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72
171화. 동아리 활동 (3)헌원강의 고개 숙인 사과에, 오히려 그를 포위한 동아리 연합회 학생들이 크게 당황했다.
“뭐 하는 짓이야?”
“이 자식 이거, 갑자기 왜 이래?”
청룡학관 최고의 망나니로 유명한 헌원강이 고개를 숙였다.
툭하면 싸움을 일으키고, 동아리 연합의 행사마다 나타나서 난동을 부리던 개망나니가 지난 잘못을 반성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혹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헌원강을 바라봤다.
‘갑자기 왜 저러지?’
‘속임수인가?’
오히려 함정이 아닌가 싶어 다들 경계심을 키웠다.
그 모습을 본 헌원강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 분이 풀릴 때까지 때려. 절대 반격 안 해. 원한다면 점혈을 해도 좋다.”
헌원강은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예민하게 벼려진 감각은 눈을 감아도 상대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지만, 반격하지 않을 거란 말에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두들겨 맞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백수룡에게 매일 두들겨 맞으며 무공을 배운 덕분에, 맷집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
날붙이가 아닌 타격이라면 얼마든지 버틸 자신이 있었다.
“무슨…….”
“진짠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아리 연합회 학생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막상 헌원강이 때리라고 하니, 어쩐지 나서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 말. 지킬 수 있겠지?”
헌원강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접수처의 학생이 이를 갈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헌원강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다.
“내 이름은 오진양이다. 예전에 네가 내 팔을 부러뜨렸었지. 그것도 중요한 시험 전날에.”
“……미안하다.”
헌원강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은 오진양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도 앞으로 나서며 헌원강을 비난했다.
“난 너한테 맞아서 코뼈가 부러졌었다.”
“사람들 앞에서 날 모욕한 거 기억해?”
“무공 좀 세다고 날 머저리 취급했었지!”
“…….”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던 경우도 있었지만, 게다가 일부는 사실과 달랐지만, 헌원강은 변명하지 않았다.
흥분한 학생들이 헌원강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분명 반격 안 한다고 약속했겠다?”
“나중에 말 바꾸지 마라.”
“어차피 그때는 늦겠지만.”
휘익!
오진양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헌원강의 마혈을 점했다.
순간 헌원강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내 한숨을 쉬었다.
“다시 한번 사과하마. 나도 지난날을 반성하고 있어. 너희 분이 풀릴 때까지 얼마든지 맞아주마. 대신 동아리 신청서는 꼭 받아 줘.”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데?”
오진양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다들 궁금한 표정이었다.
헌원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천무제에 나가려고.”
그 순간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곧 사방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뭐? 천무제?”
“푸하하! 헌원강 네가?”
“바뀐 규정을 못 들었나 본데. 너 같은 망종은 거기 절대 못 나가.”
“천무제 나가서 망해가는 가문의 영광이라도 되찾으시게?”
“똥칠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헌원강을 둘러싼 학생들에게서 온갖 조롱이 쏟아졌다.
마혈까지 점했겠다, 그들은 더 이상 헌원강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꿇어, 이 새끼야.”
오진양이 주먹으로 헌원강의 복부를 있는 힘껏 때렸다.
퍼억!
헌원강의 상체가 앞으로 살짝 기울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변화도 없었다.
오히려 때린 사람이 더 고통스러워했다.
“큭. 무슨 몸이 돌덩이……. 내공 쓰지 마, 이 새끼야!”
“……안 썼는데?”
“닥쳐!”
오진양을 시작으로, 대여섯 명이 동시에 달려들어 헌원강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기 시작했다.
헌원강의 무복이 찢어져 엉망이 되고, 머리가 다 풀어 헤쳐졌다.
하지만 생각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이 자식들. 주먹이 왜 이렇게 솜방망이야?’
일부러 살살 때리나 의심될 정도였다.
헌원강이 외공을 수련할 때의 상대가 백수룡, 아니면 거상웅이나 야수혁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더 세게 때려도 되는데…… 그, 어깨는 왼쪽을 조금 더…….”
“닥치라고!”
다들 이미 전력으로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때리는 쪽이 더 지쳐 갈 뿐이었다.
헌원강은 무슨 안마라도 받는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결국, 오진양이 무기를 들었다.
“이 새끼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오진양이 칼을 휘둘렀다. 내공을 힘껏 담아 머리를 노린 공격이었다.
휘익!
헌원강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모두의 분이 풀릴 때까지 맞아 줄 생각이긴 했지만, 방금 그 공격은 경우가 달랐다.
헌원강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런 공격은 맞으면 일이 커져. 나중에 후회할 짓은 하지 마라.”
“하! 피해? 아깐 얼마든지 맞아주겠다더니?”
“…….”
오진양은 이죽거림과 함께, 조금 전 헌원강이 건넨 신규 동아리 설립 신청서를 손에 들었다.
“네가 먼저 약속을 어긴 거야. 그러니까 불만 없지?”
찌이이익.
헌원강이 보는 앞에서 동아리 신청 서류가 둘로 찢어졌다. 오진양은 그걸 갈기갈기 찢어서 바닥에 뿌리더니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너 같은 새끼는 우리 동연에 들어올 자격이 없어. 너랑 같이하겠다는 놈들도 똑같은 쓰레기겠지. 여긴 쓰레기장이 아니라고.”
마지막 말이 선을 넘었다.
헌원강 자신을 욕하는 건 얼마든지 상관없었다.
하지만 백룡장에 있는 선후배들까지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그 순간, 헌원강의 몸에서 가공할 살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허억!”
헌원강을 때리던 학생들이 놀라서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원래부터 타고난 투기와 살기가 짙은 헌원강이다.
악인곡에 다녀오면서 그 기질은 한층 더 사납고 강렬해졌다.
이제는 또래에 비교할 상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뭐? 쓰레기?”
헌원강이 성큼성큼 걸어오자, 오진양이 뒷걸음질 쳤다.
“마, 마혈을 점했는데…….”
“그딴 건 풀린 지 오래다.”
“오, 오지 마!”
뒷걸음질 치던 오진양은 발이 꼬인 듯 털썩 넘어졌다. 그가 창백한 얼굴로 발작하듯 소리쳤다.
“너, 너 여기서 날 때리면 천무제에는 절대 못 나가!”
헌원강이 그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사악하게 웃었다.
“네가 동아리 신청 안 받아준다며? 그럼 어차피 못 나갈 텐데, 너라도 뒈지게 패야 내 속이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을까?”
“그, 그건…….”
헌원강이 손을 뻗어 오진양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손아귀에 서서히 힘이 들어가자 오진양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끄으윽…….”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그때였다.
“그만하자.”
정순한 내공이 담긴 부드러운 목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갔다.
신묘한 보법을 밟아 다가온 청년이, 헌원강의 손을 오진양의 어깨에서 떼어냈다.
“선우진!”
“우진 선배!”
“회장님!”
“사, 살았다…….”
여기저기서의 반가움의 외침과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헌원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막아선 상대를 마주 봤다.
“선우진.”
“헌원강. 오랜만이다.”
선우진이라 불린 청년은 헌원강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키가 컸다.
체구는 조금 마른 편이었고, 허리춤에는 얇은 도가 걸려 있었다. 남자치고 전체적으로 선이 고와 귀공자 같은 느낌이었다.
선우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악인곡에 다녀왔다는 소식은 들었어. 다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네.”
“넌 여전히 느끼하게 생겼구나.”
“하하! 가끔 그런 소리를 듣는 편이지.”
선우진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선우세가의 후계자로, 동아리 연합에서도 회원 수가 많기로 한 손에 꼽는 ‘상승 도법 연구회’의 회장이기도 했다.
헌원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까 누가 너보고 회장이라던데. 네가 동연의 새로운 회장이야?”
선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임시직이다. 새 회장이 뽑히기 전까진 팽사혁의 공백을 메울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말한 선우진은 고개를 돌려 오진양에게 말했다.
“동아리 신청서 받아.”
“하지만 회장…….”
“개인감정으로 신청을 거부하는 게 월권이라는 건 진양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알겠습니다.”
이를 악문 오진양이 고개를 푹 숙였다. 헌원강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임시회장이라면서 하는 짓은 이미 회장이나 마찬가지네.’
아까 선우진이 처음 나타났을 때의 분위기만 봐도, 선우진이 이미 동연을 휘어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헌원강의 시선을 느꼈는지, 선우진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차기 회장 입후보 기간이다. 그런데 후보가 나 하나뿐이라…… 하하.”
“…….”
선우진은 ‘상승 도법 연구회’의 회장이고.
팽가만큼은 아니지만, 선우세가도 쾌도로 이름이 높은 명문이었다.
무공도 뛰어나고 얼굴도 잘생긴 데다 가문도 좋았다.
쉽게 말해, 다음 동아리 연합회 회장으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이 입후보할 생각조차 못 할 정도로 말이다.
“이 친구들이 저지른 실례는 내가 대신 사과하지. 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는데……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어.”
“됐어. 나는 신청서나 다시 쓰고 가면 돼.”
헌원강은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접수처로 향했다.
다행히 동아리 연합 내부에 신청서가 구비돼 있어, 다시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빠르게 서류를 작성한 헌원강이 오진양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오진양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류를 받으며 물었다.
“동아리 신청 기준은 알고 온 거겠지?”
“최소 신청 인원 다섯 명, 회장은 삼학년인 나 헌원강.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백수룡 선생님. 거기 다 적혀 있으니까 읽어 봐. 글도 못 읽을 거면 왜 앉아 있냐?”
“끄응…….”
오진양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류를 접수했다.
모든 조건이 동아리 설립 기준에 부합해서, 마땅히 딴지를 걸 것이 없었다.
그렇게 ‘영약 요리 연구회’가 탄생했다.
몸을 일으켜 돌아선 헌원강에게, 선우진이 다시 다가왔다.
“아까 일은 거듭 사과할게. 기분이 상했다면 내 얼굴을 봐서라도 풀었으면 좋겠다.”
“풀 것도 없어.”
헌원강은 귀찮은 티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선우진은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동아리 연합회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지난 일은 잊고, 앞으로 잘해 보자.”
“퍽이나.”
헌원강은 선우진이 내민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냥 무시하고 옆을 지나쳐갔다.
그의 등 뒤에서 학생들이 비난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 싸가지 없는 새끼!”
“회장한테 감사 인사는 못 할망정!”
“영약 요리 연구회? 그딴 동아리를 만들어서 뭐 하려고.”
헌원강이 대놓고 선우진을 무시하는 모습에, 동아리 연합회 학생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다들 조용히!”
하지만 정작 선우진은 별로 기분 나빠 하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헌원강을 비난하는 학생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는 멀어지는 헌원강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헌원강. 네가 팽사혁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안다. 널 많이 괴롭히고 무시했었지. 그래서 일어난 싸움도 많고. 당연히 동연에 대한 네 감정도 좋지 않을 거다.”
“…….”
“하지만 나는 달라.”
헌원강은 걸음을 멈추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선우진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나는 동아리 연합회에서 팽사혁의 흔적을 모두 지울 생각이다. 너와 화해하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되겠지.”
“…….”
“팽사혁은 더 이상 이곳에 없다. 그러니 너도 나쁜 기억은 털어 버렸으면 좋겠다. 얼굴도 자주 보자고.”
선우진이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헌원강을 배웅했다.
“조심해서 돌아가라. 다음에 볼 땐 서로 웃을 수 있으면 좋겠군.”
그 순간, 헌원강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표정에 무언가를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흐음…….”
짧게 고민을 끝낸 헌원강이 몸을 휙 돌렸다.
애초에 오래 고민하는 건 성질에 안 맞았다.
헌원강은 성큼성큼 걸어가 선우진 앞에 마주 섰다.
“궁금한 게 있는데, 하나만 묻자.”
헌원강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맺혔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학생들이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선우진은 여유롭게 웃으며 헌원강에게 되물었다.
“뭐가 궁금한데? 성심성의껏 대답해 줄게.”
헌원강은 선우진의 눈빛에서 선의를 가장한 경멸을 느꼈다.
하지만 동아리만 만들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이제 다 끝났으니 무시하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이유가 전혀 없잖아.’
오히려 교우활동 점수를 더 높게 받을 방법이 떠올랐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헌원강은 일단 지르고 보았다.
“저거.”
헌원강이 손가락을 들어 건물 안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켰다.
“나도 해 볼까 하는데. 입후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뭐?”
그 순간, 처음으로 선우진의 미소에 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