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74
173화. 저를 뽑아 주신다면헌원강이 동아리 연합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는 소문은 하루아침에 청룡학관 전체로 퍼져 나갔다.
“뭐? 그 망나니가?”
“듣기로는 요즘엔 수업도 열심히 듣는다고 하던데.”
“하긴, 요즘 잠잠하긴 했지……. 사고 쳤다는 얘기를 들어 본 지도 좀 됐네.”
“근데 사람이 갑자기 너무 바뀐 거 아니야?”
“백수룡 선생님 집에서 합숙하면서부터 달라졌다고 하더라.”
“역시 청룡신협…….”
학관 어디를 가나 같은 이야기였다.
헌원강은 원래도 (나쁜 의미에서) 유명인사였지만, 최근 백수룡과 함께 악인곡에 다녀오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의미가 더해졌다.
“맞다. 너희들 그 이야기 들었어?”
“또 뭔데?”
금룡상단을 통해 퍼진 소문 대부분은 혈수귀옹을 벤 청룡신협의 영웅담이었지만, 종종 그의 제자들에 관한 것도 섞여 있었다.
“헌원강이 후배를 구하려다가 대신 칼을 맞았대. 그 부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더라.”
“뭐? 진짜로?”
“아니, 사람이 그렇게까지 바뀔 수가 있는 거야?”
“솔직히 나는 못 믿겠는데…….”
덕분에 헌원강에 대한 여론이 이전처럼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 다수의 여론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투표는 동아리 연합에 소속된 동아리 회원들만이 할 수 있었다.
* * *
동아리 연합회 회의실.
그곳에 선우진과 그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었다.
“헌원강 그 광대 새끼 때문에 요즘 학관이 시끄럽던데.”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다가 개망신이나 당하라지.”
상승 도법 연구회를 기반으로 한 선우진의 지지자들은 이 상황에서도 여유만만이었다.
누군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망나니가 선우진과 경쟁한다고? 올해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웃긴 이야기로군.”
회의실 안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트리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인망.
가문.
무공.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헌원강은 선우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섬도(? 刀) 선우진.
도법에 한해서는 팽사혁 다음이라는 평가를 받는 후기지수.
“권룡이나 검화가 와도 어림없는데. 뭐? 헌원강?”
“주제도 모르는 놈.”
“팽사혁이 다시 돌아와도 늦었어!”
다들 헌원강을 깎아내리고 선우진을 추켜세우기 바빴다.
조만간 동연 회장이 될 선우진에게 미리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자자, 나 띄워 주는 건 그만하고. 회의에 집중하자.”
조용히 듣고 있던 선우진이 입을 열었다. 여전히 선이 고와서 귀공자스러운 자태였다.
선우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선거 운동이 의미가 없진 않겠어. 경쟁자가 아무도 없어서 당선되고도 찝찝할 것 같았거든.”
“상대가 안 되니까 아무도 못 덤빈 거지.”
“다들 입후보해 봤자 상대도 안 된다는 걸 아니까 말이야.”
그 누구도 헌원강을 선우진의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헌원강이 아니라 그 누가 입후보해도 선우진을 이길 수 없었다.
그만큼 동연 내에서 선우진의 입지는 견고했고, 동연에 속한 동아리 대부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혹시 알아? 헌원강이 의외로 선전해서 한 열 표 정도는 얻을지?”
선우진도 그것을 알기에 가볍게 웃으며 농담을 할 수 있었다.
선거 준비에 관한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올해 예산안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학관 측에 요구해서 예산을 더…….”
선우진은 이미 당선된 것처럼 중심이 되어 회의를 주도했다. 동아리 연합의 일 년 계획을 이야기했고, 다른 학생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들은 도중에 회의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선우진이 고개를 문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밖이 왜 이렇게 시끄럽지?”
방 안에 있는 모두가 감각이 예민한 무인이었다.
건물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평소보다 훨씬 많이 오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누가 좀 알아보고 와.”
잠시 후, 밖에 나갔던 일학년이 회의실로 돌아왔다.
선우진이 밖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선배들의 시선을 받은 일학년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게…… 헌원강 쪽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선거 운동?”
선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를 따라 간부들이 모두 웃었다.
“의외로 진심인가 보네. 꼴에 뭘 하기도 하고. 그래. 뭘 하고 있는데?”
“그게…….”
“괜찮으니 편하게 말해. 사람들 모아서 내 욕이라도 하고 있어?”
선우진이 농담 삼아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상상도 못 한 대답이었다.
“학생들한테…… 영약을 나눠 주고 있습니다.”
“……뭐?”
“그, 비싼 건 아니고 십 년 정도 된 하수오즙을…….”
그 순간, 선우진은 보았다.
일학년 후배의 입가에 희미하게 묻어 있는 갈색 액체.
동시에 진하게 풍겨오는 탕약 냄새.
“설마 너도 먹었냐?”
“예? 고, 공짜라길래 한 번…… 죄송합니다!”
일학년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표정이 굳어 있던 선우진은 괜찮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괜찮지 않았다.
“죄송할 건 없지. 네가 투표로 그 녀석을 뽑을 것도 아니잖아?”
“무, 물론입니다!”
“……밖에 나가 봐야겠군. 헌원강이 무슨 짓을 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후배를 툭 밀친 선우진은 간부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동아리 연합회 건물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헌원강과 선후배 네 명이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하수오즙을 나눠 주고 있었다.
“십 년 묵은 하수오로 만든 즙! 오늘 새벽에 공수해 온 싱싱한 하수오로 만든 영약 요리를 무료로 맛보게 해 드립니다!”
그 앞에 학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십 년 묵은 하수오가 귀한 영약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학생 형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부터 호기심에 몰려든 학생들까지.
동아리 연합 건물 앞은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 주십시오!”
사람들을 충분히 불러모은 헌원강이 내공을 담아 외쳤다. 하수오즙을 ?? 빨아먹던 학생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그를 바라봤다.
“저 헌원강을 동아리 연합 회장으로 뽑아 주신다면! 학생 여러분의 건강과 내공 증진을 위해 주기적으로! 저희 연구회에서 영약으로 만든 요리를 무료로 나눠 드리겠습니다!”
터무니없는 공약이었다.
최소한 선우진과 동연 간부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모여 있는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뭐라고?”
“정말이에요?”
“오오오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헌원강은 얼굴이 조금 붉어진 모습으로 준비해 온 공약을 계속 말했다.
“학관 내 학생들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을 확충하겠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회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겠습니다!”
“학관 주변의 반점들과 협약을 체결해, 동연 소속 학생들이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습니다!”
헌원강의 입에서 파격적인 공약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당연히 당선될 거라는 생각에 안일하게 준비하고 있던 선우진과 달리, 헌원강은 적극적인 공약을 펼쳤다.
단순히 하수오즙을 먹기 위해 모여들었던 학생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헌원강은 그들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을 마무리했다.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헌원강이 선창하자, 뒤에서 하수오즙을 나눠주던 네 사람이 후창했다.
그 기막힌 광경이 동아리 연합 건물 앞에서 펼쳐졌다.
“저런 뻔뻔한 자식이!”
선우진은 이를 갈며 헌원강을 노려봤다.
때마침 헌원강도 고개를 돌려 선우진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씨익.
헌원강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명백한 도발이자 선전포고.
그 순간, 선우진의 두 눈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좋다. 전쟁이라 이거지?”
동아리 연합 회장직을 건, 선거 유세 전쟁이 촉발되는 순간이었다.
* * *
“흐어어…….”
선거 유세를 마치고 온 헌원강은 녹초가 되었다.
털썩.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쓰러진 그에게 백수룡이 물었다.
“왔냐. 해 보니까 어때?”
“……힘들고 쪽팔려서 죽겠어요.”
헌원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생 칼이나 휘두르고 싸움이나 하고 다니던 자신이, 그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유세 연설을 하게 될 줄이야.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선우진 그 자식 표정은 볼 만하더라고요.”
다른 건 몰라도, 선우진에게 보란 듯이 한 방 먹인 것은 통쾌했다.
백수룡이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처음엔 절대 못 하겠다고 하더니……. 의외로 소질이 있을지도.’
사실은 아까 멀리서 헌원강을 지켜본 백수룡이었다.
학생들에게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헌원강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유세에 임했다.
그 덕분에 다른 제자들도 흥이 나서 열심히 도왔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전쟁으로 따진다면 고작 국지전에서 한 번 승리했을 뿐.
여전히 상대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헌원강도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아요.”
“그래도 가능성을 봤다는 게 중요하지. 일어나. 나랑 어디 좀 가자.”
“예? 이 시간에 어딜 가요?”
“가 보면 알아.”
백수룡이 헌원강을 재촉했다.
그는 헌원강을 동아리 연합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비록 그게 악마와 손을 잡는 방법일지라도…….
나란히 길을 걸으며 백수룡이 말했다.
“군사를 영입하러 갈 거다. 내가 항상 네 옆에만 붙어 있을 순 없으니까.”
“구, 군사요?”
백수룡은 뜨악한 표정을 짓는 헌원강의 뒤통수를 가볍게 툭 쳤다.
“선거 전략을 짜 줄 녀석 말이야.”
“그런 녀석이 있어요?”
“이쪽에선 검증된 전문가지.”
찾아가는 상대를 떠올린 백수룡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웬만하면 그 녀석은 찾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중얼거리는 백수룡의 표정이 진지하다 못해 비장했다. 옆에서 함께 걷는 헌원강이 놀랄 정도였다.
‘뭐지? 혈수귀옹과 싸울 때도 이런 표정은 아니었는데…….’
헌원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체 누굴 만나러 가는데요?”
“……따라와 보면 알아.”
“들고 있는 그 보따리는 뭐예요?”
백수룡의 어깨에 봇짐을 메고 있었는데, 그 부피가 상당히 컸다.
백수룡이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악마와 손을 잡는 대가라고 할까.”
“예에?”
백수룡은 말없이 앞장섰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으슥한 골목에 있는 작은 객잔이었다.
살인 청부를 받는 살수와 접선하면 딱 좋아 보일 곳이었다.
“여기다.”
“꿀꺽.”
백수룡이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마른 침을 삼킨 헌원강이 뒤따라 들어갔다.
객잔 안에는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엔 저를 찾아오실 줄 알았어요.”
여인이 면사를 살짝 걷으며 말했다.
그 얼굴을 확인한 헌원강은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군사라길래 누군가 했더니…….
“당소소?”
그녀는 학생회의 부회장이자, 백수룡의 열렬한 추종자인 당소소였다.
백수룡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꼭 이렇게 음침한 곳에서 만나야겠냐?”
“동연은 학생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회장 후보가 학생회와 접촉하는 걸 누가 보면 괜한 트집이 잡힐 수도 있어요.”
당소소가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살포시 웃었다. 여유로운 태도였다.
백수룡은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학생회 최고의 지낭이로군. 방금 대답은 우릴 돕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
“그 전에, 물건부터.”
“끄응.”
한숨을 내쉰 백수룡은 들고 온 보따리를 탁자 위에 올렸다.
당소소가 예리한 눈으로 보따리를 살피며 말했다.
“가짜는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에요. 함께 대의를 도모하기 위해선, 서로 간의 신의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까.”
“네가 그 정도로 허술한 녀석이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
“과연.”
당소소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뭐길래…….’
두 사람의 진지한 대화에 헌원강은 끼지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보따리 안에서 나온 것을 본 순간, 헌원강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당소소를 바라봤다.
분위기를 봐서는 무슨 금덩이라도 나오나 했더니…….
“이불?”
“……진품이군요.”
당소소는 눈을 감고 이불에서 나는 체취를 음미했다.
“하아. 선생님이 쓰던 이불…… 이 체취……. 약속대로 안 빨고 가져오셨네요.”
도대체 얼마나 변태인 걸까.
백수룡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하아아아…….”
“제발 그만해. 너 때문에 주화입마 올 것 같으니까.”
면사를 들추고 이불에 코를 박고 킁킁대던 당소소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이런, 추태를 부렸군요. 나머진 집에 가서 해야겠어요.”
대체 뭘?
백수룡은 대답이 두려워서 차마 묻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당소소의 시선이 비로소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던 헌원강을 향했다.
그녀가 눈을 반달로 만들며 어여쁘게 웃었다.
“좋아요. 원강 선배가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
그날 헌원강은 청룡학관 최고의 지낭이자 군사, 변태를 영입했다.
하지만 그 뒤에 스승의 큰 희생이 있었음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