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24
223화. 남궁세가의 비밀 (1)그날 밤.
청룡학관 강사들의 숙소에서 작은 축하연이 열렸다.
“푸하하하! 아까 다른 학관 자식들 표정 봤어요?”
“남궁 선생님 말입니다. 정말 다시 봤습니다. 내게 맡겨라, 라고 말할 때 피부에 소름이 쫙 돋았지 뭡니까.”
“……꿀꺽. 이게 남궁세가에서 직접 빚은 백주라고요? 빨리 마셔 보면 안 될까요?”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군. 내가 주작학관에 있을 때만 해도 말이지…….”
악연호, 명일오, 제갈소영, 곽두용이 저마다 들뜬 표정으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첫날 교육을 가장 뛰어난 성적으로 통과한 청룡학관 강사들에게, 포상으로 진미(珍味)와 귀한 백주 세 병이 전달됐다.
덕분에, 일행은 포상을 즐기며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푸는 중이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오늘의 무용담이 흘러나왔다.
“표식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니까요.”
“하하. 그때부터 이 명일오의 추종술이 빛을 발했지.”
“이봐. 선두에서 수많은 암기를 몸으로 막아 낸 곽두용의 활약도 잊지 말라고.”
“근데, 솔직히 나였으면 암기 하나도 안 맞았다.”
“뭐 인마?!”
“……소영아. 너 이 독한 걸 혼자 몇 잔이나 마신 거야?”
“딸꾹! 딸꾹! 네에에? 뭐라꼬요?”
“아이고. 얘 벌써 취했네.”
“헤헤. 이거 맛이써어…….”
몇 시진 동안 함께 험난한 산길을 달린 덕분일까.
초반에는 혼자 겉돌던 곽두용도 다른 강사들과 많이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이제는 네 사람과 어색함 없이 섞여들었다.
하지만 동기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동안, 백수룡은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
“수룡 형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동기들과 정신없이 떠들던 악연호가 아까부터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는 백수룡에게 물었다.
“음? 별거 아니야.”
피식 웃은 백수룡은 남은 술을 입안에 털어 넣으려다가 멈칫했다.
왠지 자신이 한마디 해야 할 분위기였다.
백수룡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동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들 고생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더 힘들어질 거야. 주작학관이랑 백호학관 놈들, 해산할 때 보니까 눈에 독기가 가득하더라.”
백수룡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 첫날 청룡학관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청룡학관 강사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타 학관 강사들이 백수룡을 제외한 청룡학관 강사들을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백수룡만 신경 쓰고 있다가 뒤통수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셈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누구도 청룡학관 강사들을 깔보지 못하겠죠.”
악연호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명일오, 제갈소영, 곽두용도 모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흥. 견제받는 게 없는 사람 취급당하던 것보단 훨씬 낫다구요~”
“형제들이여! 내일도 주작학관 강사들과 명승부를 펼쳐 보세나!”
“이게 자꾸 은근슬쩍 끼어드네. 언제부터 우리가 네 형제야?”
청룡학관 강사들은 이번 연수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그들이 실제로 경쟁해 본 주작학관, 백호학관의 강사들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아니, 그들도 뛰어난 강사들이긴 했다.
하지만…….
네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며 백수룡을 바라봤다.
‘우리한텐 백수룡이 있어!’
적이 되었을 땐 세상 또라이 같은 놈이지만, 같은 편일 땐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
백수룡이 다른 학관 강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덕분에, 또 선두에서 잘 이끌어 준 덕분에.
주작학관이든 백호학관이든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명일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형님에게만 의지하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형님은 반드시 수석을 따내십시오. 저희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습니다.”
명일오뿐만이 아니었다. 악연호, 제갈소영, 곽두용도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 그들은 청룡학관 소속이라는 사실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자식들.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
피식.
개인적인 고민 때문에 굳어 있던 백수룡의 표정도 부드럽게 풀렸다.
백수룡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선창했다.
“좋아! 이번 신입 강사 연수.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거다. 청룡학관을 위하여!”
““청룡학관을 위하여!””
다섯 강사는 술잔을 부딪치며 의기투합했다.
백수룡까지 합류해서 본격적으로 왁자지껄한 술판이 벌어지려는 찰나,
“그런데 술은 다 어디 갔어?”
“아까 소영이가 다 먹어서 없는데요.”
“……난 두 잔밖에 못 마셨는데?”
“헤헤헤헤…….”
“야! 제갈소영! 드러눕지 마! 잘 거면 네 방 가서 자라고!”
“안 되겠다. 사람 불러서 술 더 가져오라고 해!”
“예에? 저희 더 마셨다간 내일 교육에 지장이…….”
“아, 몰라. 오늘 진탕 마시고 일어나도 내가 일등이야.”
““와, 재수 없어…….””
그렇게, 남궁세가에서의 다사다난했던 첫날이 지났다.
* * *
다음 날 새벽.
드르릉~ 피유우~
이불 위에 벌러덩 드러누운 곽두용이 배를 훤히 드러낸 채 우렁차게 코를 골았다.
“이 정도면 거의 음공인데.”
흑의로 갈아입은 백수룡은 그런 곽두용을 보며 혀를 찼다.
애초에 안 잘 생각으로 곽두용과 한방을 쓰겠다고 하긴 했지만, 만약 자려고 했다면 이 녀석 코부터 틀어막거나 걷어차서 내쫓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곽두용의 코골이가 도움이 되는 상황.
‘네 코골이 덕분에 바깥의 감시가 줄어들었다.’
기감이 예리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번을 돌며 숙소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곽두용이 시끄럽게 코를 골아대는 덕분에,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이쪽으로는 의도적으로 신경을 덜 썼다.
백수룡이 곽두용을 만취시켜 같은 방에 재운 이유이기도 했다.
스르륵.
백수룡은 은신술을 펼쳐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지금쯤이면 청룡학관 강사들이 밤늦게까지 떠들썩하게 축하연을 벌이다가 잠들었다는 사실이 남궁세가 전체에 알려졌을 것이다.
‘즉, 슬쩍 빠져나가기에 딱 좋은 상황이지.’
사실 떠들썩한 축하연을 연 것도, 남궁세가의 시종을 불러 술을 더 가져오게 한 것도 이 순간을 위한 밑밥이었다.
휘익!
백수룡은 단숨에 숙소의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좌우를 살핀 그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 움직이며 힐긋 하늘을 올려봤다.
새파란 초승달이 구름 뒤에 숨어 은은히 빛났다. 어둠이 짙은 밤이었다.
‘양상군자(梁上君子)가 활동하기에 딱 좋은 날씨로군.’
만약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발각된다면, 그 자리에서 베여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백수룡은 위험을 감수하고 흑의를 입었다.
그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남궁세가에 분명 뭔가가 있다. 이 기회에 알아봐야 해.’
백수룡은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씩 복기했다.
혈교의 마공을 가져와서 과제로 풀어보라던 만박자.
자신을 유심히 살피던 창천검왕의 묘한 눈빛.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조막생의 일까지.
백수룡은 이제 확신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남궁세가는 혈교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가장 의심스러운 건 창천검왕이야.’
팔십 세가 넘은 창천검왕은 오십 년 전 혈교와의 전쟁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그 당시의 활약으로 강호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이후 빠르게 초절정고수가 되어 지금의 창천검왕이 탄생한 것이다.
백수룡은 이제 그 사실도 미심쩍었다.
‘무림십존의 무공과 천하제일가문의 권세. 과연 그걸 본인의 힘으로 이룩한 걸까?’
물론 아직은 전부 추측일 뿐이다.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하는 한, 함부로 남궁세가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백수룡이 흑의를 입고 몰래 숙소를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어딘가에 혈교와 관련된 증거가 숨겨져 있을 거야. 하다못해 흔적이라도.’
하나의 성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남궁세가.
크고 작은 전각이 수십 개가 넘으며, 4개의 당과 16개의 각에 있는 인원을 다 합하면 상주하는 무인의 숫자만 천 명이 넘는다.
여기에 무공을 모르는 가솔들까지 더하면 그 몇 배에 달하니, 과연 천하제일세가라는 이름이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규모가 크면 그만큼 빈틈도 많기 마련이지.’
잠시 후, 백수룡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환하게 불이 켜진 전각 안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발걸음 소리가 무수히 들려왔다.
[천이당(天耳堂)] 용사비등한 필체로 쓰인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남궁세가가 수집한 천하의 정보가 모여드는 곳.
많은 인원이 수시로 오가며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남궁세가의 수뇌부가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린다.
정말 남궁세가와 혈교가 관련돼 있다면, 이곳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백수룡은 천이당 내부로 은밀히 숨어들었다.
실력이 뛰어난 무인들이 눈을 부라리고 지키고 있었지만, 백수룡의 은신을 꿰뚫어 볼 만한 고수는 없었다.
‘역시 어수선하군.’
백수룡은 신입 강사 연수 첫날이 가장 어수선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은 맞았다.
하루 동안 온갖 사건이 있었던 터라, 천이당 내부는 정신이 없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천이당의 지낭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허 참. 청룡학관 강사들이 그렇게 뛰어날 줄 누가 알았겠나.”
“청룡신협의 무위가 초절정 초입이라고?”
“확실하네. 태상가주님과 창천검대가 확인한 내용이야.”
“성정이 음험한 자라고 들었습니다. 실력을 더 숨기고 있을지도…….”
“어허. 태상가주님 앞에서 그게 가능하겠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왔지만, 백수룡은 무시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조금 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궁수 도련님이 형들과 맞섰다니. 놀랍군.”
“셋째 도련님이 본격적으로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봐야 할까요?”
“글쎄. 아직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싶은데…….”
“욕심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니야. 셋째 도련님이 끼어들기엔 너무 늦었어.”
“또 모르지. 정말 청룡학관을 천무제에서 우승시킨다면 가주께서 달리 보실 테니.”
“이보게. 그게 말이 되나?”
“여하튼 후계 경쟁으로 본가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저희도 선택해야 할 때가 온 건지도 모릅니다.”
“쉿! 이 사람아! 입조심하게!”
남궁세가의 후계자와 관련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남궁수 그 녀석. 가주 자리에 관심이 있기는 한가?’
자기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 녀석이니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남궁수가 남궁세가의 주인이 된다면, 훗날 청룡학관과 백수룡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전혀 없었다.
‘뭐,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백수룡은 기감을 최대한 확장하며 안쪽으로 향했다.
안쪽으로 향할수록 경계가 삼엄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한순간.
흠칫!
본능의 경고에 백수룡은 걸음을 멈춰 섰다.
대신 혈마안을 발동했다. 그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붉게 물들었다.
번-쩍!
혈마안은 모든 마(魔)와 사악한 기운을 제압하고, 뒤틀린 자연의 기운을 꿰뚫어 보는 공능을 지녔다.
백수룡의 눈에 주변 흐름과 달리 어그러진 자연의 기가 보였다.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진법이 펼쳐져 있었군. 그것도 상당한 수준이야.’
모르고 몇 걸음만 더 내디뎠으면 알 수 없는 진법에 휘말릴 뻔했다.
어떤 종류인지도 모르는 진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 행위.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백수룡은 입맛을 다시며 돌아섰다.
대신 주변의 지형지물, 기의 흐름을 꼼꼼히 기억해 두었다.
아침이 되면 제갈소영한테 이 진법에 대한 조언을 얻은 후, 다음에 다시 올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천이당 전체가 술렁이더니, 잠시 후 대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남궁세가주?’
백수룡은 즉시 귀식대법을 펼치고 은신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남궁세가주 철혈검 남궁천이 자식들과 함께 천이당에 행차했다.
곧 천이당주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가주를 맞이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부르시면 제가 찾아뵐 것인데 어찌 바쁘신 걸음을…….”
“당주께서도 무척 바쁜 걸로 아오. 잠시만 시간을 내어 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다. 안으로 드십시오.”
남궁학, 남궁혁, 남궁수. 세 아들이 가주의 뒤를 따르고, 막내 딸 남궁미가 가주의 옆에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가주가 막내딸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밤공기가 차구나.”
“괜찮아요.”
“안 된다. 일단 이거라도 덮거라.”
남궁가주는 외투를 벗어 남궁미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이미 두툼하게 옷을 껴입고 온 소녀는, 껴입은 옷 위에 또 외투를 걸치자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운지 남궁천은 실소를 터트렸다.
“아버지. 저 더워요…….”
“고뿔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차라리 땀을 흘리는 게 낫다.”
“히잉…….”
철혈검이 늦게 얻은 딸을 금지옥엽처럼 여긴다더니 진짜인 모양이었다. 딸을 바라보는 표정이 팔불출이 따로 없었다.
그때였다.
“음?”
가주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백수룡이 숨어 있는 어둠 속을 응시했다.
가늘게 미간을 좁힌 그가 입을 열었다.
“누구냐?”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장남과 차남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셋째 남궁수만이 검파에 조용히 손을 올리며 남궁미의 왼편에 섰다.
그런 아들들을 힐끗 본 가주가 다시 어둠 속을 응시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나온다면 우선 이야기를 들어 볼 것이다. 그다음 너의 처우를 결정하겠다.”
“……침입자입니까?”
“가주님을 보호하라!”
뒤늦게 눈치를 챈 남궁학과 남궁혁이 검을 뽑아 들며 가주의 양옆을 보호하듯 섰다.
채채채챙!
수십 명의 무사가 동시에 검을 뽑는 가운데, 남궁가주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다섯을 세겠다. 그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벨 것이다. 하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가주의 몸에서 피어난 막강한 기운이 일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가주의 무공이 상상 이상이로군.’
백수룡은 낭패감에 입맛을 다셨다.
도망칠 자신은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일까에 대한 고민이 잠시 들었다.
“둘.”
가주가 숫자를 세며 검파에 손을 올렸다.
그의 몸에서 피어난 칼날 같은 기세에 아들들이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차라리 나가서 말로 설득해 볼까?’
머릿속으로 잠시 이곳에 숨어든 변명을 몇 가지 떠올려 보았다.
그럴듯한 몇 가지 이유가 떠올랐지만, 남궁세가의 가주를 설득할 만큼은 아니었다.
“셋…….”
딸을 부드럽게 바라보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철혈(鐵血)’이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남궁가주의 오른발이 앞으로 향하며 자세가 살짝 낮아졌다.
백수룡이 눈을 부릅떴다.
‘강하다! 천검과 동급. 어쩌면 그 이상.’
백수룡은 무림십존의 말석으로 알려진 천검과 잠시 검을 섞어 본 적이 있었다.
지금 남궁가주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결코 그에 밀리지 않았다.
“넷.”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백수룡은 갑자기 신비로운 힘이 자신의 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이게 무슨?’
눈을 휘둥그레 뜬 백수룡이 신비로운 힘에 저항하려는 순간,
[저항하지 마라.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 백수룡은 잠시 고민하다 저항하지 않고 몸에서 힘을 뺐다.
그 순간, 그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다섯.”
서걱!
남궁가주가 휘두른 검이 백수룡이 있던 공간을 반으로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