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34
133화. 학생회장과 망나니 (4)
“형님! 벌써 며칠째입니까! 그 어린놈들이 우리 애들을 만나는 족족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있단 말입니다!”
대머리에 굵은 핏줄이 선 거한의 외침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내가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수염 사내는 적호방의 부방주로, 대머리 거한과는 오래전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새끼야. 부방주님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
“지금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대책을 세워야 한단 말입니다. 이러다 우리 애들 다 병신 되게 생겼습니다.”
대머리 거한의 말에, 수염 사내는 팔짱을 끼고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갑자기 어디서 이상한 놈들이 튀어나와서…….”
적호방은 현재 대웅방, 철두파와 빈민가 통합을 놓고 전쟁 중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웬 어린놈들이 적호방도들을 기습해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웅방에서 낭인 놈들에게 의뢰라도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최근 대웅방도 비슷한 일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수염 사내가 자신의 수염을 신경질적으로 쓸어내리며 물었다.
“그 어린놈들. 어디서 온 놈들인지는 알아냈냐?”
“청룡학관 학생들이랍니다. 한 놈은 독고준이라고 학생회장이고, 한 놈은 헌원강이라고 청룡학관에서 알아주는 망나니랍니다.”
어딘가 말이 안 되는 조합에 수염 사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학생회장? 망나니? 왜 그런 놈들이 같이 다녀?”
“젠장. 알게 뭡니까. 문제는 놈들이 청룡학관에서 익힌 잘난 무공으로 협객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씨벌…….”
처음에는 며칠 그러다 말겠거니 생각했다.
영웅심에 취한 정파 애송이들이 재미 삼아 빈민가에 들락거리는 일이 처음도 아니었으니까.
이럴 때는 며칠 몸을 사리면, 결국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해서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번 놈들은 끈질겼다.
부방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봤자 둘인데 애들한테 적당히 피해 다니라고 해라. 이 동네 하루 이틀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그게 이상합니다. 애들이 수금하러 가는 곳마다 놈들이 나타난답니다. 마치 누가 미리 알려 준 것처럼…….”
“씨벌. 돌겠군.”
수염 사내가 수염을 벅벅 긁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어린놈들의 무공이 일류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적호방에서 일류 이상의 고수는 방주를 제외하곤 부방주 자신뿐이었다.
물론 그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니들은 뭐 의견 없냐?”
자리에는 적호방의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배운 것도 없고, 어깨에 힘만 주고 다니는 놈들이지만, 그래도 나름 간부이기에 약간의 기대를 했다.
마침 한 놈이 손을 들고 말했다.
“관아에 놈들을 신고하면 어떨까요?”
부방주는 멍청한 소리를 하는 놈의 이마에 문진을 던졌다. 놈은 문진에 맞기 전에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이 병신 같은 새끼야! 관아에 무슨 명목으로 신고를 해!”
“여, 영업 방해로…….”
“우리도 명색이 문파인데 애들 좀 다쳤다고 신고를 해? 지금까지 관무불가침이라는 이유로 대웅방, 철두파 놈들을 조져 놓고? 어디 뚫린 입으로 계속 지껄여 봐. 아주 쫙 찢어 놓게.”
“죄, 죄송합니다.”
이런 것들도 문도라고.
부방주가 움츠러든 간부들을 도끼눈을 뜨고 노려봤다.
그때, 대머리 거한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형님, 아니 부방주님. 스승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스승님은 아직 폐관 수련 중이시다.”
그들이 말하는 스승이란 적호방주였다.
일 년 전, 일류고수였던 전임 적호방주를 세 합 만에 반으로 갈라 죽이고 새로운 적호방주가 된 사내.
얼마나 강한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고수.
적호방주가 나선다면, 청룡학관의 애송이들 따위는 단숨에 도륙할 수 있을 터였다.
“스승님께 한번 말씀드려 보면…….”
“네가 직접 가서 말씀드려 볼 테냐? 별거 아닌 일로 수련을 방해했다고 손수 찢어 죽이실 거다.”
부방주의 으스스한 목소리에, 거한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아, 아닙니다.”
적호방주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벌레를 눌러 죽이듯 사람을 죽인다.
여기에 모인 적호방 간부들 중에 살인을 안 해 본 자가 없었지만, 그들은 최소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호방주는 단순히 자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그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 그냥 해 본 소리였습니다. 이런 일을 스승님까지 아실 필요는 없죠.”
“이 일은 우리끼리 처리해야 한다. 나중에라도 스승님께서 아시면…… 우리 중 몇 명은 죽을지도 모른다.”
부방주의 말에 간부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게 될 몇 명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호방주의 기분에 따라 죽고 사는 운명이 갈릴 것이다.
설령 마음에 든다고 제자로 들인 부방주와 대머리 거한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대로 무공을 배운 놈들이라 이거지?”
부방주는 손에 든 비수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도 한때는 잘나가는 후기지수였다.
한 번의 실수로 죽여선 안 될 사람을 죽였고, 도망 다니다가 이런 곳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수염을 기른 것도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인생이 더럽게 꼬였지만, 적호방은 꽤나 괜찮은 은신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작년까지였다.
‘방주 그 괴물의 심기를 거슬렸다간…….’
최근 방주는 무공에 깨달음을 얻었다며 폐관에 들어갔다.
문제는 그 깨달음을 소화하는 데 영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적호방이 상납금을 올린 것도 그래서였다.
만약 방주의 영약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방주가 자신을 호출할 것이다.
그 후에 일어날 일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결국 부방주는 나직이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빌어먹을. 안 나서려고 했는데…….”
“형님이 직접 나서시게요?”
대충 고개를 끄덕인 부방주가 간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 혼자 할 생각은 없다. 니들도 다 같이 나선다.”
기껏해야 학관에 다니는 핏덩이들.
무공이 강하다고 해 봤자, 경험은 미천할 것이 뻔했다.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못 잡을 것도 없다.
“함정을 파서 놈들을 끌어들여야겠다. 핏덩이들한테 세상의 쓴맛을 보여 줘야겠어.”
부방주가 혀로 비수를 핥으며 말했다.
* * *
우드득!
“꺼어억!”
고통에 눈이 까뒤집힌 사내가 기절했다.
그의 부러진 팔뚝에 새겨진 호랑이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이걸로 네 놈.”
헌원강은 손을 탁탁 털며 기절한 사내를 바닥에 던졌다.
그때 헌원강의 뒤편에서도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우드드득!
“꾸에에엑!”
입에 거품을 문 적호방도가 바닥에 쓰러졌다.
독고준은 상대가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는 슥 헌원강을 돌아봤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다섯 놈.”
“……이거 봐라?”
헌원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방금 독고준의 말이 그의 경쟁심에 불을 붙였다.
“어이 독고. 쓰레기들을 누가 더 많이 치우나 나랑 내기하자 이거야?”
“굳이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하는 독고준의 표정은, 묘하게 헌원강과 닮아 있었다.
며칠 동안 독고준에게서 달라진 것은 표정만이 아니었다.
항상 깔끔하게 입던 의복도 조금 헐렁해졌고, 단단하게 묶고 다니던 머리도 다소 헝클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딱딱하던 표정에 부드러운 여유가 생겼다.
“그쪽에서 도전하겠다면 받아 주지.”
“뭐? 도저어어언?”
헌원강의 눈썹이 씰룩이더니, 이내 그의 입가에도 악동 같은 미소가 맺혔다.
헌원강이 말했다.
“그럼 진 놈이 이긴 분한테 내일 하루 동안 형님으로 부르기, 어때?”
“그렇게 하지. 동생.”
“이 새끼 봐라?”
두 사람은 빈민가를 순찰하며 팔뚝에 호랑이 문신을 한 놈들을 만나는 족족 두들겨 패고 다녔다.
“열둘 조졌다!”
“나도 열둘이다.”
어느새 늦은 밤이었다.
순찰 시간은 이미 끝났지만, 승부를 내지 못한 두 소년은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느려졌다.
“마지막으로 그때 만난 상인들 집 근처나 순찰하고 가자.”
“쳇. 승부는 다음에 내야겠군.”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걸어갈 때였다.
“도와주세요!”
멀리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려온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경공을 펼쳤다.
휘이익!
배경이 순식간에 휙휙 뒤로 밀렸다.
두 사람은 금방 비명이 들려온 곳에 도착했다.
멍투성이가 된 여인이 바닥에 웅크려 울고 있었다.
독고준이 장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 주며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흑, 흑흑…….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가 왔으니 이제 안전…….”
고개를 든 여인이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공포에 잔뜩 질려 있었다.
“어, 어쩔 수가 없었어요. 협조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을 죽인다고 해서…….”
“예?”
“무슨?”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그녀는 품 안에 숨겨 두었던 암기를 발사했다.
파바바밧!
강침 수십 개가 지근거리에서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
둘은 빠르게 반응했지만, 어둠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날아온 암기를 다 피하지는 못했다.
“큭!”
“으윽…….”
간신히 주요 부위는 보호했지만, 팔다리에 강침 몇 개가 박혔다.
여인이 그들 앞에 납작 엎드려 빌었다.
“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목숨만은 제발 살려 주세요. 아니, 저는 죽이셔도 돼요. 제 아이들만…….”
“빌어먹을. 일단 자고 있어.”
헌원강이 손을 뻗어 여인의 혼혈을 짚었다.
그 사이 독고준은 검을 뽑아 뒤편의 어둠을 겨눴다.
독고준이 거칠어진 숨으로 씹어 내뱉듯이 말했다.
“이 여인에게 이런 짓을 사주한 것이 너희들이냐?”
“크크크.”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적호방의 간부들과 방도들이 걸어 나왔다.
전면에 나선 부방주가 혀로 비수를 할짝거리며 말했다.
“이런 멍청한 놈들에게 그동안 그렇게 당했단 말이냐?”
“……멍청하긴 해도 둘 다 무공이 보통이 아닙니다.”
헌원강의 무공에 당했던 거한이 말했다. 그의 표정에 희미한 불안감이 어렸다.
“그래 봤자 애송이들이지. 여자 비명에 의심할 생각도 안 하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애송이 협객님들.”
비웃음을 짓는 부방주에게, 헌원강이 도를 뽑아 겨누며 말했다.
“꽤 강해 보이는데. 네가 적호방주냐?”
“크크크……. 이 상황에서도 배짱을 부리는 걸 보니 젊긴 젊구나.”
부방주는 부하들에게 눈짓해 헌원강과 독고준을 포위하게 했다.
적호방도들이 쇠 그물과 포승줄 따위를 꺼내 허공에 빙빙 돌렸다.
부방주가 여유롭게 말했다.
“너희가 맞은 강침에는 독이 있다. 쓸데없이 저항해 봤자 독만 더 빨리 퍼질 거다.”
“젠장. 어쩐지 몸이…….”
헌원강이 비틀거렸다.
내공으로 독을 태우려 했지만, 며칠 전에 당했던 잡스러운 독과는 달리 이번에는 쉽지 않았다.
부방주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죽일 생각은 없으니 순순히 잡혀라. 청룡학관에 적당한 몸값을 받고 넘겨줄 생각이니까. 먼저 싸움을 건 것은 너희들이니 청룡학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부방주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점점 가학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너희는 삼류 시정잡배들에게 당한 후기지수들로 유명해질 거다. 청룡학관에 전설로 남게 해 주지. 흐흐흐흐!”
부방주는 즐거운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앞길이 창창한 두 후기지수의 앞날에 오물을 뿌렸다는 생각에 그는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부방주가 한 가지 계산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럼 그전에.”
헌원강을 옆으로 밀치고 독고준이 앞으로 나섰다.
소년의 두 눈에서 맹렬한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아무 상관 없는 여인을 겁박해 함정을 파고, 그걸 자랑스럽게 떠드는 자들.
살면서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었던 살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모두 죽이면 되겠군.”
독고준이 스산하게 중얼거리며 한 걸음 내디뎠다.
평소보다 헐렁한 의복이 내공에 의해 미친 듯이 펄럭이고, 묶였던 머리가 풀리며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정면을 향해 뻗은 그의 검에, 선명한 검기가 맺혔다.
“저, 절정 고수라고?”
경악에 찬 부방주가 입을 벌린 순간, 독고준의 검은 이미 그의 지척에 있었다.
촤아아악!
그리고 그런 독고준의 모습을, 멀리 지붕 위에서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래. 저게 독고구검이지.”
뒷짐을 진 백수룡이 웃으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