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혈교의 유산 (1)혈수귀옹과 백수룡이 충돌하는 순간, 막대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콰콰콰콰콰!
웬만큼 기에 민감한 무인이라면 느낄 수 있는 거대한 기의 충돌.
숙소에서 긴장을 놓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이 동시에 움찔했다.
“방금…….”
“싸움이 난 것 같은데?”
“설마 선생님이?”
다들 적진 한복판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기에, 감각이 최고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헌원강이 문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놈들이 온다.”
곧 밖에서 우르르 몰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못 도망치게 막아!”
,
“니들은 뒤쪽으로 돌아가!”
,
“곡주님의 명령이다!”
등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헌원강이 후배들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우리 좆된 것 같은데?”
다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 후, 곧 시작될 싸움에 대비해 몸을 풀었다.
야수혁이 위지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위지천. 넌 내 뒤에 있어라.”
“……나도 싸울 수 있어.”
“됐으니까 오늘은 우리가 싸우는 거 구경이나 해.”
야수혁이 위지천을 자신의 등 뒤로 보내는 것과 동시에, 문이 박살 났다.
콰지직!
부서진 문 너머로, 수십 명의 악인들이 복도까지 꽉 채운 모습이 보였다.
“흐흐. 내 이럴 줄 알았지.”
악인들의 선두에는 마의가 있었다. 그는 이미 싸울 준비를 마친 절강오마를 보며 킬킬 웃었다.
“처음부터 네놈들이 수상했다. 특히 거기 조그만 놈.”
마의의 시선은 야수혁의 등 뒤에 숨어서 고개만 살짝 내민 위지천을 향했다. 마의의 눈이 뱀처럼 요사스럽게 빛났다.
“독에 당했더구나. 그것도 내가 만든 독에 말이다.”
“그걸 어떻게…….”
“흐흐. 내가 직접 만든 독도 못 알아볼 것 같더냐? 백 장 밖에서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지.”
마의는 넓은 소매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흔들었다.
“그 독을 해독하려고 날 찾아온 것 같은데. 아니냐?”
“…….”
마의가 흔드는 저 작은 약병이 해독제라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헌원강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처음부터 다 알고 우릴 여기로 끌어들인 거였나?”
마의는 히죽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혈수귀옹에게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놈이 뒤통수 맞는 꼴도 한 번쯤 보고 싶었거든. 그런데 혼자서도 잘 알아낸 모양이야. 아까 만찬을 끝내면서 너희를 잡아 오라고 하지 뭐냐?”
“…….”
확실한 건, 마의도 어지간히 미친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가 마른 손으로 절강오마를 가리키며 악인들에게 명령했다.
“잡아 와라. 이 어린 쥐새끼들은 내가 실험용 쥐로 써야겠다.”
“예!”
마의의 명령에, 악인곡의 악인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헌원강이 도를 중단에 세우며 빠르게 모두에게 말했다.
“나와 야수혁이 정면을 막고, 여민은 기회를 봐서 마의한테서 해독제를 빼앗는다. 위지천은 대기. 해독제만 빼앗으면 바로 쨀 거야. 다들 알아들었지?”
“선생님은 어쩌고요?”
얼굴이 창백한 위지천의 질문에, 헌원강은 아무 걱정할 것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악인곡 오기 전에 선생님이 했던 말 기억 안 나?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끼리 탈출하라고 했잖아.”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학생들이 아는 백수룡은, 지옥에 떨어져도 악마들을 흑룡편으로 두들겨 패 갱생시킬 인간이었다.
“선생님 발목이나 잡지 않으려면 우리만 잘하면 돼. ……온다!”
잠시 후, 그들은 악인곡의 악인들과 충돌했다.
* * *
까가가강!
단 몇 차례의 충돌만으로, 방 안은 용권풍이 할퀴고 간 것처럼 폐허가 되었다.
뒤로 물러난 혈수귀옹은 길게 자라난 자신의 손톱을 혀로 핥았다.
“……생각보다 실력을 많이 숨기고 있었구나. 사제가 당할 법도 해.”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설마 자신의 혈옥수를 이토록 수월하게 막아 낼 줄은 몰랐다.
비록 전력이 아니라 해도…… 혈수귀옹은 진심으로 놀랐다.
“옥면음랑이라더니, 색공을 익힌 것 같지는 않고.”
“왜? 보고 싶어? 다른 놈들은 보기 싫다고 난리던데.”
“크흐흐흐.”
허리끈을 푸는 시늉을 하는 백수룡의 지저분한 도발에, 혈수귀옹은 유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역시 그 주둥아리부터 찢어 놔야겠다.”
“네 사제 놈도 똑같이 말하고 나한테 뒈졌지.”
백수룡은 말싸움으로는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상대는 전력을 다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고수.
조금이라도 심리적으로 흔들어 놓아서 승기를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든지 떠들어댈 생각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상대가 강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걱정 말거라. 사제가 한 약속은 내가 대신 지킬 테니!”
벼락처럼 달려든 혈수귀옹이 시뻘겋게 물든 손톱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허공에 열 줄기 붉은 선이 그어졌다.
백수룡은 월영을 휘둘러 다섯 개의 검기를 쳐 내고, 나머지는 몸을 틀어 피했다.
하지만 다 피하지 못해 뺨과 어깨 등에 얕은 상처가 생겼다.
“쥐새끼처럼 잘 피하는구나! 어디 이것도 피해 보거라!”
혈수귀옹은 두 손을 양옆으로 활짝 펼쳤다가 박수를 치듯 강하게 부딪쳤다.
퍼어어엉!
손바닥이 충돌하면서 폭발한 기가 백수룡을 덮쳤다.
백수룡은 뒤로 물러나며 급히 검막을 펼쳤으나, 상대의 공격에 실린 힘이 너무 강했다.
“큭!”
와장창!
문을 부수고 튕겨 나온 백수룡이 바닥을 굴렀다. 몇 바퀴를 구른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뒤로 훌쩍 물러났다.
푸욱!
방금까지 그가 누워 있던 자리에 혈수귀옹의 손톱이 깊게 박혔다가 뽑혀 나왔다.
“호오. 이번에도 피했단 말이지. 그래. 계속 피해 보거라.”
혈수귀옹이 연이은 맹공을 퍼부었다.
그의 손톱에서 쏟아진 붉은 검기가 주변을 난도질했다.
봉두난발이 된 머리를 휘날리며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그의 모습은,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운 귀신의 모습이었다.
“날 사제 곁으로 보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놈이 도망만 치고 있구나!”
백수룡은 수세에 치중하며 상대의 무공을 관찰했다.
한번 상대해 본 무공이지만, 백발마수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확실히 강해. 백발마수처럼 여력을 남기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스스스슷…….
백수룡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적발로 물들었다.
상대에게 역천신공의 정체를 들킬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전력을 숨길 상황이 아니었다.
예상대로 혈수귀옹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적발적안? 게다가 이 기운은……!”
자기도 모르게 멈춰선 혈수귀옹이 중얼거렸다.
역천신공의 기운이 혈수귀옹의 심령을 무겁게 짓눌렀다.
경지가 조금만 더 낮았다면, 무공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혈교의 무공을 익힌 무인은 역천신공 앞에서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혼란스러움을 느낀 혈수귀옹이 중얼거렸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백수룡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까앙!
검과 손톱을 맞단 채로, 혈수귀옹은 백수룡의 적발적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가 클클 웃음을 흘렸다.
“그래. 말도 안 되지. 천하는 넓고 무공은 많으니,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무공도 몇 개쯤 있을 테지.”
그는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지 못했다.
백수룡의 무공이 역천신공일 리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전설 속의 혈마가 눈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믿는 것보다는 그쪽이 더 합리적이었으니까.
“크흐흐. 네놈이 나를 놀라게 해서 한 방 먹이려 한 모양이구나.”
‘다행이군. 역천신공이라고 떠들어대면 난감할 뻔했는데.’
백수룡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다행일 것도 없었다.
혈수귀옹의 눈이 그 순간 악독하게 빛났다.
“허나 혈교와 관련이 있는 놈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구나.”
“글쎄.”
백수룡은 상대가 멋대로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예상대로 혈수귀옹은 그를 혈교의 끄나풀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너는 그 문을 열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아니, 분명 알고 있을 게야. 처음부터 내 보물을 노리고 온 것이지?”
“마음대로 생각해.”
“감히……!”
혈수귀옹의 두 눈에 핏발이 서고 표정은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수십 년을 집착해 온 혈교의 유산.
그걸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광기에 빠지게 했다.
“문을 여는 방법을 말해라. 그럼 죽이지 않고 두 눈을 파고, 혀만 자른 후에 살려 주겠다.”
“누가 마두 아니랄까 봐. 그걸 제안이라고 하는 거냐?”
“대신 내 곁에 두어, 평생 남에게 시중받고 살게 해 주마. 이 정도면 어떠냐?”
“이 미친 늙은이가…….”
그 순간, 백수룡의 머릿속에 불쑥 어떤 생각이 들었다.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본교에서 곧 물건을 회수하러 올 거다. 난 먼저 물건을 확인하러 온 거고.”
“역시…….”
옥면음랑이 혈교의 첩자임을 드러내자, 혈수귀옹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혈수귀옹. 너는 본교의 재물을 탐하는 죄를 지었다. 사지를 찢어서 개밥으로 던져 줘도 모자랄 죄인이다. 허나!”
백수룡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가진바 무공이 쓸 만하니 본교에 거두어줄 의향이 있다. 윗분들이 결정하실 일이지만, 단주직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다. 어떤가?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물론 전부 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알 게 뭐냐.’
혈수귀옹이 속아 넘어온다고 해도 이득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혈교가 보물을 숨겨 둔 동굴의 입구를 찾을 시간 말이다.
‘아마도…… 저곳인 것 같군.’
혈수귀옹과 싸우는 와중에도 백수룡은 쉼 없이 주변을 관찰했다.
그리고 백수룡이 결론을 내렸을 때, 혈수귀옹이 입을 열었다.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가 백수룡을 노려봤다.
“고작 단주? 개소리하지 마라. 내 보물을 노리는 놈들은 전부 이 손으로 찢어 죽일 것이다.”
동시에 혈수귀옹의 손톱 끝에, 지금까지 보여 준 검기와는 다른 선명한 기운이 맺혔다.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이 나직이 신음했다.
“강기(? 氣)…….”
강기는 초절정 고수에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다.
하지만 혈수귀옹의 강기는 형태가 다소 불안정했다.
‘완전한 초절정의 경지는 아니군.’
하지만 불완전한 강기라고 해도, 지금의 백수룡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틀림이 없었다.
“놈! 입구를 여는 방법을 말해라!”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혈수귀옹이 강기가 맺힌 손톱을 휘둘렀다. 백수룡은 급히 몸을 피했다.
콰콰콰콰쾅!
백수룡을 스쳐 간 강기가 뒤편의 벽을 무너뜨렸다.
검기와는 수준이 다른 파괴력.
섣불리 강기를 막으려고 들었다간 검이 부러질 것이다.
백수룡은 자신의 애검인 월영을 내려다봤다.
‘보검이니 몇 번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만…….’
혈마검이라면 모를까, 월영으로는 강기를 사용하는 고수와 정면으로 맞설 수 없었다.
휘익!
백수룡은 경공을 펼쳐 거리를 벌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주마!”
혈수귀옹은 강기가 맺힌 손톱을 무차별하게 휘둘렀다.
수년에 걸쳐 지은 그의 거대한 집이 부서지고, 주변에 있던 시종들과 악인들이 죽어 나갔다.
백수룡은 그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상대를 약 올렸다.
“추한 노괴야. 지옥은 너 혼자 가라.”
“문을 여는 방법을 말해라! 주둥이만 빼고 모두 찢어 놓기 전에!”
문득 자리에 멈춰선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겨우 그 실력으로?”
“갈!”
백수룡의 도발에 허공으로 떠오른 혈수귀옹이 몸을 회전시키더니, 아래를 향해 강기를 쏟아냈다.
콰콰콰콰쾅!
쏟아진 강기가 바닥을 부수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공간을 드러냈다.
백수룡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맺혔다.
“역시 여기였군.”
백수룡은 단순히 도망만 다닌 것이 아니었다.
혈수귀옹의 공격을 피해 다니면서, 혈교의 유산이 숨겨져 있다는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혈수귀옹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설마…….”
씨익.
불길한 미소를 지은 백수룡이 냅다 구멍 안으로 뛰어들며 외쳤다.
“혈교의 보물은 전부 내가 가져가마!”
“안 돼!!!”
급히 백수룡을 쫓아가려던 혈수귀옹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내공을 담아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누구도 나를 쫓아오지 마라! 따라오는 자는 모조리 쳐죽일 것이다!”
악인곡의 악인들에게 단단히 경고한 후, 혈수귀옹은 백수룡을 따라 지하로 통하는 구멍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