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32
431화. 가정방문 (4)-후계자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시작된 대결이었다.
“정말 내공 없이 외공으로만?”
“흐흐. 아무리 청룡신협이라도 내공 없이는 힘드실 텐데?”
“우리가 익힌 무공은 보잘것없어도, 몸뚱이는 정강산 기암절벽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며 단련한 놈들인데…….”
적당히 취기가 오른 산적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는 무려 십존이라 불리는 정파의 고수.
평소 같았으면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든 존재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청룡신협은 산적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별로 위화감이 없었다.
물론 외모는 까마귀 떼에 섞여 있는 백로처럼 특출나지만…… 백로의 깃털 속에 시커먼 까마귀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 자연스러움이 산적들에게 친근함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니들 차례는 없으니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라! 청룡신협을 자빠뜨리고 강호에 이름을 날리는 건 이 몸 장걸 님이다!”
처음 청룡신협에게 한 수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 산적이 나섰다. 그는 허름한 웃옷을 거침없이 벗어 던지곤 백수룡에게 달려들었다.
“으하하! 뒈져라!”
“……말은 제발 좀 곱게, 이것들아.”
녹의수사의 조마조마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장걸은 차돌 같은 주먹으로 백수룡의 턱을 노렸다. 산적들은 동료에게 휘파람을 불고 고함을 질러 댔다.
피식.
백수룡의 대응은 간결했다. 상대의 주먹을 손끝으로 툭 쳐내고, 중심을 잃고 기우뚱하는 상대의 오금을 발로 밀어서 완전히 자세를 무너뜨린 후, 몸을 반 바퀴 돌려 자신을 스쳐 가는 장걸의 뒤통수를 가볍게 밀었다.
모든 동작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우당탕탕!
꼴사납게 바닥을 구른 장걸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썼다. 곧장 다시 일어나려 했으나, 하늘이 빙빙 도는 기분을 느끼고 털썩 주저앉았다.
“푸하하하! 꼴 좋다!”
“한심한 자식! 잘난 척하더니 녹림 망신은 다 시키는구나!”
“저 자식 뭐 하냐? 혼자서 자빠진 거야?”
산적들은 배를 잡고 넘어진 장걸을 비웃거나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들의 눈엔 장걸이 혼자 지랄발광을 하다가 자빠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
“……!”
그러나 녹의수사와 부채주, 염라채에서 손꼽히는 외공의 고수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청룡신협을 바라봤다. 그 짧은 순간 청룡신협이 얼마나 효율적인 움직임을 취했는지 알아본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녹림도들에겐 평생에 한 번 경험하기 힘든 흥미로운 대결일 따름이었다.
“이번엔 내 차례다! 청룡신협께 한 수 지도 부탁드리겠수다! 염라채의 구길이오!”
장걸이 나가떨어지자마자 장걸보다 머리 반 개는 더 큰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한눈에 보아도 힘이 장사였다.
“구길이라. 평범한 이름이라 기억하긴 어렵겠는데?”
백수룡은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까딱였다.
장난이 담긴 도발이었는데, 한쪽 입꼬리만 삐뚜름하게 올라간 얼굴이 사파 출신의 시정잡배처럼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몸으로 기억하게 해 드리지.”
사납게 웃은 구길은 앞선 장걸과 마찬가지로 웃통을 벗어 던지곤 힘찬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하아아압!”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콰앙!
구길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른 채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경험을 한 후, 문득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있음을 깨달았다. 잠깐 의식을 잃은 것이다.
“구, 구길까지 한 방에?”
“비켜 봐! 이번엔 내 차례다!”
“나는 다를 거요!”
그러나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모두 마찬가지였다. 백수룡에게 덤벼드는 족족 산적들은 하늘을 날거나 바닥을 굴렀다.
“젠장! 동작이 뻔히 다 보이는데 왜 아무도 못 피하는 거야?”
“몸 만져 봤어? 완전히 돌이야, 돌!”
“형씨! 이제부터는 손님이고 뭐고 없을 줄 아쇼!”
처음에는 마냥 웃고 떠들던 산적들도, 아무것도 못 해 보고 계속 당하기만 하자 오기가 생겼는지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이놈들아, 이제 그만 해라! 손님께서 피곤하시게…….”
“저는 괜찮습니다.”
부채주가 나서서 말리려 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백수룡은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녹의수사는 끼어들지 않고 그 모습을 묘한 눈빛으로 지켜봤다.
“이 정도는 몸풀기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백수룡은 아직 완전히 수긍한 표정이 아닌 녹림의 사내들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그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해 줘야지.’
“번거롭게 한 명씩 할 게 아니라, 한 번에 여러 명이 덤비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염라채 산적들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청룡신협이 아무리 차원이 다른 고수라곤 해도, 내공을 안 쓰는 호리호리한 사내 하나를 못 넘어뜨린다는 사실이 그들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이다.
“젠장! 어떻게든 저 반반한 도련님을 바닥에 자빠뜨려!”
““우아아아!””
물론, 여러 명이 한 번에 덤벼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염라채의 산적들 중 절반은 하늘을 날고, 절반은 흙바닥에 뒹굴었다. 누구도 백수룡을 넘어뜨리거나 두 발이 허공에 뜨게 만들지 못했다.
“젠장! 밀어도 꿈쩍도 안 해!”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힘은 장사로군!”
“저 몸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오는 거야?”
산적들은 점점 분한 것을 넘어 경악했고, 결국에는 백수룡을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공을 쓰지 않아도 어마어마하게 강한 사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 자리의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백수룡 본인이었다.
‘내가 이 정도였나?’
염라채의 산적들은 결코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내공과 초식의 정묘함은 부족할지 몰라도, 십수 년간 단련된 육체만큼은 청룡학관의 웬만한 학생들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아무리 백수룡이라도 이렇게 가뿐하게 수십 명을 연달아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혹시 체질이 천음신맥으로 변한 탓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 외에는 짐작되는 것이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앓았던 천음절맥.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신체 단련법인 녹림십팔식으로도 그 천형(天刑)은 극복하지 못했다.
즉, 그전까지 백수룡은 맹사부의 무공을 자신의 육체에 온전히 담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천음신맥으로 변한 지금이라면 어떨까?
‘맹호투(猛虎鬪)를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도 몰라.’
꾸욱.
백수룡은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
천음절맥을 극복한 후, 전력으로 몸을 써 볼 만한 일이 없었다. 때문에 스스로의 몸이 얼마나 변했는지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했다.
‘이 기회에 확인해 보자.’
마침 이곳에는 외공을 극한으로 단련한 자들이 많았다.
그중 둘은 백수룡조차 감탄할 정도로 뛰어난 외공의 고수들이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여기서 힘이 가장 센 사람이 누굽니까?”
모두의 시선이 한 명에게로 향했다.
그곳에는 염라채의 부채주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난감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이놈들아. 이제는 나까지 망신을 당하라는 거냐?”
그러나 말하는 것과 달리, 부채주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육체만을 사용하는 근접 박투(搏鬪)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리라는 자신감.
“만패 형님! 보여 주십쇼!”
“형님이 염라채 제일의 장사가 아닙니까!”
부하들이 사방에서 부추기자, 부채주가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표정으로 녹의수사를 바라봤다.
“대형. 이거 어쩝니까?”
“……너 좋을 대로 해라.”
결국 녹의수사의 허락까지 받은 부채주가 못 이기는 척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백수룡의 싸움을 보고 몸이 근질거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으니까.
그가 솥뚜껑만 한 주먹으로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청룡신협께 한 수 가르침을 청하오. 염라채의 부채주 적만패요. 본인이 하수라 힘 조절에 미숙하니, 만약 뼈가 부러질 것 같으면 바로 내공을 쓰시길 바라겠소.”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채주도 힘에 부치시면 바로 내공을 쓰십시오. 안 그러면 다칠 수도 있습니다.”
“뭐라? 으하하하! 볼수록 마음에 드는 사내로군!”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 부채주는 짐승 가죽으로 된 자신의 상의를 종이 찢듯이 가볍게 찢어 버렸다.
찌이이이익-
옷 안에 숨겨져 있던 흉터로 가득한 구릿빛 근육이 폭발적으로 꿈틀거렸다.
덩치만 놓고 보면 야수혁 이상, 거상웅과 비견될 만큼 컸다. 게다가 근육을 단련해 온 시간은 그들의 두 배가 넘을 터였다.
“아주 혼쭐을 내주십시오, 만패 형님!”
“형님이 염라채의 희망이오! 꼭 자빠뜨려 주시오!”
“힘내시오, 청룡신협! 나는 그쪽에 걸었소!”
“나도! 만패 형님이 거꾸러지는 모습이 더 보고 싶단 말이지!”
어느새 구경꾼이 된 산적들이 두 사람을 빙 둘러싸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저희끼리 내기까지 벌어졌는데, 일방적일 줄 알았던 응원은 생각 외로 거의 반으로 나뉘었다.
“으하하하! 청룡신협한테 건 놈들! 끝나고 두고 보자!”
주먹끼리 몇 번 맞부딪친 적만패가 몸을 낮추더니, 이내 성난 황소처럼 백수룡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산 위에서 바위가 굴러오는 것처럼 압박감이 어마어마했으나, 백수룡은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강해. 하지만 피할 정도는 아니야.’
그는 자세를 낮추고, 똑같이 상대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콰아앙-!
인간의 육신과 육신이 부딪쳤는데, 마치 바위끼리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러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저런 미친……!”
“만패 형님과 힘겨루기를 한다고?”
“제정신이 아니구만! 허리가 뒤로 꺾일 텐데!”
산적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힘겨루기를 지켜봤다.
어른과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체격 차이.
실제로 백수룡의 발이 점점 뒤로 끌리며 몸이 밀리고 있었다. 그의 탄탄한 상체가 흘러내린 땀으로 번들거리고, 전신에서는 새하얀 김이 피어났다.
적만패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신력을 버텨 내는 백수룡을 내려봤다.
“……대단하군. 수혁이 놈도 아직은 내게 힘으로 안 되는데…….”
“…….”
“이만 포기하시오. 나는 아직 여력이 남아 있으니까.”
“…….”
“말할 힘도 없는 모양이군. 약속은 약속이니, 이대로 밀어서 넘어뜨리겠소. 무리해서 버티다간 허리가 부러질 거요.”
적만패가 경고하며 더 힘을 주자, 백수룡의 허리가 조금씩 뒤로 꺾이기 시작했다.
“…….”
그 순간, 백수룡은 맹사부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있었다.
-맹사부도 자신보다 큰 상대와 싸울 일이 있었소?
-뭔 당연한 소리를 하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제자를 바라보던 맹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보다 큰 놈은 항상 있었다. 특히 산에 사는 짐승이나 영물 중에는 많았지. 그놈들이 힘이 얼마나 센 줄 아냐?
-역시 사람 중에는 없었군.
-흠흠. 뭐, 아예 없지는 않았다. 나라고 처음부터 이만한 덩치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으니.
백수룡은 마주 잡았던 손에 힘을 풀며 몸의 중심을 살짝 흔들었다.
“흡……!”
적만패는 잠시 당황했지만, 그 역시 신체를 극한까지 단련한 외공의 고수였다. 노련하게 무게중심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그것은 백수룡이 의도했던 바였다.
‘한 걸음.’
백수룡은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했다. 단숨에 자신보다 몇 배는 되는 거한의 품으로 파고들며, 무릎과 허리를 살짝 굽혔다.
“……!”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챈 적만패가 손을 풀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나 이미 백수룡과 그의 간격은 채 한 마디도 되지 않았다.
-잘 봐라. 너보다 큰 놈을 만났을 땐 이렇게 해 주면 된다.
휘리릭!
무릎, 허리, 어깨가 차례대로 회전하며 힘이 더해졌다. 여기에 근육이 순간적으로 부풀며 폭발적인 힘을 짜낸다. 녹림십팔식으로 단련된 육체는 놀랍도록 유연하면서도 탄력적이었다.
-이것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어디 가서 내 후계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거다.
천음신맥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움직임을 현실로 만들었다.
녹림투왕이 자신보다 큰 상대나 영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 낸 고법(? 法).
맹호붕산격(猛虎崩山擊)
녹림투왕을 전설로 만든 성명절기 중 하나가 수십 년 만에 세상에 재현되었다.
-퍼어어어엉!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삼백 근이 족히 넘는 거구가 허공을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