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18
317화. 쫓아가라
독마는 경계심이 많은 성격이었다.
백수룡이 내공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본 순간, 그는 지체 없이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만독진(萬毒陣)을 펼쳐라!”
““존명.””
평소 독마의 지독한 훈련에 적응한 제자들다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즉각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거리를 벌린 독마와 그의 일곱 제자가 팔방(八方)을 점하며 동시에 공력을 일으키자, 그들의 무복 소매가 펄럭이며 녹빛 기류가 양팔을 휘감았다.
우웅-!
진법(陣法)은 여러 무인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싸우는 무학이다.
무림의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방파와 가문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동안, 진법 또한 수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역사가 유구한 대방파나 가문은 그들을 대표하는 진법을 보유하고 있다. 소림사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화산파의 매화검진(梅花劍陳)은 무공을 모르는 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천하제일인이 홀로 대방파의 진법에 도전했다가 무릎을 꿇은 일도 적지 않았다. 뛰어난 진법은 구파일방이 오랫동안 무림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본교의 만독진도 그에 못지않다.’
독마는 자신했다.
오십여 년 전, 혈교와 무림맹의 전쟁에서 전대의 독마는 제자들과 함께 펼친 만독진으로 무림맹의 정예 수백을 시체로 만들었다.
당대의 독마인 자신도 만독진을 전수받았다.
아니, 오히려 과거보다 더 뛰어나게 발전시켰다고 자부했다.
‘오늘이 본좌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터! 청룡신협, 네놈을 죽여 증명하리라!’
우우우웅-!
독마와 제자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녹빛의 기류가 점점 넓게 퍼졌다.
동류의 내공심법과 독을 십 년 이상 함께 연마한 여덟 명이 기운을 내뿜자, 그것들이 서로 공명하며 점점 강해졌다.
츠츠츠츳…….
이제는 숫제 안개였다. 녹색의 연무가 일대를 완전히 뒤덮었다.
백수룡과 남궁수의 모습이 안개에 휩싸여 흐릿해질 지경이었다.
“오히려 재미있어졌구나.”
만독진의 중심에서, 독마는 녹색 안광을 폭사하며 청룡신협을 바라봤다.
뛰어난 진법은 단순히 공력을 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전자의 기운을 공명시켜 전신의 활력과 무공의 위력을 한층 증가시킨다.
콰콰콰콰!
몸 안에서 용솟음치는 힘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전능감을 주었다.
독마가 킬킬 웃으며 손을 뻗었다.
“어디, 전력으로 발악해 보거라.”
진법에 의해 생성된 녹색의 운무가 독마의 의지대로 휘몰아치며 백수룡과 남궁수를 향해 나아갔다.
‘바로 죽이지는 않으마. 끔찍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녹아내리게 될 것이다.’
불경한 생각이긴 했지만, 독마는 지금의 자신이라면 상대가 교의 사도라 해도 능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이제 막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청룡신협 따위가 만독진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너희는 나아진 게 하나도 없냐?”
백수룡의 중얼거림과 함께, 만독진을 이루는 팔방의 한 곳이 창룡검에 의해 갈라졌다.
서걱!
팔방 중 곤방(坤方)의 위치를 맡고 있던 제자의 머리가 날아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독마는 미처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퇴보한 것 같네.”
“……!!”
방금 전까지 자신의 제자가 있던 자리에 검을 들고 서 있는 백수룡을 본 순간, 독마는 경악으로 눈을 부릅떴다.
‘생문(生門)을 어찌 알고!’
진법은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다.
톱니의 한 축이 무너지면 전체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방금 전 청룡신협은 만독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었고, 축 하나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만독진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청룡신협은 만독진 안에서 멀쩡히 움직이고, 호흡하고, 말하고 있었다.
만독진으로 만들어 낸 이 안개는 천하에서 가장 지독한 독공인 생사독으로 만들어 낸 안개.
이 안에서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데.
“……설마 만독불침이라도 된단 말이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백수룡은 태연하게 대꾸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치이익……. 그의 청의무복 일부가 독기에 닿아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딴 독에 피부가 좀 따끔따끔한 걸 보면 말이야.”
“감히……!”
평생을 익혀 온 독공에 대한 모욕에, 독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만독진의 기운을 하나로 모아 백수룡에게로 밀어 보냈다.
콰콰콰! 유형화된 녹색의 안개가 파도처럼 청룡신협에게 밀려들었다.
그러나 독마가 신경 써야 할 상대는 청룡신협 한 명이 아니었다.
“……네 녀석과 함께 다니면 별일을 다 겪는군.”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독마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곳에서 새하얀 벼락이 내리쳤다.
“크아악!”
팔방 중 진방(震方)을 담당하던 두 번째 제자가 새카맣게 탄 시체로 변해 바닥을 나뒹굴었다.
백수룡은 씩 웃으며 남궁수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가 독마의 시선을 끄는 동안 남궁수가 다른 곳을 기습한다는 작전. 성공이었다.
‘잘했어.’
남궁수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곧바로 가장 가까운 적을 향해 쇄도했다.
만독진의 취약한 부분은 백수룡에게서 전음으로 전해 들었다.
대체 어떻게 혈교의 진법을 아는지 의문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은혜를 갚을 기회!’
남궁수는 온몸에 뇌기를 두르고 독기를 태워 버리며 전진했다.
백수룡도 동시에 움직였다. 두 사내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적들의 시선에 혼란을 주었다.
진법이 흐트러지자 독마가 소리쳤다.
“막아라!”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독마의 제자들은 강했다.
한 명 한 명이 절정 이상의 무공에, 사천당가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독공을 익혔다.
하지만 청룡신협과 뇌룡신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촤아악! 푸우욱!
독마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제자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스스스슷…….
독 안개가 옅어졌다. 여덟 명이 이루는 진법에서 네 명이 죽었으니, 더 이상 만독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러서라!”
독마는 상황이 어렵게 흘러간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더 이상 진을 조종하며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죽은 제자들의 시체를 보며 혀를 찼다.
“멍청한 놈들.”
제자들의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았다.
혈교에 돌아가면 대체할 소모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너희를 죽이려면, 나도 목숨을 걸어야겠구나.”
다행히 청룡신협과 뇌룡신검도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청룡신협의 무복 곳곳이 독기에 닿아 부식됐고, 피부도 붉게 부어올랐다.
‘고작 저게 전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뇌룡신검은 그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다.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고, 팔이 떨리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일 지경이었다. 독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독마가 앞으로 나서며 제자들에게 명령했다.
“약식의 만독진을 내게 집중해라.”
““……존명.””
넓게 퍼져 있던 안개가 옅어지는 대신, 살아남은 제자들의 기운이 독마에게 집중되었다.
츠츠츠츳…….
유형화된 암녹색 독강이 독마의 두 손에 휘감겼다.
두 눈에서는 녹색 광망이 흘러넘칠 듯 넘실거렸다.
그가 성큼 앞으로 나서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
“듣던 대로 제법이구나. 지금부터는 본좌가 직접 상대해 주마.”
백수룡도 그 모습에는 경계했다. 진의 형태가 바뀌기 전에 조금 더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제부터는 쉽지 않겠어.’
혈교의 장로쯤 되면, 독을 제외하더라도 지닌 바 무공의 수위가 능히 초고수에 이른다.
독마가 제자들을 물리고 직접 나선 이상,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역천신공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쓸 수 없다.
옆에 있는 남궁수에게 변명할 것도 걱정이고, 만약 저 중에 한 놈이라도 놓치면 골치가 아파진다.
따라서 역천신공은 마지막까지 남겨 두어야 한다.
‘일단은 다른 무공으로 싸워 보는 수밖에.’
백수룡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독마에 맞서 창룡검을 휘둘렀다. 은빛 궤적이 어둠을 갈랐다.
쩌어어엉-!!
막대한 충격파에 독마와 백수룡을 제외한 모두가 뒤로 밀려났다. 검강이 사방을 할퀼 때마다 노면에 깊은 상흔을 남겼고, 독강이 폭발할 때마다 닿은 것이 모두 녹아내렸다.
백수룡과 독마가 일대일로 맞붙는 동안, 남궁수는 독마의 제자들을 견제했다.
[……백수룡.]남궁수가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달싹여 전음을 보냈다.
[길어야 반 각. 난 이 독기에서 그 이상 버티지 못한다.]이만큼이나 버티고 있는 것도, 최근 육체가 환골탈태를 했기에 독에 대한 내성이 크게 오른 덕분이었다.
백수룡도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며 전음을 보냈다. 그도 남궁수의 상태가 걱정되던 참이었다.
[넌 무림맹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려. 여긴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안 된다. 자칫 상관없는 사람들이 휘말릴 수도 있다.]남궁수가 도망친다면 독마의 제자들이 추격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무공을 익히지 않은 민간인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적들이 독공의 고수이기에 그 피해는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남궁수의 자존심이 여기서 등을 돌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은혜를 갚아도 모자랄 판에, 네놈에게 또 빚을 질 수는 없다.’
무작정 같이 싸우겠다고 떼를 쓰려는 것이 아니다. 남궁수의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이 있었다.
[……내게 작전이 있다.] [무슨 작전?]남궁수가 천천히 계획을 설명했다. 들어 보니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잠시 전음을 나눈 두 사람은 그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좋아. 해 보자고.”
그 말이 신호였다. 백수룡은 독마를 강하게 밀어내고 왼손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휘이이이잉-!
손목의 빙백환이 하얗게 백열하며, 주변의 수분을 모조리 끌어당겼다.
하지만 백수룡은 그것을 얼음으로 바꾸지 않았다. 빙공을 펼치기 전의 단계, 작은 물방울의 상태에서 멈췄다.
얼음이 되지 못한 물방울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무슨 짓을…….”
백수룡이 빙공을 사용할 줄 알고 경계하고 있던 독마가 미간을 구겼다.
왜 무공을 펼치려다 마는 것이지?
그 순간, 백수룡이 몸을 위로 솟구치며 소리쳤다.
“지금!”
남궁수가 검을 바닥에 꽂으며 전력으로 뇌기를 분출했다. 남은 내공의 대부분을 이 일격에 쏟아부었다.
파지지지지지직!
뇌기가 젖은 땅을 타고 사방으로 질주했다.
평소보다 더욱 빠르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굴절하면서.
무시무시한 전류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길에는 독마와 그의 제자들도 있었다.
“피해라!”
독마는 훌쩍 뛰어올라서 피했지만, 만독진에 집중하고 있던 그의 제자들은 그만큼 눈치가 빠르지도, 움직임이 민첩하지도 못했다.
“꺼헉!”
“끅……!”
“아아악!”
전류에 감전된 독마의 제자들이 일순간 마비되었다.
백수룡과 남궁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서걱! 퍼억!
백수룡은 남은 넷 중 하나를 검으로 베고, 하나는 빙백신장으로 심장을 터트렸다.
촤악! 푸욱!
남궁수도 검으로 한 명의 목을 베고, 그 즉시 검을 던져 한 명의 심장을 꿰뚫었다.
‘남은 건 독마 하나!’
그 순간, 독마는 이미 시체가 된 제자를 허공섭물로 끌어당겨 방패로 삼았다.
푸욱!
창룡검이 시체를 꿰뚫었으나 독마에게는 닿지 않았다.
독마는 시체를 옆으로 던져 버리곤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도주했다.
“쿨럭!”
“남궁수. 괜찮냐?”
남궁수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했다.
그가 고개를 들어 백수룡에게 말했다.
“……빨리 놈을 쫓아가라.”
“너, 상태는?”
남궁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 연무를 조금 들이마시긴 했지만, 극히 미량에 불과했다. 독공에 직접 당한 적은 없었다.
“이 정도는 운기조식으로 몰아낼 수 있다.”
백수룡은 빠르게 죽은 시체들을 뒤져 해약을 찾아냈다.
“먹고 운기조식해.”
“시간 낭비를……. 더 멀어지기 전에 빨리 쫓아가라.”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수와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터엉!
땅을 박찬 백수룡의 신형이 순식간에 점으로 작아질 만큼 멀어졌다.
“…….”
멀어지는 백수룡의 머리카락이 끝에서부터 서서히 붉게 물들었지만, 이미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시작한 남궁수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