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71
370화. 과연 누가 이길지
모두를 놀라게 한 사조와 오조의 모의전이 끝난 후, 백수룡은 학생들에게 일 각의 쉬는 시간을 주었다.
앞선 조들의 싸움을 본 학생들이 생각 이상으로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그 열기를 식힐 필요가 있었다.
“형님. 헌원강에게 뭘 가르친 거예요?”
어느새 백수룡 곁에 다가와 속삭이는 악연호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백수룡 주변으로 모여든 다른 강사들도 비슷했다.
“……방금 헌원강 학생이 펼친 도법. 너무 위험했습니다.”
명일오도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사들이 놀란 이유는 단순히 헌원강이 펼친 도법이 강해서만은 아니었다.
“살기가 소름 끼치도록 짙었어요. 마치…….”
제갈소영은 뒷말을 아꼈다. 하지만 모여든 강사들은 그 말을 들은 것만 같았다.
‘사파의 무공 같다.’
헌원강이 수라혈천도를 펼친 순간, 강사들은 동시에 싸움을 멈추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늦지 않게 도착해서 헌원강을 막은 사람은 백수룡뿐이었다. 다들 찰나에 돌변한 헌원강의 도법에 곧장 대처하지 못했다.
“……제때 막지 않았다면 학생들 몇 명은 크게 다쳤을 거다.”
곽두용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강사들도 동의하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방금 전 상황에서 백수룡조차 늦게 반응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던 것이다.
동기들의 우려에,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가르친 무공 맞아. 아직 미숙한데 억지로 펼쳐서 생긴 실수였고……. 앞으로는 무리해서 쓰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줄게.”
그러나 예상 못 했던 상황에 놀란 것은 백수룡도 마찬가지였다.
‘원강이 녀석. 수라혈천도를 익히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
무공에는 그것을 창안한 무인의 정신과 의지가 깃든다.
검을 찌르는 단순한 초식 하나에도 ‘바위를 뚫는다고 생각하고 찔러라.’ 혹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관통한다고 생각하고 찔러라.’ 등으로 구절이 다르다. 같은 찌르기라도 무공의 성질이 나뉘는 이유였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듯한 착각 또한, 광마 헌원후가 창안한 수라혈천도에 담긴 의지였다.
‘벌써 그걸 재현해 내다니.’
절세고수였던 광마 사부의 정신과 의지가 깃든 무공인 만큼, 백수룡은 헌원강이 방금 보여 준 수준에 이르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물론 완벽하게 펼친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백수룡이라도 손바닥이 쓸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방금 보여 준 모습만으로도, 헌원강은 백수룡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장을 보여 주었다.
손바닥의 쓸린 흔적을 보며 백수룡은 묘한 감흥을 느꼈다.
‘언젠가는 정말 광마 사부조차 뛰어넘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지금은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
강사들의 말대로 수라혈천도는 살기가 짙은 무공이고, 일정한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것을 조절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광마 사부가 수라혈천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무림 공적이 되었던 것처럼, 헌원강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두지 않겠지만.’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헌원강을 경계심, 호승심, 혹은 두려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백수룡은 그중에서 가장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는 학생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저 녀석.’
위지천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헌원강을 힐긋힐긋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단순히 감탄이나 놀람이 아닌, 상대를 파악하려는 눈빛이었다. 손가락은 연신 검을 만지작거렸다. 무의식적으로 상대와의 간합(間合)을 재는 듯했다.
백수룡은 위지천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호승심.
‘드디어 원강이를 위협적인 상대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거지.’
다른 학생들도 비슷했다.
백룡장의 제자들은 물론이고 독고준, 당소소, 유이란 등.
헌원강이 보여 준 뛰어난 무공이, 청룡학관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엄청난 자극이 되었다.
백수룡은 다른 강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들 이 분위기 느껴지지?”
“……엄청나게 뜨겁네요.”
“모의전이 지나치게 과열되진 않아야 할 텐데…….”
“그걸 조절하는 게 우리 역할이겠지.”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난 후, 흩어졌던 학생들이 다시 대연무장 중앙으로 모였다.
학생들, 특히 조장들은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첫 번째 모의전이 학생들의 호승심을 크게 자극한 탓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조는 쉬는 시간에 작전 회의를 했다. 곧 상대하게 될 조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눈빛들이 마음에 들게 변했군.”
백수룡은 그런 학생들을 주욱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단, 지나친 흥분은 금물이다. 지금부터는 살초를 사용하면 감점, 경고를 했음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실격패로 처리하겠다. 호승심에 눈이 멀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공은 사용하지 말도록.”
“네!”
학생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헌원강은 면목이 없는지 고개를 숙이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럼 다시 모의전을 시작하겠다.”
백수룡은 진작부터 몸을 풀고 있던 두 개의 조를 호명했다.
“칠(七)조와 구(九)조 앞으로 나와라.”
칠조의 조장은 거상웅이었다.
청룡학관 학생들 중 가장 거구인 거상웅을 중심으로 진형을 짠 칠조는, 모의전이 시작되자마자 상대 조를 향해 돌격했다.
“흐아아압!”
구조는 상대의 돌격을 예상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생각한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달랐다. 거상웅의 존재감은 산 위에서 굴러오는 거대한 바위를 떠올리게 했다.
“피, 피해!”
계획대로라면 조원 둘과 함께 거상웅을 막기로 했던 구조장은, 그대로 짓눌릴 듯한 압박감에 저도 모르게 옆으로 피했다.
뒤에 있다가 그대로 거상웅의 정면에 노출된 조원들이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런 미친!”
“조장 이 개새끼야아!”
콰아아앙!
진형이 흐트러진 구조는 거상웅의 돌격을 버텨 내지 못했다. 두 명의 학생이 튕겨 날아가고, 혼란에 빠진 구조를 칠조가 공격했다.
싸움이 시작되고 끝나기까지 반 각이면 충분했다. 앞 조들에 비하면 싱거울 정도로 금방 끝이 난 싸움이었다.
“야, 조장! 너 때문에 졌잖아!”
“니들이 앞에서 막아 보든가!”
강사들은 패배한 후 저희들끼리 싸우는 구조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성이 좋지 않았네요. 탁 트인 장소도 구조에 훨씬 유리했고요.”
“야전(野戰)이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거상웅의 덩치가 워낙 크니 조용히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겠지. 피부도 남자치고는 하얗고…….”
“하지만 거상웅도 발이 느린 편은 아니라…….”
강사들은 두 조의 모의전을 면밀히 관찰하며 의견을 나눴다.
이제 첫 모의전일 뿐이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수많은 상황에서 싸우게 될 것이기에, 오늘의 승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물론 그래도 승리는 기분 좋은 것이었다.
“우오오오오!”
거상웅은 수투를 낀 두 주먹을 하늘로 치켜들고 포효를 내질렀다. 그 모습이 앞발을 번쩍 치켜든 곰처럼 보였다.
백수룡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단단함은 이미 학생 수준을 뛰어넘었네.”
거상웅의 근육과 지방이 적당히 조화된 몸은 보기에는 조금 둔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유연하고 빨랐다. 게다가 단단하기로는 함께 외공을 익히는 야수혁보다도 한 수 위였다.
또한 둔해 보이는 몸에 가려져 있을 뿐, 거상웅은 영리한 학생이었다.
“계속 전음을 보내서 조원들에게 지시를 전달하네요.”
“겉으로 보기와 달리, 쉽게 흥분하는 성격도 아니야.”
“확실히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겠어요.”
“그, 선생님들. 다 들리는데요……?”
강사들은 칠조를 상위권으로 분류했다.
거상웅 이외에 특출난 학생은 없지만, 전체적인 공수의 균형이 상당히 좋았다.
“다음, 이조와 삼조 나와라.”
세 번째 모의전은 야수혁이 조장으로 있는 이조와 군소진이라는 학생이 이끄는 삼조의 대결이었다.
“이(二)조는 전원이 남자네요?”
“원래 학관에 남자 비율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재수도 없어라.”
어쩐지 안쓰러워하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들이 이조를 향했지만, 이조 남학생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그런 척하는 것이거나.
“쳐라!”
““우와아아아!””
우락부락한 사내놈들이 박도며 대검 따위를 들고 달려나갔다.
그것만으로도 이조의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조의 선두에서 내달리는 야수혁을 보며, 백수룡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누가 봐도 산적 놈들이잖아.”
단체 생활(?)에 익숙한 야수혁은 일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청룡학관의 거친 사내들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그 통솔력은 일 학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삼조도 제법 고군분투했지만, 이조의 맹렬한 공격에 밀리다가 하나씩 쓰러졌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난전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야수혁이었다.
‘괜히 녹림의 아들이 아니군.’
거상웅이 든든한 기둥처럼 균형을 잡아 주는 조장이라면, 야수혁은 단숨에 적의 목을 베어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맹장이었다.
또한 이조에는 학생회의 쌍둥이 형제, 유건과 유곤이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야수혁보다 한 학년 선배임에도 조장 자리를 기꺼이 양보했고, 야수혁의 좌우를 든든하게 받쳤다. 삼조에는 이 셋을 감당할 만한 학생이 없었다.
“공격은 거상웅이 있는 칠조보다 오히려 뛰어난데요?”
“이조와 칠조가 붙으면 굉장히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겠어요.”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해도 되겠는걸.”
강사들은 이조도 상위권으로 평가했다.
야수혁과 거상웅.
녹림투왕의 무공을 이어받은 그들은, 거대한 존재감으로 통솔력을 발휘하며 집단전에서 상당한 두각을 드러냈다.
‘둘 다 기대 이상이군.’
백수룡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조를 호명했다.
“다음, 일조와 육조 준비됐어?”
““예!””
네 번째로 맞붙은 조는 독고준이 조장인 일조와 목형우라는 학생이 이끄는 육조였다.
두 조가 동시에 앞으로 나선 순간, 학생들 대부분의 시선은 독고준에게로 향했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이게 비무대회였으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을걸.”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청룡오망이 명성을 떨치기 전까지, 독고준은 명실상부 청룡학관 최고의 후기지수였다.
무공이면 무공, 성격이면 성격, 강사들과 학생들을 아우르는 뛰어난 평판까지.
검룡 독고준은 청룡학관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지금은 청룡오망의 명성이 그 스승과 함께 크게 올라갔다지만, 청룡학관 내에서만큼은 여전히 독고준이 그들보다 위였다.
스윽.
검을 뽑아 중단에 세운 독고준이 상대 조장을 겨누며 말했다.
“선배님.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면, 독고준과 마주선 육조의 조장은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학생이었다.
주변의 학생들에 비하면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목형우?”
백수룡은 육조의 서류에서 목형우라는 학생의 특이한 이력을 확인했다.
목형우는 열여섯부터 스물여섯까지 10년간 군역을 치렀고, 전역 후에는 곧바로 청룡학관 입관 시험을 치러 합격했다.
그리고 올해 졸업을 앞둔 사 학년으로, 나이는 서른.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강사들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독고준과 마찬가지로 창을 중단에 세운 목형우는 흐리게 웃었다. 까끌까끌한 턱수염에 자잘한 상처들이 몇 개 보였다.
둘 중 먼저 움직인 것은 독고준이었다. 그의 신형이 쾌속하게 정면으로 쏘아졌다.
준비하고 있던 목형우가 눈을 부릅뜨며 조원들에게 소리쳤다.
“일단 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전략대로…… 크윽!”
쩌어엉!
독고준의 일검을 간신히 막아 낸 목형우는 이를 꽉 악물어야만 했다.
쩌엉! 쩌정! 쩌저정!
압도적인 싸움이었다.
독고준의 검을 받아 낼 때마다, 목형우의 창대가 부러질 듯 휘었다.
그나마 막아 내는 것이 전부였다. 반격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 싸움을 지켜보던 악연호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목형우 학생.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인데.”
같은 창을 쓰는 창수이니만큼, 학생들 중에서도 눈여겨본 모양이었다.
백수룡도 목형우의 움직임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나름대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군에서 배운 창법이라 그런지, 확실히 단순하고 실용적이긴 하네.”
목형우의 기본기는 굉장히 튼튼했다. 백룡장 제자들과 비교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군.’
나이가 서른이면 다른 학생들보다 적어도 십 년은 더 무공을 익혔다는 말인데, 기본기 외에는 특출나 보이는 것이 없었다.
한마디로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
그런 평범한 학생에게 독고준은 너무 버거운 상대였다.
쩌어어엉!
결국 목형우가 쥔 창대의 중간이 부러졌다. 손바닥이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모두가 그 순간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바닥이 찢어졌음에도 목형우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반 토막 난 창으로 간격을 좁히며 의외의 일격을 노렸다.
“차하압!”
상대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독고준은 순간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렵지 않게 피한 후 반 토막 난 창마저 날려 버렸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는 목형우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끝입니다.”
“……이런.”
목형우는 텁텁하게 웃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찢어진 손바닥에서 핏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이어진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육조도 나름대로 전략을 준비했지만, 그것을 써먹기도 전에 독고준이 목형우를 쓰러뜨리며 승패가 결정지어졌다.
“손바닥이 찢어졌는데도 싸우다니. 목형우 학생 대단하네요.”
“원래 사 학년에서도 독종으로 유명한……. 수룡 형님?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백수룡은 자리로 돌아가는 목형우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학생들을 바라봤다.
“이제 마지막 모의전인가?”
가장 오래 기다려온 두 조가 몸을 풀고 있었다. 백수룡은 그들을 호명했다.
“팔조, 그리고 십조는 앞으로 나와라.”
모두의 시선이 마지막 두 조에 쏠렸다.
학생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맨 처음 사조와 오조가 맞붙었던 때만큼이나.
“이쪽은 여러 가지 의미로 흥미로운 대결이군.”
“과연 누가 이길지…….”
그 순간 한쪽에서 위지천이, 반대편에서는 유이란과 여민이 함께 대연무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