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76
275화. 거기 서라!
급격히 어색해지는 둘의 분위기를 깬 건, 뒤에서 들려온 독고준의 목소리였다.
“이제 우리 차례인가?”
독고준과 방백현이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두 후배 검객의 수준 높은 비무에 감탄한 방백현이 독고준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왕이면 나도 혼자서 싸워 보고 싶은데…….”
“선배님. 저도 같은 마음이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하긴. 혼자 상대하다가 도망이라도 치면 큰일이겠어.”
“후환을 남기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독고준과 방백현.
현 학생회장과 전대 학생회장.
명실상부 청룡학관의 고학년 최고수들이 나란히 걸어오자 위압감이 대단했다.
‘어쩌지?’
위지천은 매극렴의 조언대로 자신의 무공을 과신하지 않았다.
이미 유이란과 수십 합이나 검을 겨룬 후였다.
여기서 독고준, 그리고 실력을 짐작할 수 없는 방백현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뒤에 있는 당소소 선배도 경계해야 해. 언제 독이나 암기를 쓸지 몰라.’
활로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위지천의 시야에, 무방비하게 독고준을 돌아보는 유이란의 모습이 보였다.
독고준이 말했다.
“유이란. 일단 뒤로 물러나. 지금부터는 우리가 나설 테니까.”
“……합공은?”
방백현이 독고준 대신 대답했다.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둘로 충분하니 후배는 물러나서 퇴로를 막고 있어. 아마 할 일은 없을 거야.”
유이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도, 이미 위지천에게 졌는데 또 검을 휘두르는 건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하지만 유이란은 상상도 못 했다. 위지천에겐 그녀를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야.’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한 유이란이 무방비하게 돌아선 순간, 위지천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유이란!”
“피해!”
독고준과 방백현이 소리쳤지만, 위지천의 움직임이 한발 빨랐다.
휘익!
위지천이 손을 뻗어 유이란의 손목을 잡아챘다. 금나수의 수법이었다.
손목이 잡힌 순간 유이란이 격렬하게 저항하리라 예상했지만, 그녀는 놀라서 눈만 동그랗게 뜰 뿐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했다.
파바박!
순식간에 유이란의 마혈을 점한 위지천은 그녀를 자신의 몸쪽으로 당겨 한 팔로 목을 감았다. 자연스럽게 뒤에서 안은 자세가 되었다.
위지천이 유이란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며 경고했다.
“가까이 다가오면 유이란 선배의 안전은 보장 못 해요!”
“……인질극?”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독고준과 방백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위지천과 붙잡힌 유이란을 번갈아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빛이 유이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넌 왜 그렇게 쉽게 잡혔어?
“아니, 그게…….”
유이란은 얼굴만 붉힐 뿐 고개를 푹 숙였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손목을 잡은 것도 모자라서, 뒤에서 덥석 끌어안다니.
이건 완전 반칙이잖아…….
“전부 물러나요! 같은 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만 위지천은 진심으로 인질극을 벌일 셈인 듯했다.
“……골치 아프게 됐군.”
“독고야. 우리가 이걸 진지하게 받아 줘야 하는 거냐?”
독고준과 방백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멈춰 섰다.
그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당소소가 앞으로 나섰다.
“위지천 후배. 우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어쩌려고? 정말 검화 선배의 목을 긋기라도 하게?”
“예? 그, 그건 아니지만…….”
위지천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유이란을 해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잠시 인질로 잡았을 뿐.
당소소는 차분하게 위지천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검화 선배를 인질로 잡은 건 이 상황에서 무리수야. 아무리 사파 무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이 시험의 요지라지만, 진짜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니면 설마, 검화 선배를 방패로 쓰겠다는 거야?”
“……못할 것도 없죠.”
위지천은 독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마혈이 집힌 유이란을 더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미안해요. 선배. 다치게 하진 않을 테니 잠시만 이러고 있어 주세요.]“너……!!”
귓가를 파고드는 전음에 유이란은 질끈 눈을 감았다.
귓가에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철이 든 이후로는 한 번도 남자에게 허락해 본 적 없는 간격.
위지천의 체온과 냄새, 심장의 맥동까지 느껴져서 어지러웠다.
눈을 꼭 감은 유이란은 간신히 개미만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위지천. 이 나쁜 놈…….”
“죄, 죄송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위지천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유이란을 놓아주지 않았다. 일단 인질로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생각뿐이었다.
눈을 사납게 치켜뜬 위지천이 독고준을 노려봤다.
“갑자기 선배님들이 왜 저를 협공하는 거죠? 제가 가진 향낭은 하나뿐인데…….”
“이유를 알려 주면, 인질을 풀어줄 건가?”
“……이유를 알면 협상의 여지가 생길지도 모르죠.”
그러자 독고준이 피식 웃었다.
“협상은 없다. 내가 이 수업의 수석을 차지하는 데 있어서, 위지천 네가 가장 큰 걸림돌이니까.”
“……네?”
에 한해서, 위지천은 독고준 못지않은 모범생이었다.
수업도 매우 열심히 듣고, 실기 성적도 뛰어났다.
지난 중간고사에서의 성적도 독고준과 비슷할 정도였다.
강력한 경쟁자를 바라보는 독고준의 눈빛에는 싸늘한 한기가,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널 떨어뜨려야, 내가 수석을 차지할 확률이 올라가거든. 그러니 이만 여기서 사라져 줘야겠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독고준이 독고구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싸구려 악당과 같은 비열한 말투와 달리, 몸에서는 막강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독고. 너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했구나?”
방백현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뒤통수를 긁적이며 위지천에게 말했다.
“난 무림맹주님에게 점수 좀 따려고 여기 꼈어. 너희 청룡오망이 요즘 도시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유명해서 말이야. 이 시험에 참여해서 너희들을 쓰러뜨리면, 자기소개서에 적을 만한 꽤 괜찮은 무용담이 생기겠다 싶어서.”
“겨우 그런 이유로요?”
황당해하는 위지천에게, 방백현은 표정을 굳히며 정색했다.
“겨우 그런 이유? 이쪽은 나름대로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중인데. 요즘 자기소개에 한 줄 추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무림맹 입맹시험 경쟁률이 얼마나 높은지는 알고?”
예상치 못했던 정색에 위지천이 어깨를 움츠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것까지는 잘 몰라서…….”
“죄송할 것까진 아니고. 너, 검법은 흉악하면서 마음은 여리구나?”
방백현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어쩐지 씁쓸함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선배님들. 더 이상 길게 대화 나누실 것 없어요.”
당소소였다.
열 손가락 사이에 암기를 잔뜩 끼운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다 시간을 끌려는 수작에 불과하니까요.”
“……부회장?”
“어떻게 하려고?”
당소소가 싱긋 웃었다.
위지천이 보기에는 두 남자 선배가 자신을 공격하는 이유도 이상했지만, 당소소의 광기는 앞선 두 사람과는 차원이 달랐다.
“과연 인질을 방패로 삼을 용기가 있을지, 한번 시험해 볼까?”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당소소는 진짜로 암기를 뿌렸다.
까가강!
검을 휘둘러 암기를 쳐 낸 위지천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미쳤어요? 유이란 선배가 맞을 뻔했잖아요!”
“방금 건 맞아도 다치지 않는 물렁한 연습용 암기였어. 확인용이었거든.”
“확인용?”
당소소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짙어졌다.
“넌 절대로 검화 선배를 방패로 쓰지 못한다는 걸 확인해 줄 물건이었단 뜻이야.”
“그, 그런…….”
당소소는 교활함에서 위지천보다 몇 수는 위였다.
아니, 청룡학관에서 당소소를 머리로 당해 낼 학생은 없었다.
냉혈독수 당소소.
청룡학관 최고의 지낭이자, 백수룡의 열렬한 추종자.
그 탓에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의 독공과 암기술은 청룡학관에서 첫손에 꼽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당소소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암기를 손에 끼우며 말했다.
“너희 다섯을 이번 시험에서 모두 낙제시켜서 내가 너희보다 뛰어난 학생이라는 걸 증명할 거야. 그렇게 되면 선생님도 날 백룡장에 받아들여 주시겠지? 후후.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애제자가 되어야지.”
상상만 해도 좋은지 당소소가 몸을 배배 꼬았다.
조금 빈정이 상한 위지천이 거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누구 마음대로요? 선생님은 더 이상 백룡장에 학생을 들일 생각이 없다고 하셨는데.”
잠시 행복한 망상에 젖어 있던 당소소가 도끼눈을 떴다.
“그럼 한 명이 방을 빼면 되겠네? 복에 겨운 후배야. 곱게 향낭이나 내놓으렴!”
당소소의 손에서 뿌려진 암기가 위지천의 전신을 노렸다.
“이란 선배. 미안했어요.”
위지천은 검화의 등을 부드럽게 밀어서 멀리 보내는 것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 암기를 모조리 쳐 냈다.
채채채챙!
암기는 전부 쳐 내는 데 성공했지만, 독고준과 방백현의 접근은 막지 못했다.
두 청년의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성적을 위해서일 뿐,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미안하지만, 내가 취업을 앞둔 사 학년이라.”
휘이익!
독고준, 방백현이 위지천의 좌우에서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들의 뒤에서는 당소소가 지상에 강림한 마왕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나의 백룡장 입성을 위한 첫 번째 제물이 되려무나!”
‘못됐어! 선배들이 하나같이 엄청 못됐다고!’
위지천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선배들의 공격 속에서 반격은 거의 꿈도 꾸지 못했다. 최대한 막고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채채채챙!
전 학생회장과 현 학생회장의 연수합격에는 빈틈이 없었다.
둘 다 강한 데다, 노련했다.
위지천이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고, 차륜전으로 상대가 먼저 지치도록 유도했다.
물론 두 사람도 방심할 수 없었다.
잠시라도 긴장을 놓으면 위지천의 검이 벼락처럼 번뜩였다.
피잇!
허리춤의 옷자락이 예리하게 잘려나간 걸 확인한 방백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저 녀석이 정말 일 학년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평범한 일 학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요.”
“다치지 않게 제압하려면 한참 걸리겠는데?”
“……저항이 꽤 격렬하니, 조금 다쳐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긴.”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이 좌우로 흩어졌다. 그들의 기세가 더욱 예리해졌다.
쩌저저저정!
독고구검은 대기를 찢어발길 것처럼 강맹했고, 방백현의 검은 천변만화하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크윽! 둘 다 엄청 강해!’
뿐만 아니라 당소소도 암기를 만지작거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두 선배의 연수합격이 거의 완벽해 끼어들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위지천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무복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비무이기에 망정이지, 실전이었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누구 한 명이라도 도와준다면…….’
혼자서는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검혼을 훔쳐 간 헌원강이 보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마치 위지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위지천의 귓가로 익숙한 전음이 들려왔다.
[야! 숨 쉬지 마!]위지천은 즉시 숨을 멈췄다. 거의 동시에,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세 사람 사이에 떨어졌다.
“선배!”
“물러나!”
독고준과 방백현이 동시에 소리치며 뒤로 훌쩍 뛰었다.
퍼어어엉!
연막탄이 폭발하며 시커멓고 매캐한 연기가 퍼져 나갔다. 위지천의 모습이 연기에 휩싸여 가려졌다.
“위지천! 이쪽이야!”
뾰족한 목소리가 위지천을 불렀다. 당소소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놓치면 안 돼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독고준과 방백현이 질주했다. 검을 휘둘러 연기를 몰아내면서 도망치는 기척을 뒤쫓았다.
““거기 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