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35
234화. 불만 있으십니까? 쿠르르릉……!
남궁세가의 위로 몰려온 먹구름이 불길하게 꿈틀거렸다. 그 갈라진 틈새에서 빛이 몇 번 번쩍이더니, 벼락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툭, 투둑-
처음에는 하나둘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순식간에 거센 빗줄기로 변했다.
쏴아아아―
폭우는 세상을 쓸어내릴 듯 쏟아지며 남궁세가 전역에 피어오른 불길을 꺼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센 폭우도 건물에 붙은 불길만 겨우 잠재울 뿐이었다.
크아아아!
아아아악!
비를 맞은 마인들은 더욱 미쳐 날뛰었다. 그들은 벌게진 눈으로 짐승의 소리를 내며 사람의 피를 탐했다.
“자네가 왜! 대체 왜 그런 꼴이란 말인가!”
“중명아! 나다! 어찌 아비를 못 알아본단 말이냐!”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검을 휘두르는 남궁세가의 무인들도 악에 받쳤다.
그들은 마인으로 변한 가족, 친구, 동료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남궁세가는 현세에 펼쳐진 한 편의 지옥도로 변한 지 오래였다.
격렬하게 싸우는 마인들과 무인들의 몸에서 뿌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들이 흘린 피는 빗물에 섞여 희석되기는커녕, 전 무림으로 천천히 번져 나가는 듯했다.
“……어쩔 수 없다. 모두 죽여라.”
그때, 빗속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궁세가주의 장남, 남궁학이었다.
남궁세가의 사당(四堂) 중 자신을 지지하는 천풍당의 무인들을 이끌고 온 그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인들에게 다시 명령했다.
“이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려면 저 마인들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점혈도 듣지 않고, 기절도 시킬 수 없으니…… 죽이는 수밖에.”
남궁학의 냉정한 결정에 그를 곁에서 호위하던 장로가 반발했다.
“대공자. 지금은 이지를 잃었다곤 하나, 저들도 남궁세가의 무인들이오. 어찌 그토록 쉽게 죽이라는 말씀을 하는 게요. 일단 제압한 후 포박해서 가둬 두는 것이…….”
“장로님. 저들은 마공을 익혔습니다. 저들이 앞으로 남궁세가의 무인으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마, 마공이라니. 본가의 아이들이 왜 마공 따위를 익힌단 말이오.”
장로의 주름진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으나, 남궁학은 주변 상황에 정신이 팔려 거기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본가는 멸문의 위기에 처할지도 모릅니다.”
“…….”
남궁세가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전력 손실을 입었다.
마인으로 변한 이들 대부분이 남궁세가의 실질적인 무력을 담당하는 중견 무사들이었다.
그 숫자가 적어도 이백은 넘었고, 그들에게 죽거나 다친 무인의 숫자는 그 두 배 이상이었다.
남궁학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오늘 이후로 본가는 더 이상 천하제일세가라 불리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오대세가의 자리마저 위태로워질지도…….’
남궁학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붓는 폭우가 세상을 그대로 쓸어버릴 것 같았지만, 그조차 두 절세고수의 싸움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콰콰콰콰쾅!
창천검왕과 흑야마제.
두 절세고수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싸우고 있었다.
마치 신화 속의 용인 듯했다. 그들은 구름을 찢어발기고, 벼락을 사방으로 튕겨내며 가공할 신위를 떨쳤다.
‘조부님은 그렇다 치고, 흑야마제의 무공이 저토록 강하다니…….’
흑야마제의 연배가 자신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큰 충격이었다.
남궁학은 치미는 열등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부님. 반드시 놈을 죽여 주십시오.’
남궁학은 고개를 돌려 가주전 쪽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느껴지는 기파보다는 못하지만, 가주전에서도 무시무시한 기파의 충돌이 느껴졌다.
남궁세가주와 수라마검이 맞붙은 영향이었다.
남궁학이 장로를 쏘아보며 말했다.
“문제는 마인들만이 아닙니다. 흑야마제와 수라마검이 흑의인들을 이끌고 쳐들어 왔습니다. 조부님과 아버님께서 놈들을 격살하시리라 믿지만, 그때까지 본가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게 될지 가늠조차 힘듭니다.”
“허나…….”
“인정에 매여 희생을 더 늘릴 수는 없습니다. 분명 아버님도 저와 같은 결정을 하셨을 겁니다.”
결국 장로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는 차기 가주로 남궁학을 지지하는 파벌의 장로였다.
“……대공자의 결정에 따르겠소.”
“더 이상 검에 자비를 담지 마라! 저들은 본가의 무인이 아닌, 사악한 마공에 이지를 상실한 마인일 뿐이다!”
남궁학은 선두로 나서며 직접 마인을 베었다.
촤아아악!
마인의 심장에서 검을 빼든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빠르게 이곳을 정리하라! 가주전으로 향할 것이다!”
남궁학과 그를 따르는 천풍당의 무사들이 살수를 펼치기 시작했다.
바닥에 흐르는 핏물이 더욱 짙어졌다.
‘둘째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남궁학은 동생인 남궁혁의 성격을 잘 알았다.
분명 남궁혁도 자신과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미 제 지지세력인 창궁당의 무인들을 이끌고, 마인들을 처치하며 가주전으로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가에 닥친 큰 위기지만, 이 위기를 내 손으로 수습한다면 차기 가주 자리를 차지하는 데 크게 앞설 수 있다.’
남궁가주의 장남과 차남은 각각 다른 장소에 있었지만, 그 순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포박할 시간이 없다! 전부 베어 넘겨라!”
남궁세가의 차기 가주를 노리는 두 형제의 명령에, 천풍당과 창궁당은 피로 된 길을 만들었다.
하지만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명령을 따르면서도 속으로는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꼭 이들을 다 죽여야 하나?’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결국 우리는 소모품이란 말이지?’
남궁학과 남궁혁이 차기 가주가 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서로 먼저 혼란을 수습했다는 공적을 차지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피를 흘렸다.
동료의 피가 퍼질수록, 무인들의 얼굴은 어두워져 갔다.
하지만 남궁세가와 장남과 차남은 그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냉정한 눈으로 눈앞의 적들을 베어 넘길 뿐이었다.
“마공을 익힌 자들은 더 이상 남궁세가의 무인이 아니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마라!”
쏴아아아아-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빗물이 무심하게 피를 씻어내고 또 씻어냈지만, 피 냄새는 오히려 점점 진해지는 듯했다.
정신없이 마인들을 베어내며 움직인 두 형제,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천풍당과 창궁당은 결국 대연무장 앞에서 조우했다.
“……둘째구나.”
“……형님.”
두 형제는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마치 누가 더 많은 혈족의 피를 묻혔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그들의 무복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남궁천이 서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잠시 협력하겠느냐?”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소.”
짧은 대화를 나눈 그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대연무장에 일백이 넘는 마인들이 집결해 있었다.
딸랑딸랑딸랑-
그들 사이로 방울을 흔드는 흑의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남궁혁이 눈을 사납게 빛내며 말했다.
“저 빌어먹을 흑의인 놈들이 방울 소리로 마인들을 조종하고 있소.”
“놈들부터 빠르게 죽여야 한다.”
“술사를 죽여도 마인들은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던데?”
“최소한 대열을 무너뜨릴 수 있겠지.”
“결국 다 죽여야 한다는 말이군. 형님도 다른 방법은 찾지 못했나 보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동감이오. 그런데 셋째는 못 보셨소?”
“보지 못했다.”
“흥. 잘난 척하더니 진작 도망쳤나 보군.”
두 형제의 시선은 대연무장 너머에 있는 가주전을 향했다. 이곳을 돌파해야 가주전으로 갈 수 있었다.
남궁세가주와 수라마검.
두 초고수의 대결에 가주전은 거의 무너진 상태였다.
한 번씩 번뜩이는 빛과 가공할 기파에 오싹오싹 소름이 돋았다.
“아버님과 합류해서 수라마검을 죽여야 한다.”
“서두릅시다.”
합의를 끝낸 두 형제가 뒤를 돌아봤다. 따라온 무인들에게 총공격을 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안 돼요!”
앳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남궁가주의 막내딸, 남궁미였다.
호위무사들과 함께 나타난 소녀가 두 오라버니를 가로막았다.
“그만두세요, 오라버니들!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다 죽일 거예요?”
새하얀 우의를 입고 온 소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열 살 소녀는 이곳까지 오면서 수많은 시신을 보았다.
평소 자신을 보면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해 주던 남궁세가의 가족들이, 지금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더 이상 가족들을 해치지 마세요…….”
울먹이며 말하는 소녀의 모습에, 감정이 북받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이를 악물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그들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하지만 정작 두 오라버니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
“떼를 쓴다고 될 상황이 아니다.”
“오냐오냐해 줬더니 너무 버릇이 없구나. 그럼 적에게 죽으란 거냐?”
둘의 얼굴에 짜증이 담겼다.
평소에는 가주가 애지중지하는 막내에게 간이라도 빼 줄 듯 굴었지만, 지금은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둘은 어떻게든 가주에게 능력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을 뿐이었다.
남궁미가 오라버니들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원했다.
“오라버니들은 고수니까 다치지 않게 제압할 수 있잖아요. 네?”
“비키거라.”
“방해된다.”
두 사내는 매몰차게 막내의 손을 뿌리쳤다.
남궁미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으나 둘 다 눈길도 주지 않았다.
두 형제는 자신들이 이끌고 온 무인들을 향해서 냉정하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마공이 정신을 좀먹은 자들이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말고 참하라!”
“들었지? 전부 쓸어버려라!”
“…….”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마인들을 향해 검을 빼 들 때였다.
삐이이이익-
빗소리를 꿰뚫고 청아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낮고 덤덤한 목소리가 마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울 든 자들을 제압해라.”
그 순간, 대연무장을 막고 있던 일백의 마인들이 자신들 사이에 있던 술사들을 덮쳤다.
“끄아아악!”
“뭐, 뭐냐!”
“이놈들! 그만두지 못해!”
혈교의 술사들이 맹렬히 방울을 흔들어댔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인들이 술사들을 제압해 방울을 빼앗고, 팔다리를 부러뜨려 모두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촌각에 불과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다들 어리둥절한 채로 서로는 바라보는 가운데, 피리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무리의 선두를 알아본 남궁학이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
“……청룡학관?”
청룡학관 강사들이 누군가를 호위하는 대열을 유지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익숙한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남궁혁이 중얼거렸다.
“셋째?”
창백한 안색을 한 남궁수가 걸어오고, 옆에는 악연호가 우산을 받쳐 들어 비를 막아 주고 있었다.
주작학관과 백호학관의 강사들은 좌우에서 남궁수를 호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사들의 뒤에는, 일백이 넘는 마인들이 얌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네, 네가 여긴 어떻게?”
“방금 뭘 한 거냐? 뒤에 마인들은 또 뭐고?”
남궁세가의 장남과 차남이 크게 당황한 가운데, 넘어졌다가 벌떡 일어난 남궁미가 남궁수에게 달려갔다.
“오라버니!”
남궁수는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막내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제 걱정할 것 없다.”
“오라버니이…….”
남궁미가 훌쩍거리며 눈물 콧물을 남궁수의 옷자락에 마구 비볐다. 가볍게 미간을 찌푸린 남궁수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이, 남궁학과 남궁혁이 남궁수를 향해서 빠르게 다가왔다.
“방금 그 피리로 마인들을 조정한 것이냐?”
“이놈! 지금까지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냐!”
마령소혼적을 바라보는 두 형제의 눈이 탐욕으로 빛났다. 동시에 자신을 경계하는 것이 느껴졌다.
“…….”
남궁수는 형제들의 무복이 피로 젖은 것을 보았다. 또한, 오면서 본 무수히 많은 시체를 떠올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뻔히 예상이 되었다.
저들은, 차기 가주가 되기 위한 경쟁에 눈이 멀어서 흘려도 되지 않을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왜 말이 없느냐.”
“피리는 하나뿐이냐? 더 있다면 우리에게도…….”
그 순간, 남궁수가 벼락처럼 손을 뻗었다.
짜악!
짜악!
통렬한 소리가 빗속에 울려 퍼졌다. 남궁학과 남궁혁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
워낙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둘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뺨을 맞은 두 형제의 눈에 서서히 살기가 맺혔다. 분노와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네놈이 실성을 했구나!”
“죽고 싶은 게냐!”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듯 살기를 내뿜은 둘에게, 남궁수는 특유의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내기는 제가 이겼습니다.”
““뭐?””
동시에, 사마영과 당백호가 각각 제 학관의 인솔 강사인 남궁학과 남궁혁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이곳에 오면서 합의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수 교육. 청룡학관이 최종 승자입니다.”
“백호학관도 같은 의견입니다.”
순간, 두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남궁수가 신입 강사들을 구하러 갔을 때, 두 사람은 세가의 일만 신경 쓰고 그들을 방치했다.
하다못해 숙소로 사람 하나 보내지 않았으니, 신입 강사들이 화가 날 만도 했다.
남궁수가 말을 이었다.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나머지 둘의 뺨을 치기로 했지요. 그래서 때렸습니다. 불만 있으십니까?”
“이 와중에 지금…….”
“내기 같은 걸…….”
두 형제가 뒤늦게 반박하려 했으나, 남궁수는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남궁수는 두 형이 데려온 무인들 앞에 서서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만 제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장내에 기묘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쏟아지던 빗줄기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해 주시면, 더 이상 남궁세가의 그 누구도 피를 흘리지 않게 하겠습니다.”
“…….”
남궁수를 바라보는 무인들의 시선이 단숨에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