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29
228화. 새로운 무기빙백신공(氷白神功).
본래 북해빙궁의 직계 혈족에게만 내려오는 절세신공으로,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빙공으로 꼽힌다.
‘빙월신녀는 그런 빙백신공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지.’
백수룡은 눈을 감고, 몸 안에서 멋대로 날뛰는 빙정의 기운에 집중했다.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다.
빙백환의 기운과 공명한 빙정이 그의 몸속을 헤집고 다니는 중이었다.
으드득…….
전신 세맥과 혈도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백수룡은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악인곡에서 구음마녀에게 빙정을 넘겨받은 후로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 그 기운을 다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
계속 바빴던 탓도 있지만 빙공의 수련을 미뤄 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껏 역천신공만으로도 내공의 아쉬움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백수룡은 현천신녀의 경고를 잊지 않았다.
-머지않아 남궁세가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창천검왕과 철혈검이라는 절세고수가 둘이나 있고.
또한, 천하제일세가라 불릴 만큼 거대한 세력과 강한 무력을 보유한 곳이 남궁세가다.
이곳에 닥칠 만한 ‘재앙’이란 게 대체 뭘까?
막연히 혈교와 관련되었으리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재앙이 시작되기 전에,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해.’
때마침 빙백환이란 기연을 얻었다.
게다가 이곳은 빙공을 익히기엔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다가올 재앙에 대비해서라도, 백수룡은 빙공의 성취를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점점 강해지는 통증에 백수룡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예고라도 해 주든가!’
콰콰콰콰콰-!
가부좌를 튼 백수룡을 중심으로 냉기가 소용돌이를 이루며 사방에 퍼져 나갔다.
빙정의 기운이 전신 세맥과 혈도를 멋대로 질주하다 못해, 몸 밖으로까지 그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큭…….”
악문 잇새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신음.
백수룡의 목에 선명한 핏줄이 섰다.
처음엔 단전 부근만 난자하던 날카로운 칼이, 이젠 머리부터 발끝까지 헤집는 것만 같았다.
‘버텨야 한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으면 그대로 끝이다.
버티면 기연(奇緣)이고, 견디지 못하면 객사(客死)다.
스으읍- 후우우우…….
백수룡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빙월신녀가 남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극음지공의 구결을 떠올리며, 빙정의 기운을 뜻대로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이를 악물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역천신공도 익힌 몸이야. 빙백신공이라고 다를 것 없어.’
역천신공이 천하에서 가장 패도적인 성질을 지녔다면, 빙백신공은 천하에서 가장 차가운 성질을 지녔다.
둘 다 천하제일을 다투는 심법이기에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빙백신공은 성질이 음(陰)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그 특성 때문에 전생에서는 입문조차 못 해 본 무공이었다.
하지만 백수룡에겐 자신이 있었다.
‘이론은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 내 몸에 체화만 시키면 돼.’
전생에는 이론만 가지고도 빙공의 고수를 키워 냈었다.
하지만 그의 몸 안에 있는 빙정과 빙백환이 만나 생긴 상승효과는, 백수룡이 이론으로 알고 있던 몇 단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콰콰콰콰콰콰!
냉기의 광풍이 휘몰아치며, 잘게 부서진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새하얗게 날렸다. 백수룡의 모습은 그 안에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쩌적! 쩌저적-!
하늘이 치솟은 백수룡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눈썹 위로 하얀 서리가 어리고, 피부가 차갑게 식어 갔다.
산 채로 얼음이 되어 가는 듯했다.
덜덜덜…….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백수룡은 웬만한 추위와 더위엔 영향받지 않는 고수였지만, 외부가 아닌 몸 내부에서 몰아치는 북풍한설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주르륵.
백수룡의 꾹 다문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흐릿해지려는 의식을 붙잡기 위해, 스스로 혀를 깨문 것이다.
목구멍으로 피를 삼키자 의식이 조금 돌아왔다.
‘뜨거워…….’
너무 차가우면 오히려 뜨겁게 느껴진다더니, 지금 백수룡이 느끼는 감각이 그러했다.
모든 것을 불태울 듯한 냉기가 몸 안을 온통 휘젓고 다녔다.
눈을 떠 보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얼어붙어서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백수룡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느꼈다.
‘죽는다고? 내가? 웃기지 마라.’
백수룡은 억지로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그는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빙정에게 경고했다.
‘어디 더 날뛰어 봐라. 고작 이 정도 시련으로는 나를 죽이지 못할 테니까.’
몸이 얼어붙었다 녹아내리기를 반복했다.
그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고, 녹아 있는 시간보다 얼어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백수룡은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뎠다.
녹림십팔식으로 단련된 신체와 역천신공으로 단련된 내부를 믿었다.
우우웅-!
왼쪽 손목에 착용한 빙백환이 하얀빛을 내며 진동했다.
빙정을 날뛰게 한 원흉.
백수룡은 빙백환에서 흘러나온 기운도 몸 안으로 완전히 받아들였다.
운기를 하며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통제하거나 밀어내려 해선 안 돼. 흐름에 맡기고, 빙백신공으로 기운을 더 북돋워야 해.’
콰콰콰콰콰콰콰!
빙정의 흐름을 가속화시키자, 몸 안에 휘몰아치는 거대한 북풍한설에 백수룡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끅…….”
그의 의식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친 순간, 빙월신녀의 음성이 꿈결처럼 들려왔다.
-내 무공은 우리 넷의 무공 중 가장 이질적이다. 너희가 새외(塞外)라고 부를 만큼 먼 곳에서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지. 남에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은 사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통달했으니.
-……이론만으론 부족해. 몸으로 직접 느끼지 못하면 언젠가 문제가 생길 거다.
다행인지, 백수룡이 가르친 빙백신공의 전수자에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혈교에서 빙공에 가장 적합한 극음지체를 구해 온 덕분이었다.
하지만, 백수룡은 극음지체가 아니다.
빙정을 얻었다고 해서 체질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백수룡의 체질은 천음절맥.
역천신공을 익히기에는 최고의 자질이었지만, 빙백신공을 익힐 때는 평범한 체질에 불과했다.
-북해빙궁의 신공은 통제(統制)와 지배(支配)가 아니라, 상생(相生)과 순응(順應)의 무공이다. 우리는 극한의 환경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하는 법을 배웠지.
왜 이제야 기억이 났을까.
오래된 기억 속에서 빙월신녀의 조언이 떠오른다.
-훗날 네가 빙백신공을 제대로 익히게 될 일이 있다면, 내 말을 명심하거라.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요. 지금 배우고 있는 것만 해도 감당이 안 되는데.
-혹시 모르지. 너에게 어떤 기연이 닿을지…….
가볍게 미소 짓던 빙월신녀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백수룡의 의식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왔다.
번쩍-!
백수룡이 눈을 뜬 순간, 그의 두 눈에서 새하얀 백광이 폭발했다.
동시에 빙백신공이 소주천을 넘어, 기경팔맥과 12정경을 모두 아우르며 대주천을 이루기 시작했다.
대주천을 거듭할 때마다 냉기의 순환이 빨라졌다.
혈도가 넓어지고, 전신 세맥이 근육처럼 단련되면서 튼튼해졌다.
몸 안에 흐르는 냉기의 양이 점점 늘어나고, 가속화되는 것을 반복했다.
동시에 창백했던 백수룡의 피부에 혈색이 서서히 돌아왔다.
파스스스…….
피부 위에 맺혔던 얼음 조각이 전부 깨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백수룡은 천천히 눈을 뜨며 운기를 끝냈다.
“후우우…….”
입에서 새하얀 냉기가 뿜어졌다.
백수룡의 몸 주변으로 휘몰아치던 냉기의 폭풍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고맙소. 은 사부.”
작게 중얼거린 백수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멋쩍게 주위를 둘러봤다.
“난리가 났군.”
그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곳은 제단의 바로 아래였는데, 그 주변으로 눈보라가 몰아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백수룡은 왼손을 들어 손바닥을 벽에 겨눴다.
왼손바닥이 새하얀 냉기에 휘감겼다. 백수룡은 그대로 벽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퍼어엉! 쩌저저적!
돌벽이 깨져 나가고, 그 즉시 주변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빙백신공이 칠 성 이상에 이르러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빙백신장(氷白神掌)을 펼친 것이다.
“하하하…….”
백수룡은 자신이 하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불과 몇 시진 전까지, 그의 빙백신공은 겨우 입문자 수준에 불과했다.
발경으로 가벼운 냉기를 몸 밖에 뿜을 수는 있지만, 유의미한 살상력을 가지기에는 어려운 정도.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퍼어엉! 쩌저저적!
퍼어엉! 쩌저저적!
몇 번 더 장력을 다 날려 봐도 결과는 같았다.
빙정이 몸 안에 전부 녹아들며, 성취가 단숨에 칠 성까지 올라간 것이다.
아무리 빙정과 빙백환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빙공의 고수들이 알면 놀라 까무러칠 일이었다.
‘다른 무공에도 적용이 되려나?’
백수룡은 검에 냉기를 휘감아 휘둘러 보고, 지법과 권법, 각법에도 냉기를 실어서 사용해 보았다.
휘익! 쩌저저적!
콰직! 쩌저저적!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사용하다 보니 모든 무공에 빙공을 접목시킬 수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하!”
백수룡은 마음껏 웃음을 터트렸다.
무공의 경지 자체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무공들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빙공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었다.
실전에서 이것이 어떤 상승효과를 발휘하게 될지, 아직 백수룡 본인도 정확히 예측되질 않았다.
“틈틈이 이곳에 와서 수련해야겠군.”
백수룡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곳 얼음 동굴은 빙공뿐만 아니라 다른 무공을 수련하기에 천혜의 환경이었다.
현천신녀가 경고한 재앙이 시작되기 전까지, 백수룡은 틈틈이 이곳에 와서 무공을 수련할 생각이었다.
“며칠만 더 시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 * *
남궁세가의 가주전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가주 회의가 오래 걸리는군.”
“그만큼 중대한 사안 아니겠나. 본가의 중심부에 침입자가 발생했으니…….”
천풍대의 무사들이 가주전 주변을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었다.
방금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맡은 각각 천풍대의 일 조와 이 조 조장으로, 나이가 사십 줄에 이른 중견 무사였다.
남궁세가의 무력대 조장이면 무림 어디에 가서도 대접받을 수 있는 위치였다. 실제로 그들이야말로 남궁세가를 떠받치는 힘이었다.
“저 봉우리 말일세. 주변보다 더 어두운 것 같지 않나?”
천풍일조장이 이조장에게 말했다. 둘은 어린 시절부터 오랜 친우이기도 했다.
“어딜 말하는 건가?”
“저기 말일세.”
천풍이조장은 일조장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시선을 두었다.
하지만 그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똑같은데?”
“자세히 좀 보게. 아무리 봐도 저 봉우리 주변의 어둠이 더 짙어. 날이 밝으면 대주께 한번 살펴보자고 말씀드려야겠어.”
친우의 다소 신경질적인 말투에, 천풍이조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눈엔 똑같다니까. 하여튼 자네는 걱정이 많아서 탈이로군.”
“……어쩐지 요즘 불안하단 말이지. 침입자 일도 그렇고, 통 잠을 못 자겠어. 심장도 평소보다 빨리 뛰는 것 같고.”
“의원이라도 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친우의 걱정이 담긴 말에 천풍일조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의원을 가 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몸에는 이상이 없으니, 푹 쉬고 잘 먹으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그때였다.
천풍이조장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일조장을 바라봤다.
“자, 자네! 피가!”
주르륵.
천풍일조장의 코에서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 왜?”
천풍일조장은 손등으로 급히 피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요즘 좀 피곤하긴 했지만 코피라니.
무공이 절정에 이른 고수에겐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깜짝 놀란 수하들이 이쪽을 바라봤다. 몇몇은 다가오려고 했다.
천풍일조장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괜찮다. 별일 아니야. 최근에 좀 무리를 했더니…….”
그 순간 천풍일조장은 크게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털썩.
“어…… 왜 이러지……?”
힘없이 중얼거리는 그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얼굴에 핏줄이 툭툭 불거지고, 속이 답답한 듯 가슴을 퍽퍽 쳤다.
그러다 갑자기 입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쏟아냈다.
“우웨에에엑!”
남궁세가 곳곳에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