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6
105화. 기대되는데“……내 자네들에게 엄중히 경고하겠네.”
노군상이 내뿜는 기세에, 방 안의 공기는 숨 막힐 듯 무거웠다.
청룡학관주는 자신의 앞에 나란히 앉은 두 강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자네들의 기 싸움이 한 번만 더 청룡학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로 이어진다면, 둘 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내 말 알아듣겠나?”
“…….”
관아에서 포두가 출동해 청룡학관 강사를 체포해 갈 뻔했던 사건은, 뒤늦게 도착한 노군상과 난향이라는 기녀가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흐지부지되었다.
정확히는 백수룡이 청천과 난향에게 전음으로 지시를 내린 것이었지만 말이다.
「오라버니. 이걸로 은혜는 갚았어요. 나중에 술 한잔하러 오세요. 그땐 제가 살게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난향이 남기고 간 쪽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백수룡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한쪽 눈을 찡긋하고 떠났다.
“관주님.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이자가 그 기녀와 짜고 저를 모략하기 위해 헛소문을 퍼트렸…….”
“풍 선생.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풍진호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했으나, 노기가 충천한 노군상 앞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츠츠츠츳…….
무시무시한 기운이 노군상에게서 흘러나와 풍진호를 짓눌렀다.
풍진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과, 관주님…….”
“갈! 너희가 그날 기루에 있었다는 것은 확인했다. 정확한 사정은 궁금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너희가 청룡학관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는 것이다!”
노군상의 사자후로 새파랗게 질린 풍진호 옆에서, 백수룡은 얌전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풍진호는 그 모습이 가증스러워 손을 파르르 떨었다.
‘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함께 구설수에 휘말렸지만, 이번 사건으로 훨씬 더 손해를 본 쪽은 두말할 것 없이 풍진호였다.
풍진호에겐 이십 년간 강사 생활을 해 오며 쌓은 명예가 있었다.
반면 백수룡은 이제 막 신입 강사가 된 애송이.
경력이라고는 이제부터 시작될, 잃을 것도 없는 몸이었다.
노군상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자네들의 강의 계획서를 보았네. 거의 똑같은 내용에 시간대도 비슷하더군. 대체 누굴 위한 강의인가?”
“…….”
노군상의 서슬 퍼런 눈빛에 두 강사는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노군상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렇게 하겠네. 자네들의 강의를 2주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둘 중 평가 점수가 떨어지는 쪽은 폐강하겠네.”
“예?”
“관주님?”
당황한 두 강사가 눈을 부릅뜨고 노군상을 바라봤다.
그러나 노군상은 반론 따위 듣지 않겠다는 듯 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폐강된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남은 강의를 듣게 할 것이니 그리 알게. 내 결정에 불만이라도 있나?”
두 강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결국 평가가 높은 쪽이 두 수업의 학생들을 독차지하게 된다는 이야기.
두 사람 다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둘 다 내 말 명심하고, 이만 나가 보도록.”
싸늘한 축객령에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주실을 나오자마자 풍진호에게서 싸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는 백수룡을 돌아보며 말했다.
“설마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풍진호는 더 이상 가식적인 표정조차 짓지 않았다.
물론 백수룡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씨익.
“당연한 소릴. 이제부터 막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적이 된 후로 서로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한 방 먹였다고 기고만장하구나. 널 파멸시킬 방법이 소문 몇 개 내는 것이 전부인 줄 아느냐?”
“왜? 살수라도 고용하시게?”
“굳이 죽일 필요가 있을까. 평생 후회하게 해 주는 쪽이 더 내 취향인데.”
“생각이 나랑 비슷하시네. 나도 편하게 끝내줄 생각은 없거든.”
“이 하룻강아지가…….”
두 사람의 설전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어지지 못했다.
“두 분. 관주님과 이야기는 끝나셨나요?”
복도 끝에서 학부모회 회장 서리애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도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풍진호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현이 어머님. 절 기다리셨군요. 아까 일은 제가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서리애가 볼일이 있는 쪽은 풍진호가 아니었다.
“풍 선생님. 죄송하지만 백수룡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자리를 좀 비켜 주실래요?”
“……예?”
눈동자가 화등잔만 해진 풍진호가 빠르게 말했다.
“혀, 현이 어머님. 우선 제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시면…….”
“죄송하지만 구차한 변명까지 들어드려야 할 만큼 제 시간이 많진 않답니다.”
평소에도 차가웠지만, 지금 서리애의 말투에는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가 백수룡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백수룡 선생님.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백수룡은 반듯한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둘 사이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 풍진호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년이……!’
불과 한 시진 전만 해도 백수룡을 쫓아내야겠다고 말하던 서리애였다.
그랬던 그녀의 태도가 한순간에 돌변했다.
그 기녀와 백수룡이 기루에서 있었던 일을 폭로했기 때문일까?
‘아니, 이 여자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아.’
서로 하루 이틀 본 사이가 아니다.
풍진호가 어떤 인간인지,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새삼 그의 도덕성에 흠을 발견해서 이런 대우를 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다.
‘내게 백수룡에게 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백수룡이라는 패가 의외로 괜찮아 보이니 한번 알아보려는 것이다.
동시에 풍진호 자신을 향한 경고이기도 했다.
이 정도 일도 똑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다는 경고.
‘이 풍진호를 우습게 보는군.’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그 사실을 깨닫자 오히려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여기서 화를 내거나 서리애에게 매달리는 것은 최악의 수.
오히려 조용히 물러나 반격을 준비해야 할 때다.
“……현이 어머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풍진호는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 후 순순히 물러났다.
서리애는 그 뒷모습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백수룡을 향했다.
“올해 수석 입학한 아이의 개인 과외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위지천에 관한 이야기는 청룡학관 학부모회에서도 유명했다.
‘올해 수석인 위지천이 신입 강사 백수룡의 집에서 숙식하며 무공 과외를 받았다더라.’
‘예순여섯이나 된 노인을 합격시켰다더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벌써 그런 소문이 자자했다.
실제로 그 후 적지 않은 개인과외 요청이 들어왔지만, 백수룡은 학관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천이의 재능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입니다.”
“겸손하셔라.”
백수룡의 겸손한 대답에 서리애는 부채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
“과한 겸손은 오히려 교만해 보인답니다. 역대 최고령 합격자를 만든 것도 재능 때문이었다고 말씀하실 건가요? 저는 이런 면에서는 솔직한 분이 좋아요.”
“그러시다면.”
그 순간, 백수룡의 입가에 맺혀 있던 반듯한 미소가 살짝 뒤틀렸다.
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넘치는, 보기에 따라 거만하다고도 느낄 수 있는 미소였다.
“내숭은 그만 떨겠습니다. 사실 제 능력이 뛰어나긴 합니다. 풍진호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죠.”
서리애는 그의 대담한 대답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풍 선생님에겐 이십 년간 다방면으로 쌓아 온 인맥이 있어요. 강의 실력도 괜찮은 편이고요. 백 선생님껜 뭐가 있죠?”
대답이 중요한 순간.
이 대답 여하에 따라, 백수룡에 대한 학부모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백수룡을 바라보는 서리애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신중하게 대답해야 할 거야.’
그러나 서리애의 예상과 달리, 백수룡은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뛰어난 무공, 명석한 두뇌, 화려한 언변, 훌륭한 인성, 강의에 집중하기 좋은 수려한 외모……. 더 말씀드릴까요?”
긴장은커녕 여유롭기만 한 그의 대답에, 서리애는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감과 패기는 마음에 드네요. 그냥 간덩이가 부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녀의 칭찬인 듯 비꼬는 듯 애매한 말에, 백수룡은 씩 웃으며 말했다.
“말로 해 봤자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켜보십시오. 제가 청룡학관을 바꿔 놓을 테니까요.”
“흐음…….”
서리애는 백수룡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청룡학관을 천무제에서 우승시키겠다고 한 발언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물론 어림도 없는 이야기겠지만.’
그 이후로 청룡학관에 여러 가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서리애가 입을 열었다.
“우리 현이는 4학년이라 아마 선생님께 수업을 듣진 못할 거예요.”
“방백현 학생. 매우 뛰어난 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청룡학관에서 유명한 학생들의 이름 정도는 백수룡도 이제 대부분 알고 있었다.
방백현.
작년 학생회장으로, 지난해 천무제에서 청룡학관이 최소한의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방백현 덕분이라고 들었다.
아들의 이름이 나오자 서리애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언젠가 무림맹주가 될 아이랍니다. 잘 부탁드려요.”
“훌륭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백수룡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조금 당황했다.
‘무림맹주라고?’
과거 사파의 정점이 혈마신교의 교주인 혈마였다면, 정파 무림의 정점은 무림맹주다.
하지만 사파와 달리 무림맹주는 무공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강력한 무공, 인망, 정치력까지 겸비되어야 올라갈 수 있는 위치.
어쩌면 사파의 지존보다 되기 어려운 것이 무림맹주였다.
‘아들을 무림맹주로 만들겠다라…….’
아직 방백현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서리애의 눈에서 느껴지는 야망은 용암처럼 뜨거웠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무림맹에 같은 학관 출신의 수하들이 많을수록, 우리 현이도 더욱 힘을 받지 않겠어요?”
청룡학관 졸업생들은 모두 미래의 무림맹주인 방백현의 수하가 될 것이다.
서리애는 수십 년 후의 미래까지 그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꿈꾸듯 몽롱했다.
‘……괜히 찬물을 뿌릴 필요는 없겠지.’
백수룡이 부드럽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곧 청룡학관에서 큰 인물이 나오겠군요. 제가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답변이었는지 서리애가 빙긋 웃었다.
“말씀만으로 감사해요. 학생들을 잘 가르쳐 주시는 것이 곧 우리 현이를 도와주는 일이랍니다.”
그녀는 백수룡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 보면서, 그에 대한 평가를 끝냈다.
‘젊고, 패기 넘치고, 지금까지 보여 준 실력도 괜찮고, 풍진호에게 한 방 먹인 걸 보면 여간내기도 아니야.’
그렇다고 풍진호와 완전히 척을 지면서까지 백수룡을 편들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학부모회는 두 분의 개인적인 갈등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겠어요. 부디 모든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랄게요.”
즉, 앞으로 둘 중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백수룡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맺혔다.
‘이 정도면 충분해.’
풍진호의 가장 강력한 연줄이었던 학부모회가 중립을 선언했다.
또한 서리애와 개인적으로 안면을 트기도 했으니, 백수룡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확이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죠.”
몸을 돌린 서리애는 바닥을 미끄러지는 듯한 보법으로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얇은 살얼음이 맺혔다.
백수룡은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보통 아줌마가 아니네.”
특히 아들에 대해 말할 때 서리애의 눈빛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백수룡은 과거 저런 눈빛을 한 무인을 본 적이 있었다.
‘심마(心魔)에 빠진 사람의 눈.’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눈빛만 보고 무인이 심마에 빠졌는지 정확히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그녀의 말투나 행동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으니까.
……다만 아들을 향한 지나친 집착이 보일 뿐.
“뭐,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지.”
백수룡은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꽉 찼으니까.
그는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은 풍진호도 허튼짓을 못 하겠지.’
기녀 난향의 고발로, 백수룡에게 쏟아지던 경멸의 시선이 모두 풍진호에게로 향했다.
여기에 노군상의 엄중한 경고도 있었으니 풍진호도 한동안은 몸을 사릴 것이다.
즉, 백수룡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일단은 최소 수강 인원부터 채워야겠네.”
다섯 명.
대충 숫자만 채워서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
이왕 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인재들로 수강생을 채울 생각이었다.
백수룡이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벌써부터 기대되는데.”
다음 날 아침, 백수룡은 당소소에게 의뢰한 명단을 건네받았다.
거기에는 세 명의 이름과 백수룡에게 필요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