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5
24화. 세상의 절반이 우리 편“……이러다 얼굴 뚫리겠군.”
차라리 사방에서 쏟아지는 암기를 피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기는 피할 수라도 있지, 사방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은 피할 도리가 없으니까.
힐긋힐긋.
수군수군.
우리가 청룡학관의 정문에 들어선 순간부터 시선이 모여들더니, 이제는 학관 내 모든 사람이 우리만 보는 것 같았다.
“크흠…….”
함께 면접을 보러 온 경쟁자들의 시선은 물론이고, 기숙사 창문을 열고 우리를 내려 보는 학생들까지.
나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무척 어색했지만.
“역시 옷이 날개죠? 잘생긴 얼굴이 다가 아니라니까.”
“…….”
내 옆에는 이 모든 일의 원흉, 악연호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명문세가 자제의 체면이 있어서 대놓고 헤벌쭉 웃지는 않았지만, 부채로 입을 살짝 가린 채 눈웃음을 살살 치는 게 아주…….
“어머머!”
“꺅! 방금 날 봤어!”
그 눈웃음을 정면으로 마주한 여인들이 얼굴을 붉히고, 난리도 아니었다.
“후훗.”
악연호는 그녀들에게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옆을 지나갔다.
향수라도 뿌렸는지, 악연호가 지나간 자리에는 달착지근한 향이 감돌았다.
‘이놈은 사파에서 태어났으면 희대의 색마가 됐을 거야.’
반면 나는 앞만 보고 걸었다.
대중의 시선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표정도 평소보다 굳었고, 걸음도 딱딱했다.
다행스럽게도 여인들 대부분은 악연호에게만 관심을 주지, 내게는 그다지…….
“둘 다 신입 강사 지원한 거겠지?”
“나는 왼쪽에 키 큰 남자가 더 취향이야.”
“차가운 인상에 수심 어린 저 표정 좀 봐…….”
“하아. 수업에서 막 혼내 줬으면 좋겠다…….”
……못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들었어.
악연호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작게 말했다.
“어때요? 꽃다운 소저들이 저리 반겨 주니 형님도 좋지요?”
“좋긴 개뿔이…….”
여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만큼, 사내놈들의 살기도 한 몸에 받고 있다만?
사실 나는 다수의 시선이 꽤나 익숙하고 덤덤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관심은 처음이라 퍽 난감했다.
그러니까 사흘 전.
-면접은 첫인상이 제일 중요하다니까요! 칙칙한 흑의장삼은 감점이라니까!
……라는 말에 넘어간 나는 악연호에게 끌려다니며 옷, 신발, 허리띠 등 의복 일체를 새로 장만했고, 머리도 손질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새벽부터 부산을 떠는 악연호의 손에 몸을 맡겼고, 아침이 되어 객잔을 나선 순간부터 고난이 시작되었다.
“저, 저, 정말 죄송한데…… 성함만이라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처음 보는 처자가 몸을 배배 꼬며 말을 걸어온 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오라버니들! 이것 좀 드세요.”
“그거 말고 이거 드세요. 저희 가게 당과가 더 맛있어요.”
“뭐래? 미쳤니 너?”
“미친 건 너겠지!”
저잣거리의 경쟁 당과 업체 딸들이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것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으며,
“……소협. 머리카락 하나만 뽑아 주시오. 아니면 손톱 조각이라도 조금만…….”
모산파의 제자가 아닐까 의심되는 음울한 눈빛의 사내에게 머리카락과 손톱을 생으로 뜯길 뻔하기까지 했다.
그 모든 시련을 거치고 청룡학관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도 다들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다 보니, 나는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망할 놈의 외모지상주의 같으니.”
내 나직한 중얼거림에 악연호가 킥킥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마치 자기가 만든 예술품을 감상하듯, 내 위아래를 흐뭇하게 훑어본 녀석이 말했다.
“작품이네. 작품이야.”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자.”
“줄 서야 해서 어차피 바로 못 들어가요. 이왕 이렇게 된 것, 즐기자고요.”
“……즐기긴 뭘 즐겨?”
“저 위에서 느껴지는 여학생들의 동경 어린 시선! 자, 형님 표정 관리하시고요. 미래에 우리가 가르칠 제자들에게도 좀 웃어 주시고.”
“…….”
악연호가 입을 가리고 있던 부채를 아래로 내리자 그 수려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 순간 기숙사 창문 너머로 우리를 구경하던 여학생들이 단체로 자지러졌다.
“어휴.”
내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랬을 뿐인데 또 어디선가 “꺅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라는 건데?
우리는 청룡학관으로 들어온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줄을 섰다.
면접 복장이 경쟁자들에 비해 과하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관심을 끄는 건 성공했으니.’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한 가지 이상 자신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고만고만하거나 비슷비슷한 자들은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금방 잊히고 도태된다.
특히 이렇게 수많은 인원 중 소수를 뽑는 자리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었다.
“면접장에서 이 얼굴이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만…….”
“아마 상상 이상일걸요.”
내 중얼거림을 들은 악연호가 씩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그때였다.
꽤 먼 거리에서 나를 쏘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았다.
멀리 보이는 건물의 옥상에 한 쌍의 남녀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학생인가.’
무공 교두의 관점에서 더 인상적인 쪽은 남학생이었지만,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는 쪽은 차가운 인상의 여학생이었다.
‘근데 왜 저렇게 노려봐?’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여학생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
“…….”
그리고 잠시 후, 여학생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사자후를 토해낼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뭐, 뭐야?”
깜짝 놀란 나는 귀를 막았지만, 내공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가 학관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합-격이에요!”
“……뭐?”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나뿐만이 아니라 면접을 기다리던 모든 지원자들이 고개를 들어 그 여학생을 바라봤다.
잔뜩 흥분한 그녀가 손가락으로 나와 악연호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두 분! 두 분은 학생회의 권한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합격……. 읍, 으읍!”
“부회장! 미쳤어?”
옆의 남학생이 급하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둘 사이에 잠시 실랑이가 있고 난 후, 결국 남학생이 여학생을 제압해 아래로 내려가면서 한편의 촌극이 끝났다.
“……방금 그건 뭐였지?”
“기숙사 쪽이었는데…….”
“학관에 미친년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조금 전 사건 때문에 지원자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릴 때였다.
“정숙하시오!”
대연무장 중앙에 서 있던 노인이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강한 내공이 담긴 탓에 내공이 약한 자들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본인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학관 내에서 정숙해 주시기 바라오.”
노인은 그 말만 한 후 뒷짐을 지고 모두에게 경고하듯 주변을 슥 둘러봤다.
유독 나를 강하게 노려본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근데 저 양반은 누구야?”
“학생주임이라는데요.”
“어쩐지 꼬장꼬장하게 생겼더라.”
“자꾸 이쪽을 보는 것 같지 않아요? 혹시 형님이 아는 사람이에요?”
“나도 여기 처음 와 봤다. 학생주임을 내가 어떻게 알아?”
학생주임?
왠지 어떤 기억이 날 듯 말 듯한다…….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별로 중요한 건 아니겠지.
악연호와 떠드는 사이에도 대기 줄은 점점 줄어들었다.
면접은 한 번에 다섯 명씩 내원으로 들어가서 면접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는 방식이었다.
“안에 있는 면접관은 누구래?”
“학관주님. 부관주님. 그리고 청룡학관 일타강사 남궁수 대협이래요.”
다른 지원자(대부분 여자)들과 시시덕거리고 온 악연호에게 묻자, 녀석은 곧장 알아 온 정보를 내게 알려 주었다.
‘학관주라면…… 천수관음 노군상인가.’
천수관음(千手觀音) 노군상.
그는 내가 혈교에 있던 수십 년 전에도 무림 백대고수 중 한 명으로 언급되던 무인이었다.
정파에서 협객이라는 말은 즉, 사파에게는 마귀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노군상이 때려죽인 사파인만 수십이 넘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용모파기가 꽤나 강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십 년이나 지났으니 좀 달라졌으려나.’
어쨌든 요주의 인물이다.
그다음, 부관주 화염도 곽철우.
아마도 양강 계열의 도법을 쓰는 모양인데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면접관은 삼절검 남궁수.
남궁세가의 자제로, 이곳 청룡학관을 대표하는 일타강사였다.
내 목표이기도 했다.
“일타강사라…….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잘됐네.”
“얼굴만 보고 그걸 알아요?”
“나 정도 되면 얼굴만 봐도 알아.”
“……도사님. 저는 오늘 면접에 붙을 수 있을까요?”
나는 악연호가 농담 따먹기를 하며 시간을 죽였다.
면접은 생각보다 길었다.
한 조당 짧게는 한 식경, 길게는 반 시진까지도 걸렸다.
우리는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꽤 뒷번호를 배정받은 탓에(온갖 사람들이 들러붙은 탓이었다), 아직도 앞에 두어 조가 더 남아 있었다.
‘슬슬 지루한데.’
나는 고개를 돌려 청룡학관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과연 무림 오대학관답게 규모가 크고, 시설도 좋아 보였다.
그에 비해 학생이나 강사들의 수준은…….
‘솔직히 실망스럽군.’
실력도 실력이지만, 내가 실망스러운 부분은 그들의 태도였다.
보통 명문세가나 대문파의 제자들은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을 느껴서 걸음이 당당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청룡학관의 학생들이나 강사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뭐랄까…….
“다 망해 가는 부잣집에서 어떻게든 마지막에 한몫 쥐고 나가려는 놈들 같다고 해야 하나…….”
“……차라리 욕을 하지 그러세요.”
욕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솔직한 평가였으므로 나는 당당했다.
나는 기숙사 창문을 열고 우리를 구경하던 학생들을 반대로 구경했다.
“어째 숫자가 줄어들지를 않냐.”
“줄기는커녕 아까보다 늘어난 것 같은데요?”
“쯧쯧.”
이게 뭐 재밌는 구경거리라고.
차라리 그 시간에 검이라도 한 번 더 휘두를 것이지.
‘그래도 몇 명은 떡잎이 보인다만…….’
될성부른 떡잎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찾던 중, 손에 종이를 들고 무언가를 빠르게 슥슥 그리고 있는 여학생을 발견했다.
스스스슥.
그 손놀림이 범상치 않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그리면서 계속 나와 눈이 마주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즉,
“쟤 지금…… 우리 용모파기를 그리는 거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악연호가 빙긋 웃더니 부채를 아래로 내리며 자세를 잡았다.
“……너 뭐 하냐?”
“편하게 그리게 해 주려고요.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하아…….”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 든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빨리 면접이나 봤으면 좋겠다.”
“이제 한 조밖에 안 남았어요.”
우리가 시시덕거리며 곧 다가올 차례를 기다릴 때였다.
“어라? 너!”
방금 면접을 보고 나온 사내들 중 한 명이 우리를 발견하더니, 눈을 부릅뜨고는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오호라! 이놈들 잘 만났다!”
위협적으로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거구의 사내.
험악하게 일그러뜨린 인상이 마치 통행세 받으러 오는 산적 같았다.
악연호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형님이 아는 사람이에요?”
이건 뭐, 일만 생기면 나한테 떠넘기려고 하네.
기억력이 좋은 나는 상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때 객잔에서 네가 쫓아낸 돼지잖아.”
나름 작게 속삭인다고 했는데, 다 들린 모양이다.
“누구 보고 돼지래!”
내게 돼지라 불린 사내는 멧돼지처럼 콧김을 뿜어대며 내게 삿대질을 해댔다.
“잘 들어라! 이 몸은 신력도(神力刀) 곽두용이다!”
얼굴이 벌게져서 외치는 사내의 모습을 보자, 악연호도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아……. 그때 만난 돼지?”
악연호를 처음 만난 날.
객잔에서 주사를 부리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다가 악연호에게 망신을 당하고 도망치듯 빠져나간 사내였다.
“하! 이자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군. 당신들, 청룡학관에 입사 시험을 보러 온 모양인데…….”
곽두용은 꼬리에 불붙은 멧돼지처럼 도망치던 예전과 달리, 오늘은 믿는 구석이 있는 듯 어깨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가 스산하게 웃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우리에게 말했다.
“이곳에 누가 계신지 알아? 바로 이 몸의…….”
퍼억!
어디선가 날아온 신발이 정확히 곽두용의 뒤통수를 맞췄다.
넘어질 듯 크게 휘청이던 곽두용은 겨우 중심을 잡고 홱 돌아섰다.
“어떤 놈이야!”
대답은 기숙사 쪽에서 들려왔다.
“비켜, 이 못생긴 자식아! 너 때문에 두 강사님의 옥안이 안 보이잖아!”
방금까지 우리의 용모파기를 그리고 있던 여학생이, 남은 한쪽 신발을 위협적으로 흔들고 있었다.
“감히 강사한테……!”
얼마나 당황했는지 곽두용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의 수난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퍼억!
어디선가 날아온 먹다 만 당과가 곽두용의 어깨에 들러붙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여학생이었다.
“왜 가만히 있는 분들한테 시비야!”
처음 한두 번이 어렵지, 세 번 네 번은 쉬웠다.
퍽! 퍽! 퍼버벅!
주로 여학생 기숙사에서 온갖 물건들이 곽두용을 향해 날아왔다.
무공을 배워서 그런지 다들 정확도가 예술이었다.
“왜 연약한 강사님들을 괴롭혀!”
“못생긴 게 성격도 나쁘네!”
“당신은 학생 평가에서 빵점이야!”
“우우우우!”
……한 사내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여학생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었다.
아니,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학생들이 보기에는, 곽두용이 다짜고짜 우리에게 와서 시비를 거는 것으로 보였기에 다들 저렇게 분노하는 것이다.
“악인이 선량한 이를 핍박하는 걸 두고 보지 말라고 배운 무림의 소녀들답네요.”
악연호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선악을 판별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외모인 것 같은 건 내 착각이냐?”
“……형님. 외모가 사람을 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에요. 성격, 품행, 말투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판단의 기준이 되죠. 하지만…….”
악연호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큭큭 웃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 성격, 품행, 말투를 어떻게 알아요? 잘생기면 사람도 좋아 보이는 거지.”
“하…….”
“제가 왜 형님의 외모가 굉장한 무기라고 했는지, 꾸며야 한다고 했는지 이제 아셨어요?”
탁!
부채를 접은 악연호가 고개를 들어 여학생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여학생들이 “꺅꺅!” 소리를 질러 댔다.
“보세요. 잘생긴 남자는 세상의 절반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요.”
“…….”
말하는 모습만 보면 제자에게 깨달음을 전수하는 일대종사 같았다.
실제로 나도 악연호의 말에 깨닫는 바가 있었기에,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그렇게 가만히 서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곽두용은 쏟아지는 암기 세례(?)에 혼쭐이 나고 있었다.
“억! 어엌! 그만! 제발 그만해!”
표적이 커서 그런지, 던지는 족족 몸에 다 맞았다.
이제는 여학생 기숙사뿐만 아니라, 남학생 기숙사에서도 온갖 물건들이 날아왔다.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남학생들은 왜 저러는 거냐? 설마 쟤들도 우리 외모 때문에…….”
“쟤들은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예요. 사내새끼들이 다 그렇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