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3
102화. 재미있겠네술병이 산산조각이 나고, 풍진호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커헉!”
쓰러진 찢어진 풍진호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자리에서 일어난 백수룡이 탁자를 넘어 그에게 걸어갔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다른 술병이 들려 있었다.
“몇 명이나 품어 봤냐고?”
“이런 미친놈이……!”
풍진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백수룡의 움직임이 훨씬 더 빨랐다.
빠악!
이번에는 코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풍진호가 비틀거렸다.
백수룡은 그를 발로 걷어차 벽으로 밀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친 풍진호가 바닥에 쓰러지며 소리쳤다.
그 위에 올라탄 백수룡이 본격적인 매질을 시작했다.
빠악! 빠악! 빠바바박!
“커헉! 컥! 갑자기 왜 이러는……!”
“몰라서 물어, 이 새끼야?”
풍진호는 몸을 웅크리고 두 팔로 얼굴만 간신히 가렸다.
내공을 끌어올릴 시간도 없었다.
백수룡은 술병으로, 그릇으로, 손에 닿는 대로 잡아서 던지고 때렸다. 나중에는 그냥 주먹으로 때렸다.
“개만도 못한 새끼가, 누구를 같은 취급을 해.”
백수룡은 오랜만에 제대로 화가 난 모습이었다.
사납게 웃는 그의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
몸을 웅크린 풍진호는 감히 반격은 못 하고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 거냐!”
“하? 이 새끼가 아직 덜 맞았네.”
풍진호의 옷은 술과 음식, 피가 범벅이 되어 오물투성이가 되었다.
단정했던 머리는 다 풀어헤쳤고, 자랑인 수염도 엉망이 되었다.
무림의 고수들이라고 보기 어려운 개싸움.
방 안이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형님! 그만하세요!”
그때 명일오가 달려들어 백수룡의 허리를 잡고 뒤로 끌어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떨쳐내고 계속 팰 수 있었지만, 패다 보니 화가 좀 풀린 백수룡은 못 이기는 척 뒤로 물러났다.
“후우…….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지저분해진 손을 탁탁 터는데, 옆에서 명일오가 귀신이라도 본 얼굴로 소리쳤다.
“형님.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너도 같이 들었잖아. 저 새끼가 뭐라고 하는지.”
“……그렇다고 사람을 이렇게 패면 어떡합니까.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끄으윽…….”
마침 정신을 차린 풍진호가 벽에 손을 기대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뭐, 뭐 이런 미친놈이…….”
“미친놈? 아직 덜 맞았지?”
백수룡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풍진호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러나 곧 자신의 추태에 얼굴을 붉히고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부지불식간에 기습을 당해서 맞은 것이지, 무공으로 겨뤄서 진 것이 아니다.’
풍진호는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전의 싸움은 무공 대결이 아니었다고.
절대로 자신이 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비겁한 놈. 뒷골목 파락호처럼 기습이나 하다니.”
“뭐?”
그 어이없는 변명에 백수룡은 낄낄 웃었다.
가식을 완전히 걷어낸 그의 목소리가 차가운 칼날처럼 서늘했다.
“그럼 밖에 나가서 정정당당하게 붙어 볼까? 목 위에 달려 있는 그거 걸고?”
풍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런 애송이의 도발에 넘어갈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그가 나직이 말했다.
“……백수룡. 네 외조부를 믿고 이리 날뛰는 것이냐?”
검치 매극렴.
청룡학관 강사들 중에서도 뛰어난 무공을 지닌 검수이자, 재학생들에겐 공포의 대상이고, 많은 졸업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스승.
학생주임 매극렴이 백수룡의 외조부라는 사실은 이제 학관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네 외조부가 너를 지켜 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여기서 할아버지가 왜 나와?”
풍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는 백수룡은 매극렴을 믿고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감히 신입 강사가 자신에게 이런 미친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이미 관주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력과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도, 매극렴이 왜 아직도 학생주임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나처럼 때를 기다려서? 천만에.”
“흐음.”
백수룡은 일단 들어 보기로 했다.
뭔가 단단히 착각한 모양인데, 굳이 오해를 풀어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매극렴이 계속 학생주임으로만 남아 있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이유가 뭔데?”
“완고하고 엄격한 성격 탓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지. 매극렴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
매극렴은 평생 검과 학생지도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무인이었다.
그는 학관 내의 권력이나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강사들 중에서도 매극렴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다고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즉, 너는 줄을 잘못 잡았다는 말이지.”
풍진호가 엉망으로 부은 얼굴로 흉물스럽게 웃었다.
그는 당한 것을 갚아 주기 위해 백수룡을 자극했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잘난 자존심 때문에 딸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은 못난 인간 아닌가? 너라고 다를 것…….”
그 순간, 백수룡의 기세가 일변했다.
“……진심으로 죽고 싶다는 말이지?”
푸른 장포가 부풀어 올랐다.
방 안에 어지럽게 흩어진 술병이며 집기들이 마구 날아다니기 시작하고, 날카로운 기세가 한 점으로 집중되었다.
스르릉.
백수룡은 검을 뽑아 풍진호의 미간을 겨눴다.
“어디 더 지껄여 봐.”
“너, 너, 나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든.”
저벅.
백수룡은 한 걸음 다가가자 풍진호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사나운 살기에 자기도 모르게 반응한 것이다.
“곧 죽을 인간에게 들을 만한 건 아니잖아?”
“으으…….”
풍진호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백수룡에게 무공으로 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정당당하게 붙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떨리는 다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털썩.
결국 그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백수룡을 그를 내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역시 너 같은 쓰레기는 살아 있는 가치가 없어.”
“사, 살려…….”
백수룡이 성큼 다가서며 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형님.”
그 앞을 막아선 명일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이상은 정말 안 됩니다.”
“비켜.”
“강사들 간에 살인이라니요. 학관이 뒤집힐 겁니다. 형님도 쫓겨나게 될 거라고요.”
“…….”
“많이 화가 나신 것 압니다. 하지만 제 얼굴을 봐서라도 참아 주십시오. 자리에 같이 있었던 저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명일오의 얼굴을 바라본 백수룡이 한숨을 내쉬고 검을 집어넣었다.
“……그건 생각을 못 했다.”
저런 쓰레기 하나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지만, 고작 이런 일로 앞길이 창창한 두 강사의 경력을 망칠 수는 없었다.
“허억……. 허억…….”
죽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풍진호가 숨을 몰아쉬었다.
그 얼굴은 한순간에 십 년은 더 늙은 듯 보였다.
백수룡이 그를 보며 말했다.
“하나 말해 줄까? 당신 제안에는 처음부터 별 흥미가 없었다.”
“……어째서?”
“전제부터가 틀렸거든. 청룡학관이 망할 거라니. 예산만 해도 올해부터 두 배로 늘어날 거다.”
“……어째서?”
풍진호는 백수룡의 든든한 후원자인 공손수의 정체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청룡학관 내에서 그 정체를 아는 강사는 노군상, 곽철우, 남궁수뿐이었다.
“그리고 내년부터 청룡학관이 천무제에 초대받지 못할 거라고? 그래도 상관없어.”
“……어째서?”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
풍진호는 멍한 표정으로 백수룡을 올려봤다.
그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신을 비웃는 모습을 보았다.
“올해에 청룡학관이 우승할 텐데. 내년에 우릴 초대하지 않으면, 청룡학관이 영원히 우승자로 남을 테니까.”
“하, 하하…….”
풍진호는 엉망이 된 꼴로 허탈하게 웃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정도가 아니라, 주제도 모르게 오만한 녀석이었군.”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실상은 열등감에 찌든 추한 인간보다야 그게 낫지.”
“……그래.”
풍진호는 시체처럼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그는 텅 빈 눈동자로 백수룡을 마주 보았다.
“자네……. 이제 보니 아주 대단한 고수였군. 언행에 그만한 자신감이 있는 것도 이해하겠어. 하지만 말이지…….”
백수룡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죽일 마음이 없다.
그 사실을 깨닫자, 풍진호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저 녀석 때문에라도.’
힐끗 명일오를 본 풍진호가 다시 백수룡을 바라봤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다시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약한 인간은 약한 인간대로 방법을 강구하는 법일세. 앞으로 내 모든 능력과 인맥을 동원해서 자네를 이쪽 업계에서 매장시킬 생각인데. 어떤가? 이 자리에서 날 죽일 텐가?”
풍진호는 마치 죽여 보란 듯 백수룡을 도발했다.
잔뜩 독기가 차오른 눈빛이었다.
두려움에 떨던 방금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에 당황할 만도 했지만, 백수룡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어디 마음대로 해 보시든가.”
“……기대해도 좋네.”
풍진호는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에 물로 수염을 씻은 후 방을 나섰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의 안색이 시체처럼 창백하고 생기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힘든 분위기에 아무도 그를 가로막지 않았다.
풍진호가 기루의 정문을 나서기 전, 백수룡이 다시 그 앞을 가로막기 전까지는 말이다.
“잠깐 기다려.”
“……또 뭔가. 이제 와서 싸움을 걸려고…….”
“갈 땐 가더라도 여기 술값은 계산하고 가야지.”
“…….”
“참, 부서진 술병이랑 그릇값도 함께 계산해 줘.”
백수룡은 무복의 안주머니를 뒤집어 먼지를 탈탈 털어 보였다.
“우린 임시 강사라 벌이가 시원찮거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풍진호가 결국 품에서 전낭을 꺼냈다.
“여기 계산 좀 해 주게.”
계산을 마친 풍진호가 백수룡을 돌아보며 말했다.
“백 선생. 내가 조언 하나만 해도 되겠나.”
“얼마든지요.”
풍진호가 계산한 액수를 본 백수룡이 흐뭇하게 웃으며 존댓말로 대답했다.
풍진호가 그 미소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네가 이번에 맡은 강의 말일세.”
“……?”
“최소 수강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강의는 폐강된다네.”
“…….”
“간혹, 정말 간혹 그런 일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해 주는 말일세.”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풍진호가 기루를 나섰다.
* * *
다음 날 아침.
학관 곳곳 게시판에 붙은 수강 신청 목록에, 신규 강의 하나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거의 비슷한 이름의 강의.
심지어 같은 요일, 비슷한 시간대로 배정된 수업이었다.
그걸 본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풍 선생님 강의가 새로 나왔네?”
“어. 나 이거 들으려고 했는데…….”
“그런데 백 선생님 강의랑 시간이 겹치는데?”
“둘 중 하나만 들으려면 풍 선생님 강의가 났지.”
“근데 교양인데 큰 차이가 있나?”
“너 그거 몰라? 풍 선생님한테 찍히면…….”
학생들의 반응은 당연히 둘 중 하나라면 풍진호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날 밤 함께 있었던 명일오가 굳은 표정으로 백수룡을 돌아봤다.
“형님. 이거…….”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게시판을 바라보는 백수룡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맺혔다.
“재미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