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00
199화. 명성을 떨치는 방법백무흔이 돌아간 후, 백수룡은 한동안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보냈다.
우선 새벽에 일어나서, 백룡장에 머무는 제자들과 함께 가볍게(?) 새벽 수련을 하고.
“끄허어억!”
“사, 살려 줘…….”
“젠장. 그때 못 때린 게 천추의 한이다, 진짜!”
“배우는 건 우리인데 왜 선생님이 제일 강해지는 거냐고…….”
새벽 수련이 끝난 후에는 청룡학관으로 출근, 소속인 생활지도부로 건물로 향했다.
“왔느냐.”
오전 업무는 주로 매극렴과 함께 학관을 순찰하는 것.
두 사람은 학관 내에서 금지된 음주, 흡연, 불순 이성 교제를 하는 불량학생들의 단속에 나섰다.
“히이이익!”
“학주다! 튀어!”
무공이 강해지면서 백수룡의 기감은 한층 넓어졌고, 이는 청룡학관의 불량학생들에게 재앙이었다.
“사, 살려 주세요!”
“젠장! 여긴 학주한테도 안 걸렸던 곳인데!”
한층 예민해진 기감으로 학관 곳곳에 숨은 바퀴벌레들을 모조리 찾아내 박멸했다.
도망? 어림도 없었다.
도망치려다 제압당한 불량학생들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처맞거나, 악명이 자자한 매극렴과의 개인 면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네 덕에 요즘 일이 편하구나.”
매극렴은 손자의 활약에 만족한 눈치였다.
실제로 백수룡이 온 이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의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다.
덕분에 처음에는 없던 여유 시간도 생겼다.
“오후에는 나 혼자 순찰을 돌 것이니, 너는 네 할 일을 하거라.”
“예.”
점심 식사 이후에는 주로 수업 준비를 했다.
아직 맡은 수업이 하나뿐이었기에, 백수룡은 그 최대한 꼼꼼하게 수업을 준비했다.
는 철저하게 실전적인 수업이었으므로, 그는 보조강사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오늘은 독에 당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거랍니다. 호호호. 걱정하지 마세요. 즉사하는 독은 안 가져왔으니까요.”
““꺼어어억!””
독이 필요하면 당소소를 불러서 강의실에 독을 풀게 했고.
“칼침? 이쁘게 놔줄 수 있는데. 어떤 새끼가 먼저 맞아 볼래?”
“…….”
사파 특유의 분위기가 필요할 땐 갱생문에 있는 인상 험악한 애들을 데려와 혀로 칼날을 핥게 했으며,
“……오늘은 내가 만난 연쇄살인범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때는 삼 년 전. 열 살 이하의 어린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꿀꺽…….”
한 번씩은 청천을 불러다가 실감 나는 경험담을 풀게 해, 사파의 마두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교활한지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경각심을 가지도록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생활지도부로 돌아와 서류 업무를 보거나, 개인적으로 찾아온 학생들의 무공을 봐주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개인적으로 백수룡을 찾아와 따로 무공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 지도 대련을 부탁드립니다.”
학생회장 독고준이 찾아오기 시작한 후로는 하나둘 백수룡을 찾아오는 학생이 늘었다.
“독고준. 몇 번이나 말했지만, 무식하게 정면승부만 고집한다고 강검이 아니다.”
“유이란. 검초에서 조급함이 느껴진다. 다시 한번 해 보도록.”
“……당소소. 왜 또 왔지?”
그렇게 백수룡은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거의 밤늦게 퇴근을 했는데, 퇴근길에 야근 중독자인 남궁수와 종종 마주쳤다.
“…….”
“…….”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눈인사만 하고 각자 갈 길을 갔지만, 간혹 오늘처럼 남궁수가 혼잣말 비슷하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었다.
“훌륭한 자세다.”
“……뭐가?”
“모자란 능력을 야근으로 채우는 것. 그 정신력을 칭찬하지.”
“뭐래. 미친놈이. 야근은 네가 학관에서 제일 많이 하는데. 그럼 네가 능력이 제일 모자라냐?”
“나는 업무가 과중하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지.”
“아이고. 그러시겠지요.”
짧은 동행은 청룡학관 정문을 나설 때까지만 이어졌다. 그 앞에서 반대 방향으로 길이 나뉜 것이다.
“조만간…….”
“조만간 뭐?”
남궁수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니, 직접 보는 게 낫겠지.”
“뭔 소리야? 야. 야!”
남궁수 끝내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저거 나 찝찝하라고 일부러 말하다 만 거 아니야?”
백수룡은 남궁수의 뒤통수에 대고 주먹감자를 먹여 준 후, 몸을 돌려 백룡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집에 왔다고 하루의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제자들의 저녁 수련을 도와줄 시간이었다.
끼이이익.
백룡장의 문을 열어젖힌 백수룡은 마당에서 훈련 중이던 제자들을 향해 사악하게(본인은 활짝이라고 표현하는) 웃었다.
“얘들아. 나 왔다.”
““히익!””
수련이 끝나면 푹 자면서 휴식을 취할 것이기에, 새벽 수련보다는 저녁 수련의 강도가 조금 더 높았다.
물론 백수룡은 입장에서나 ‘조금’이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절로 곡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끄허어어어억!”
“자, 잘못했어요! 뭔지 몰라도 제가 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그때 기습하자고 했잖아!”
“엄마…… 아빠…… 헤헤. 다시 뵈니 너무 기뻐요…….”
“정신 차려! 너네 엄마 아빠 돌아가셨어!”
덕분에 백룡장에는 비명이 가실 날이 없었지만, 그만큼 제자들의 무공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 * *
백수룡은 공식적인 일과로도 하루가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비공식적으로도 꽤 바빴다.
[최근 혈교의 것으로 짐작되는 무공의 흔적이 중원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음.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본문의 비밀지부로 찾아올 것.]하오문에서 인편으로 보내 온 짧은 서찰.
그 내용을 확인한 백수룡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려는 건가?”
혈교의 준동은 거의 확정된 미래나 다름이 없었다.
더 이상 그 힘을 숨기지 못해 밖으로 흘러나오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무림맹도 혈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백수룡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삼 년? 이 년?’
백수룡은 최대 삼 년, 아마도 그 전에 혈교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리라고 예상했다.
놈들이 ‘우리가 부활했다!’ 하고 얌전히 있을 리 없으니, 혈교의 등장과 동시에 무림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인다고 봐야 한다.
‘그 전에 대비해야 해.’
이미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악인곡에 다녀온 후 금룡상단을 통해 벽안귀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갱생문에도 가끔 들러 철두를 비롯한 문도들의 무공을 봐주었다.
당장은 미약하지만, 일 년만 지나도 두 세력은 몰라보게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적은 피해로 전쟁에서 이기려면, 훨씬 더 많은 고수가 필요해.’
백수룡이 매일 학생들을 닦달해 무공을 가르치는 이유도, 더 이상 천무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혈교와 전쟁이 벌어지면 그의 제자들도 휩쓸릴 것이다.
어리다고 해서, 미래가 기대되는 후기지수라고 해서 적의 칼날이 비켜나가진 않는다.
‘너희들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백수룡은 제자들이 자고 있는 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쿠울…….
곤히 잠든 제자들의 숨소리, 코 고는 소리,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자들이 전쟁에 나가서 큰 활약을 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살아남을 정도로는 강해지길 바랐다.
언제까지 자신이 옆에서 지켜 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내 영향력도 키워야겠지.’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필시 무림맹이 전쟁을 주도하게 될 텐데, 그때 목소리를 내려면 명성과 영향력이 필요했다.
다행히 최근 청룡신협이라는 별호를 얻으며 명성이 조금씩 붙고 있었지만, 아직 한참 부족했다.
‘십대고수 정도의 명성은 되어야, 무림맹에 내 의견을 강하게 말할 수 있다.’
단순히 강해서만은 안 된다. 정파의 협객으로서 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무림맹 고위직에 있는 혈교의 간자들을 축출해 낼 수 있어.’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무림맹 내부부터 정리해야 전쟁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다.
머리가 아픈지 백수룡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웬만하면 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했지만…….”
백수룡은 혈교의 수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다.
놈들은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을 때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그때 대처하면 너무 늦는다.
그 전에 하나씩 혈교가 준비한 계획들을 무너뜨리고, 약점을 찾아내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역시…….
“여론을 움직일 정도의 명성이 필요해.”
지금까지 백수룡은 무인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싶다고 생각해 본 바가 없었다.
오히려 명성이 높아지면 적만 많아진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혈교를 상대로 전쟁에서 싸워 이기려면, 지금껏 원치 않았던 명성이 필요했다.
“명성, 명성이라…….”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계획이 떠올랐다가 수정되고, 폐기되고,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무림인이 명성을 쌓는 방법은 가장 쉬운 방법은 누가 뭐래도 강한 무공이다.
그리고 무공을 증명하는 방법은 싸워서 증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싸움을 걸면?
자칫 잘못하면 무림공적이 되기 십상이다.
아니면 무공만 세고 예의가 없다며 뒤에서 수군거리겠지.
생각하면 웃긴 일이지만, 정파는 그렇다.
‘정파의 존경받는 협객이 되려면 그런 단순한 방법으론 안 돼.’
차라리 밖에 나가서 무림공적이라도 찾아 죽일까? 혈수귀옹을 죽였을 때처럼?
무림공적을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 행동 자체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게다가 갑자기 학관을 내팽개쳐 두고 밖에 나갈 핑계는 뭐라도 댈 것인가?
‘아예 외부 실습 수업을 핑계로 나갔다 올까?’
“으음…….”
순간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백수룡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멀리 갈 수가 없어. 동네 뒷산 정도 가 봤자 무림공적이 있을 리도 없고…… 끄응.”
백수룡은 팔짱을 낀 채로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늦은 밤이었지만 피로를 느끼지는 않았다.
무공의 성취가 높아진 덕에, 최근에는 하루에 한 시진만 자도 충분했다.
다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
“……나중에 더 생각해 봐야겠군.”
결국, 백수룡은 고민을 한쪽으로 미뤄 놓았다.
그것 외에도 곧 다가올 중간고사 등 생각할 것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다음 날.
평소와 다름없이 제자들을 반쯤 다져 놓고 출근한 백수룡은, 청룡학관 정문에 붙은 대자보를 보고 멈춰 섰다.
“이건…….”
대자보는 두 장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백수룡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입 강사 연수 참가자 모집] 올해 본 학관에 입사한 신입 강사를 대상으로 아래와 같이 연수를 실시합니다.일시 : 중간고사 종료 후(추후 결정)
장소 : 안휘성 남궁세가
대상 : 오대학관 신입 강사 중 지원자에 한함
오대학관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입 강사들의 역량 강화 및 교류를 목적으로 한 신입 강사 연수를 준비하였습니다. 신입 강사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다행히 허락이 떨어졌군.”
남궁수가 옆에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돌아보니 평소보다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 모습이었다.
“놀랐나?”
“어제 말하려다 만 게 이거였냐?”
고개를 끄덕인 남궁수는 드물게 말을 많이 했다. 마치 백수룡을 설득하려는 것 같았다.
“본가는 학관업의 정점에 있다. 신진교육법을 익히고 인맥을 만들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도 없지. 너에게는 큰 기회다. 마침 기간도 중간고사 이후이니…….”
“당연히 가야지.”
바로 나온 대답에, 남궁수는 ‘이렇게 쉽게?’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의외로군. 남에게 배울 것이 없다고 거절할 줄 알았는데.”
그 순간, 백수룡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혔다. 그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이런 기회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데.”
하지만 남궁수가 생각했던 대로, 백수룡은 신입 강사 연수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진교육법 따위는 관심 없지만…….’
바로 장소가 오대세가의 수좌인 남궁세가였다.
천하에 이름난 고수들, 유명한 강사들이 모여들 것이 분명했다.
명성을 떨치기에 그보다 좋은 장소도 없었다.
무인으로서도, 선생으로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