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56
355화. 보이는 족족
사흘.
대회의까지 남은 시간 동안 설룡휘는 북해빙궁의 여러 가문을 방문했다.
“벌써부터 아랫것들의 마음을 얻어 두려는 것이냐?”
설수련은 그것이 설룡휘가 소궁주가 되기 전에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했는지, 기특하다며 직접 자리를 마련해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할아버님…….”
몇 달째 침상에 누워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던 한씨 가문의 후계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소년은 창백한 얼굴로 방긋 웃어 보였다.
“저 이제 하나도 안 아파요.”
“현이야!”
한송백은 어린 손자를 와락 끌어안았다.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독에 중독되어 나날이 쇠약해져 가던 소년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어땠겠는가.
몇 번이고 설수련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해약을 달라고 부탁할까 고민했었다.
몇 달, 아니 열흘만 더 지났어도 그리했을지 모른다.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다. 다시는 아플 일이 없을 것이야.”
“네……. 저 조금 더 잘래요.”
독은 해독되었지만 체력이 약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송백은 새근새근 잠든 소년을 침상에 바로 눕히고, 고개를 돌려 설룡휘를 돌아봤다.
노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두 눈은 굳은 다짐을 보여 주고 있었다.
“고맙네. 내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을 것이야.”
“나중에 이상한 거로 갚지만 마시오.”
설룡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기적을 목격한 한송백은 은밀히 다른 가문의 원로들과도 접촉했다.
설수련이 쓴 독에 후계자들을 볼모로 잡힌 가문들.
그 탓에 어쩔 수 없이 설가에 충성을 맹세하고, 분루를 삼켜야만 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독, 독을 해독할 수 있다니? 정말입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내 무엇이든 하겠소!”
한송백은 그들에게 한 가지 약조를 얻어 냈다.
“단, 자네들은 우리와 함께해 주어야겠네.”
수십 년간 북해에 군림해 온 설가에 대한 불만은 이미 팽배해져 있었다.
설가를 친다는 말에 놀라기도 잠시, 다들 고민 끝에 계획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사흘 후 대회의……. 기억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설수련의 눈을 피해 벌어지고 있었다.
설룡휘는 가문을 돌며 독을 치료하고, 감사 인사를 받고,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 원로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저들 중에 배신자가 있다면 어쩌려고?]창룡신검의 우려 섞인 말에 백수룡은 어깨를 으쓱였다.
‘대장로가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접촉했다고 했어. 그 부분은 믿는 수밖에 없지.’
애초에 완벽한 계획이란 있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는 위험요소를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창룡신검이 검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서 술법을 걸어 두었다.]‘무슨 술법?’
[만약 저들 중 누군가가 설가의 인물과 접촉한다면 내가 먼저 알게 되어 있다. 그 즉시 너에게 알려 주마.]“너…….”
백수룡은 감탄한 얼굴로 창룡신검을 바라봤다. 주변에 듣는 귀가 있어서 차마 말로 하지는 못했지만.
‘진짜 쓸모가 많은 검이구나?’
[말하지 않았더냐. 너는 나를 조금 더 존경할 필요가 있다고.]우쭐한 듯한 말투. 백수룡이 창룡신검의 검신을 쓸어 주자, 기분이 좋은 듯 창룡신검이 부르르 떨었다.
독을 모두 치료한 후에는 은휘령을 찾아갔다.
은휘령은 자신의 거처에서 두문불출하며, 스스로의 무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 위에 검을 올려 두고 명상 중이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큰 전쟁을 앞둔 장수를 보는 듯했다.
똑똑-
백수룡이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오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은휘령이 눈을 떴다.
“……이렇게 함부로 만나러 와도 되는 것이냐?”
“이제 나를 완전히 믿는 눈치라 괜찮소. 그리고 궁주에게 꼭 보여 줄 것이 있기도 하고.”
“내게 보여 줄 것?”
백수룡은 거침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순간 움찔한 은휘령은 빙백신검의 검파에 손을 얹었으나, 이내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손을 멈췄다.
“무슨…….”
“잘 보시오.”
백수룡은 은휘령이 보는 앞에서 신월빙백무를 펼쳤다.
달빛 아래는 아니었지만 그가 펼치는 검무는 은휘령의 넋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검으로 일으킨 바람이 북풍(北風)을 불러오고, 몸을 휘감은 새하얀 기류가 몸짓에 따라 흩어져 한설(寒雪)을 만들었다. 그를 중심으로 수많은 얼음 알갱이들이 소용돌이쳤다.
신월빙백무의 모든 동작을 펼친 후, 백수룡은 천천히 납검했다.
“신월빙백무. 빙월신녀께서 말년에 창안하신 빙백신공의 오의요.”
“…….”
빙백신공의 성취만을 놓고 보면, 은휘령이나 설수련이 백수룡보다 더 뛰어났다.
하나의 무공을 수련한 기간이 수십 년 이상 차이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백수룡은 은휘령에게 신월빙백무를 보여 주었다.
그녀의 눈에는 미숙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미숙함 속에서 충분히 오의를 찾아낼 수 있을 고수이기에.
짧지 않은 침묵 후, 은휘령이 입을 열었다.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빙백신공은 이미 완전무결한 무공이라고 하셨지. 달라진 것은 자신의 심상이라고 하셨소. 차가움 속에 한 줄기 따뜻함을 담으면, 지금까지 익혔던 무공이 달라 보일 거라고.”
“심상이라…….”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는 듯, 몇 번 되뇌던 은휘령이 눈을 감았다.
우우웅-!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빙백신검이 작게 진동했다.
[신검이구나. 주인의 의지에 반응하는 걸 보니.]질 수 없다는 듯 창룡신검도 부르르 검신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눈을 뜬 은휘령이 입을 열었다.
“대대로 빙백신검은 궁주에게, 빙백환은 소궁주에게 전해졌다. 초대 궁주께서 그렇게 결정하여 나누셨지. 하지만 두 신물은 함께 있을 때 가장 큰 효용을 발휘한다.”
“……빙백환을 달라는 거요?”
백수룡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은휘령은 고개를 저었다.
“내게는 그것을 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없다. 다만, 잠시 빌려줄 수 있겠느냐?”
은휘령은 백수룡이 묻기 전에 그 이유를 덧붙였다.
“분하지만 내 무공은 설수련보다 반 수 정도 처진다.”
“…….”
백수룡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월빙백무를 은휘령에게 보여 준 것이기도 했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그녀가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
“허나 그 반역자만큼은 꼭 내 손으로 처단하고 싶구나. 선조의 복수를 하고, 북해의 지엄한 율법을 바로 세울 것이다. 이 땅에 감히 혈교의 주구들이 침범할 수 없음을 천명할 것이다.”
휘이잉-
흘러들어온 바람에 은휘령의 칼단발이 흔들렸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알겠소. 빌려드리지.”
백수룡은 빙백환을 풀어 은휘령에게 건넸다.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목에 채웠다.
우우우우우웅!
빙백신검과 빙백환이 공명하며 눈처럼 새하얀 기운이 일어났다. 일순간 은휘령의 전신에 하얀 서리로 된 갑주가 둘린 듯했다.
그 기운은 천천히 은휘령의 몸속으로 가라앉았다.
“후우우…….”
기운을 갈무리한 은휘령이 호흡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녀는 묘한 시선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묻고 싶은데…….”
“난 소궁주 안 할 거요.”
“정말 관심이 없느냐?”
백수룡은 딱 잘라서 거절했다.
북해빙궁의 소궁주라니.
지금 가지고 있는 감투만 해도 감당이 안 될 지경이었다.
“나중에 당신 조카한테나 제안해 보시오. 그 녀석이라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여민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은휘령은 냉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아이가 정말 내 조카라고 해도,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면 소궁주가 될 수 없다.”
수준이라는 말에 백수룡이 피식 웃었다.
훗날 은휘령이 여민을 만난다면, 분명히 깜짝 놀랄 테니까.
“재능이라면 걱정할 것 없소. 빙공에 한해서라면…… 나나 당신보다도 더 뛰어나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물론이지. 누구 제잔데.”
“그 아이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느냐?”
“어린 시절은 나도 잘 모르오. 지금은…… 아, 돈을 좀 많이 밝히는 편인데.”
“도, 돈을?”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백수룡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너무 오래 있으면 설수련이 의심할지도 모르니, 이만 가 보겠소.”
“드디어 내일이구나.”
백수룡을 배웅하는 은휘령의 표정은 덤덤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각오를 마쳤기 때문이었다.
* * *
북해빙궁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회의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 궁주전의 문이 열렸다.
그곳으로 속속들이 가문의 원로들이 모여들었다.
“태상궁주님께서 오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먼저 와 착석해 있던 무인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웅!
문이 활짝 열리고 설수련이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평소에도 화려한 옷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그야말로 치장에 한껏 멋을 냈다.
설수련의 뒤로, 설가의 원로 고수들이 날개처럼 펼쳐져서 따라왔다. 하나같이 안광이 형형했다. 그 숫자가 서른이 넘었다.
‘토론이 아니라 무력시위를 하러 온 자들 같군.’
그만큼 설가의 위세가 대단했다. 무인들이 내뿜는 기세가 궁주전 안의 분위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기선제압이었다.
주변을 슥 둘러본 설수련이 말했다.
“모두 앉으세요.”
누가 이곳의 주인인지 모르는 오만한 언행.
옥좌에 앉은 은휘령의 눈썹이 꿈틀댔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설가와 그들을 따르는 가문의 무인들이 절반이 훌쩍 넘었다.
북해에서 가장 강한 무인들이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설룡휘…….”
살기가 담긴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해빙궁의 소궁주 설무걸.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오랜 근신을 깨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뿌드득.
설무걸의 시선은 설수련 옆에 있는 설룡휘에게 고정돼 있었다.
궁주전에 모인 모두가 설무걸의 살기를 느낄 정도였다.
“중요한 자리이거늘. 자중하지 못하겠느냐.”
“…….”
설수련의 싸늘한 말에 설무걸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이를 악문 모습은 화를 간신히 삭이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다 모인 듯하니, 회의를 시작하겠소.”
은휘령의 선언으로 대회의가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설수련은 시작부터 궁주를 몰아붙였다.
“긴말 하지 않겠소. 저번에도 이것이 최후통첩이라고 말씀드렸소. 만약 본궁이 동맹을 거절한다면, 혈교는 본궁도 적으로 돌릴 것이오.”
“본궁이 혈교가 두려워서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궁주. 현실을 직시하시오. 혈교는 홀로 중원과 싸울 수 있는 세력이오. 우리가 돕는다면 승산은 더욱 확실해지고, 우리는 중원의 비옥한 땅과 수많은 재물을 얻게 될 것이오. 우리 후손들은 더 이상 이 가혹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외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천장을 뒤흔드는 막대한 내공이 실려 있었다.
설수련은 빠르게 승부수를 던졌다.
“궁주가 끝내 옳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나는 내 가문과 나를 따르는 사람들만이라도 데리고 혈교에 협력할 것이오.”
“…….”
북해빙궁이 둘로 분열될 수도 있다는 협박 어린 경고.
설수련은 이 말에 은휘령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리라 생각했다. 대노하여 검을 뽑아 들지도 모른다고.
그렇다고 해도, 감히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다.
북해는 이미 설가의 지배를 받고 있으므로.
은휘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무력하게 옥좌에 앉아, 분한 얼굴로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어디 끝까지 발악해 보거라.’
그런데.
“……그렇군요. 전 궁주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어째서 저토록 덤덤한 것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설수련은 내심 당황했다.
‘드디어 포기한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은휘령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고, 그렇다면 빠르게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최선일 테니까.
자신이 알고 있던 은휘령의 성격과는 다르지만, 저 얼굴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이었다.
그때, 은휘령이 말했다.
“……본궁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젊은이들의 의견도 듣고 싶은데, 전 궁주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젊은이?”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설룡휘에게 향했다. 설무걸이 그 모습을 보고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설룡휘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서서 포권을 취했다.
“본궁과 혈교의 동맹에 대해, 허락해 주신다면 제 의견을 몇 마디 드리고자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공손하면서도 당당한 태도. 설수련은 그 모습이 아주 흡족해서 웃었다.
“그래. 젊은이들의 의견도 중요하지. 편하게 말해 보거라.”
“보이는 족족 박멸해야 합니다.”
달칵.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설룡휘의 존재감 탓에 아무도 그것을 신경 쓰지 못했다.
“……뭐?”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설수련은 물론이고 설가의 원로들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룡휘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육십 년 전 놈들은 북해빙궁의 소궁주를 납치해 모진 고문을 했고, 삼십오 년 전에는 정체를 숨기고 본궁을 습격해 어린아이들을 납치했습니다.”
“너, 무슨 소리를…….”
설수련은 부릅떠진 눈으로 설룡휘를 바라봤다.
가문의 반석이 되리라 믿었던 종손의 입가에, 어째서 비릿한 조소가 맺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공범이 전대 궁주, 바로 저기 있는 설수련입니다.”
“……대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게냐!”
설수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설룡휘가 충격적인 말로 시간을 버는 동안, 그들을 포위하는 진형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혈교의 주구들을 참하라!”
포효와 함께 은휘령은 곧바로 설수련을 덮쳤다. 빙백신검이 지나간 자리에 하얀 서리가 꼬리처럼 남겨졌다.
쩌저적-!
그것을 신호로 북해빙궁의 무인들이 설가를 향해 출수했다.
냉기가 휘몰아치고 칼날이 솟구쳤다. 비명과 고함이 난무했다. 핏물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궁주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설룡휘-!”
흰자위가 시커멓게 변한 설무걸이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설룡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 주마!”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그의 전신에서 시커먼 마기가 흘러넘쳤다.
“무걸! 멈추거라!”
뒤에서 설수련이 소리쳤으나 설무걸은 듣지 못했다.
그 순간 설무걸의 눈에는 오로지 설룡휘의 얼굴만 보였다.
‘죽인다! 감히 내 자리를 빼앗으려는 놈!’
몰래 익힌 마공의 마기가 골수까지 침범했다. 설룡휘의 존재로 인해 화를 다스리지 못했고, 결국 이성을 잃고 폭주했다.
“크하하하하!”
마공에 몸을 맡긴 설무걸은 가공할 속도로 설룡휘에게 달려들었다. 그 전에 비해 두 배는 빨라진 듯했다. 지금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이 온몸에 충만했다.
“죽어라-!”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거리.
그러나 설룡휘는 무심한 눈으로 설무걸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딴 것도 소궁주라고.”
그는 애초에 설무걸 따위에게 관심이 없었다.
지나가는 길에 거치적거리는 것이 있으니 치우고 지날 뿐.
두 사람의 신형이 교차하며 검광이 번뜩였고.
뒤늦게.
푸화아아악!
설무걸의 목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머리를 잃은 육신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