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위지천입니다적호방주를 죽이고 적호방을 접수할 기회가 왔다는 말에, 낭인들은 다들 반색했다.
“방주가 내상을 입었다고? 흐흐. 드디어 놈을 죽일 기회가 왔구나.”
허리에 사슬낫을 칭칭 감은 사내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의 한쪽 눈에는 싯누런 구슬이 박혀 있었다.
거력도가 큭큭 웃으며 사내에게 말했다.
“사겸. 아직도 적호방주한테 뚫린 눈구멍이 아픈가?”
“말도 마. 밤만 되면 쑤셔 죽겠으니까.”
적호방주가 방주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연히 같은 주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사겸과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다.
술에 만취한 사겸은 적호방주에게 방주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술잔을 건넸고, 방주는 그 자리에서 사겸의 한쪽 눈을 파냈다.
-끄아아악! 내 눈! 내 누우운!
방주는 파낸 눈알을 사겸이 건넨 술잔에 담아 입에 털어 넣었다.
으적으적 눈알을 씹으며, 적호방주가 웃었다.
-안주와 함께 먹으니 나쁘지 않군.
-끄아아악! 이런 미친 새끼가!
근처에 포두가 있었던 탓에 그 이상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사겸은 적호방주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있었다.
“놈은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 우선 두 눈알을 파내고, 다리를 잘라 벌레처럼 기어 다니게 한 다음에, 피부를 벗기고 소금에 절여서 죽여 달라고 할 때까지 살려 둘 거라고.”
“알았다. 방주의 처리는 사겸 네게 맡기지.”
사겸의 어깨를 두드린 거력도는 다른 낭인들을 돌아봤다.
오랜만에 피를 볼 생각으로 다들 흥분한 얼굴이었다.
“흐흐. 다들 말은 안 했어도 몸이 근질근질했나 보군.”
애초에 한곳에 얌전히 머무르지 못하는 역마살 낀 놈들이 낭인이었다.
그래서 가끔씩 밖에 나가서 풀고 왔는데, 최근에는 청룡학관 애송이들 때문에 장원에만 머물러 불만이 쌓인 상황.
“술 마시고 도박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흐흐. 오랜만에 내 애검이 피 맛을 보겠구나.”
“그래서 언제 갈 건데?”
“제자들도 데려갈 거지? 늙어서 옆에서 수발들 놈들이 필요하다고.”
낭인들은 오랜만의 외출에 피 냄새를 맡은 들개떼처럼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그때 거력삼웅의 둘째, 거력창이 물었다. 그는 삼 형제 중에서 그나마 신중한 성격이었다.
“형님. 그런데 청룡학관 꼬마들은 어떻게 합니까? 요즘 밤낮으로 눈을 벌겋게 뜨고 순찰을 돌던데요. 우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흐음…….”
거력도는 장원 안을 둘러봤다.
여덟 명의 낭인에, 그들의 제자들까지 포함하면 대웅방의 총원은 대략 오십 명 정도.
‘이 중 절반은 데려가야겠지.’
적호방을 효율적으로 야습하려면 낭인들만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진다.
함정이 있을 것 같으면 먼저 밀어 넣어 보고, 도망칠 일이 생기면 시간을 끌어줄 놈들이 필요하니까.
“스승님! 저희도 데려가 주십시오!”
“저희가 선두에서 적호방 놈들을 도륙하겠습니다!”
“스승님께 배운 무공으로 공을 세우겠습니다!”
대웅방의 제자라는 놈들이 와서 자신들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거력도는 실소가 흘러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덟 낭인들 중에, 여기 있는 시정잡배들을 정말로 제자라 여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편하게 부려먹을 수 있는 놈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구슬려서 데려온 것일 뿐.
“물론 너희들도 데려갈 것이다. 내일 새벽에 은밀하게 움직일 것이니 준비해라.”
““예!””
거력도의 말에 사기충천한 제자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하곤 자리를 떴다.
낭인들은 그 모습을 피식피식 웃으며 바라봤다.
“하루살이 같은 놈들. 내일 저놈들 중에 절반은 뒈질 거다.”
“이참에 새로 뽑지 뭐.”
제자들을 돌려보낸 후, 거력도는 아까 질문한 둘째 동생을 바라봤다.
“청룡학관 꼬마들이 붙으면 귀찮아질 거다. 그러니 미리 인원을 나눠서 조금씩 움직인다.”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면 행적이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숫자를 나눠서 조금씩 밖으로 나간다면, 청룡학관 애송이들을 속여 넘기는 것쯤은 간단했다.
“주루와 객잔으로 각자 제자들을 데리고 나간다. 오늘은 사고 치지 말고 다들 얌전히 놀아. 명색이 정파라는 놈들이 먼저 시비를 걸진 않을 테니까. 막내야, 지도 좀 갖고 와라. 위치를 정해 주지.”
지도를 펼친 거력도는 계획을 짜고 낭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둘씩 움직인다. 둘째와 셋째는 이곳. 사겸과 독랑은 이쪽. 참마도와 철권은 이곳에서 묵으면 되겠군.”
이십 년 이상 낭인으로 굴러먹은 연륜이 느껴지는 모습.
거력도가 손가락으로 짚은 지점들의 중심부에, 적호방이 있었다.
거력도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술에 만취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것으로 위장해라. 그리고 인시(寅時)가 되면 창문을 넘어 이곳에서 모인다. 되도록 은밀하게. 알겠나?”
거력도의 질문에, 낭인들이 히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 하루 이틀 하나.”
“새벽에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겠구만.”
“흐흐. 옛날 생각나네.”
더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여기 있는 여덟 명은, 모두 십 년 이상 낭인 생활을 하고도 살아남은 독종들이었다.
“날이 밝기 전에 적호방을 접수한다. 방해하는 놈은 모두 죽여도 상관없다.”
거력도의 사나운 웃음에, 일곱 낭인 모두가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화답했다.
* * *
약속한 인시(寅時)가 되었다.
휘익!
담벼락을 넘은 거력도는 제자들이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제자들이 위에서 쿵! 하고 떨어지며 적지 않은 소음을 냈다.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황급히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제자들에게, 거력도는 살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
‘멍청한 놈들…….’
비록 제대로 된 무공을 가르쳐 준 적은 없다지만, 이 정도 담은 평소에 몸을 단련했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어야 한다.
녀석들이 평소에 어떻게 수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긴. 이런 쓰레기들이니 내 밑에서 심부름이나 하는 것이지.’
짧게 혀를 찬 거력도가 돌아서며 말했다.
“가자.”
“예! 스승님!”
“……한 번만 더 목소리를 크게 내면 목을 비틀어 버리겠다.”
“죄, 죄송합니다.”
다행히 빈민가의 거리는 조용했다.
최근 며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를 순찰하던 청룡학관 꼬마들의 기척도 오늘은 느껴지지 않았다.
‘적호방주 때문인가? 하긴 적호방을 그렇게 들쑤셔 놨으니, 놈들도 보복이 두려울 테지.’
거력도는 나름의 추리를 하며, 인적이 드문 길로 움직이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잠시 후, 거력도와 그의 제자들은 미리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안 왔네요.”
“스승님. 저희가 제일 가까워서 먼저 도착한 것 같습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 멍청한 제자들의 말을 무시하며, 거력도는 자신의 도를 뽑아 서늘한 달빛에 비춰 보았다.
스르릉.
커다랗지만 투박한 대도는 미리 숯가루를 발라서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았다. 칼날의 예기가 조금 줄어들겠지만, 어차피 그의 도법은 상대를 베는 것보다 부수는 것에 더 가까웠다.
‘오랜만이구나.’
잠시 후 피를 볼 생각에 거력도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올라갔다.
이십 년쯤 사람 죽이는 일을 업으로 하다가 은퇴를 하면, 어쩔 수 없이 가끔은 피가 그리울 때가 있는 법이다.
“손맛이 있는 놈이 있어야 할 텐데.”
거력도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릴 때, 제자 중 한 놈이 물었다.
“스승님. 그런데 적호방을 접수하고 나면 철두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철두파?”
철두파, 정확히는 철두를 떠올린 거력도는 미간을 좁혔다.
‘철두 정도면 꽤 쓸 만한 놈이지.’
만약 정식으로 제자를 들인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악과 깡. 그리고 타고난 살기.
거력도는 개인적으로 철두가 마음에 들었다.
이미 여러 번, 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거절만 당했다.
‘철두는 죽으면 죽었지, 절대 누구 밑으로 들어갈 놈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한 거력도가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철두파도 친다. 이참에 싹 쓸어버려야겠군.”
“저, 전부 죽입니까?”
제자의 질문에 거력도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내 말을 안 들을 놈들이다. 우환을 남길 바에야 싹 죽여 버려야지.”
지금까지 철두파를 내버려 둔 건, 놈들이 사사건건 적호방과 시비가 붙어 치고받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대웅방은 지금까지 편했다.
하지만 적호방이 없어진다면, 철두파가 존재할 이유도 없었다.
‘조만간 이 거리가 내 것이 되겠군.’
빈민가의 왕이 될 생각에 거력도는 기분이 좋아졌다.
큰 문파들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곳이겠지만, 은퇴한 낭인 출신인 자신에게 이곳은 분에 넘칠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야?”
“설마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표정으로 수군거리는 제자들에게, 거력도가 혀를 찼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라. 인적이 드문 길로 움직이는 게 쉬운 것 같으냐?”
“예, 예.”
“죄송합니다…….”
하지만 일각을 더 기다려도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낭인은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설마…….”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한 거력도의 표정이 굳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제자들을 돌아본 거력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당장 방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대웅방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가긴 어딜 가?”
“누구냐!”
어둠 속에서 들려온 건들거리는 목소리에, 거력도와 제자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철두와 철두파의 조직원들이 나타나 거력도와 제자들을 포위했다.
철두의 얼굴을 확인한 거력도의 표정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드러났다.
“철두 너 이 새끼. 네가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양손에 도끼를 나눠 든 철두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이다, 대웅방 첫째 돼지. 그새 배가 더 나왔네. 애라도 뱄냐?”
철두의 지저분한 도발에, 거력도의 전신에서 사나운 살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크흐흐……. 오냐. 그 단단한 대가리를 오늘 반으로 쪼개 주마.”
당장이라도 두 세력 간에 싸움이 시작될 찰나였다.
“잠깐만요!”
철두파의 덩치들에 가려진 뒤쪽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어린 소년 하나가 자기보다 훨씬 큰 사내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저건 또 뭐야?”
열다섯이나 되었을까 싶은 작은 체구에 커다란 눈망울.
유약해 보이는 외모에 잔뜩 움츠러든 표정.
허리춤에 매단 한 자루 검은 무기라기보다는 장식품에 가까워 보였다.
“아, 안녕하세요.”
앳된 얼굴의 소년이 거력도에게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는 청룡학관 일학년,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뭐?”
소년의 예의 바른 자기소개에, 거력도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공손하게 예를 취한 위지천이 고개를 들었다.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 수업의 일환으로…….”
잠시 말을 멈춘 위지천이 검을 뽑았다.
“!!”
그 순간 거력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으며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한 번의 발검만으로도, 위지천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당신에게 비무를 신청하겠습니다.”
유약하게만 보였던 소년의 표정이, 검을 든 것만으로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