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56
255화. 독각마룡 (3)
크롸라라라라라!
독각마룡은 지상으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백수룡을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떨어져라! 떨어지란 말이다!]그러나 백수룡은 역린에 박아 넣은 검을 단단히 붙들고 놓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공을 잔뜩 불어넣었다.
우우우웅!
천하에서 가장 패도적인 역천신공의 기운이 독각마룡의 몸 내부를 헤집었다. 백수룡은 놈을 수십 조각으로 찢어발길 작정으로 공력을 끌어올렸다.
‘여기서 끝낸다!’
그러나, 독각마룡도 천 년을 살아온 괴물이었다. 쉽사리 당하지 않았다.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몸 안에 백수룡의 기운이 흘러들어 오는 즉시, 독각마룡의 내단에서도 막대한 공력이 흘러나와 맞섰다.
독각마룡의 몸 내부에서 두 개의 기가 맹렬하게 충돌했다. 싸울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명백했다. 독각마룡의 소름 끼치는 비명이 산천초목에 울려 퍼졌다.
크롸라라라라-!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공격을 막느라, 독각마룡에겐 다른 것을 할 여력이 없었다.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웅크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콰아아앙-!
독각마룡의 거체가 추락하자, 일대의 지반이 움푹 가라앉았다. 마룡의 입에서 검은 피가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 백수룡은 독각마룡의 몸에서 검을 뽑으며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그 또한 온전치 않은 모습이었다. 몸부림치는 독각마룡의 공격에서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우…….”
백수룡이 잠시 숨을 고르며 검을 살펴보니, 검 전체에 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대로 두었다면 독각마룡의 몸 안에서 녹아내렸을 것이다.
백수룡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백수룡의 무공이 점점 강해지고, 만나는 적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었다. 웬만한 보검으로는 이후의 싸움을 감당하지 못할 터였다.
‘더 좋은 검이 필요해.’
자연스레 위지열이 만들고 있는, 혈마검을 능가할 만한 절세보검으로 생각이 미쳤다.
당장 지금만 해도 혈마검 수준의 절세보검만 손에 쥐어져 있었다면, 독각마룡에게도 훨씬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을 것이다.
‘대체 언제쯤 완성되는 건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은 독각마룡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돌아가서 위지열을 만나 보기로 하고, 백수룡은 잡생각을 털어 냈다.
“오늘까지만 버텨다오.”
월영의 검신을 가볍게 쓸어내린 백수룡은 독각마룡을 향해 걸어갔다.
크르르르르…….
먼지 속에서 독각마룡이 거대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놈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파동처럼 번져 나왔다.
이래서 가능하면 일격에 쓰러뜨리고 싶었다. 시간을 끌수록 놈의 힘은 점점 안정될 테니까.
하지만 독각마룡의 비늘은 강기에도 저항할 만큼 단단했고, 기를 다루는 능력 또한 절세고수 못지않았다.
여전히 놈은 오금이 저릴 만큼 강해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백수룡의 두 눈동자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혈마안을 밝혀 독각마룡의 몸을 살폈다.
전보다 훨씬 약하고 불안정한 기의 흐름이 보였다. 방금 공격으로 놈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증거였다.
처음 봤을 때 떠올랐던 ‘절대 이길 수 없다’란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
백수룡이 발을 굴렀다.
쿠웅!
발 구름 한 번에 땅이 갈라졌다. 백수룡의 신형이 폭발적으로 쏘아졌다. 청색장포가 바람에 찢어질 듯 펄럭였다.
촤아아악-
첫 공격은 독각마룡의 눈을 스쳤다. 백수룡은 실망하지 않고 몸을 회전시키며,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왼손으로 새하얀 냉기를 뿌리고, 오른손에 든 검을 사선으로 올려 그었다. 강기를 두른 검의 궤적에 독각마룡의 뿔이 있었다.
독각마룡도 피하지 않았다. 뿔에 천 년의 공력을 두르고 빛살처럼 찔렀다. 절세고수의 찌르기와 우열을 가르기 힘든 속도였다.
쩌어어어엉!!
충격에 십여 장을 밀려난 백수룡이 미간을 찌푸렸다. 검을 쥔 손바닥에 저릿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반면, 독각마룡의 뿔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지랄 맞게 단단하네.”
백수룡은 짜증과 동시에 기대감이 섞인 눈빛으로 독각마룡의 뿔을 바라봤다.
저걸로 무기나 갑주를 만든다면 어떨까?
놈의 비늘도 단단하기가 비할 데 없는 물건이었다. 내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독각마룡을 도축하면, 족히 수십 명은 무장시킬 수 있는 전리품이 나올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 볼 가치는 있었다.
[하찮은 미물아. 네 눈에서 더러운 탐욕이 보이는구나.]순간, 독각마룡이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 입에서 시커먼 불길이 쏟아졌다. 거의 코앞이었다. 백수룡은 바닥을 얼려 미끄러지듯 몸을 굴렸다.
콰콰콰콰콰콰!
불길이 지나간 자리가 잿더미로 변했다. 백수룡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간신히 피하지 못했다면 자신도 저 꼴이 됐을 테니까.
“무지막지하긴…….”
애초에 천 년의 공력을 쌓아온 영물이었다.
비록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마물이 되었다지만, 녀석이 쌓아온 기(氣)는 인간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백수룡은 상대를 짐승이라 얕보던 마음을 완전히 지웠다. 아니, 동격의 고수라고 여기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독각마룡이 백수룡을 집어삼킬 기세로 입을 벌리며 덤벼들었다. 맹독을 품은 독니가 시퍼렇게 빛났다.
콰콰콰콰콰쾅!
그들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이 연달아 터졌다.
독각마룡의 비늘이 찢겨나가고, 백수룡의 장포가 독액에 녹아내렸다.
퍼억!
독각마룡이 휘두른 꼬리에 맞은 백수룡이 피를 뿜으며 수십 장을 날아갔고, 촤아악!
백수룡의 검은 기어이 독각마룡의 눈알 하나를 베어냈다. 독각(毒角)마룡은 이제 독안(獨眼)마룡이 되었다.
크아아아아아아-!!
고통에 찬 용울음에 산사태가 일어났다.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고, 짐승들이 공포에 미쳐 날뛰었다.
경천동지할 싸움으로 일대가 초토화되고 있었다.
몰아치는 힘의 파편이 대지에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겼다. 운 나쁘게 휘말린 짐승들은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갈려 나갔다.
“괴물 같은 놈…….”
백수룡은 몇 번이나 피를 토했다. 푸른 장포 곳곳에 혈흔이 번졌다.
독각마룡은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괴물이었다. 부서지거나 찢어진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천 년 공력으로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권능을 부렸다. 처음 찢어 놓았던 역린의 상처도 아문 지 오래였다.
그러나, 백수룡은 그렇지 않았다. 찢어진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흘렀고, 부러진 뼈는 저절로 맞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백수룡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되어 있었다. 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는 검파를 꽉 쥐었다.
‘보인다.’
백수룡은 싸우는 내내, 독각마룡의 움직임을 냉정하게 관찰했다.
분노와 광기에 물들어 상대를 파괴할 생각뿐인 독각마룡과 달리, 백수룡은 적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연구했고, 기어이 상대를 쓰러뜨릴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백수룡을 살아남게 해 준 생존 방식이었다.
휘익!
독각마룡의 꼬리를 피한 뒤, 백수룡은 그 위에 올라탔다. 비늘과 비늘 사이로 검을 찔러넣어 균형을 잡았다.
거듭된 싸움으로 그의 애검, 월영은 검의 형상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백수룡은 이것이 월영의 마지막 순간임을 깨달았다. 그는 검에 짧은 작별인사를 한 후, 모든 공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우우웅-!
월영이 공명하며 피처럼 붉은 검강을 피워냈다. 그러곤 그대로, 독각마룡의 꼬리에서 등으로 질주하며 검을 휘둘렀다.
촤촤촤촤촤촤!
수십 번의 검격은 전부 비늘과 비늘 사이를 정확히 베었다. 비늘이 떨어져 나가며 드러난 속살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독각마룡의 거체가 무너질 듯 휘청였다.
크롸라라라라라!
독각마룡이 괴성을 지르며 백수룡을 떨쳐 내려고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백수룡은 혈마안으로 독각마룡의 움직임을 미리 다 읽고 있었다.
타닷!
독각마룡의 머리까지 훌쩍 뛰어오르자 눈과 눈이 마주쳤다. 백수룡이 말했다.
“솔직히 조금은 존경스러울 정도야.”
인간으로 치면, 독각마룡은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로 싸움을 시작한 것과 다름없었다. 이렇게까지 고전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만약 독각마룡이 완전한 상태에서 싸웠다면, 절대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네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라. 하필 이곳에서 나를 만난 것을 말이야.”
[우습구나.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거늘…….]“지금 끝낼 생각이다.”
스걱-!
차가운 달빛을 머금은 월영이 허공에 붉은 궤적을 그렸다. 독각마룡 뿔의 밑동을 정확히 잘라내는 일검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독각마룡이 처절한 비명과 질렀다.
그의 뿔에는 천 년 공력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신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였지만 동시에, 역린보다 더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건 독각마룡 자신뿐인데!
[대체 어떻게…….]“약점을 찾는 게 내 특기거든.”
뿔이 잘린 독각마룡은 급격히 쇠락해 갔다. 거대했던 몸이 줄어들고, 천 년의 공력이 몸에서 빠져나갔다.
결국.
쿠우웅!
독각마룡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싸움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백수룡은 바닥에 쓰러진 독각마룡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마무리는 고통스럽지 않게 해 주지.”
[하찮은 미물이 나를 동정하는 것인가…….]독각마룡의 생명이 빠르게 꺼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증오와 원망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순간 독각마룡의 두 눈이 샛노랗게 빛났다.
[역천(逆天)의 길을 걷는 인간이여. 나는 네 손에 죽겠지만, 그 대가로 너 또한 사멸하게 되리라.]문득 불길함을 느낀 백수룡은 곧장 달려들어 독각마룡의 목을 베어냈다.
채앵!
자신의 마지막 소명을 다한 월영은 결국 두 조각으로 부러졌다. 독각마룡의 목과 함께 부러진 검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천 년을 기다려온 삶이 이토록 허무하게 끝나다니. 실로 우습구나…….]독각마룡이 완전히 죽었음에도, 불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강해졌다.
“……뭐지?”
백수룡이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했다.
츠츠츠츠츳…….
죽은 독각마룡의 몸에서 막대한 기가 흘러나와 백수룡을 휘감았다.
그것은 독각마룡이 죽기 전에 남긴 강렬한 의지.
백수룡이 미처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독각마룡이 남긴 천 년 공력이 그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무슨……!”
일반적인 경우 영물의 기를 흡수한다는 것은 기연이지만, 백수룡의 경우에는 달랐다.
-내공이 깊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에 걸맞은 신체의 격 또한 갖추어져야 한다네.
지금의 백수룡에게 이 이상의 공력은 극독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그릇은 이미 꽉 차 있었으니까.
“날 터트려서 죽이려고……. 끄으윽…….”
백수룡은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 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밀려드는 공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몸이 터져 죽거나, 운이 좋아도 골수까지 마기가 스며들어 광인이 될 것이다.
혈교에서 보았던 수많은 마인들처럼 말이다.
그 순간, 백수룡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만약 자신이 마인으로 변해 이성을 잃고 폭주하게 된다면…….
가장 가까이 있는 인간들부터 죽이게 될 것이다.
“……안 돼. 오지 마. 오면 안 돼.”
저 멀리서 제자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한 명도 빠짐없이, 사투를 벌인 스승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백수룡은 그런 제자들을 반겨 줄 수 없었다. 곧 자신이 저 아이들을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도망쳐, 도망쳐라! 내게서 최대한 멀리 도망쳐-!!”
백수룡은 제자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 가공할 살기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