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86
385화. 청백 대항전 (4)
“……예?”
“지금 장난해요?!”
“그 만두가 고기만두인가요?”
“근데 우리 점심은 언제 먹어요?”
“잠깐만. 너무 빨라서 못 들었어요. 다시 말해 주세요!”
어쩜 하나같이 예상한 반응 그대로일까.
백수룡은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들을 바라봤다.
‘으이구. 어디서 이런 멍청이들만 모아 놨을까.’
그때였다.
“이의를 제기하지.”
남궁수였다.
그는 매서운 눈으로 백수룡을 노려본 후 사회자인 독고준에게 말했다.
“방금 그 문제는 이 학생들의 수준에서 너무 어려운 문제다. 사실상 풀이가 불가능에 가깝지.”
“흐음…….”
독고준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하자, 백수룡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남궁수에게 반박했다.
“어렵긴 뭐가 어려워. 열 살밖에 안 된 네 동생도 풀 수 있을걸?”
“그건…….”
남궁수는 차마 부정하지 못했다.
고작 이 정도 수준의 산수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말하는 건, 남궁미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처사였으니까.
하지만 청룡오망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남궁미는 어려서부터 영재교육을 받은 천재잖아요!”
“걔가 우리보다 훨씬 똑똑한 건 사실이지.”
“열 살이면 한창 만두 좋아할 나이이기도 하니까.”
차례대로 헌원강, 거상웅, 야수혁의 말이었다.
본인들의 지적 능력을 열 살 이하로 깎아내리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백수룡은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뭘 인정하고 앉았어?! 니들 청룡제 끝나면 산수부터 다시 배울 줄 알아.”
““안 돼……!””
청룡오망이 절망하는 동안에, 청군이 거의 도착했다.
남궁수는 심란한 표정으로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지령이라…….”
당소소와 방백현이 포함된 청군에게는 백수룡과 같은 문제를 내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지령도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지나치게 힘든 지령을 내렸다간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결국 남궁수는 적당한 타협안을 선택했다.
“……제자리에서 백 바퀴를 돈 후 출발하도록.”
““네!””
청군이 남궁수가 내린 지령을 시작하자, 청룡오망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거상웅이 일단 후배들을 진정시켰다.
“다들 진정하고 여기 앉아 봐. 선생님이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데, 보란 듯이 풀어 보자고.”
“그걸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까지 풀어야 하는 건가…….”
뒤에서 들려오는 남궁수의 탄식을 무시하고, 청룡오망은 진지하게 문제 풀이에 들어갔다.
“……문제가 뭐였지?”
“사천왕이 가진 만두가 서른여섯 개다. 이때 혼세마녀가 가진 만두는?”
“중간에 생략이 좀 많지 않아?”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가운데, 다행히 여민이 손을 들었다.
“내가 정확히 들었어. 냉혈수라마왕과 지존마창이 가진 만두를 더한 것과, 파멸명왕과 혼세마녀가 가진 만두를 더한 수가 같다. 그리고 파멸명왕이 가진 만두는 지존마창이 가진 만두보다 네 개가 적다. 냉혈수라마왕이 가진 만두가 여덟 개인데, 이때 혼세마녀가 가진 만두는 몇 개인가?”
““오오…….””
여민이 문제를 정확히 기억하자, 다른 네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수를 쳤다.
이어서 한 명씩 의견을 냈다.
“적어도 한 사람당 스무 개는 먹어야 배가 차지 않겠수?”
“전부 다 해서 서른여섯 개라고. 대체 뭘 들은 거야?”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야수혁의 의견은 즉시 기각되었고.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지 않을까요? 무림은 강자존이니까요.”
“그럴듯한데?”
수줍게 의견을 낸 위지천과 그에 동조하는 헌원강도 똑같은 수준이었다.
“니들 생각 자체를 안 하지?”
여민이 노려보자, 헌원강, 위지천, 야수혁은 시선을 피했다. 이 셋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상웅 선배는? 답을 알겠어?”
후배들은 거상웅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보았다.
금룡상단의 후계자이자, 청룡학관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부한 사 학년.
거상웅은 팔짱을 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선입견을 버려라. 내 나이 다섯 살에 무공에 뜻을 둔 후, 산수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자랑이다, 선배 놈아…….”
그 사이 청군은 남궁수가 내린 지령을 완수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청룡오망은 그때까지도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는데, 흙바닥에다가 손가락으로 숫자를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자, 적으면서 풀어 보자.”
여민의 주도하에 쓸모없는 머리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냉혈수라마왕과 지존마창. 파멸명왕과 혼세마녀. 이 두 명씩의 합이 같다는 건 두 사람이 열여덟 개씩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
“왜요?”
“냉혈수라마왕이랑 지존마창이 더 센데?”
“약육강식의 무림에서 평등할 수가…….”
찰싹! 찰싹! 찰싹!
여민은 냉기가 담긴 손바닥으로 헌원강, 위지천, 야수혁의 주둥이를 한 대씩 때렸다. 계주 도중에 사용한 것이 아니기에 독고준도 그냥 넘어가 주었다.
“셋은 지금부터 입도 뻥긋하지 마.”
““…….””
“냉혈수라마왕이 여덟 개라고 했으니……. 지존마창은 열 개겠군?”
비록 다섯 살부터 산수를 멀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거상웅은 다른 셋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었다. 제대로 집중하자 조금씩 풀이가 가능했다.
“그리고 파멸명왕이 지존마창보다 네 개 적으니까…….”
“여섯 개!”
시간이 제법 걸리긴 했지만, 청룡오망은 결국 답을 찾아냈다. 여민과 거상웅이 머리를 맞댄 결과였다.
“그래서 답은 열두 개. 맞죠?”
백수룡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들 수준에 어려운 문제를 내긴 했지만, 결국엔 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답이다.”
“좋아! 다시 달리자!”
청룡오망이 미친 듯이 달려서 남은 반 바퀴를 돌았지만, 이미 청군과 거리가 크게 벌어진 후였다.
백수룡은 씩 웃으며 옆에 있는 남궁수를 바라봤다.
“경기가 많이 기운 것 같은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궁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인육각 장애물 계주는 총 다섯 개 조가 이어서 달리는 경기이고, 이제 겨우 두 번째 조가 뛰기 시작했으니.
‘아직 역전의 기회는 있다.’
백수룡이 문제를 내는 방식을 봤으니, 참고해서 더 어려운 지령을 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백수룡은 두 번째에도 남궁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앞서가는 청군을 쫓아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도착한 백군 이(二)조 학생들의 마음을 잔인하게 꺾어 버렸다.
“이번 학기에 가장 재미없는 수업이 뭐지? 각자 과목과 그 이유를 큰 목소리로 말하면 통과시켜 주마. 단, 나와 남궁수 선생의 수업은 제외할 것.”
“그, 그건……!!”
당황한 백군의 학생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수많은 관객들이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청룡학관의 강사들도 있었다.
이 앞에서 가장 재미없는 과목과 그 이유를 말하라고?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웬만해선 동요하지 않는 남궁수의 눈동자마저 심하게 흔들렸다.
“백수룡……. 너는 악마인가?”
“이기기 위해서라면 악마도 될 수 있지.”
백수룡의 입가에 가늘게 맺히는 비열한 미소.
명문정파 출신인 남궁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야비하고 치졸한 방식.
남궁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건……. 이길 수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남궁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백수룡을 뛰어넘는 비열하고 치졸한 지령을 떠올릴 수 없으며, 떠올린다고 해도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다는 것을.
“그만한 각오도 없이 내게 덤볐나? 곱게 자란 정파 도련님답군.”
“네놈……!
결국, 두 번째 대결은 청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두 번째 대결, 오인육각 장애물 계주는 청군의 승리입니다!”
사회자 독고준이 승리를 선언한 순간, 함성과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우우우우우!
쏟아지는 환호성 속에서 청군 학생들은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백군은 분한 마음에 이를 갈았다.
“남궁수.”
백수룡은 남궁수를 스쳐 지나가며 속삭였다.
첫 대결에서 패하고 당한 그대로, 패자에게 승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애송아.”
“…….”
남궁수의 차가운 두 눈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줄다리기는 백군의 승리입니다!”
와아아아아!
터질 듯한 함성이 대연무장 왼편에서 터져 나왔다. 관중석 왼편이 백색의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보물찾기는 청군의 승리입니다!”
우와아아아!
오른편도 만만치 않았다. 청색 깃발이 사방에 나부끼고 함성과 고함이 쏟아졌다.
“청군 놈들을 짓밟아라”
“가증스러운 백군에게 응징을!”
어느새 관중들도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앉았다.
거리에서 파는 영웅건을 이마에 두르고, 커다란 깃발을 휘두르며, 관중들도 선수들과 한마음이 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열기가 더해 가는 청백 대항전!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만, 금창약이라면 얼마든지 준비돼 있습니다!”
독고준이 반쯤 갈라진 목소리로 양측 관중들의 응원을 독려했다.
“여러분! 더 큰 환호와 함성 부탁드립니다!”
우와아아아아아!
독고준은 대연무장과 관중석을 둘러보았다.
청룡학관 역사상 최고의 청룡제가 자신의 임기에 이루어졌다. 소년은 감격에 겨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 전율스러운 광기!
백수룡과 남궁수가 승부욕을 불태우는 모습은 학생들과 강사들에게 전염되었고, 그것은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광기에 물들지 않은 이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허허. 열기가 엄청나군요.”
“……제 눈에는 과한 듯합니다.”
건물 위에서 청백 대항전을 지켜보는 두 노인.
바로 노군상과 매극렴이었다.
청룡학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두 사람은 청룡학관을 뒤덮은 열기와 무관하게 침착해 보였다.
노군상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과하긴 하지만, 이것 또한 젊은이들의 특권이 아니겠소?”
“뒷정리는 제 몫입니다만…….”
“허허! 올해는 나도 많이 도와주겠소.”
두 사람은 청백 대항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노인들이 눈치 없이 젊은이들 노는 데 껴서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피식.
매극렴의 입가에 맺힌 미소를 본 노군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검치를 안 지 스무 해가 넘었지만, 그렇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소이다.”
“……그렇습니까.”
매극렴은 스스로도 어색한 듯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백수룡이 매약빙의 초상화를 가져다준 이후로, 그의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웃음도 늘었다.
“손주 녀석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개구쟁이 같아서 말입니다.”
“허허! 누구보다 즐기고 있긴 하지!”
두 노인의 시선이 대연무장 한가운데에 있는 백수룡을 향했다.
이번 대결은 장대 넘어뜨리기였는데, 백수룡은 선두에서 청룡오망을 맞아 싸우고 있었다.
“덤벼라, 이 은혜도 모르는 꼬맹이들아!”
매극렴은 그 모습을 보며 삼십여 년 전의 청룡학관을 떠올렸다.
자신의 딸이지만 아주 사고뭉치였던 매약빙과, 옥면공자라 불리며 수많은 풍문을 만들어 낸 백무흔.
그리고 지금은 졸업생이 된 많은 학생들.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통에 잡으러 다니는 게 일이었지만, 그때만큼 청룡학관이 활기찼던 적도 없었다.
그해 이후로, 이토록 활기찬 청룡제는 처음이었다.
“손주 녀석이 어려서 몸이 약해, 학관에 다녀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상상이 잘 안 되는군. 백 선생이 말이오?”
“저도 사위에게 들어서 알게 됐습니다.”
노군상은 허약한 백수룡을 상상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껄껄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즐겁게 축제를 즐기고 있지 않소?”
“……제 눈에도 그래 보입니다.”
매극렴은 청룡제의 중심에 있는 손자를 보며 빙긋 웃었다.
“눈에 흙을 뿌려! 인정사정 봐주지 마라!”
때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열한 계략을 쓰기도 하고,
“다시는 못 일어나게 확실하게 밟아!”
다소 과격하기도 하지만,
“덤벼라 남궁수! 결판을 내자!”
“……바라던 바다.”
매극렴의 눈에는 그 모든 모습이 애틋하고 어여뻐 보였다.
우우웅-!
노인의 애틋한 마음을 읽은 것인지, 매극렴의 품에 안긴 창룡신검이 부르르 떨었다.
힐긋 창룡신검을 본 노군상이 말했다.
“참으로 신비한 검이오.”
“손자 녀석이 잠시 맡겼습니다. 청룡제 중에 검을 찰 필요는 없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백수룡이 매극렴에게 맡긴 것은 창룡신검만이 아니었다.
손자에게서 시선을 뗀 매극렴이 청룡학관 전체를 훑었다.
“하나 더 찾았습니다.”
“음. 나도 방금 찾았소.”
두 노인의 시선은, 열기로 가득한 청룡학관에 숨어든 차가운 살기를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