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93
392화. 보러 갈래?
거상웅과 야수혁은 살수들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그들에게도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니었다.
“이 자식들…….”
살수들은 하나같이 끈질기고 지독했다. 목표물을 제거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그들은 동귀어진의 수법도 서슴지 않았다.
내공을 폭주시켜 달려드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의 몸을 방패 삼아 칼을 밀어 넣거나, 죽어 가면서도 어떻게든 발목을 잡으려 들었다.
살수들의 거듭된 공격은 거상웅과 야수혁의 호신기를 뚫고 피륙에 상처를 입혔다. 대부분 얕은 상처에 불과했지만, 독에 당한 듯 푸르게 변한 곳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는 점점 늘어났다.
“후우. 지독한 놈들…….”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거상웅은 철옹성과 같은 육체로 살수들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 냈고, 야수혁은 온몸을 흉기로 삼아 적들을 분쇄했다. 방백현의 예리한 검은 두 거인이 만들어 낸 적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푸욱!
거상웅이 밀쳐낸 살수의 심장에 검을 쑤셔 넣은 방백현은 곧장 검을 뽑으며 주변을 경계했다.
“긴장 풀지 마. 이자들은 미끼일 확률이 높아.”
주변을 살피는 방백현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딘가에 진짜 살막의 살수가 숨어서 우리를 노리고 있을 거야.”
무림맹 통천대 소속인 방백현은 세간에 알려진 살막의 정보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살막에서도 번호로 불리는 살수만이 ‘진짜 살수’로 인정받으며, 그들 중 일부는 술법과 약물 제조에도 능해 자아가 없는 실혼인들을 살수로 만들어 꼭두각시처럼 부린다는 것.
또한,
“아까부터 주변의 기가 이상한데?”
“놈들이 진법을 펼쳤어.”
등을 맞댄 거상웅과 방백현이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밤하늘로 날아가던 수많은 풍등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일대를 휘감고 있었다.
츠츠츠츳…….
음산한 소리만이 들릴 뿐,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외부로부터 그들이 있는 공간을 단절시킨 종류의 진법이었다.
즉, 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방백현이 굳은 표정으로 거상웅에게 말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위험해질 거다. 생문(生門)을 찾아 진법을 빠져나가야 해.”
“길을 찾을 수 있겠어?”
“……집중할 시간만 충분하다면.”
거상웅이 히죽 웃으며 방백현에게 날아오는 암기를 쳐냈다.
“그럼 넌 길을 찾는 데 집중해. 수혁아! 너도 그만 날뛰고 이쪽으로 와라!”
“알겠수.”
세 사람을 서로의 등을 지키며 움직였다. 방백현은 진법의 흐름을 파악해 생문을 찾는 데 집중하고, 거상웅과 야수혁이 그를 지키며 덤벼드는 살수들을 격살했다.
“선배! 상처는 괜찮은 거요?”
“이 정도면 침 좀 바르면 나아.”
그러나 하는 말과 달리, 거상웅의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선두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막아 낸 거상웅이었다. 아무리 독에 내성이 강한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의 녹림십팔식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
“후우…….”
그럼에도 거상웅은 굳건히 버티며 살수들을 막았다.
살수들은 여전히 동귀어진의 기세로 덤벼들고 있었는데, 방백현이 진법을 파훼하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칼날을 방백현에게 돌렸다.
까가가강!
거상웅은 그 대부분의 공격을 대신 막아 냈다. 단 하나의 칼날도 그를 넘어 방백현에게 닿지 못했다.
“상웅아!”
“신경 쓰지 말고 생문이나 찾아.”
그러나 살막이 마음먹고 펼친 진법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세 사람이 아무리 특출하다고 해도 이제 겨우 약관에 불과한 학생들. 반면 상대는 중원 최고의 살수 조직이었다. 이렇게까지 버티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찾았어. 저곳이 진법의 생문이자 중심이야.”
“좋아. 저기까지만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갑시다!”
그러나 살수들 또한 필사적으로 방해했다.
살수들이 받은 명령은 진법 안에서 셋 모두 죽이거나, 적어도 지치게 만들어 ‘죽이기 쉬운’ 상태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세 학생의 몸 위로 상처들이 점점 늘어나던 그때,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르르릉!
검은 안개 바깥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뇌성벽력과 함께 검은 안개가 산산이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저벅.
그리고 그 안으로 내딛는 발걸음.
진법의 중추를 지키고 있던 두 살수가 침입자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들은 삼살이 직접 키운 제자들로, 아직 번호는 받지 못했지만 그 능력은 살막의 이십 번대에 준할 정도로 출중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진법을 부수고 들어온 사내 앞에서는 무용(無用)했다.
“조잡하군.”
촤아아악!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살수들의 몸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피가 흐르지 않았는데, 절단면이 벼락으로 지진 듯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저벅.
서서히 흩어지는 진법 안으로 들어선 사내를 본 순간, 거상웅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압박감이…….’
단순히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존재감.
마치 일대의 공간 자체를 지배해 무겁게 짓누르는 듯했는데, 손에 들린 검에서는 벼락이 명멸했다.
파직, 파지직!
천뢰검법과 제왕검형이 어우러진 조화였지만, 학생들은 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하고 그저 입만 벌릴 뿐이었다.
“다친 사람은?”
남궁수는 진법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살수들의 시체와 부서진 물건들이 산재해 있었지만, 다행히 학생들의 몸에는 생채기 외에는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이 정도는 침 바르면 낫습니다.”
여유를 되찾은 거상웅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남궁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사람임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의 감정표현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도와주셨어도 저희끼리 잘 빠져나갔겠지만요.”
남궁수는 진법 바깥에서 학생들을 노리던 삼살의 존재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신, 그는 세 사람의 몸에서 나는 주향을 느끼곤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에서 몰래 술을 마셨나.”
“서, 선생님. 그게…….”
살수들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던 거상웅이 말을 더듬었다.
더 이상 벌점이 쌓였다간 천무제 참가도 간당간당하기 때문이었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남궁수가 이걸 보고 그냥 넘어가 줄까?
그런데 놀랍게도,
“혹시 살수를 유인하기 위한 기만책이었나?”
“……네? 마, 맞습니다!”
“제법 머리를 잘 썼군.”
남궁수는 세 학생이 떠올리지도 못한 변명을 만들어 주었고, 그뿐만 아니라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칭찬까지 해 주었다.
“다들 잘했다.”
“……!!”
“……!!”
“……!!”
물론 그 미소는 보통 사람의 기준에선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 수준이었지만, 청룡학관 학생들에겐 백 년에 한 번 핀다는 꽃보다 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귀한 미소는 환상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남궁수는 다시 냉막한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말했다.
“또 암습이 있을지도 모르니, 학관을 나가서 개방이나 관에 몸을 의탁하도록.”
아마 같은 학생들을 노리고 다른 살수들을 보내진 않을 것이다.
남궁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귀가를 지시했다.
“저희 선생님은 괜찮은 거죠?”
“걱정할 것 없다.”
짧게 대답한 남궁수는 바닥을 박찼다. 그 모습이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졌다.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학생들이 입을 열었다.
“……같은 칭찬이라도 남궁수 선생님한테 들으면 뭐랄까, 묘하게 기분이 좋단 말이지.”
“난 사 년 동안 남궁수 선생님 웃는 거 처음 봤다.”
“아까 눈에서 벼락 튀는 거 봤수? 하마터면 지릴 뻔했다니까.”
그들은 함께 학관을 나섰다.
도시 전체에서 풍등축제가 이루어지는 탓에, 청룡학관에 남은 사람은 더 이상 많지 않았다.
나란히 걷던 두 거인의 시선이 학관 바깥, 가장 많은 풍등이 날아오르고 있는 방향을 향했다.
“다른 녀석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특히 원강이 놈…….”
“뭐, 별일 있겠수? 혼자 있는 것도 아닌데.”
“하긴. 아까 술 먹다 남은 거 좀 있는데, 가져가서 마저 마실까?”
“흐흐. 좋지.”
방금 전까지 살수에게서 위협을 받았으면서 다시 태연하게 술이나 먹자는 소리나 하는 둘을 보며, 방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축제는 모두에게 특별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특히 더 심장이 두근거리는 날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한 소년의 경우.
“아하하하! 상검연 공연, 진짜 골때리지 않았어?”
“그, 그러게.”
“미쳤나 봐 진짜. 위지천한테 여장을 시킬 줄 누가 알았겠냐구.”
“하하……. 지천이 표정 볼 만하던데.”
“하기 싫은 게 뻔히 보이는데, 동작은 하나도 안 틀리더라. 심지어 옆에 있는 유이란보다 더 고울 건 뭐야?”
“…….”
방금 전에 보고 나온 상검연의 검무 공연이 정말 웃겼는지, 여민은 눈가에 눈물마저 고인 채 헌원강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퍽퍽 때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남의 속도 모르고 말이다.
‘아 씨…….’
거리가 너무 가깝다.
축제에는 사람이 많고, 일행과 함께 다니려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너무 가까웠다.
맨날 함께 붙어 다니고, 한 집에서 수련까지 하면서 이제 와서 그러냐고?
변명을 하자면, 오늘 여민은 매일 보던 낡은 수련복이 아니라 화사한 경장을 입었고, 대충 묶고 다니던 머리에는 비녀를 꽂았으며, 허리춤에는 은은한 향을 뿌리는 향낭까지 차고 있었다.
‘괜히 긴장되게 말이야.’
헌원강도 제법 잘 차려입었다.
청룡제 둘째 날은 첫날처럼 싸울 일도 없고, 돌아다니면서 노는 것이 전부이니까.
여민이 헌원강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번엔 저기 구경하러 가자.”
“어, 그, 그럴까.”
마치 고장 난 기계 같았다. 무공을 익힌 소년의 동작이라기에는 뻣뻣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헌원강은 얌전히 끌려다녔다.
오히려 그 모습을 여민이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다.
“선배. 오늘 왜 그래?”
“……뭐가?”
“왜 정신을 놓고 있냐구.”
여민의 얼굴이 스윽 가까이 다가오자 헌원강이 흠칫 놀랐다. 물론 기대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을 뿐.
“잊지 마. 선생님이 둘씩 붙어 다니라고 한 이유.”
“…….”
-절대 혼자 다니지 말 것. 언제 살수들에게 노려질지 모르니 긴장을 놓지 마.
반드시 둘 이상 함께 다닐 것.
백수룡은 그렇게 말했고, 너무 자연스럽게 헌원강과 여민은 한 조가 되었다.
물론 헌원강이 바랐던 것이긴 했지만…….
오늘 공연을 보기로 한 약속도 몰래 잡은 것이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헌원강만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덕분에 헌원강은 청룡제 둘째 날을 여민과 단둘이 보낼 수 있었다.
“이거 봐. 잘 어울려?”
“오, 맛있는데?”
“아줌마! 이거 완전 바가지잖아요!”
“아니, 이 아가씨가…….”
몸에 장신구를 대보는 모습이나, 거리에서 주전부리를 먹는 모습, 거리의 상인들과 능숙하게 흥정하는 모습마저도.
‘예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헌원강의 눈에는 단 한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때, 여민이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
“아까부터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해?”
“그…… 있잖아.”
“혹시 똥 마려워?”
“그게 아니라!”
헌원강은 용기를 냈다.
비록 눈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뻘쭘해서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마침, 풍등축제가 시작돼 불빛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나랑…… 은린호에 풍등축제 보러 갈래?”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던 여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