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85
384화. 청백 대항전 (3)
청룡신협이 패배했다!
치열한 금나수 대결 끝에 남궁수의 손이 청색 영웅건을 낚아채는 순간,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던 관중들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어! 청룡신협이 패배하다니!”
“뇌룡신검은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상대가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청군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소. 애초의 전력의 차이가 컸으니. 게다가 청룡신협의 말은 적진을 돌파하느라 체력소모가…….”
“이럴 거면 차라리 비무대회를 여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청백전의 열기가 관중들에게도 전염된 듯했다.
상상 이상으로 격렬했던 기마전은 관중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하던 관중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에 몰입했고, 나중에는 각자가 응원하는 청군과 백군의 기마가 쓰러질 때마다 함성과 탄식을 터트렸다.
그리고 지금.
청룡신협의 영웅건이 뇌룡신검에 의해 벗겨진 순간,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청백 대항전! 첫 대결인 기마전의 승자는 백군입니다-!”
사회자인 독고준이 내공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경기 종료를 선언하자, 아직도 치열하게 맞붙고 있던 양군의 기마의 기수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끝났다고?”
“누가 이겼는데?”
“백군이라고 방금…….”
“그럼 선생님들끼리 승부를 낸 거야?”
그 순간, 멋진 승부를 보여 준 학생들과 강사들에게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청룡신협과 뇌룡신검! 둘 다 멋졌소이다!”
“오래도록 기억될 명승부였어요!”
“청룡학관 학생들의 수준이 대단하군!”
비로소 학생들도 기마전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완전히 싸움을 멈췄다.
패배한 청군 학생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팔을 늘어뜨렸고, 반면 백군 학생들은 두 팔을 높이 치켜들며 환호했다.
““이겼다아아아!””
하나가 된 청룡오망은 누구보다 팔을 높이 치켜들며 크게 포효했다.
그 맞은편에는 분한 표정의 당소소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목형우, 청군의 기수들이 패잔병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우오오오오!”
남궁수를 바닥에 내려놓은 야수혁도 선배들에게 달려가 얼싸안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백수룡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런 제자들을 바라봤다.
“나 이긴게 그렇게 좋냐? 누가 보면 원수라도 갚은 줄 알겠다?”
들리지 않는 건지, 아니면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청룡오망은 백수룡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들썩들썩댔다.
“저것들이 진짜.”
제자들을 노려본 백수룡은 이내 한숨을 내쉬고 악연호의 어깨에서 내려왔다.
“형님…….”
“괜찮아.”
백수룡은 표정이 어두운 악연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축 처진 모습이 패배를 인정하기 힘든 듯했다.
“넌 최선을 다했어. 내가 실수해서 진 거니까 자책하지 마라. 다음 종목에서 이기면 얼마든지 만회할…….”
“그게 아니라!”
악연호는 자신의 정수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머리에 여기 땜빵 난 거 어떻게 할 거예요! 이것 좀 봐요!”
“어?”
백수룡이 기마전 중에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악연호의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일부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기마전에 집중할 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백수룡이 시선을 슬쩍 외면하며 말했다.
“……흠흠. 숱이 많아서 티도 잘 안 나는구만.”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대머리 되면 형님이 저 책임질 거예요?”
“가발이라도 하나 사 줘?”
“이왕 만들 거 형님 머리카락 뽑아서 만듭시다!”
백수룡이 자신의 머리채를 잡으려는 악연호와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남궁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백수룡.”
“놀리려고 왔냐?”
백수룡이 홱 노려보자, 남궁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남들은 알아보지도 못할 미세한 변화였지만, 백수룡의 눈에는 그 득의양양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아직 낯설겠지만, 점점 익숙해질 거다.”
“……뭐가?”
“열패감.”
그 어마어마한 도발에 악연호는 입을 떡 벌렸고, 백수룡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남궁수를 바라봤다.
그러나 남궁수는 아랑곳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백수룡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승자의 마땅한 권리였다.
“패배를 통해서도 배우는 게 있지. 잘 모르는 듯하니, 이번 기회에 가르쳐 주도록 하지.”
“너 이…….”
백수룡은 손끝을 바르르 떨었다.
한평생, 지난 생까지 포함해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해 온 백수룡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 말은 사생결단을 내자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제대로 해보자 이거지?”
백수룡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까지도 진심이었지만, 더 이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 * *
청백 대항전 첫 번째 대결의 승리자 권한으로, 두 번째 대결은 남궁수가 통에 손을 넣어서 두루마리를 뽑았다.
청백전의 사회를 맡은 독고준이 두루마리를 건네받아서 펼쳤다.
“두 번째 대결 종목은 오인육각 장애물 계주(繼走)입니다!”
독고준이 이번 청룡제의 흥행에 사활을 건 만큼, 학생회는 청백 대항전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오인육각 장애물 계주는 그중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종목이었다.
‘결국, 이게 나왔군.’
독고준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기마전보다 변수가 많고 어쩌면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종목이지만……. 그만큼 관중들에게 결과를 짐작하기 힘든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발을 묶고, 기관장치가 설치된 길 위를 달립니다. 한 조가 한 바퀴를 돌면 다음 조가 출발하고,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조가 우승하는 경기입니다.”
독고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연무장 한쪽에 설치돼 있던 천막이 촤아악 벗겨졌다.
그곳에는 장대, 철조망, 그물사다리부터 시작해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온갖 기관장치가 준비돼 있었다.
“보이시는 기관장치들은 제갈소영 선생님께서 제작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제갈소영이 수줍은 표정으로 포권을 취했다. 그녀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히 보면 눈 밑이 조금 검었다.
“오랜만에 전공을 살릴 기회가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으니, 부디 학생들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특히 뒤로 갈수록 위험해지니까…….”
““……네?””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 말은 조심하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다는 뜻인가?
많은 학생이 그렇게 묻고 싶은 얼굴로 제갈소영을 바라볼 때였다.
“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청룡학관에 기관장치를 무서워하는 겁쟁이는 단 한 명도 없으니까요.”
청룡제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독고준이 활짝 웃으며 청백전에 참가한 학생들을 둘러봤다.
“최고의 의원들이 항시 대기 중입니다. 학우 여러분들은 마음 놓고 최선을 다해 주시면 됩니다.”
정파인의 표본과 같은 표정과 친절한 목소리. 그러나 그 뒤에는 들끓는 야망이 숨겨져 있었다.
눈치가 빠른 학생들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학생회장까지 미쳤어…….”
“독고준은 자기 야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놈이야.”
“거기 두 학생. 혹시 제 얘기 하셨습니까?”
““아, 아닙니다!””
독고준이 규칙을 설명하는 동안, 학생회 운영위원들이 바쁘게 움직여 기관장치들을 대연무장으로 옮겼다. 제갈소영도 그쪽에 합류해서 일을 도왔다.
“아, 이걸 말씀 안 드렸군요. 이번 종목은 각 군의 대장 선생님들은 참가하실 수 없습니다.”
백수룡과 남궁수가 참가하지 못한다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규칙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단, 두 분 선생님들은 이번 대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바로…….”
관중들의 시선이 백수룡과 남궁수를 거친 후, 다시 독고준에게 향했다.
“잠시 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우우우!
독고준은 능수능란하게 사회를 보았다.
관객들은 그에게 야유를 쏟아 내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럼 기관진식이 설치되는 동안, 저희 청룡학관의 자랑인 무용동아리 문답무용의 공연이 있겠습니다!”
화려한 색상의 무복을 입은 학생들이 올라오고, 악기 연주에 맞춰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관객들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기관장치의 설치가 모두 끝나고, 청군과 백군은 다섯 명씩 다섯 개 조를 만들었다.
청군과 백군에서 각각 첫 번째 조가 나와 출발선에 섰다.
계주에서는 시작과 끝이 가장 중요한 만큼, 발이 빠르고 호흡이 잘 맞는 선수들이 첫 번째 주자로 등장했다. 첫 번째 주자는 마지막 주자이기도 했다.
“우리가 누구냐!”
““무적의 청룡오망!””
첫 대결의 승리에 취한 소년들이 어깨동무하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여민은 혼자 부끄럽다는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쪽팔려…….”
그러거나 말거나 헌원강을 필두로 한 소년들은 희희낙락이었다.
첫 종목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준 만큼, 두 번째 종목에서도 자신 있었다. 다섯 명은 왼쪽부터 위지천, 여민, 헌원강, 야수혁, 거상웅의 순서대로 섰다.
“준비- 시작!”
독고준이 계주 시작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청룡오망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갔다.
휘이익!
마치 발을 묶은 끈이 없는 것 같았다. 전부 보폭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 한 명처럼 달렸다.
“첫 번째 장애물이다!”
상당한 높이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다섯 명의 발이 묶인 만큼, 한 명이라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전부 다 넘어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나, 둘, 뛰어!”
헌원강의 구령에 맞춰 청룡오망이 동시에 도약했다. 그들은 아주 쉽게, 첫 번째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가자아아아!”
이후의 기관장치들도 마찬가지였다. 미끄러운 바닥도, 양옆에서 화살이 날아오는 장치도, 바닥을 기어서 통과해야 하는 철조망도 청룡오망을 막지는 못했다.
“뭐가 저렇게 빨라!”
“어떻게 따라잡으라고…….”
중간 지점을 돌기도 전에 청군과의 거리가 십 장 이상 벌어졌다.
청군 일조 학생들도 당소소, 방백현, 목형우가 포함된 정예였지만, 몇 달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청룡오망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계주의 중간 지점에는 독고준, 백수룡, 남궁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독고준이 백수룡과 남궁수에게 그들의 역할을 설명했다.
“두 분은 이곳에서 상대편 학생들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방해하시는 건 반칙입니다.”
“그럼?”
“학생들에게 지령을 내려서 방해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히.”
“예를 들면 이곳에서부터 뒤로 달리라거나, 제자리에서 백 바퀴를 돈 후에 출발하라거나…….”
“아무거나 다 시켜도 된다는 건가?”
독고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할 수 있어야 하고, 아예 불가능한 지령은 안 됩니다. 허공답보를 보여 달라거나, 검강을 피워 내라는 것 같은 것은 안 되겠지요.”
이건 두 강사의 창의력을 시험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과연 누가 더 악마 같은 지령을 내려서 학생들을 괴롭힐 것인가.’
두 강사의 성향을 볼 때, 어느 쪽도 결코 쉽게 적군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두 강사가 학생들에게 내린 지령이 자극적일수록 볼거리는 많아지고, 청룡제 흥행에 도움이 될 터!
독고준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청룡제를 흥행시킬 방법을 떠올렸다. 실로 악마 같은 계략이었다.
“……벌써 오는군요. 백군입니다.”
청룡오망이 미친개 다섯 마리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오고 있었다.
즉, 백수룡은 이제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하! 뭐든지 시켜 봐요! 몸으로 하는 건 다 자신 있으니까!”
달려오면서 독고준이 하는 말을 들었는지, 중간 지점에 도착한 헌원강이 히죽 웃으며 소리쳤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수룡이 무엇을 시키든, 뒤에 올 청군 학생들보다 훨씬 잘할 자신이 있었다.
“지령이라…….”
백수룡이 뜸을 들이자, 독고준이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백수룡 선생님. 열을 셀 때까지 지령을 내리지 않으시면 그냥 통과시키겠습니다. 하나, 둘…….”
피식.
백수룡은 웃었다.
“너희들에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날 먼저 배신한 건 너희들이다.”
그는 이제는 적이 돼 버린 제자들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사천왕이 가지고 있는 만두의 수는 총 서른여섯 개이다. 냉혈수라마왕과 지존마창이 가지고 있는 만두 개수의 합은 파멸명왕과 혼세마녀가 가지고 있는 만두 개수의 합과 같다.
더하여, 파멸명왕이 가지고 있는 만두의 개수는 지존마창이 가지고 있는 만두의 개수보다 네 개가 적다. 냉혈수라마왕의 만두가 여덟 개일 때, 혼세마녀가 가지고 있는 만두의 개수는 몇 개인가?”
““……네?””
그 어떤 지령에도 자신 있어 보였던 청룡오망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한 방 먹었군.”
청룡오망의 기초수학 성적을 떠올린 남궁수는 그만 눈을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