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21
220화. 실전처럼 하라면서요?‘벌써 한 시진이 넘었거늘.’
창천검왕은 여전히 아득바득 자신을 쫓아오는 백수룡을 지켜보며 여러 번 감탄하는 중이었다.
따다다다당!
자신을 따라오는 와중에도, 백수룡은 사방에서 쉴새 없이 쏟아지는 암기들을 모조리 쳐 냈다.
암기뿐만이 아니었다.
교묘하게 설치된 함정을 미리 발견해 무용지물로 만들고, 은밀히 살포된 독을 귀신같이 알아채곤 소매를 휘저어 바람에 날려 보냈다.
‘홀로 혈수귀옹을 베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건만, 정말 초절정의 초입에 이르렀구나.’
창천검왕이 백수룡을 면밀히 관찰하며 낸 결론이었다.
실력을 숨기려 하고 있었지만, 이 거리에서 무공을 펼친다면 자신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창천검왕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나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든 것도 대단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상황 판단력과 임기응변이다.’
선두에서 창천검왕을 쫓는 백수룡에게 당연히 가장 많은 공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백수룡에겐 서로 등을 맞대고 싸우거나, 의견을 나눌 동료가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했다.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고…….’
피할 것은 피하고, 건너뛸 것은 건너뛸 줄 알았다.
그 판단과 실행이 놀라울 정도로 빨랐기에, 창천검왕을 뒤쫓는 속도가 거의 느려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뒤따라오는 청룡학관 강사들을 위해 표식까지 남기고 있군.”
“……역시 알고 계셨군요.”
“모를 거라 생각했다면 날 너무 무시하는 게지.”
무공과 상황 판단력, 그 어떤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정신력까지.
백수룡을 알면 알수록,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을 따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속력을 더 높여서 백수룡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뒤따라오는 강사들이 전부 낙오될 터였다.
‘정체가 의심스러운 녀석만 아니었다면…….’
제자로 들이고 싶을 만큼 욕심이 나는 인재였다.
하지만 한 시진이 넘는 강행군은 백수룡에게도 쉽지 않았던 것일까.
“후우…….”
숨이 제법 거칠어진 백수룡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창천검왕에게 말을 걸었다.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질문은 목적지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에게 허락했는데.”
“그런 질문이 아니라…….”
채앵!
기습적으로 날아온 화살을 쳐 낸 백수룡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출발하기 전에, 저희에게 실전처럼 임하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랬지.”
“이게 실전이라면, 수풀 속에 적들이 숨어서 절 공격하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정말 실전처럼 하려면, 적을 죽이면서 움직여도 되는 거 아닙니까?”
“뭐라?”
그 순간, 곳곳에서 농도 짙은 살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수풀 속에 숨어서 암기를 던지는 자들은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창천검대였다.
한 명 한 명이 오대학관 강사들보다 강한 고수들.
백수룡은 방금 그들의 드높은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릴 죽이겠다고?’
‘건방진 녀석. 적당히 봐주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자신을 향한 창천검대의 적개심이 높아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슬슬 힘에 부쳐서요. 다신 못 덤비게 적들을 무력화시키면서 움직이면, 앞으로의 산행도 좀 편해질 것 같습니다.”
창천검왕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백수룡의 무공을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할 수 있으면 해 보게. 하지만 반격을 시작하는 순간, 자네를 노리는 공격이 더 지독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수룡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 여유만만한 미소에 조금 괘씸한 마음이 든 창천검왕은 자신을 따르는 창천검대에 전음을 보냈다.
[녀석이 저리 자신만만하니, 너희가 조금 더 실력 발휘를 해도 될 것 같구나. 검을 사용하는 것까지 허락하마.] [존명!]그때부터 창천검대의 공격이 더욱 맹렬해졌다.
쏟아지는 암기의 속도가 배로 빨라지고, 사각에서 급소를 노리고 날아왔다.
피잇!
비검 하나가 백수룡의 뺨을 스쳤다. 얕은 상처에서 핏방울이 희미하게 맺혔다. 무복도 여러곳이 찢어져 혈흔이 맺혔다.
하지만 백수룡도 더 이상 피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날아온 암기들을 손으로 잡아 주인에게 돌려줬다.
까앙! 까앙!
어둠을 꿰뚫고 날아간 암기는 창천검대에게도 위협적이었다. 수풀 속에서 암기를 쳐 내는 소리가 들렸다.
백수룡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중얼거렸다.
“창천검대도 별것 아니군. 기껏해야 쥐새끼처럼 숨어서 암기나 던지는 게 전부 아닌가.”
“!!”
그 도발이 결정적이었다.
창천검대는 백수룡을 향해 거리를 좁혔다.
무수히 많은 암기, 동전, 심지어 돌멩이와 날카롭게 만든 나뭇조각까지 날아왔다.
촤촤촤촤촤!
사천당문 최고의 비기라는 만천화우(滿天花雨)가 펼쳐진다면 이런 광경이 펼쳐질까.
암기의 태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수백 개가 넘는 암기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순간, 백수룡은 하늘로 도약하며 몸을 회전시켰다.
파라라락!
회전하며 일으킨 경파에 휘말린 암기들이 백수룡의 몸을 따라 휘돌다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튕겨났다.
그렇게 한차례 태풍은 견뎌 냈지만, 하늘로 몸을 띄운 터라 이후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약이 바짝 오른 창천검대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혼쭐을 내주마!’
‘놈! 잘난 척도 여기서 끝이다!’
흑의를 입은 창천검대원 네 명이 양옆 수풀에서 튀어나와 백수룡을 덮쳤다.
그들의 뒤편에서 창천검대주가 소리쳤다.
“방심의 대가를 치르게 해 줘라!”
그야말로 절묘한 순간을 노린 기습이었다. 백수룡의 얼굴에도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녀석. 이번에는 곤란을 면치 못하겠구나.’
창천검왕은 이번 공격으로 백수룡이 부상을 입거나, 최소한 자신을 놓치리라 생각했다.
백수룡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조금 전 행동이 다소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으나, 상대의 실력을 살피지 않고 무모한 도발을 했구나. 이번 기회에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교육 내내 고생할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백수룡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창천검왕은 즉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창천검대에게 경고했다.
“조심해라!”
그러나 이미, 한발 늦었다.
창천검대원 네 명이 거리를 좁힌 순간, 백수룡이 품 안에 숨겨 뒀던 암기를 꺼내 던졌다.
푹! 푹! 푹! 푹!
암기는 정확히 창천검대원 네 명의 팔다리에 박혔다.
“큭!”
“커헉!”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네 명의 창천검대원 전원이 암기에 당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노련한 고수.
공격에 실패한 즉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은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느끼고 경악했다.
“독!”
“대체 언제?”
치명적인 독은 아니었으나, 일시적으로 몸을 마비시키는 종류의 독이 암기에 묻어 있었다.
아까 창천검대가 백수룡을 중독시키려고 풀어댄 독이었다.
“방심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 같은데?”
낭패한 표정으로 비틀거리는 그들을 향해, 백수룡이 경공을 펼쳐 날듯이 다가왔다.
휘익!
이어서 그의 손이 벼락처럼 뻗어졌다.
푹푹푹푹!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
백수룡은 네 명 전원의 마혈을 짚어 쓰러뜨리고, 그중 가장 체격이 작은 무인을 인질로 잡았다.
“다가오지 마.”
인질의 목에 비도를 갖다 댄 백수룡이 주변을 둘러보며 사납게 말했다.
사방에서 쏟아진 창천검대원 수십 명이 그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살기를 받아내는 백수룡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맺혔다.
“다들 물러서지? 동료가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말이야.”
“이런 미친…….”
“감히 인질을 잡겠다는 거냐!”
창천검대는 보기 드물게 당황했다.
신입 강사 연수를 준비하며 온갖 상황을 대비했지만, 설마 자신들 중 누군가가 인질로 잡히는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때, 거구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인질극이라니. 장난은 그만두고 내려놓아라.”
창천검대주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살기를 간신히 억누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백수룡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나한테 암기를 던져 댈 땐 언제고, 그쪽이 당하니까 약이 오르나 보지?”
“이노옴……!”
창천검대주가 노성을 터트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함부로 공격명령을 내리지는 못했다.
수하의 목에 칼을 갖다 댄 백수룡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착 가라앉아 있어서였다.
그때였다.
“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린 사람은 창천검왕이었다.
그는 계속 달리는 것도 잊고, 멈춰 서서 웃고 있었다.
겨우 웃음을 진정시킨 후,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얼굴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인질을 잡을 생각으로 창천검대를 도발한 것이었구나. 아니지, 아까 내게 적을 죽여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 것부터 함정이었더냐?”
이미 몇 번이나 감탄했지만, 이번에는 그 종류가 달랐다.
백수룡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군.”
창천검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영악한 녀석에게 완전히 속았다.
설마하니 자신에게 적을 죽여도 되냐는 허락을 받은 후, 창천검대를 인질로 삼을 줄이야.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러면 인질을 죽여도 제 책임이 아니니까요.”
“감히! 네놈이 남궁세가의 무인을 해치고도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창천검대주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피워올리자, 창천검왕이 그를 제지했다.
“백수룡 강사의 말이 맞네.”
“태상가주님!”
“허면, 나보고 한 입으로 두말을 하라는 것인가?”
창천검왕은 무림십존의 일원이자, 남궁세가의 태상가주였다.
말 한마디를 가볍게 할 수 없는 위치였다.
결국 자신의 말에 스스로 얽매인 셈이었다.
창천검대주도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크윽…….”
창천검왕은 물끄러미 백수룡을 바라봤다.
문득, 그는 백수룡의 담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만약 여기서 창천검대가 인질을 무시하고 자네를 공격하면 어찌할 텐가?”
백수룡은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선 인질의 왼팔을 자를 생각입니다. 그래도 덤벼들면 오른팔을. 그다음에는 목을 긋고 미련 없이 도망쳐야죠. 이건 실전이니까.”
꿀꺽.
백수룡의 손에 인질로 잡힌 무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자기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백수룡이 말을 덧붙였다.
“실전처럼 하라고 말씀하신 건 창천검왕이십니다. 그에 따른 사고도 본인이 책임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마 강사들만 다칠 위험을 감수하라는 건 아니겠지요?”
“허허…… 그래. 내가 그랬지.”
난감한 표정으로 웃던 창천검왕이 창천검대를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물러나거라. 너희가 인질을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상, 더 이상 저 아이를 괴롭히진 못할 것 같구나.”
“……태상가주님. 명하신다면 계속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창천검대주가 백수룡을 노려보며 비장하게 말했다. 이 일로 자존심이 크게 상한 듯했다.
하지만 창천검왕은 고개를 저었다.
“되었다. 이런 일로 창천검대를 잃고 싶지는 않구나. 너희는 인질을 구할 방법부터 찾아라.”
“……존명.”
대주는 잠시 백수룡을 노려보다 수하들에게 물러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창천검대가 수풀 사이로 다시 흩어졌다.
창천검왕은 인질을 어깨에 둘러메는 백수룡에게 물었다.
“인질을 데리고 경공을 펼치면 두 배로 힘이 들 텐데?”
마혈을 점혈당한 무인은 나무토막이나 다름이 없었다. 반항하진 않는다지만, 사람 하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경공을 펼친다는 것 어지간한 고수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괜찮습니다. 목적지까지 안전의 대가로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백수룡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인질을 수혈을 짚었다. 정신을 잃은 인질이 축 늘어졌다.
“끝까지 방심하지 마라. 당장은 네가 이긴 것 같지만, 창천검대주는 집요한 구석이 있는 사내다.”
“명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창천검왕은 다시 경공을 펼쳤고, 백수룡은 인질을 어깨에 둘러메고 그 뒤를 쫓았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백수룡은 창천검대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