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01
200화. 사천왕이다점심시간.
백수룡이 식당에 들어서자, 한쪽에서 먼저 자리를 맡아 두고 있던 악연호와 명일오가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형님! 형님! 이쪽이에요!”
“여깁니다! 빨리 오십시오!”
“부끄러워…….”
그들 옆에 앉아 있던 제갈소영은 모여드는 주변의 시선이 부끄러운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백수룡은 식판을 들고 그들 건너편에 앉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백수룡은 두 사람이 이러는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했다.
예상대로 두 남자가 흥분해서 말을 쏟아냈다.
“형님. 아침에 정문에 공고문 붙은 거 못 보셨어요?”
“남궁세가랍니다! 저희가 남궁세가에 간답니다! 신입 강사 연수로요!”
평소에는 둘 중 악연호가 더 수다스러운 편이지만, 오늘은 명일오가 더 난리였다.
명일오는 마치 소풍 가기 전날의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말을 쏟아냈다.
“다른 곳도 아닌 남궁세가란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엄청 큰 무가는 처음 가 봅니다!”
“명 형. 예전에 우리 가문에 와 봤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 아, 아니 그게……. 아무튼 남궁세가는 처음이라 이거지.”
뒤늦게 당황한 명일오가 어색하게 변명을 했다.
힐긋 장난스럽게 명일오를 째려본 악연호는 이내 피식 웃었다.
“하긴, 지금의 남궁세가는 명백히 천하제일 세가이니까요.”
천하제일세가.
남궁세가는 수백 년에 달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명백히 오대세가의 수좌로 인정받고 있었다.
혈교가 망한 후 빠르게 학관업에 뛰어든 것이 주효했다.
한순간에 주적을 잃은 정파무림이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동안, 남궁세가는 가장 먼저 학관업에 뛰어들어 시장을 장악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현재.
남궁세가는 오대학관 전체에 일타강사를 둘 정도로 뛰어난 강사를 많이 배출했고, 방계들조차 온 천하로 퍼져 나가 남궁의 이름을 걸고 무관을 세웠다.
거미줄처럼 뻗어 나간 남궁세가의 인맥은 이제 천하를 아우를 정도였다.
명일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요즘에는 남궁세가의 눈 밖에 나면 학관 문도 못 연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뭐, 면접에서부터 남궁세가의 직계를 도발했던 누구도 있지만요.”
악연호가 피식 웃으며 백수룡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몇 달 전이 된 입사 시험 때의 이야기.
명일오도 기억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땐 정말 깜짝 놀랐지.”
“시골에서 상경한 촌뜨기가 남궁세가의 직계한테 시비를…….”
“됐어. 그만해.”
백수룡은 그만하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맺혔다.
“뭘 또 새삼스럽게 내 얼굴에 금칠을 하고 그래.”
““칭찬 아니거든요?””
뭐든지 칭찬으로 듣는 그 뻔뻔함에, 동기들은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제갈소영이 한마디 했다.
“듣기로는, 남궁수 선생님이 이번 연수를 추진하기 위해 힘을 많이 쓰셨다고 해요.”
입사 수석인 그녀는 일타강사인 남궁수를 사수로 두고 있었고, 덕분에 나날이 야근을 경험하며 눈 밑에 그늘이 짙어지는 중이었다.
“남궁수가?”
백수룡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침에 만났던 남궁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분명, 평소보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게 사실은…….”
제갈소영은 주위를 슥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올해부터 청룡학관은 신입 강사 연수에서 제외될 예정이었대요.”
“뭐?”
“왜요?”
악연호와 명일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백수룡은 그 의도를 단숨에 이해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오대학관 신입 강사 연수에 청룡학관만 제외시키려 했던 이유.
“같이 놀기에는 우리가 수준이 떨어진다, 이건가?”
“설마요…….”
“에이…….”
하지만 말과 달리, 악연호와 명일오의 표정도 굳었다.
내년부터 청룡학관이 천무제에 초대받지 못할 거란 사실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었다.
신입 강사 연수 제외는 그에 따른, 청룡학관 배제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한껏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백수룡이 제갈소영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제외될 뻔했는데, 남궁수가 그걸 막았다는 거지?”
“네. 사무실로 남궁세가의 서찰이 여러 번 왔었어요. 그때마다 남궁 오라버니, 아니 선생님도 흥분해서 답장을 보냈고요.”
제갈소영은 남궁수와 같은 오대세가인 제갈세가 출신이었다.
덕분에 이런저런 사정을 많이 알게 된 듯했다.
그녀는 조금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를 제외하려는 명분은 위험하다는 거였대요.”
“……위험해?”
“신입 강사 연수에서 매해 싸움이 있었나 봐요. 처음에는 각자의 교육관을 두고 싸우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비무가 벌어지고, 그러다 부상자가 나오면서 학관 간에 감정의 골이 생기고…….”
“그런데 왜 우리만 제외야?”
제갈소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청룡학관 신입 강사는 항상 다른 학관들의 표적이었대요. 연수 성적도 좋지 않았고요.”
남궁수 선생님이 연수에 갔을 때는 예외였지만…….
제갈소영은 뒷말을 중얼거리며 동기들의 눈치를 보았다.
“…….”
“…….”
악연호와 명일오의 표정이 이제는 완전히 굳어 있었다.
더 이상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신입 강사 연수에 가는 순간, 다수의 표적이 된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그러니까 말만 연수지, 강사들 간의 전쟁터라 이거네?”
백수룡의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가 맺혔다.
그에겐 아주 마음에 드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남궁세가에서 어떻게 다른 놈들한테 싸움을 걸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제일 만만한 게 우리라서, 알아서 시비를 걸어온다 이거지?”
“혀, 형님?”
“왜 또 그렇게 웃어요?”
백수룡의 불길한 미소에 악연호와 명일오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경험상 백수룡이 저런 미소를 지은 뒤에는, 항상 사고가 터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갈소영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용서할 수 없어요.”
동기들에겐 차마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우연히 남궁수가 남궁세가와 주고받은 서찰의 내용 일부를 보았다.
[신입 강사 연수에 참여시켜 달라? 청룡학관에 가더니 너도 그들처럼 수준이 떨어진 것이냐?]힐끗 본 서찰에 적혀 있던 내용.
그들은 대놓고 남궁수를 조롱하며 무시하고 있었다.
청룡학관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너무해.’
제갈소영은 개인적으로 남궁수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다.
남궁수는 절대로, 그런 식으로 무시당해도 될 사람이 아니었다.
[올해는 다릅니다.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은 연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겁니다. 제 경력을 걸지요.]그런 남궁수가 자신들을 믿어 주었다.
자신의 일타강사 경력을 걸고, 신입 강사 연수에 후배들을 보내 주었다.
“오라버니.”
제갈소영은 백수룡을 바라봤다.
아마도 남궁수가 자신의 경력을 걸 수 있었던 이유.
“가서 다른 학관 놈들을 박살 내요. 우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 주자고요.”
“당연하지.”
제갈소영의 진지한 눈빛에, 백수룡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악연호와 명일오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본때를 보여 주죠.”
“확실하게 준비해서 개망신을 시켜 줍시다.”
청룡학관의 변화는 학생들에게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오대학관 중 가장 처진다는 평가.
그 수군거림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던 강사들이, 최근 연이은 사건들을 겪으며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항상 백수룡이 있었다.
‘좋군.’
백수룡은 달라진 자신의 동기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벌써부터 다가올 신입 강사 연수가 기대됐다.
“하지만 그 전에, 중간고사부터 잘 마무리해야 하는 건 알지?”
“물론이죠.”
백수룡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신입 강사 연수는 오대학관의 첫 중간고사가 모두 끝난 후에야 정확한 일정이 잡힌다.
지금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가올 중간고사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래서 말인데…….”
백수룡은 동기들을 둘러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는 세 명에 한 명을 더해서, 자신을 제외하고 네 명이면 지금 구상한 계획에 딱 맞을 것 같았다.
“너희들, 중간고사에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청룡학관에 입사한 후 첫 번째 중간고사.
백수룡은 누구보다 특별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바야흐로 중간고사가 시작됐다.
“아니, 대체 뭘 배웠다고 중간고사야?”
헌원강은 투덜거리며 오늘의 마지막 시험 장소로 향했다.
그 옆에서 걷고 있던 거상웅이 혀를 차며 말했다.
“꼭 너처럼 공부 안 한 애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그러는 선배는 공부 좀 했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거상웅은 못 들은 척하며 손에 든 서책을 읽었다. 당장 며칠 후에 있는 교양 시험 범위였다.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벼락치기 하는 건 똑같네.”
“……똑같지는 않아. 그건 나에 대한 모독이라고.”
“어쩌라고.”
정색하는 거상웅에게서 고개를 돌린 헌원강이 이번에는 후배들을 바라봤다.
“너희는 공부 좀 했냐?”
“흐아아암-”
“아니오…….”
야수혁과 위지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여민은 대답할 기운도 없다는 손을 휘휘 저었다.
다들 중간고사 기간에 벼락치기를 하느라 잠이 부족했다.
어쩐지 위로가 되는 후배들의 모습에 헌원강은 흐뭇하게 웃었다.
“하긴, 니들이 살면서 공부라는 걸 해 봤어야지.”
“선배랑 똑같은 취급은 좀…….”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데…….”
“아니. 이것들이 왜 나만 바보 취급이야?”
“바보에도 급이 있지…….”
“뭐 인마?!”
항상 그렇듯, 다섯 명은 티격태격하며 시험 장소로 향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자들은 죽어라 공부했고, 덕분에 대부분의 교양·이론시험을 간신히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도 이번 시험은 실전이라 다행이에요.”
위지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과목은 그들이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었다.
시험 장소에 도착한 일행은 주위를 둘러봤다.
텅 빈 연무장이었다.
“선생님은 무슨 시험을 이렇게 야밤에 불러내서 본대?”
바로 시험.
백수룡은 시험 시간을 다른 학생들이 모두 하관한 저녁으로 변경했고, 덕분에 이 넓은 청룡학관에는 몇 안 되는 학생들만 들어와 있었다.
불길한 상상을 한 헌원강이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또 얼마나 두들겨 패려고 이 밤에…….”
“글쎄. 단순히 대련은 아닐 것 같은데.”
“독고준!”
학생회장 독고준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나타났다.
그 걸음걸이가 꼿꼿하고 자연스럽게 명문가의 아들다운 기품이 흘렀다.
헌원강이 냉큼 가서 독고준과 똑바로 마주 서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흠흠. 학생회장 왔나?”
“……뭐 하는 거지?”
“흠흠. 너도 회장. 나도 회장. 그러니까 이제 같은 위치라 이거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이 말이야.”
“…….”
독고준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 학생들이 모인 장소는 평소의 강의실이 아닌 중앙 연무장이었다.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두 시험 장소에 도착하고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갑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위쪽이었다. 학생들이 고개를 들자, 연무장을 내려다보는 건물 위에 백수룡이 서 있었다.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소개부터 하지.”
딱.
백수룡이 손가락을 튕기자, 연무장의 동서남북 네 방향의 끝에서 가면을 쓴 괴한들이 흑의무복을 펄럭이며 내려섰다.
“오늘 너희의 시험을 도와줄 사천왕이다.”
진지해야 할 순간이었지만, 사천왕들은 자신들의 소개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백수룡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원래 이럴 때일수록 뻔뻔해야 하는 법이다.
“연무장 중앙에 목함이 있을 거다. 그 안에 너희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있다. 즉시 착용해라.”
학생들이 목함에서 명찰을 꺼내 착용한 것을 확인한 백수룡이 말을 이었다.
“시험이 시작되면, 사천왕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희의 명찰을 빼앗으려고 할 거다.”
“두 시진 동안 명찰을 빼앗기지 않고 버티면 합격. 학관 내에서라면 도망 다니거나 숨어도 된다.”
“사천왕의 몸에 닿는 공격을 성공시키면 가산점.”
“사천왕의 가면을 벗기면 만점. 해당 학생은 바로 집에 가도 좋다. 질문 있나?”
학생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선생님도 이 시험에 나서시나요?”
“아니. 나는 너희를 지켜보면서 채점만 할 거다.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 순간, 학생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백수룡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고?
“좋아. 해 보자고! 가면 하나는 내 거다.”
헌원강이 어깨를 붕붕 돌리며 의욕적으로 앞으로 나섰다. 다른 학생들도 무기를 뽑아 들었다.
백수룡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꽤나 할 만해 보였으니까.
백수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도 좋다.”
“조져!”
성급하게 달려든 헌원강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사천왕을 노리고 둘 혹은 셋씩 흩어져 달려들었을 때였다.
“아, 깜빡하고 설명 안 한 게 있는데…….”
어둠 속 사천왕의 뒤편에서, 갱생문의 왈패들, 아니 문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수십이 훌쩍 넘었다.
“뭐, 뭐야!”
당황해서 뒤로 물러나는 제자들에게, 백수룡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사천왕에겐 그를 따르는 부하들이 꽤 많으니 주의하도록.”
““진작 말했어야지!””
학생들의 비명과 함께, 난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