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12
311화. 대어가 낚이길
“백수룡……. 너란 놈은 대체……. 어디까지…….”
남궁수는 말문이 막히는지 중간중간 심호흡을 했다.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꽉 움켜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백수룡과 헤어진 후, 남궁수는 제갈세가에 도착하기 전까지 수많은 도전자들을 물리쳐야만 했다.
-뇌룡신검! 비무를 신청하오!
-어디 청룡신협이 인정한 실력 한번 봅시다!
-노부가 자네의 무공을 견식하고자 하는데.
중재에 나서야 할 제갈세가주는 오히려 판을 깔았다.
그도 ‘뇌룡신검’이라 불리는 남궁수의 실력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자자! 줄을 서시오! 딱 열 명하고만 비무를 하겠소! 양심껏 절정고수 이하는 뒤로 빠지시고!
-제갈가주님?
-허면 이 상황에서 도망치듯 내뺄 생각인가? 그랬다간 자네는 물론이고 가문의 명예에도 누가 될 걸세.
-…….
결국 엄선된 열 명의 도전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나서야, 남궁수는 제갈세가에 도착해 겨우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비무에서 십 연승을 한 뇌룡신검의 실력과 신비로운 외모에 대한 소문은 밤새 더욱 부풀었고, -뇌룡신검은 나오시오!
-밤새 기다렸소이다!
-내 도전을 받아 주시오!
-당신을 사모해요!
아침부터 제갈세가 앞은 남궁수에게 도전하러 온 호승심 넘치는 무인들, 그리고 구경하러 온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제갈세가여서 그 정도였지, 웬만한 문파나 가문이었으면 새벽부터 시끄러웠을 것이다.
‘백수룡. 이 개…….’
남궁수가 이를 까드득 갈고 있을 때였다.
제갈세가의 앞에 자리 잡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무림맹의 전령이 도착했다.
-무림맹이 무슨 일로?
-여기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청룡신협과 관련된 일이라…….
무림맹에서 갑자기 백수룡 때문에 연락이 왔을 때만 해도, 놀라긴 했지만 그럴 수 했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무림맹 총사범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뭐?
“무림맹 정문을 부숴?”
“…….”
“징계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신원보증인이 필요해?”
“…….”
“그 신원보증인으로 나를 지목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그런 짓을 하고 도망친 주제에?”
“하하…….”
파직, 파지직.
걸어오는 남궁수의 몸에서 새하얀 전류가 튀었다. 백수룡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오랜만……은 아니구나. 근데 이상하게 오랜만인 것처럼 반갑네? 그치?”
그 뻔뻔한 대답을 듣는 순간, 남궁수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오랜만은 무슨. 얼마나 지났다고 또 사고를 친 거냐!”
“다 사정이 있다고!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따로 해 줄 테니까, 그 뇌강은 좀 치워 주지 않겠어?”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면 각오해야 할 거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그때, 두 사람 사이로 류설이 끼어들었다.
“잘생긴 동생들. 회포는 나중에 풀고. 잠깐 나한테 집중 좀 해 줄래?”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류설에게로 향했다. 순간 류설은 움찔했다.
‘청룡학관은 강사를 얼굴로 뽑나?’
오래 보고 있으면 심마에 들 것 같은 얼굴이 둘이나 있다니. 수양이 조금만 낮았어도 맹주 대리로서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입꼬리가 멋대로 움직일 뻔했다.
큼큼. 헛기침을 한 류설이 눈에 힘을 주며 남궁수를 바라봤다.
“설명은 오면서 들었겠지? 총사범이 사고를 쳐서 신원보증인이 필요해.”
“들었습니다.”
남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류설은 모용준을 돌아봤다. 나머지 설명은 네가 하라는 의미였다.
“규정대로라면 징벌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총사범님을 숙소에 억류해야 하지만, 신원보증인이 붙어서 감시한다면 신병을 구속하지 않아도 됩니다.”
류설이 말을 받았다.
“단,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서 여기 있는 수갑을 차야 해.”
류설이 짙은 묵빛이 흐르는 수갑을 손가락에 걸고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곤 씩 웃으며 백수룡을 바라봤다.
“이건 현철로 만든 수갑이야. 아무리 동생이라도 끊어 내려면 고생 좀 할걸. 혹시라도 그럴 기미가 느껴지면 즉시 맹의 고수들이 나설 거니까 조심해.”
“……알겠습니다.”
백수룡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마지 못해 두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슬슬 미끼를 던져 볼까.’
지금쯤 개방 방주를 공격한 범인 혹은 공범은, 갑자기 무림맹에 나타난 백수룡 때문에 신경이 매우 예민해졌을 것이다.
백수룡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뭘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개방에 들렀다 온 사실은 놈들도 알고 있어. 일부러 흔적을 남겼으니까.’
놈들 입장에서 백수룡은 그야말로 입안의 가시 같은 존재.
더구나 십존으로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의 고수라서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손목에 현철로 만든 수갑을 찬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있겠지.’
예를 들면,
“이의 있네.”
싸늘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의 주인은 의천단주였다.
입회인의 자격으로 자리에 참석한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봤다.
“여기 있는 두 사람은 같은 학관 출신이지. 진심으로 제대로 된 감시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건…….”
류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남궁수가 정색을 하고 나섰다.
“물론입니다.”
단호한 말투와 이어진 행동.
휘익!
남궁수는 류설의 손에서 수갑을 낚아채듯이 가져갔다. 그러곤 백수룡의 양팔을 등 뒤로 모아서 수갑을 채웠다.
철컥!
일말의 자비도 없는 그의 손속에, 모용준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팔을 앞쪽으로 해서 수갑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야! 뒤로 묶으면 밥은 어떻게 먹으라고?”
남궁수는 모용준의 말과 백수룡의 항의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형형한 눈빛으로 의천단주를 바라봤다.
“제 명예를 걸고, 징벌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백수룡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러나올 것 같은 표정과 냉기가 묻어나는 싸늘한 목소리.
하지만 의천단주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만약 청룡신협이 도주한다면?”
“남궁세가의 명예를 걸고,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잡아 오겠습니다.”
“…….”
남궁세가의 명예까지 건 이상, 의천단주도 계속 반대만 하기는 힘들었다.
“……좋네. 양보해서 자네를 신원보증인으로 두는 것은 인정하지.”
“뭘 더 어쩌려고?”
류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녀는 살짝 짜증이 난 것처럼 보였지만, 의천단주는 개의치 않았다.
“징벌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청룡신협이 내공을 쓰지 못하도록 산공독을 먹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데.”
“미친……. 의천단주 당신 제정신이야?”
무인의 내공을 금제한다는 것.
과장을 좀 보태면, 손발을 묶고 눈을 가리는 것보다 더 심한 처사였다.
게다가 많은 내공을 가진 고수일수록 내공의 금제는 치명적인 법.
‘청룡신협 정도의 고수라면, 내공을 잃었을 때 생기는 무기력이 어마어마할 텐데.’
그리고 만약 무림맹 내에 청룡신협에게 원한을 가진 자가 있다면 어쩔 것인가?
“그건 좀…….”
“불가합니다.”
모용준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고, 남궁수도 단호히 거절했다. 류설은 폭발하기 일보직전처럼 보였다.
“좋아.”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백수룡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산공독을 먹겠다고 한 것이다.
“백수룡!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백수룡은 화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남궁수에게 씩 웃어 주었다.
“뇌룡신검이 계속 옆에 있을 텐데. 뭐가 걱정이야?”
“……날 감시가 아니라 호위로 써먹겠다는 거냐?”
“겸사겸사.”
몸을 돌린 백수룡은 의천단주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한순간 그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 대신, 징벌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내가 뭘 하든 그쪽은 신경 꺼. 오늘처럼 이래라저래라 내 앞에서 쫑알대지 말고 꺼지란 말이야. 알겠어?”
“건방진…….”
백수룡이 정말로 산공독을 먹겠다고 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의천단주의 대답이 잠시 늦었다.
“……좋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의천단주는 품에서 종이에 쌓인 환을 꺼냈다.
“무림맹에서 제조한 고수용 산공독이다. 해약이 없으면 어떠한 고수라도 닷새는 내공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몸이 되지.”
“아주 작정하고 왔잖아?”
의천단주는 옆에서 들려오는 류설의 빈정거림을 무시하고 백수룡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입가에 싸늘한 조소가 맺혔다.
“지금이라도 없던 일로 할 텐가?”
백수룡은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직접 먹여 달라는 의미였다.
“보시다시피 지금 손이 뒤로 묶여 있어서.”
“감히……!”
의천단주는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백수룡을 노려보다가, 억지로 웃으며 백수룡의 입안에 환약을 넣어 주었다.
“좋다. 내 손으로 직접 먹여 주지.”
백수룡은 산공독을 꿀꺽 삼킨 후 다시 “아-” 하고 입을 벌려 확인시켜 주었다.
“자, 됐지? 이제 눈앞에서 사라져 주면 고맙겠는데.”
“……멀리서 지켜보도록 하지.”
백수룡을 한 차례 사납게 노려본 의천단주는 집무실 문을 강하게 닫고 나갔다.
콰앙-!
“동생.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류설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방금 백수룡의 행동은 무척이나 무모하고 어리석었다.
‘고작 의천단주와의 기싸움에서 이기려고 산공독을 주는 대로 냉큼 먹어?’
그 옆에서 모용준도 근심 어린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만약 총사범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책임은 전부 저희가 져야 한단 말입니다.”
그래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도록, 너희가 보는 앞에서 산공독을 먹어 줬잖아?
백수룡은 그렇게 말하는 대신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뭐 어때? 내공 좀 못 쓴다고 실력이 어디 가나?”
“…….”
“…….”
자신의 실력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 초고수의 치기 어린 기행.
정문을 부수고 들어온 순간부터, 백수룡은 무림맹의 모두에게 자신의 인상이 그렇게 보이도록 유도했다.
“…….”
남궁수는 백수룡의 행동과 말투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아까부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달리, 백수룡은 결코 아무런 생각 없이 무모한 행동을 벌이지 않는다.
백수룡이 산공독을 기꺼이 삼킨 것은, 믿을 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궁수의 추측은 정확했다.
‘오히려 잘됐어. 독마의 독을 먹어 둔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산공독도 결국에는 독이다.
독마가 만든 생사독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잡하기 짝이 없는 독.
방금 몸 안에 들어온 산공독은, 백수룡의 몸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누구도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미끼는 던졌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
백수룡은 부디 대어가 낚이길 기대했다.
* * *
무림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객잔의 삼 층.
“…….”
흑의인은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무림맹을 바라봤다. 객잔의 한 층을 통째로 빌린 덕에, 주변은 아주 조용했다.
“꼭 이런 곳으로 불러내야 하나?”
지금 막 반대편에 앉은 자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흑의인은 손님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크고 웅장한 무림맹 건물을 바라보며 물었다.
“준비는 어떻지?”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청룡신협. 놈이 무림맹을 들쑤시고 있어.”
손님은 흑의인에게 무림맹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청룡신협이 무림맹의 정문을 부쉈고, 이에 징벌위원회가 열릴 것이며, 청룡신협의 손목에 현철로 된 수갑이 채워지고, 스스로 산공독을 삼켰다는 것까지.
그중 몇 가지는 무림맹의 고위직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였다.
“청룡신협이라……. 팔장로를 죽인 그놈이군.”
팔장로 혈령자는 한심한 놈이었다.
죽은 사부의 지위를 그대로 이었을 뿐, 장로라고 하기엔 자격이 심히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놈이라도 교의 장로였던 것은 사실.
흑의인은 찾아온 복수의 기회를 마다할 생각이 없었다.
“방해꾼은 내가 치워 주지.”
그는 이미 냄새를 맡고 기웃거리던 거지 하나를 치운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