다니까.”
풍진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녀의 옷을 벗기려고 들었다.
“대, 대인. 제발 이러지 마세요…….”
무림인에게 겁먹은 기녀가 파들파들 몸을 떨면서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백수룡이 차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풍 선생님. 그 이상 하시면 좋은 자리에서 괜한 소란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흥이 달아나는군. 썩 꺼져라!”
풍진호는 기녀를 거칠게 밀어냈다.
소매로 눈물을 훔친 기녀가 백수룡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방에서 나갔다. 다른 기녀들도 함께 물러났다.
독주를 단숨에 들이켠 풍진호가 코웃음을 쳤다.
“흥. 어차피 물렁물렁한 몸에는 별 흥미가 없어.”
풍진호는 방금 자신을 거절한 기녀 때문에 화가 나 보였다.
“자네들도 알겠지만, 무공을 익힌 몸이 훨씬 더 안는 맛이 있지. 안 그런가?”
“……예?”
“…….”
혀로 아랫입술을 핥은 풍진호의 입에서 본격적인 음담패설이 흘러나왔다.
그는 남자들끼리 이 정도 이야기는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무공을 익힌 아이들은 몸매가 달라. 유연하고 탄력이 있지. 내 이십 년 강사 생활의 몇 안 되는 즐거움이라네.”
“지금 무슨 말씀을…….”
“…….”
“에이. 다 알면서 그러나.”
백수룡은 말없이 웃으며 풍진호를 바라봤다.
그 의미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 풍진호가 흐흐 웃었다.
“역시 자네는 아는군. 하긴, 그 얼굴에 여학생이 꼬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많이 꼬이긴 했지요.”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 말에 풍진호가 눈을 반짝였다. 그는 백수룡의 미소가 유독 차갑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호오. 비법이 있으면 좀 알려 주게. 지금껏 몇 명이나 품어 봤나?”
“……몇 명이나 품었을 것 같습니까?”
“마음만 먹었으면 기백 명도 넘을 것 같군. 부러워. 나도 자네처럼 젊고 잘생겼으면 학관의 여학생들을 실컷…….”
“새끼, 이거 이제야 인성 나오네.”
“응?”
갑자기 바뀐 백수룡의 말투에 풍진호가 당황했다.
피식피식 웃던 백수룡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완전히 쓰레기였구만.”
중소 문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할 때만 해도 공감은 갔다.
남궁수를 쫓아낼 계획을 이야기할 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 그건 백수룡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하는 꼴과 말을 들어 보니,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쓰레기라고 했나?”
“그래. 이 쓰레기야.”
“아무래도 술을 과하게 마신 것…….”
그 순간, 백수룡은 전광석화처럼 옆에 있는 술병을 들어 풍진호의 머리를 내리쳤다.
와장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