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72
371화. 늘 예외는 있다
마지막 두 조가 걸어 나오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등장하는군.”
“난 위지천이 싸우는 거 처음 봐. 정말 소문만큼 강해?”
“보면 깜짝 놀랄걸. 쟤는 칼만 들면 귀신처럼 돌변하거든.”
“상대도 만만치 않아. 유이란과 청룡오망이 같은 조라니…….”
“근데 여민? 쟤는 별것 없지 않나.”
다들 모의전이 끝난 터라, 본격적인 관객의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시선은 유독 한 명에게 쏠렸다.
위지천.
입학시험에서 학생회장 독고준과 호각을 이루며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소년 검수.
당시 입학시험을 감독한 강사들의 만장일치로 수석을 차지했으며, 이후 청룡신협 백수룡과 함께 적호방, 악인곡의 마두들을 베었고, 청룡학관에서는 유이란과의 공식 비무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백룡장을 찾아온 무인들과 비무를 벌여 수차례 승리하며, 검재(劍才)라는 사뭇 오만한 별호를 얻었다.
“백수룡 선생님과 비무를 하려면 제자들부터 이겨야 한다며?”
“검객은 특히 선생님을 만나기 어렵대. 저 위지천을 꺾어야 하니까.”
“청룡오망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 이거지…….”
“그럼 헌원강보다 더 세다고? 조금 전에 나 진짜 소름 돋았는데.”
학생들이 위지천을 경계, 혹은 동경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학관에서 가장 어린 일 학년이지만, 무공은 이미 학년 전체에서 최고수를 다툴 정도의 뛰어난 검객.
하지만,
“저, 저희……. 함께 힘내 봐요…….”
평상시의 위지천은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소년이었다.
이번 수업도 다른 조원들에 의해 떠밀리듯 조장이 된 것일 뿐, 본인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상검연에서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며 조금 나아졌지만, 대부분 초면인 조원들 앞에서는 여전히 낯을 많이 가렸다.
위지천은 어색하게 웃는 표정으로 조원들에게 말했다.
“아까 전에 짠 진형 기억하시죠? 그럼 진형대로 서 볼까요?”
모의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두 조가 진형을 갖췄다.
그런데 순식간에 진형을 갖춘 팔조와 달리, 십조는 진형을 갖추는 데만도 세월아 네월아 시간이 걸렸다.
“하하하! 우리한테 검재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무조건 이기지!”
느릿하게 움직이며 위지천에게 부담감을 잔뜩 주는 사 학년 선배.
“쯧.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작전 회의 내내 못마땅한 듯 이것저것 지적을 했지만, 그렇다고 방안을 내놓는 것도 아닌, 비협조적인 삼 학년 선배.
“아까 어떻게 했었지? 내가 이쪽에 서는 거 맞아?”
어리버리한 일이 학년까지.
십조는 앞선 그 어떤 조보다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했다.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오합지졸이군.”
조장인 위지천은 그런 조원들을 보면서도 애써 웃고 있었다.
“괘, 괜찮으니 천천히 하세요. 상대편 선배님들도 충분히 기다려 주실…….”
그러나 백수룡은 꾸물거리는 학생들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전장에서도 적들이 느긋하게 기다려 줄 것 같나! 십조는 전원 감점이다!”
백수룡의 호통에 위지천과 십조 학생들이 어깨를 움츠렸다.
““죄, 죄송합니다!””
잠시 후, 허둥지둥 움직인 십조가 겨우 진형을 갖췄다.
스릉.
위지천은 검을 뽑아 들고 진작에 준비가 끝난 상대 조를 겨눴다. 그 순간 순진하던 눈망울이 날카롭게 변했다.
“오오……!”
“과연……!”
위지천의 일변한 기세에 관객들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지천을 잘 아는 청룡오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이 녀석. 평소랑 좀 다른데?”
“집중력이 떨어져 보여.”
“왜 저렇게 산만해?”
하지만 그들도 위지천의 생각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건 집단전이야. 혼자서 이기는 건 의미가 없어.’
앞서 헌원강이 보여 준 싸움은 위지천에게 반면교사가 되었다.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싸움.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서로 호흡을 맞춰야 모의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위지천은 자신의 조원들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말했다.
“명심하세요.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뭉쳐서 싸워야 해요. 그럼 위험한 공격은 제가 막아 드릴 수 있어요.”
“…….”
그러나 모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지천은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깨달았다.
“누가 뭉쳐 있게 둔대?”
선공은 팔조였다. 청룡학관에서 위지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두 여학생이 동시에 움직였다.
휘이익!
여민의 신형이 잔영을 남기며 길게 늘어났다.
경공으로는 청룡학관에서 가장 빠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민은 자신의 그런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대연무장을 크게 돌아 십조의 뒤쪽으로 돌아간 것이다.
“뒤쪽을 경계하세요! 여민 선배는 빙공을……!”
“그쪽에 신경 쓸 겨를이 있을까?”
그와 동시에, 유이란은 다른 조원들과 함께 십조를 정면에서 공격했다.
위지천은 유이란의 검을 막느라 뒷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채채채챙!
초반부터 몰아치는 유이란의 검. 서로의 실력을 충분히 알기에 탐색전은 필요 없었다. 비류검법의 변화무쌍한 검초가 위지천을 뒤덮는 것처럼 보였다.
“공격해!”
“우와아아!”
이어서 다른 학생들도 무기를 부딪쳤다. 두 조가 정면으로 충돌했는데, 실력 자체는 큰 차이가 없어서 팽팽했다.
오히려 여민의 이탈로 한 명이 부족한 팔조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유이란을 조금씩 밀어붙이는 위지천이 있었다.
“진형을 유지하세요! 이란 선배는 제가 막을 테니 선배님들은 차근차근…….”
위지천은 유이란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내면서 조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소년의 눈동자가 싸우는 와중에도 바쁘게 주변을 힐긋거렸다.
그러나 유이란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한눈을 팔아?”
까가가각!
두 자루의 검이 서로를 긁으며 불티가 튀었다.
가까이 붙어서 검을 맞댄 짧은 순간, 유이란의 두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나한테만 온전히 집중하도록 해 줄게.”
“큭……!”
다른 때였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검을 섞었겠지만, 지금의 위지천은 평소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조원들을 신경 써야 해. 함께 싸워야 이길 수 있어!’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십조의 뒤편에서 북풍한설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돌연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왔다. 얇은 옷차림을 한 학생들은 급격히 떨어진 온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 빙공?”
“주변 온도를 낮출 정도의 빙공이라고?”
학생들의 경악한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온몸에 새하얀 냉기를 두른 여민이 있었다. 그녀는 혼자서 적들의 뒤를 노렸다.
화아아악-!
두 눈에서 은은한 백광을 뿜어내는 여민이 쥘부채를 휘두를 때마다, 새하얀 기류가 바람을 타고 뻗어 나갔다.
쩌저저적!
공기가 얼어붙었다. 허공에 생긴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바람을 타고 십조에게 쏟아졌다. 그 하나하나가 암기나 다름없었다.
“모, 몸이…….”
“크아악!”
급격히 내려간 온도에 움직임이 둔해지고, 수백 개의 얼음알갱이가 암기처럼 전신을 노렸다. 잠시 우세를 점했던 십조는 금세 궁지에 몰렸다.
팔조에게는 호재였다. 숫자가 하나 부족해 수세에 몰렸던 그들은 이제 공세로 전환했다.
“공격해!”
위지천은 유이란을 상대하는 와중에 동료들에게 쏟아지는 공격 중 일부를 대신 막아 냈다.
그리고 조원들 중 셋을 호명해 급하게 소리쳤다.
“선배들은 여민 선배를 막아 주세요!”
“하지만 그럼 이곳이 밀릴 텐데…….”
“여긴 제가 어떻게든 막을게요! 어서요!”
고개를 끄덕인 세 명이 여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여민은 뛰어난 경공으로 연무장을 크게 사용하면서, 홀로 세 명을 농락하며 하나씩 쓰러뜨렸다.
“……여민이 저렇게 강했나?”
“청룡오망 중에 가장 약한 줄 알았는데…….”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관전 중이던 학생들은 승부를 결정지은 것이나 다름없는 여민의 활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반면, 위지천 쪽은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다.
까가가강!
숫자가 줄어든 만큼 위지천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커졌다.
유이란과 싸우는 와중에 동료들까지 챙기려면, 그만큼 유이란과의 싸움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지천의 옷에 베인 흔적이 늘어났다.
서걱!
옷자락이 잘려나가는 소리가 섬뜩했다. 살갗이 베인 어깨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깜짝 놀란 유이란이 잠시 공격을 멈출 정도였다.
“항복해. 승부는 진작 기울었어.”
“…….”
위지천은 대답 대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십조는 앞뒤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하나씩 무력화되거나 항복하더니, 이제는 몇 명 남지 않았다.
“하, 항복!”
“젠장. 결국 이렇게 지는군.”
“어쩔 수 없지 뭐. 이번엔 저쪽이 너무 셌어.”
위지천은 패배에도 태연한 얼굴로 투덜거리는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도 않고, 조금 밀린다고 항복해 버린 주제에.
‘한심해.’
십조의 학생들은 백룡장의 선배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왜 이것밖에 못 하지?’
소년의 기준에서는 도무지 저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못 하고, 도와줘도 그 순간 반격할 생각조차 못 하는 바보들.
‘하나도 도움이 안 돼.’
지금껏 위지천이 가까이 한 사람들은 백룡장의 선배들, 유이란, 독고준 정도였다.
하나같이 청룡학관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
그들은 함께 싸울 때 적어도 발목은 잡지 않았다.
하지만 십조는 그렇지 않았다.
이건 손발이 맞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방해만 되었다.
아무리 자신이 배려하고 도와주려 해 봤자…….
결국, 위지천은 속마음을 밖으로 내뱉고야 말았다.
“……거치적거려.”
곁에 남아서 싸우고 있던 십조 학생이 움찔했다.
그 순간 그를 향해 팔조의 공격이 쏟아졌지만, 위지천은 더 이상 동료라는 이유로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쨍그랑!
“하, 항복!”
결국 위지천을 제외한 십조 전원이 무력화되거나 항복했다.
그리고 팔조 전원이 위지천을 포위했다.
“너 항복할 생각 없지?”
위지천의 눈빛을 본 여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인다. 혼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려고?”
“……차라리 그게 나으니까요.”
검을 든 위지천은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으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여민은 감히 그러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의 날카로운 기운이 위지천의 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이제야 우리가 아는 위지천으로 돌아왔네.”
“십 대 일? 저 녀석은 하고도 남지.”
“저 자식도 은근히 승부욕 강하다니까.”
청룡오망은 혼자서 열 명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뿜어내는 위지천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그 와중에 유이란은 묘하게 설렘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검을 들었을 때, 저런 오만한 눈이 됐을 때가 가장 잘 어울려.”
“눈꼴시어서 진짜……. 됐고, 다들 긴장해. 방심하면 우리가 질 수도 있으니까.”
그 한마디에 팔조 전원이 몸을 긴장시켰다.
백수룡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모의전의 양상을 지켜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이 저 녀석…….”
굳이 말려야 할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헌원강과는 경우가 달랐다.
자신의 무공을 제어하지 못한 헌원강과 달리, 지금의 위지천은 평소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 보였으니까.
충분히 자신의 검기(劍技)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뭐, 늘 예외는 있는 법이지.”
압도적인 초고수의 존재는, 전장의 상식을 모조리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그런 걸 한번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보여 줘라. 네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스승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위지천의 검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