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상검연 (2)
“그럼 또 보자고.”
“먼저 들어가세요. 전 조금 더 있다가 갈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헌원강은 허름한 객잔을 나섰다.
당소소는 이후 계획을 조금 더 정리한 다음에 가겠다고 했지만, 헌원강은 그녀가 백수룡에게 받은 보따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눈치껏 모른 척하고 조용히 빠져나왔다.
“흐으으읍! 이 냄새…… 더 이상 못 참아…….”
“……당소소. 여러 가지 의미로 무서운 녀석이야.”
헌원강은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럴 땐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한 것이 원망스러웠다.
어느새 휘영청 달이 뜬 밤이 되었다.
헌원강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다.
수라혈천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최근에 싸웠던 적들과의 일전을 복기하고, 천무학관으로 떠난 팽사혁을 떠올리고.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잘못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평생을 단순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생각할 것이 많아지자 머릿속이 뒤죽박죽 복잡했다.
“……돌아가서 수련이나 하자.”
헌원강은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털어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땐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최고다.
헌원강이 발걸음을 서두를 때였다.
등 뒤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살기가 느껴졌다.
‘기습!’
헌원강은 몸을 뒤로 틀며 벼락처럼 도를 뽑았다.
본능적으로 이루어진 발도. 은빛 궤적이 밤공기를 갈랐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공격이었다.
까앙!
도가 상대의 검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헌원강은 그 반발력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연속해서 베었다.
까가가강!
쇠붙이끼리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찰나에 십 합이 넘는 공방이 이루어졌다.
헌원강은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리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제법 늘었네.”
송곳 같은 살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헌원강의 뒤를 기습한 사람은 바로 백수룡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헌원강이 이내 투덜거렸다.
“갑자기 뭐예요? 진짜 놀랐잖아요.”
백수룡이 몰래 나타나서 놀라게 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살기를 품고 기습한 것은 처음이었다.
“네가 정신을 놓고 다니는 것 같아서. 긴장 좀 하라고 그랬다.”
옆으로 다가온 백수룡이 헌원강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도 방금 반응은 좋았다.”
헌원강의 타고난 감각을 더 예리하게 만들기 위한 훈련.
백수룡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은 그런 수련의 일종이었다.
반쯤은 놀라게 해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헌원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까지 절 기다린 거예요?”
“내가 그렇게 시간이 많아 보이냐? 근처에서 볼일 보고 왔다.”
헌원강이 당소소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백수룡은 갱생문에 들르고, 하오문에도 다녀왔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당소소랑 얘기는 잘 끝났냐?”
“예. 뭐.”
“무슨 얘기 했는데?”
“그냥 뭐, 이런저런…….”
헌원강은 낯간지러운 이야기는 모두 빼고, 당소소와 나눈 대화를 대충 설명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당소소가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할 것이다.
‘솔직히 이해 못 한 것도 많고…….’
내일 상검연 회장과 만나기로 한 것 외에도, 당소소는 헌원강에게 선거 전략을 이것저것 제시했다.
하지만 헌원강이 이해한 건 그중 절반도 안 됐다.
“그래서,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된대요.”
“짜식.”
그런데 어쩐지 백수룡의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헌원강을 바라보는 흐뭇한 표정에, 손을 뻗어 제자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기까지 했다.
닭살이 돋은 헌원강이 놀라서 흠칫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왜 이래요? 적응 안 되게시리.”
“아주 기특하단 말이지. 사부 생각도 다 해 주고 말이야.”
“……뭔데?”
헌원강의 뇌리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백수룡이 갑자기 히죽거리며 저럴 만한 이유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망나니가 사람 다 됐어. 스승에게 은혜도 갚으려고 하고 말이야.”
의미심장한 미소.
이쯤 되면 눈치채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가 없었다.
헌원강이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설마…… 다 들었어요?”
“뭘? 은혜 갚고 싶어 하는 거?”
백수룡이 짓궂게 웃으며 되묻자, 헌원강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 쪽팔리게 진짜……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자식이, 안 어울리게 부끄러움은 많아 가지고.”
백수룡은 흑룡편으로 헌원강의 어깨를 꾹꾹 찔렀다.
헌원강이 질색을 하며 옆으로 피했다.
“아, 하지 마! 왜 남의 말은 엿듣고 난린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리는 걸 어쩌냐? 안 들리게 하고 싶었으면 기막이라도 펼쳐 놓든가.”
“말하면서 기막을 펼치는 게 뭐 쉬운 줄 알아요? 선생님한테나 쉽지!”
“쯧쯧. 그러게 무공 수련을 더 열심히 했어야지.”
“아오…… 진짜 선생님만 아니었으면…….”
약이 바짝 오른 헌원강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무공으로도 상대가 안 되고, 말싸움으로는 더 상대가 안 되니 속이 터지는 모양이었다.
백수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한 방 먹이고 싶냐? 그럼 기회를 한 번 줄까?”
“예?”
백수룡은 한 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한 발만으로 중심을 잡은 그가 말했다.
“여기서 백룡장까지 경공 대결 어때? 대신 난 한 발을 들고 갈게. 네가 이기면, 안 피하고 무조건 한 대 맞아 주마.”
“……정말요?”
아무리 내공이 많아도, 경공은 결국 다리로 펼치는 것이다.
외발의 경공 고수 같은 건 무협지에서도 보지 못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 헌원강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합시다!”
“대신에 내가 이기면, 다른 녀석들한테 네가 당소소랑 나눈 얘기를 전부 말할 거야.”
“어?”
“네가 나한테 은혜를 갚기 위해서 출마했다고 말이지.”
히죽 웃은 백수룡이 뛰어갈 자세를 잡았다.
그제야 속았다는 걸 깨달은 헌원강이 다급하게 외쳤다.
“자, 잠깐만! 다시 생각을…….”
“그럼 출발!”
휘익!
백수룡은 헌원강의 말은 듣지도 않고 경공을 펼쳐 달려나갔다. 외발로도 순식간에 멀어졌다.
헌원강이 허겁지겁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이 양아치 자식! 죽인다!”
헌원강도 이 경공 대결이 수련의 일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당장은 백수룡을 잡아서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그날 경공 대결의 승자는 백수룡이었다.
* * *
다음 날.
헌원강은 녹초가 되도록 선거 유세를 한 뒤에 백룡장으로 돌아왔다.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목이 살짝 쉴 정도였다.
“여. 은혜 갚은 까치 왔어?”
“닥쳐.”
헌원강을 자신을 놀리듯 부르는 거상웅에게 주먹 감자를 먹였다.
전날 경공 대결의 패배로, 헌원강이 동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백룡장의 모두가 알게 되었다.
즉, 어마어마한 놀림감이 되었단 소리였다.
“선배. 오늘의 은혜는 다 갚고 왔어요?”
“선생님은 야근이라던데. 선배 혼자 오면 어떡해요?”
마루에 드러누운 헌원강은 손을 휘휘 저었다.
하도 놀림을 받다 보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들 수련이나 해. 난 좀 쉬었다가 상검연에 가야 하니까. 망할. 이놈의 선거 때문에 수련할 시간도 없네.”
거상웅이 헌원강 옆으로 오더니 털썩 앉으며 말했다.
“잘 다녀와라. 듣기로는 검화가 청룡학관 제일의 미인이라던데.”
“선배는 사학년이면서 본 적 없어?”
“넌 같은 학년인데도 본 적 없잖아.”
그러고 보면 둘 다 여자한테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술, 도박에는 환장했었지만.
헌원강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암. 내 것도 아닌데 이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위지천은 어딨어?”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예절 교육받으러 가서 아직 안 왔다.”
“이미 왔어야 할 시간 아니야?”
“그러게 말이다. 오늘따라 늦네.”
“으음…….”
헌원강은 시간을 확인했다. 곧 출발하지 않으면 검화와 약속한 시각에 늦을 것 같았다.
‘당소소가 위지천을 꼭 데려가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위지천을 기다렸다가 함께 늦을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헌원강이 거상웅에게 말했다.
“나 먼저 갈 테니까, 위지천 오면 바로 상검연으로 오라고 전해 줘.”
“알았다. 다녀와라.”
헌원강이 몸을 일으키자, 마당에서 수련 중이던 여민과 야수혁도 한마디씩 보탰다.
“가서 또 사고 치지 말고요.”
“오늘도 은혜 많이 갚고 오십쇼.”
“망할 놈들…….”
헌원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백룡장을 나섰다.
다시 청룡학관에 들어가면서 찌푸렸던 표정을 억지로 폈다.
아직 하교하지 않은 학생들, 동아리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며 헌원강은 얼굴 근육이 아플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헌원강입니다!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하얀 건치를 드러내면서 헌원강은 유세를 펼쳤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사나운 인상으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휙휙 둘러보면, 마치 사냥감을 물색하는 살인마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왜 인사하는데 도망가고 지랄이야? 누가 잡아먹어?”
자신을 피하기 바쁜 학생들을 보며 헌원강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대로 학생들을 쫓아내며, 헌원강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규모를 자랑하는 동아리답게, 상검연은 큰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따로 연무장이 마련돼 있었다. 검을 든 학생들이 그곳에서 대련을 하거나 전각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헌원강은 상검연 입구를 기웃거리다가 눈이 마주친 학생에게 씨익 웃어 주었다. 일학년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이었다.
“회장을 만나러 왔는데. 오늘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거든.”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에 보고하고 오겠습니다!”
헌원강의 살기 넘치는 미소에 겁먹은 듯, 일학년으로 보이는 학생은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경공이나 다름없는 속도를 보이며 상검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헌원강은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뛰지 말고! 그러다 다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와도 돼!”
나름 친절하게 말한 거였는데, 어째선지 일학년의 경공이 훨씬 더 빨라졌다.
잠시 후, 눈매가 날카로운 남학생이 헌원강을 데리러 왔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회장에게 안내하겠습니다.”
“아. 고마워.”
“그런데. 아까 저희 일학년을 겁주신 것 같던데…….”
“뭐? 내가 언제? 나 그런 사람 아니야.”
헌원강이 건치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자, 눈매가 날카로운 남학생이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남학생은 회의실 앞에 멈춰 서더니, 문을 두드리고 말했다.
“회장. 헌원강 선배가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회의실 안에는 이미 상검연의 간부들이 모여서 헌원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상검연의 회장 유이란이야.”
“와…….”
검화를 본 순간, 헌원강은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막지 못했다.
보는 순간, 어째서 별호에 꽃(花)이 들어가는지 알 것 같았다.
가녀리지만 기품과 도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꽃.
헌원강이 잠시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자, 유이란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초면에 좀 무례하네.”
“아, 미안하다.”
그 한마디에 헌원강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유이란의 미모에 잠시 놀랐을 뿐, 헤벌레하지는 않았다.
“영약 요리 연구회의 회장 헌원강이다. 같은 학년이니까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아, 네가 먼저 말을 놨지?”
“……거기 앉아.”
유이란은 무표정한 얼굴로 헌원강에게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놀랐다.
보통 남자들은 그녀를 처음 보면 어쩔 줄 몰라 말을 더듬거나, 안 보는 척하면서 음탕한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헌원강은 잠시 놀랐을 뿐,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유이란을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에 있어서 헌원강의 첫인상은 합격이었다.
좀 사나워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소소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맞아.”
헌원강은 전날 당소소가 알려 준 대로 상검연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상검연이 자신을 지지할 경우 그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지, 동연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밤새 외워 온 대로 설명했다.
그 정성에 유이란과 상검연의 간부들도 놀랄 정도였다.
“생각 이상으로 진심인 모양이네.”
“당연하지.”
“하지만…… 역시 널 지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어? 왜?”
당소소의 부탁도 있고 해서 긴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사실 유이란은 이런 자리 자체가 불편했다.
“널 지지하기엔 우리도 부담이 상당히 커. 상도연과 굳이 척을 지면서까지 널 지지했다가 당선되지 못하면? 우린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돼.”
“잠깐만.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미안.”
유이란이 헌원강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우린 동연 내부 정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주의야. 투표는 회원들 각자의 판단에 맡길 생각이야.”
협상의 여지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유이란의 표정은 단호했다.
“끄응…….”
헌원강이 난감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 이상으로 유이란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헌원강이 고민하던 그때였다.
똑똑!
문밖에서 아까 그 인상이 날카로운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회, 회장. 사람이 또 찾아왔습니다. 헌원강 선배와 함께 회장을 만나러 왔다고…….”
“미안하지만 돌려보내. 방금 이야기 끝났으니까.”
“하지만 위지천인데요?”
“뭐?”
‘위지천’이라는 말에 유이란은 물론이고, 회의실 안에 간부들 모두가 동요했다.
헌원강이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상검연 내에서 위지천은 그만큼 유명인사였다.
모두의 간절한 시선을 받은 유이란이 말했다.
“……일단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체구가 작은 소년이 들어왔다.
위지천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뵌 선배님들이 자꾸 말을 거셔서 이야기하고 오느라…….”
소심한 인상에 눈망울이 큰 소년.
하지만 그 안에서 위지천을 무시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최소한 검을 다루는 자들은 그럴 수 없었다.
‘이 녀석이 위지천!’
‘검룡 독고준이랑 쌍벽을 이루는 검의 천재…….’
‘가까이서 보니 더 작네.’
‘한 번만 대련해 보고 싶다…….’
상검연의 간부들은 누구보다 검을 좋아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검의 천재인 위지천을 모를 리 없었다.
입관시험에서 독고준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친 신입생!
하지만 위지천은 대부분 청룡학관과 백룡장만 성실하게 오가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네가 위지천.”
검화 유이란의 표정 역시 심상치 않았다.
그녀는 위지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후에는 허리에 매단 검을 뚫어져라 보았다.
“아,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
위지천이 예의 바르게 포권을 취하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유이란은 홀린 듯이 소년을 바라봤다.
헌원강이 그녀를 보고 감탄했을 때보다 더 넋을 놓고, 부담스러우리만치 세세하게 살폈다.
‘회장이?’
상검연의 간부들도 놀랐다.
아무리 상대가 검의 천재라고 한들, 유이란이 남자를 저리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어려서부터 귀찮게 구는 날파리가 너무 많았던 탓에, 평소 남자들과는 거리를 두던 그녀였다.
그랬던 검화가…….
위지천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저기, 제가 무슨 실수라도…….”
“너.”
그녀의 시선을 느낀 위지천이 어깨를 움츠리는 가운데, 유이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교제하는 사람은 있니?”
“……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방 안에 있던 모두가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