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24
123화.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 (2)백수룡은 강의실을 단숨에 가로질러 독고준을 덮쳤다. 어느새 뽑아 든 흑룡편이 독고준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 버릴 기세를 띄며 떨어져 내렸다.
까앙!
검을 뽑아 공격을 막은 독고준이 매서운 눈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련장 외의 장소에서 싸우는 것은 학칙으로 금지돼 있습니다만.”
“이 상황에서 딱딱한 소리나 하고 말이야.”
가볍게 혀를 찬 백수룡은 흑룡편을 회수하는 동시에 좌장으로 독고준의 가슴을 쳤다. 독고준도 손바닥을 마주 펼쳐 장법 대 장법으로 맞섰다.
퍼엉!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독고준의 신형이 뒤로 밀렸다. 백수룡은 그를 따라가며 흑룡편을 맹렬히 휘둘렀고, 왼손은 손가락을 매의 발톱처럼 세워 독고준의 눈을 찔렀다.
정파 무림에서 대련 중에 눈을 공격하는 것은 금기 중 하나였다.
“비겁한!”
크게 소리친 독고준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무복이 부풀어 오르고, 밀리던 몸에 중심이 잡히며 멈춰 섰다.
휘두르는 검에 제대로 된 형(形)이 잡히기 시작했다.
‘독고구검이로군.’
무겁고 패도적인 것으로 유명한 독고세가의 검법.
독고준이 작정하고 검을 휘두르자, 검풍이 사방에서 몰아치며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쩌엉! 쩌저정!
백수룡은 독고구검을 직접 상대하며 독고준의 실력을 파악했다.
‘확실히 기본기는 탄탄한데…….’
신체의 단련 정도나 내공의 깊이는, 과연 청룡학관의 최고의 후기지수라고 불릴 만했다.
하지만 무공 실력은 그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백수룡은 독고준의 낭심을 노리고 왼발을 휘둘러 찼다.
“무슨!”
크게 당황한 독고준이 뒤로 물러나 백수룡의 발을 피했다.
독고준의 상체가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백수룡이 손을 뻗어 독고준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아악!”
듣도 보도 못한 머리채 공격에 독고준이 비명을 질렀다.
백수룡은 독고준의 머리털을 뽑아 버릴 기세로 잡아당겨 옆에 있는 책상에 내리꽂았다.
콰앙!
책상이 얼굴이 내리꽂힌 독고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 앞에 선 백수룡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이거 순 맹탕이네. 학생회장이란 녀석이 겨우 이 정도에 당황해서야.”
“크윽…….”
발끈한 독고준이 이를 악물었다. 한쪽 코에서 흐르는 피는 손등으로 대충 닦아 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학생회장의 두 눈이 활활 타올랐다.
“이런 식으로 기습을 해 놓고 당당하게 할 말입니까?”
기습뿐만이 아니다.
눈 공격에 낭심 공격, 게다가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공격이라니!
독고준이 살면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비겁함의 극치였다.
백수룡이 낄낄 웃었다.
“이 강의 이름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이런 행동이 용납되지는…….”
“그럼 뻔한 이론 수업이나 할 줄 알았어? 사파 무공의 원류에는 어떤 것이 있고, 몇 가지 갈래가 있으며, 대표적인 무공과 세력의 역사는 어떻게 되고, 그 부작용에 대해서 알아보고 토론해 보자?”
물론 그런 것도 줄줄 읊을 수 있지만, 백수룡이 하려는 수업은 그런 이론적인 것이 아니었다.
“잘 들어라.”
한순간 백수룡의 표정이 진지해지고,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나는 이 수업에서 사파 놈들이 실제로 하는 짓을 너희에게 알려 줄 생각이다. 더럽고, 지저분하고, 비열하게 싸우는 방법. 그런 놈들과 싸우는 방법. 한 학기 동안 너희가 들어야 할 강의는 그런 내용이다.”
독고준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느새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열 명 남짓한 학생들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들을 빙 둘러본 백수룡이 말했다.
“자신 없으면 지금 나가라. 일각 준다. 마지막 기회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다시 몸을 돌린 백수룡이 독고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는 하던 거나 마저 할까?”
그때였다.
“선생님. 교내 기물 파손 행위를.”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백수룡이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학생회 선도부의 유명한 쌍둥이, 청룡쌍걸이 각각 육모방망이와 포승줄을 꺼내 덤벼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을 본 백수룡이 턱을 긁적였다.
“둘 중에 방망이가 형, 포승줄이 동생 맞지? 미안한데 너네는 존재감이 약해서 이름은 못 외웠다.”
“…….”
“…….”
쌍둥이는 별다른 대꾸가 없었지만, 꽉 움켜쥔 무기와 바뀐 기세로 보아 화가 났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백수룡은 흑룡편을 까닥거리며 독고준과 청룡쌍걸을 함께 도발했다.
“덤벼 봐. 학생회 범생이들.”
앞에서는 독고준이 덤벼들고, 뒤에서는 청룡쌍걸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네 사람이 강의실 한가운데서 어우러졌다.
“너희도 구경만 하지 말고 덤벼라. 나중에 합공할 걸 하면서 후회하지 말고.”
셋을 동시에 상대하는데도 백수룡은 주변을 살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는 보법을 밟으며 강의실 전체를 종횡무진 누볐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백수룡은 다른 것들을 더 잘 활용했다.
카악- 퉤!
“얼굴에 침을 뱉다니! 그러고도 무인인가!”
평소 큰 감정 기복이 없는 독고준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소리를 질렀고.
“……몸을 더듬다니.”
“학관 측에 항의하겠습니다.”
싸움 중에 청룡쌍걸의 엉덩이를 툭툭 치자, 둘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
그 외에도 음담패설, 속임수, 거짓말, 모래 뿌리기 등등.
백수룡은 예고한 대로 사파에서나 사용할 법한, 아니 사파에서도 꺼려할 방법들까지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비겁하다!”
“치사해요!”
“무인이 자존심도 없습니까!”
별다른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백수룡의 수법 하나하나에 여러 학생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졌고, 정신도 혼미해졌다.
그가 덤벼든 학생 모두를 쓰러뜨리는 데는 일각이면 충분했다.
“이봐, 정파 애송이들. 진짜 실력이 이것밖에 안 돼? 이러면 재미없는데.”
주위에 널브러진 학생들이 고통으로 신음했다.
독고준과 청룡쌍걸만이 아니라, 흥미로 수업을 신청했던 다른 학생들까지 모두 멍투성이였다.
“그런데…… 니들은 왜 안 덤벼?”
백수룡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백룡장에서 합숙하는 제자들이 숨어서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아까부터 무슨 음흉한 계획을 꾸미는 것 같긴 한데.”
그 말에 헌원강이 도를 뽑으며 씩 웃었다.
“어차피 한 명을 협공하는 숫자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잔챙이들로 먼저 힘을 빼놔야죠.”
망나니 아니랄까 봐 말투부터가 달랐다. 헌원강의 몸에서 사나운 기세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암기는 계속 던졌어요. 선생님이 다 피해 버렸지만.”
“다른 애들한테 맞은 이후로는 안 던졌지.”
“구경하면서 몸도 충분히 풀었고.”
여민이 툴툴댔고, 거상웅이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수혁은 열심히 몸을 풀었다.
보충반의 문제아들이 각자의 방향에서 신중하게 포위망을 좁혀 왔다.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 봐라? 합격진까지 준비했네? 오늘 수업 내용은 말해 준 적 없는데.”
“뻔하죠. 선생님이 애들을 안 굴리고 그냥 둘 리가 없잖아요.”
도를 어깨에 걸친 헌원강이 건들건들 앞으로 나서더니, 벼락처럼 달려들며 모두에게 외쳤다.
“조져 버려!”
“쯧. 명문정파 아들놈이 한다는 소리가…….”
백수룡이 헌원강을 보며 혀를 찼으나, 연달아 터져 나온 다른 제자들의 외침에 황당해지고 말았다.
“죽여! 저 인간을 죽여야 해!”
“그래야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오오오!”
헌원강의 필두로 덤벼드는 여민, 거상웅, 야수혁에게서 찌릿찌릿한 살기가 느껴졌다.
다들 백룡장에서 갈굼을 당하며 쌓인 게 많아 보였다.
“쯧쯧.”
백수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가 문제아들 아니랄까 봐, 조금(?) 갈궜다고 눈에 살기들이 가득해서는…….
‘그나마 멀쩡한 녀석은 위지천밖에 없단 말이지.’
그러나 고개를 돌려 위지천과 눈이 마주친 순간, 백수룡은 그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히히…….”
헌원강의 등 뒤로 살수처럼 숨어 따라오는, 스산한 살기를 머금은 위지천의 미소.
‘쟤 눈이 돌아갔네?’
침을 꼴깍 삼킨 백수룡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다섯 명이 전력으로 덤비면 그도 쉽게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겁을 먹은 건 아니었다.
제자들이 전력으로 덤벼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나한테 한 방 먹이겠다고? 천년은 멀었다. 정파 애송이들아.”
잠시 후, 여섯 명의 신형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쩌저저저정!
병기가 사납게 부딪치고, 거침없이 급소를 노리고, 돌풍에 휘말려 강의실 내에 물건들이 날아다녔다.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싸움의 흉험함에, 이미 백수룡에게 당해 쓰러진 학생들은 황급히 벽으로 물러났다.
“허. 무슨 저런 싸움이…….”
독고준은 멍한 얼굴로 백수룡과 그의 제자들이 뒤엉키는 모습을 바라봤다.
* * *
“으으으…….”
“사, 살려 주세요…….”
사방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백수룡에게 한 방 먹이겠다며 호기롭게 달려든 다섯 제자는 넝마가 된 모습으로 드러누워 있었다.
“후우. 개운하네.”
반면, 백수룡은 이마에 약간의 땀방울이 맺힌 게 전부였다.
‘괴물…….’
‘왜 점점 강해지는 거야?’
‘어떻게 한 번을 못 때려?’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덤벼들었지만 단 한 번의 공격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백수룡에게 일방적으로 농락당했다.
심지어 백수룡은 그들과 싸우면서…….
“다들 봤겠지만 난 제대로 된 초식을 쓰지 않았다. 대신에 눈 찌르기, 낭심 차기, 머리카락 쥐어뜯기, 음담패설, 침 뱉기, 모래 뿌리기 등등. 너희가 비열하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온갖 방법을 썼지.”
그는 아주 기초적인 검법과 뒷골목 파락호들이나 사용할 지저분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농락했다.
백수룡은 쓰러진 학생들을 둘러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겨우 이런 방법에도 당황하는 꼴이라니. 너희가 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나한테 충분히 한 방 먹일 수 있었을 거다.”
그 말에 누군가가 울컥해서 따지고 들었다.
“그건 선생님의 기본기가 탄탄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사파인들은 선생님처럼 열심히 단련하지 않는다고요.”
몇 명이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백수룡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진짜 사파의 고수를 만나 보지 못한 애송이들의 생각이 퍽 웃겼던 것이다.
“대체 그런 편견은 어디서 나온 거냐? 사파 애들은 게으르고 수련도 안 한대? 맨날 술 처먹고 강도질이나 하고 다니고? 사파에서 고수가 나오는 건 전부 마공을 익혔기 때문이지?”
“그, 그건 아니지만…….”
평소 그렇게 생각했던 게 맞았는지, 질문했던 학생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사파와 싸우려면 사파를 알아야 한다. 너희 같은 온실 속 화초가 무림에 나갔다간, 실전에서 한참 하수한테도 칼 맞아 죽기 십상이야.”
“…….”
학생들 중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반발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백수룡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었다.
‘잔소리는 이만하면 되겠지.’
백수룡은 기가 죽은 학생들을 죽 둘러봤다.
이 온실 속 화초들을 어떻게 잡초처럼 강하게 만들지, 그 방법은 이미 생각해 두었다.
“아직 수업 시간이 꽤 남았지. 날 도와서 너희에게 사파에 대해 가르쳐 주실 보조 강사님을 소개하마.”
“……보조 강사?”
조금 전부터 문밖에서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백수룡은 밖에서 대기 중인 보조 강사를 불렀다.
“들어와.”
강의실의 문이 열리고, 잠시 후 단정한 관복 차림의 무표정한 사내가 들어왔다.
강의실 안을 스윽 둘러본 사내가 절도 있게 포권을 취했다.
“포두 청천입니다. 백수룡 선생님의 요청으로 한 학기 동안 여러분의 수업을 돕게 되었습니다.”
“……음?”
“포두?”
난데없는 포두의 등장에, 학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더 황당했다.
청천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표정으로 말했다.
“따라서 오늘부로 여러분을 명예 포졸로 임명해, 매주 강력범죄 우발 지역을 순찰할 예정입니다.”
““예에?!””
훈련과 실전의 적절한 조화.
그게 백수룡이 아는 가장 좋은 교육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