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26
225화. 남궁세가의 비밀 (3)다음 날.
신입 강사들은 이른 아침부터 불안한 표정으로 대연무장에 모였다.
새벽에 있었던 남궁세가의 침입자 소동 때문이었다.
“천이당에 침입자가 들어왔었다는 얘기 들으셨습니까?”
“대체 어떤 미친놈일까요. 남궁세가에 숨어들 생각을 하다니.”
“……살수일까요?”
“제 생각엔 보물을 훔치러 온 도둑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오전 교육이 시작되기 전.
강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군수군 이야기꽃을 피웠다.
소동이 일어난 새벽부터 한숨도 못 잔 이들이 태반이었다.
“흐아암. 덕분에 잠을 다 설쳤지 뭡니까.”
“창천검왕께서 직접 침입자를 뒤쫓으신 것 같던데…….”
“저도 들었습니다. 사자후가 어찌나 무시무시하던지, 오금이 다 저리더군요.”
새벽에 울려 퍼진 창천검왕의 사자후를 떠올린 강사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늘 새벽, 북쪽 하늘에서 난데없이 천둥과 벼락이 내리쳤었다.
그것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었다.
일 각쯤 지나서야 천둥벼락이 사라졌는데, 그 이후에 어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범인은 잡혔을까요? 시비들은 모르는 눈치던데.”
“아침에 개 짖는 소리가 멈춘 것으로 봐서는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목이 베였을 겁니다. 창천검왕께서 직접 추격하셨으니,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지요.”
“누가 속 시원하게 좀 알려 줬으면…….”
간밤의 사건으로 남궁세가는 벌집을 들쑤셔 놓은 듯 어수선했다.
이러다 행여나 신입 강사 연수가 취소되는 건 아닐까, 다들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백수룡과 청룡학관 강사들이 대연무장에 나온 것은 그때였다.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걸어오는 백수룡을 향해, 사마영의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와 박혔다.
사마영뿐만이 아니었다.
전날 백수룡에게 지독하게 당한, 그리고 청룡학관 강사들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타 학관 강사들이 전의를 불태웠다.
피부가 따끔할 정도로 쏟아지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백수룡이 여전히 졸린 표정이었다.
실제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아침부터 기운들이 넘치네. 다들 푹 잤나 봐?”
“저 자식이…….”
“아오 진짜!”
이제는 말 몇 마디로 상대를 열 받게 하는 데 경지에 오른 백수룡이었다.
청룡학관 강사들을 마지막으로 신입 강사들 전원이 대연무장에 모두 모였다.
사실 전원은 아니었다.
‘종리연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는군.’
아직 현무학관의 종리연이 오지 않았지만, 백수룡 외에는 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는 강사가 없었다.
애초에 그녀의 존재감이 워낙에 적기도 했지만, 다들 마치 그녀를 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것도 술법인가?’
마치 간밤에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백수룡은 현천신녀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그중 하나는 곧 재앙이 닥칠 거라는 예언이었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
백수룡도 더는 종리연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청룡학관 동기들과 잡담을 나누며 대사부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예정된 시각보다 일 각이 더 지난 후, 만박자가 홀로 대연무장에 나타났다.
신입 강사들은 잡담을 멈추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클클. 다들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구나.”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휘적휘적 걸어온 만박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알고 있겠지만, 지난 밤 남궁세가에 다소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침입자가 있었지. 허나 창천검왕께서 직접 추살하셨다.”
창천검왕이 침입자를 추살했다는 말에 강사들 사이에서 “오오!”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강사들을 죽 둘러본 만박자가 말을 이었다.
“헌데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남궁세가에서 급히 가주회의를 연 모양이다. 창천검왕께서도 회의에 참석하셨다. 꽤 길어질 거라고 하더군.”
강사들은 그래도 침입자를 잡아서 다행이라느니, 반드시 배후를 밝혀야 한다느니 계속 떠들어댔다.
“따라서 오늘 하루는 오후 실기 교육 없이, 종일 이론 교육만 실시하도록 하겠다.”
백호학관의 당백호, 청룡학관의 곽두용을 비롯한 이론에 약한 강사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 모습을 즐겁게 감상한 만박자가 눈을 빛냈다.
“오늘은 외공 이론에 대해서 공부할 것이다.”
강사들을 주욱 훑은 그의 시선이 마지막에 백수룡에게 멈췄다.
‘얄미운 놈.’
그는 지난 강의에서 백수룡에게 당한 망신을 톡톡히 갚아 줄 생각이었다.
만박자가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공 만능주의가 심해지며, 외공을 등한시하는 풍토 또한 심해지고 있다. 내공은 영약이나 뛰어난 심법으로 빠르게 쌓을 수 있는 반면, 외공의 성취는 부단한 노력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만박자는 백수룡의 조각 같은 얼굴과 다소 헐렁한 무복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게다가 사내놈들도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턴가 우락부락한 근육 대신 매끈하고 작은 근육을 선호하게 되었지.”
만박자는 백수룡이 젊은 나이에 기연을 얻어 엄청난 내공을 얻어 고수가 됐으리라고 추측했다.
그러니, 내공에 비해 외공의 수준은 낮을 것이란 판단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토양이 비옥하고 단단해야 한다. 무인에게 있어 외공은 토양이다. 토양이 좋지 않으면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언젠가 시들게 된다.”
만박자는 조교들을 시켜 강사들에게 교재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나는 평생 무인의 시체를 수십 구 이상 해부하며 그들의 근육과 신체를 살폈다. 해서, 깨달은 바를 담아 이 책을 저술했다. 이건 올해 나온 개정판이다.”
『외공의 정석』
책을 받아든 신입 강사들은 보물이라도 얻은 것처럼 기뻐했다.
“이게 그 말로만 들었던…….”
“외공의 정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들었는데…….”
다들 감격한 표정으로 책과 만박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만박자는 흐뭇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백수룡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슥슥 책을 넘기는 모습을 보고 표정을 구겼다.
‘저, 저 괘씸한 놈!’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놈이었다.
뛰어난 무공에 잘난 얼굴까지.
이번 강의에서야말로 반드시 망신을 줄 생각이었다.
“이 책을 교재로, 외공 수련을 이론적인 측면에서 설명할 것이다.”
만박자의 설명이 장황하게 이어졌다.
“지금부터 한 시진을 줄 테니, 첫 번째 장까지 읽고 예습하도록. 이후 간단히 시험을 보고 강의를 진행할 것이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녀석들은 감점이다.”
말을 마친 만박자는 백수룡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눈빛이었다.
‘나 참…….’
그 도발적인 눈빛에 백수룡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녹림투왕의 외공을 익힌 자신에게 외공을 가르치겠다니.
지난 강의도 그렇고, 이쯤 되면 일부러 자신에게 쉬운 강의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백수룡은 반 시진도 걸리지 않아 만박자가 저술한 책을 독파했다.
그리고 손을 번쩍 들었다.
“다 읽었는데 먼저 시험 봐도 됩니까?”
“끄응!”
* * *
만박자는 백수룡이 제출한 시험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
“…….”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물론이고, 거기에 덧붙인 자신의 해석과 첨삭까지.
당장 이 답안지를 참고해서 개정판을 내도 될 수준이었다.
결국, 만박자는 이번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외공에 관한 지식이 제법이구나.”
“청룡학관에 처음 지원할 때 외공 강사로 지원했습니다.”
만박자는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보다가 퉁명스레 말했다.
“젠장. 만점이다.”
백수룡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죄송한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잠시 숙소에서 쉬고 와도 되겠습니까? 간밤에 잠을 전혀 못 자서요.”
“뭐?”
순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보던 만박자가 이내 혀를 찼다.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만박자의 허락이 떨어졌다. 포권을 취한 백수룡은 몸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정말로 숙소에서 쉴 생각은 아니었다.
‘반 시진 정도는 벌었어. 잠깐 둘러보고 올 시간은 충분해.’
백수룡의 걸음이 빨라졌다.
최대한 빨리 확인해 봐야 할 장소가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만박자가 뒤에서 백수룡을 불렀다.
“백수룡 선생.”
“예?”
설마 갑자기 말을 바꿔서 못 가게 하려는 건가?
만박자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오늘 수업에 더 이상 참가할 필요 없다. 숙소에 가서 그냥 쉬도록.”
돌아와 봤자 수업 분위기에 방해만 돼, 라고 중얼거린 만박자가 손을 휘휘 저었다.
“감사합니다!”
씩 웃은 백수룡은 만박자에게 가벼운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많은 강사들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남궁가묘(南宮家廟).
이곳은 남궁세가가 조상들의 위패를 모셔 놓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었다.
명문가일수록 가묘의 규모로 그 권세를 대변하기 마련인데, 남궁세가의 가묘는 왕실의 종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 규모가 거대했다.
‘다행히 경계는 심하지 않군.’
백수룡은 우선 멀리서 남궁가묘를 살폈다.
전날의 소동으로 남궁세가는 여전히 어수선한 상황.
하지만 이곳의 경계는 크게 늘지 않았다.
침입자가 노릴 만한 보물과 정보, 무공 비급이 있는 쪽으로 경계가 강화된 탓이었다.
‘충분히 들어갈 수 있겠어.’
스르륵.
남궁가묘로 숨어든 백수룡은 기감을 확장하고 혈마안을 발동했다.
이곳에는 역대 남궁세가의 가주들, 무림에 이름을 드높인 고수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백수룡은 현천신녀의 말을 떠올렸다.
-머지않아 남궁세가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너의 선택에 따라 이 재앙은 커다란 화가 될 수 있지만, 어쩌면 복이 될 수도 있다.
남궁세가에 재앙이 닥칠 것이고,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현천신녀는 그 이상은 말해 주지 않았지만, 다행히 백수룡이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단서를 남겼다.
-남궁세가의 선조들을 모신 사당. 그곳을 한편 살펴보거라. 그곳에 네가 찾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백수룡은 남궁가묘를 샅샅이 훑으며 점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의 맨 끝에 이르렀을 때,
‘마기!’
혈마안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만큼, 아주 희미한 마기의 흔적을 발견했다.
백수룡은 즉시 마기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버려진 우물이었다.
크고 납작한 돌로 위를 덮어 놓았는데, 물이 완전히 말랐는지 한참 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보였다.
쿠구궁……!
백수룡은 우물을 덮고 있던 돌을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만 옆으로 치웠다.
우물 아래를 내려다보자 시커먼 어둠뿐이었다.
“이 안이군.”
잠시 그 안을 들여다본 백수룡은 우물 벽을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안쪽에서 돌을 들어 움직여 원래대로 움직여 놓은 후,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래로 뛰어내렸다.
쿠웅!
바닥이 깊었다. 최소 십 장은 되는 듯했다. 백수룡은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어가며 기관진식을 찾았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기관진식에 대한 지식에 백수룡의 눈썰미가 더해지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이거…… 고장 났잖아?”
황당함이 깃든 혼잣말이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비밀통로 안으로 들어가는 기관진식이 망가져 있었다.
잠시 고민한 백수룡은 기관진식을 부수고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면 안 돼.’
백수룡은 손바닥을 돌벽에 대고 집중해서 내공을 주입했다.
돌벽이 부르르 진동하더니, 낡은 돌벽이 하나둘 뒤쪽으로 밀려서 빠져나갔다.
잠시 후, 사람 한 명이 드나들 법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후우.”
잠시 호흡을 고른 백수룡은 안으로 들어갔다.
좁고 어두운 통로에 이끼가 껴있고 벌레들이 가득했다.
야명주가 박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천장에는 구멍만 뚫려 있었다.
“콜록! 관리를 전혀 안 했나 보군.”
좁고 긴 통로는 지하로 이어져 있었다. 백수룡은 혹시나 모를 기관진식을 조심하며 점점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일 각? 이 각?
시간 감각이 살짝 흐릿해졌을 때쯤, 좁은 통로가 끝나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백수룡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후우. 여긴…….”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백수룡의 시선이 한 곳에 멎었다.
낡은 현판을 발견한 것이다.
그 순간, 백수룡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
피로 적은 듯 불길한 붉은 필체의 현판이, 먼지가 쌓인 채로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