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어쩐지 쉽다 했더니“처음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건 금룡상단의 상인들을 통해서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명일오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최근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한 소문의 주인공과 만난 탓이었다.
“금룡상단? 대체 무슨 소문을 냈길래 이 난리가 나?”
반면 아직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지 못한 소문의 주인공, 백수룡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도시가 떠나갈 듯이 환호해 주던 환영인파를 떠올리자 아직도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미리 마중 나와 있던 명일오가 오지 않았다면, 일행은 아직도 도시 한가운데서 온갖 인파에 둘러싸여 있었을 것이다.
명일오가 상기된 표정으로 빠르게 말했다.
“형님이 학생들을 이끌고 악인곡에 쳐들어가서 일검에 혈수귀옹의 목을 베고, 뿔뿔이 흩어지는 악인곡의 마두들을 모조리 처단했다는 소문 말입니다!”
백수룡은 명일오의 초롱초롱 빛나는 시선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일검은 무슨. 내가 무슨 십대고수도 아니고.”
“허! 어쨌든 형님이 죽인 건 맞는 모양이군요. 다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치부했는데…….”
백수룡을 바라보는 명일오의 얼굴에는 존경심과 부러움, 그리고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뿌듯한 감정이 어렸다.
“금룡상단이 끝이 아닙니다. 다들 소문이 진짜인가 긴가민가할 때, 하오문을 통해서 소문이 구체적으로 퍼졌습니다.”
“하오문까지?”
연이어 나온 이름에 백수룡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명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위지천을 납치한 적호방주가 무림공적인 백발마수였고, 놈이 형님과 싸우다가 인질을 잡고 도망쳤다는 것도 전부 하오문을 통해 알려지게 된 겁니다.”
“그것도 사실과 조금 다른데…….”
백발마수는 백수룡을 피해서 도망친 게 아니었지만, 하오문에서는 그런 식으로 포장한 모양이었다.
백수룡이 돌아왔을 때 여론이 그에게 유리해지도록 말이다.
‘금룡상단과 하오문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도움을 받는군.’
금룡장주, 하오문의 노파와 친분을 쌓아 둔 것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먼저 귀환한 남궁수 선생님이 다들 반신반의하던 소문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남궁수는 또 뭔데?”
“형님이 혈수귀옹을 벤 것이 틀림없다고, 본인의 명예까지 걸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남궁수가 본인의 명예까지 걸었다는 말에 백수룡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절대 해고당하게 두지 않겠다고 말하던 남궁수의 단호한 표정이 떠올랐다.
“자식이 얼마나 이를 갈고 있으면…….”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어쨌든 예상과 달리 여론이 긍정적이었다.
도시 초입부터 청룡학관으로 돌아오는 내내, 백수룡은 사람들로부터 의협이니 대협이니 하는 칭송을 들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 겁니까? 형님이 강한 줄은 알았지만 십대악인을 이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도가 달라지신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백수룡의 기도가 크게 달라지긴 했지만, 명일오에겐 그걸 제대로 알아볼 안목이 부족했다.
그저 소문의 후광 탓에 뭔가 대단해 보이는 것에 불과했다.
백수룡이 피식 웃더니 물었다.
“사람들이 나더러 청룡신협이라고 하던데. 내게 별호도 생긴 거냐?”
“예. 마음에 드십니까?”
명일오가 본인이 더 뿌듯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룡신협(靑龍神俠)이라.
예전에 하오문에서 들었던 잠룡보다는 그래도 더 마음에 드는 별호였다.
백수룡이 픽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는 않네.”
“저, 그런데…….”
명일오가 주위를 살피더니, 백수룡 옆으로 몸을 붙였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옥면음랑이라는 별호는 또 뭡니까? 그것도 은근히 소문이 퍼졌던데. 형님 설마…… 나가서 이상한 짓 하고 다닌 건 아니죠?”
“……헌원강이랑 같이 죽을래?”
백수룡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명일오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백수룡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튼 헌원강 그 망나니 놈이 문제였다.
“어쨌든, 생각보다 여론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만하면 학관에서 잘릴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잘리긴요. 아까 무림맹에서 포상까지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은 함께 무림맹 강서지부에 들렀다가, 이제야 청룡학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잠깐 집에 들러서 짐 풀 틈도 없군.’
백수룡은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무림맹의 호출을 받았다. 그래서 중간에 일행이 나뉘었다. 백수룡은 명일오와 함께 무림맹 강서지부로 향하고, 아직 부상이 남아있는 학생들은 매극렴이 바로 청룡학관으로 데려갔다.
-으하하하하! 청룡신협! 청룡신협이라니! 네 애비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할 게다!
무림맹 강서지부에서 백수룡은 오랜만에 비응객 고주열을 만났다. 그는 백수룡을 얼싸안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네가 십대악인을 때려잡다니! 대체 언제 이렇게 무공이 고강해졌단 말이냐! 우리 수룡이! 정말 장하구나, 장해!
-배, 백부님…….
고주열에게 일각 이상 시달리고 나서야 백수룡은 제대로 된 보고를 할 수 있었다.
겨우 보고가 끝난 후, 고주열은 깜빡할 뻔했다며 서찰 하나를 전해 주었다.
-맞다. 마침 무흔이가 서찰을 보냈는데, 네 앞으로 보낼 것을 착각해서 내게 보낸 모양이더구나.
-아버지가요? 나중에 읽어 보겠습니다.
백수룡은 백무흔이 보낸 편지를 읽지 않고 품 안에 넣었다. 당장 신경 쓸 게 많아서 읽어 볼 여력이 없었다.
‘항상 보내던 시답잖은 내용이겠지.’
그렇게 품 안에 편지를 넣어 둔 채, 백수룡은 명일오와 함께 청룡학관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관주님이 전체 회의를 소집하셨다고?”
“예. 오대학관주 회합에 참여하셨다가 어제 돌아오셨거든요. 지금 가면 회의 시간에 딱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일오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두 사람의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백수룡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관주님한테 깨지겠지?”
“아마도요.”
악인곡에 가서 청룡학관의 명성을 날린 것과 별개로, 백수룡은 학생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
노군상이 평소 백수룡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지만, 그만한 잘못을 어물쩍 넘어갈 사람은 아니었다.
“에이, 공이 이렇게 큰데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기껏해야 감봉 몇 개월에 시말서 제출이겠죠.”
“……네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거 아니다.”
“아 참. 오늘 천무제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올 겁니다.”
“천무제?”
‘천무제’라는 말에 백수룡이 멈춰 서서 명일오를 돌아봤다.
“모르셨습니까? 매년 초 오대학관주 회합에서 천무제와 관련된 사항이 결정됩니다. 해마다 규정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요.”
“흐음…….”
고개를 끄덕인 백수룡이 생각에 잠겼다.
천무제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반드시 들어야 했다.
“늦지 않게 서두르자.”
두 사람이 대회의장에 들어섰을 땐 이미 대부분의 강사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백수룡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지, 힐긋거리는 시선들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얼굴이 익겠군.”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과 함께 악인곡으로 쳐들어가 십대악인 중 한 명을 베고 돌아오다니.
최근 십 년 동안, 청룡학관의 이름을 무림에 가장 크게 떨친 일이었다.
백수룡을 보는 강사들의 시선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흠흠. 백수룡 선생님.”
“나중에 차라도 한잔하시면서…….”
“그동안 오해가 있었던 듯합니다.”
평소 백수룡을 없는 사람 취급하던 강사들조차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올 정도였다.
“예. 시간 될 때 차 한 잔씩들 하시죠.”
백수룡이 다가오는 선생들을 대충 상대할 때였다.
묵직한 기파가 느껴지며 회의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청룡학관주 노군상이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허허. 다들 모인 것 같구려.”
사람 좋게 웃은 노군상은 회의장 안에 모인 강사들을 죽 둘러봤다. 그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백수룡에게서 멈췄다.
순간, 노군상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뭔가 눈치챘나?’
백수룡은 살짝 긴장했다.
역천신공이 7성에 이르며 기도를 감추는 것이 한층 더 능숙해졌지만, 노군상 정도의 고수라면 그의 기도가 변한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수룡 선생.”
“……예.”
백수룡이 공손히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군상이 그를 살피더니 작게 감탄했다.
“도시에 떠들썩한 소문을 쉽게 믿지 못했는데, 뭔가 기연이 있었나 보군. 큰 성취를 이룬 것을 축하드리오.”
“감사합니다.”
과연 전대 백대고수의 안목은 뛰어났다.
노군상은 백수룡은 무공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허나 축하는 축하고, 잘못에 대한 징계는 받아야겠지.”
노군상의 표정이 엄격하게 변했다. 동시에 기세가 일변했다. 서릿발 같은 기세를 뿜어내며 노군상이 말했다.
“아무리 결과가 좋았다고 하지만 학생을 위험에 빠뜨린 것은 청룡학관의 선생으로 해선 안 될 일이었소. 누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했다면 돌이킬 수 없었을 터.”
“인정합니다. 제 실수였습니다.”
“감봉 삼 개월. 이 결정에 이의가 있으시오?”
“없습니다.”
백수룡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운 징계였다.
함께 갔던 학생들 중 아무도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이 없었고, 악인곡에서 청룡학관의 명성을 크게 떨친 일이 참작된 결과였다.
백수룡이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노군상의 엄숙했던 표정이 풀렸다. 동시에 기세도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변했다.
‘마음먹은 것과 동시에 기세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경지로군.’
역천신공의 경지가 오르자, 원래 알고 있던 고수의 실력도 다시 보인다.
백수룡이 속으로 감탄하는 가운데, 노군상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칭찬할 일은 칭찬해야겠지.”
“……예?”
노군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백수룡에게서 고개를 돌려, 회의실에 모인 강사들을 쭉 둘러보았다.
내공이 담긴 목소리가 넓은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백수룡 선생은 악인곡에서 십대악인 중 하나를 베어 우리 청룡학관의 명예를 드높였소. 함께 간 학생들의 용기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오. 이에 본 관주는 거상웅, 헌원강, 여민, 야수혁. 네 학생에게 보급형 영단을 내리기로 결정했소.”
“영단을…….”
보급형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무림맹에서 뛰어난 후기지수들에게 주라며 지급한 영약이었다.
학생들이 섭취하면 적지 않은 공력을 얻을 수 있었다.
‘모두 지금의 경지에서는 큰 도움이 되겠지.’
백수룡은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노군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 선생에게도 영단과 금일봉이 전달될 것이오. 무림맹의 포상은 따로 있을 것이고.”
“감사합니다.”
백수룡이 생각했던 것보다 징계는 훨씬 약했고, 보상은 많았다.
일부 강사들은 그 사실이 불만인 듯했지만 대놓고 반발하는 이는 없었다.
악인곡 사건에 대한 상벌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백 선생은 회의가 끝난 후에 나와 따로 더 이야기하기로 합시다.”
“예.”
고개를 끄덕인 노군상이 강사들을 죽 둘러보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오대학관주 회합에서 올해 천무제와 관련된 변동사항이 있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부터 천무제 참가 조건이 조금 바뀌게 되었소.”
“예?”
“참가 조건이 바뀌다니…….”
“어차피 저희 학관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갑작스러운 소식에 강사들이 소란스럽게 웅성거릴 때였다.
쿠웅!
발을 굴러 시선을 집중시킨 노군상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아직 말하는 중이외다.”
“…….”
노군상이 뿜어내는 막대한 기파에 떠들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노군상은 오대학관 회합에서 결정된 사항을 통보했다.
“해가 갈수록 천무제가 격렬해지면서, 부상자는 물론 최근에는 사망자까지 나왔소. 이에 오대학관주는 머리를 맞대 이 문제를 해결할 궁구했소이다. 우선 원인을 파악한바.”
“지금껏 지나치게 무공의 성취와 천무제의 결과만을 강조한 풍조 탓에, 학생들의 교양 및 인성교육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소.”
“무림오대학관은 정파의 미래를 양성하는 기관이오. 지나치게 무공만 성취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이 사파의 무리와 다를 게 무엇인가 하는 데 관주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였소. 애초에 천무제를 시작한 취지가 흐려졌기 때문이오.”
일부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백수룡은 정파 무림의 거인이 하는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하여.”
잠시 말을 멈춘 노군상은 주위를 쭉 둘러봤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백수룡과 마지막에 눈이 마주쳤다.
노군상이 힘주어 말했다.
“올해부터는 무공만 강하다고 해서 천무제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오. 지금껏 등한시되었던 교양평가, 교우활동평가, 협의(俠義)평가를 통과한 학생들 중, 경합을 통해 참가자를 선별할 것이오.”
교양평가.
교우활동평가.
협의(俠義)평가.
그 세 가지가 백수룡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청룡학관의 망나니들이 그걸 전부 통과할 수 있을까?
‘어쩐지 쉽다 했더니…….’
그와 눈이 마주친 노군상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맺었다.
“앞으로 여러분의 지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니, 다가올 천무제를 대비해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길 바라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