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2
11화. 녹림십팔식운철(隕石).
별똥별이 떨어진 곳에서 아주 드물게 얻을 수 있는 광물로, 천운이 닿아야만 구할 수 있는 기물이다.
운철을 제련해 만든 병기는 절정고수의 검기는 물론이고, 대장장이의 실력에 따라 강기마저도 버텨 내는 신병(神兵)이 된다.
지난 생에서, 나는 단 한 번이지만 운철로 만든 무기를 본 적 있었다.
‘혈마검…….’
나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내 가슴을 파고들었던 서늘한 감촉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혈마의 가공할 내력을 견뎌내는 것은 물론, 그가 펼치던 초식의 위력을 더욱 증폭시켜 주던 신병.
이 몸에서 깨어난 후로, 나는 가끔 멍하니 의미 없는 가정을 해 봤다.
그때 혈마의 손에 들린 검이 운철검이 아니었다면…….
아니, 최소한 내게도 같은 검이 들려 있었다면…….
‘다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지.’
어쨌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은 혈마검을 만드는 데 사용된 것과 같은 금속이라는 것이다.
‘아주 같은 것은 아니지만…….’
혈마검에 사용된 운철은 은은한 붉은빛이 돌았는데, 온천 속에 있는 운철은 은은한 푸른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저것이 운철이라고 확신했다.
운철 이외에 저런 신묘한 기운을 내는 광물이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이 돌이 뭔데 아까부터 넋이 빠진 거냐?”
아버지가 내 눈앞에 손바닥을 흔들며 물었다.
의술과 영약 등에 해박한 아버지였지만, 운철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건…….”
나는 잠시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괜히 어설프게 알고 있다가, 어디 가서 특이한 돌을 봤다고 이야기라도 꺼내면 큰일이니까.
“운철이요.”
“운…… 뭣?”
아버지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본 적은 없어도, 무림인이라면 운철이 어떤 기물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까.
“운철이라니. 이 녀석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제 말이 농담 같아요?”
내 심각한 표정을 본 아버지의 표정도 서서히 굳었다.
아버지는 내가 어떻게 운철을 알아볼 수 있는지 묻지 않았다.
백수룡이야 워낙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무림 관련 서적을 읽고, 기행도 많이 한 녀석이니까.
잠시 말이 없던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감당할 수 없는 보물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이게 정말 운철이라면, 절대 우리가 감당할 물건이 아니다.”
보물은 화를 부른다.
절대고수의 비급, 바위를 두부처럼 자르는 창칼, 그런 창칼을 튕겨내는 호신갑, 백 년의 공력을 향상시켜 주는 영물의 내단 등.
보물이 나타날 때마다 무림은 많은 피를 흘렸다.
운철 역시 그런 보물에 속했다.
“이게 세상에 나간다면…… 수많은 무인이 운철을 차지하기 위해 피를 흘릴 것이다. 이걸 발견한 우리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암시장 같은 곳에서 조용히 처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말에 아버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중간한 장물이라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이 정도 되는 보물이라면 구매자가 분명 우리를 찾을 것이다. 살인멸구를 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렇겠죠.”
나도 혹시나 해서 해 본 말일 뿐, 아버지의 생각에 동의했다.
운철을 팔러 암시장에 갔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확률이 높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도 조금 안심한 반응이었다.
“이곳을 만드신 기인께서도 그 사실을 알기에 운철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신 것일 거다. 그리고 진법으로 이 장소를 아예 숨기신 거겠지.”
……아니, 그건 아닌데.
맹사부가 운철을 알아볼 안목이 없을 정도로 멍청해서 그런 건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나는 다르게 말했다.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설마 이걸 가지고 나가잔 거냐? 네가 정녕 무림에 피바람을 일으키려고……!”
“안 팔고 갖고만 있으면 되죠.”
“위험하게 그런 짓을 왜 해!”
아버지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머릿속으로 떠올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펼쳤다.
“……우리가 그냥 가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이걸 발견할 거예요. 마침 백운산은 저희 마을에서 멀지도 않으니, 운철의 소문을 들은 무림인들이 우르르 몰려오겠죠.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백운산을 뒤지면 운철이 더 나올지도 몰라. 그러니 산을 샅샅이 뒤져 보자. 오호, 마침 가까운 데 마을이 있으니 한동안 여기서 묵어야겠군!”
“무슨…….”
아버지의 낯빛이 굳었다.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중에는 정파인도 있겠지만 패악을 부리는 사파 놈들도 있겠죠. 부녀자들을 희롱하고, 조금만 화가 나도 칼을 빼 들고 싸움을 벌이는 놈들. 그거 아버지가 다 막으실 수 있어요?”
“…….”
나는 표정은 굳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시겠어요? 이걸 발견하고 외면한다면, 이 이후에 벌어질 혈사에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요.”
“허. 궤변이 정말 그럴듯하구나.”
“정말 궤변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 않으셨겠죠.”
아버지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지금은 시골 마을에서 호신술이나 가르치고 있지만, 한때는 무림 오대학관에서 수학했을 정도로 뛰어난 정파의 후기지수였던 아버지.
그가 학관에서 배운 의와 협은 이런 상황에서 고개를 돌리라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희가 가져가서 잘 숨겨 두자고요. 이런 신비로운 분위기만 아니면, 촌구석에서 이걸 알아볼 사람이 대체 누가 있겠어요? 실제로 아버지도 이게 뭔지 모르셨잖아요.”
과장은 있을지언정, 내 말에 틀린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눈빛이 흔들리는 아버지에게 쐐기를 박았다.
“저희 둘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버지 방에 장식해 놔도 아무도 몰라요. 그냥 사부님이 예쁜 돌 하나 가져다 놨구나 하겠지. 그러니까…….”
“알았다.”
조금 더 설득해야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버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체념한 표정의 그가 날 보며 피식 웃었다.
“네 성격에 안 된다고 하면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울 것 아니냐.”
……진작 그렇게 할걸.
입 아프게 괜히 떠들었잖아.
아버지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가져가자꾸나. 네 말대로 잘 숨겨 두면 되겠지.”
“네!”
나는 물속에서 운철을 꺼내 행낭에 넣고 단단히 여몄다.
운철을 정말 집 안에 숨겨만 둘 거냐고?
‘미쳤어? 청룡학관 갈 때 슬쩍 챙겨가야지.’
내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운철을 활용할 여러 방법이 떠오르고 있었다.
통째로 녹여서 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쇠와 섞으면 무기 몇 개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 혈마검도 검신 전체가 운철이 아니라 한철(寒鐵)을 섞어 만든 것이었다.
‘아니면 조금 작은 무기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도 되지. 남은 거로는…….’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내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그럼 돌아갈까요.”
운철과 대호의 내단은 행낭에 넣어 내가 메고, 하수오 세 뿌리는 천으로 곱게 싸서 품 안에 넣었다.
내가 셋 다 챙기니 아버지는 빈손이 되었다.
이게 다 자식 된 배려였다.
큰 거 딱 하나만 들고 가시라는 배려 말이다.
“아버지는 저것만 들어주세요.”
내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집채만 한 대호가 축 늘어져 있었다.
대번에 아버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 혼자 저걸 들라고?”
“저도 같이 들까요?”
나는 객관적으로 봐도 주관적으로 봐도 허약한 내 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상관은 없는데. 같이 들고 내려가다가 기절이라도 하면 아버지가 저까지 업으셔야 할 텐데…….”
“끄으응!”
결국, 아버지가 집채만 한 대호를 어깨에 둘러멨다.
덩치가 워낙 큰 놈이라서 그런지 뒷다리가 질질 끌렸다.
“끄응. 진짜 아들놈만 아니었으면……. 아니, 몸만 건강한 놈이었어도……. 끄응!”
궁시렁궁시렁.
산을 내려오는 내내 아버지는 힘들다며 궁시렁댔다.
반면 내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볍기만 했다.
‘원했던 영약도 얻었고, 대호 잡아서 한동안 풍족하게 보낼 돈도 벌었고, 운철까지 얻다니…….’
어째 덤을 더 많이 얻은 기분이다.
“이놈……아! 천천히 좀 가……자!”
그러게 평소에 하체 단련 좀 열심히 하시라니까.
* *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하수오 세 뿌리를 깨끗이 씻은 후 햇볕에 말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긴 후 가루로 만드는 데 꼬박 이틀.
“드디어…….”
지금 내 눈앞에는 약력이 응축된 하수오 가루와 따뜻한 물을 받아 놓은 대접이 놓여 있었다.
나는 하수오 가루를 물에 타서 잘 섞이도록 휘휘 저었다.
“후우…….”
영약을 복용하기 전에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아버지는 호피 등을 처분하기 위해 멀리 시장에 나갔다.
즉, 지금 백무관에는 나 혼자였다.
-절대! 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함부로 영약을 복용하면 안 된다. 내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
-제가 뭐 바보인 줄 아세요? 가서 호피나 비싼 값에 팔고 오세요.
라고 아버지에겐 말했지만,
“죄송하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신신당부하고 떠난 아버지에게 잠깐 사죄의 묵념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것은, 일반적으로 내공심법을 운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니까.
역천신공(逆天神功).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이 무공은 일반 무인의 눈에는 마공이나 다를 바가 없기에, 아버지가 보면 결코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나중에 좀 혼나는 게 낫지.”
꿀꺽꿀꺽.
나는 하수오 가루를 미지근한 물에 타서 단숨에 들이켰다.
‘크윽!’
곧바로 뱃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일어났다.
나는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뱃속의 기운에 집중했다.
그리고 역천신공의 구결을 떠올렸다.
‘움직여라.’
뱃속에서 일어난 하수오의 약력(藥力)이 내 의지를 따라 움직인다.
무공에 입문하는 자들은 이 기운을 느끼는 데만도 몇 달씩 걸리기도 하지만, 내게는 해당이 없는 이야기였다.
하수오의 약력이 역천신공의 인도에 따라 천천히 혈도를 타고 돌았다.
‘여기까지는 예전에도 해 본 것이지만…….’
과거에 역천신공을 익혔던 나는 천음절맥의 체질이 아니었다.
그때,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큽……!”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예상은 했지만…….’
기경팔맥의 주요 혈도들이 대부분 막혀 있고, 그 자리에는 탁기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다.
하늘의 저주를 받은 육체.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 몸 안에 탁기가 쌓이고 쌓여, 서른이 되기 전에 혈도가 전부 막혀 죽을 운명.
‘어디 한번 해 보자!’
나는 그런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역천신공을 창안한 초대 혈마신교 교주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천음절맥을 타고났다.
그리고 그가 천음절맥의 저주에서 벗어난 방법은…….
‘몸 안의 탁기를 단전으로 모은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츠츠츳…….
하수오의 약력이 역천신공의 구결에 따라 바늘처럼 가느다랗게 변했다.
그것이 내 막힌 혈도의 틈새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크윽……!’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탁기가 약력에 엉겨 붙고, 나의 인도에 따라 단전으로 조금씩 모였다.
모이고 또 모인다.
뭉치고 뭉친다.
단전에 독을 쌓는 것과 다름이 없는 과정이다.
부르르…….
고통으로 떨리는 육신을 겨우 억누르며 정신을 집중한다.
꽉 악문 이 사이로 피가 흘렀다.
‘여기서 정신을 놓으면 끝장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역천신공의 구결이 단전 안에 모이고 모인 탁기의 결정체를 한 겹 감싸 보호막을 만드는 것.
그리하여 내단으로 만드는 것!
‘끄으으윽……!’
실제로는 짧지만 내게는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난 후, 내 몸 안에는 좁쌀보다도 작은 내단이 완성되었다.
역천신공이 1성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후우…….”
눈을 뜬 나는 가부좌를 풀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지러워 잠시 휘청거리긴 했지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온몸이 땀범벅에 오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몸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하지만 내 입가에는 뿌듯한 미소가 맺혔다.
“성공이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전신에 퍼져 있던 탁기가 단전에 모이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오감도 훨씬 예민해졌다.
나는 달라진 감각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시작이다.’
약력의 도움을 받아 역천신공을 익힐 기본 토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경지를 더 올리려면 이후에도 수많은 영약과 대법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1성의 경지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이 몸의 수명이 최소 3년은 늘어났을 것이다.
게다가 좁쌀만 해도 내공이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무공 초식을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역천신공을 바로 수련할 수는 없었다.
‘수련해 봤자 의미가 없지. 초식 하나하나가 최소 강기를 다룰 수 있어야 펼칠 수 있는 미친 것들뿐이니.’
감당할 수 없는 무공을 익혀 봤자 몸을 상하게 할 뿐이다.
우선 이 연약한 몸부터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침, 나는 몸을 단련하는 데 딱 좋은 무공을 알고 있었다.
“녹림십팔식.”
금강불괴에 경지에 도달했던 녹림투왕 맹호악의 독문 무공.
일단 그것으로 몸부터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