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33
432화. 가정방문 (5)-숙원
맹호붕산격이 적만패의 몸에 닿기 직전, 그들의 대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녹의수사가 부하들에게 외쳤다.
“모두 십 장 밖으로 물러나라!”
채주의 서릿발 같은 목소리에 산적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방금 전까지 흥분해서 웃고 떠들던 모습이 거짓말이라는 듯, 즉시 뒤로 물러나며 경계했다. 평소 훈련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즉각적으로 이루어진 판단과 행동.
만약 두 사람이 내공을 사용한 대결을 펼쳤다면 이미 늦었겠지만, 다행히 육체만으로 겨루는 외공 대결이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외공 대결임에도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이런 우라질.”
적만패는 자신의 품 안으로 파고드는 백수룡의 흐릿한 움직임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쿵……!
백수룡의 어깨가 적만패의 가슴에 닿는 순간, 적만패의 근육 위로 잔물결이 일렁이며 충격이 번져 나갔다. 지축이 흔들리는 굉음과 충격파는 그다음에 터져 나왔다.
―터어어어엉!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적만패가 날아가며 그 길에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박살 냈다.
“부채주님!”
“형님-!”
산적들이 놀란 표정으로 부채주를 부르짖고, 일부는 사나운 눈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산적들은 백수룡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파의 최고수 중 한 명인 그가 산적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몸을 부딪치고, 산적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같은 사람’으로 대해 주었다.
방식이 좀 거친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면까지 녹림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방금 부채주를 날려 버린 공격은 산적들 입장에서 도저히 외공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공격이었다.
“내공을 쓰는 게 어딨어!”
“우리 부채주님에게 살수를……!”
산적들의 눈에서 희미하게 살기가 피어올랐다. 부채주와 친한 산적들은 천천히 무기로 손을 가져갔다.
“…….”
백수룡은 아무런 변명 없이, 가만히 서서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태연한 모습에 산적들의 눈에서 더 불꽃이 튀었다.
“해명하시겠습니까?”
녹의수사는 부하들의 선두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백수룡을 응시했다. 분위기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흘러가려는 순간이었다.
“쿨럭! 손님한테 무례하게 무슨 짓이냐!”
기침 소리와 함께, 적만패가 무너진 잔해더미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가 내공을 썼다는 거야? 이 단순한 놈들아. 청룡신협이 작정하고 살수를 썼으면 내가 다시 일어날 수나 있겠냐?”
“부채주…….”
“대형. 난 괜찮소. 이놈들아! 당장 손님께 사과드려라!”
적만패는 부하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주의를 준 후, 아쉬운 듯 입맛을 쩝 다시며 백수룡을 바라봤다.
“내가 졌소. 방금 그 고법…… 나중에 꼭 다시 한번 견식시켜 주셨으면 좋겠군. 한 수 제대로 배웠소이다.”
적만패는 포권을 취하며 자신의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맹호붕산격을 맞고도 멀쩡히 일어나는 걸 보면, 그 역시 맷집이 어마어마한 괴물이었다.
“……저야말로 많이 배웠습니다.”
백수룡도 그가 일어난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도했다.
맹호붕산격이 들어가는 순간, 백수룡은 상대의 몸 안에 있는 장기가 모조리 터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아직 미숙해.’
맹호붕산격(猛虎崩山擊).
억지로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육체에 지나치게 무리를 주기에 지금껏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초식.
사실 검이 있으니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맹사부의 무공을 제대로 펼쳐 보니, 그 위력이 스스로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백수룡은 적만패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채주께서 계속하자고 하셨다면, 바닥에 쓰러지는 사람은 저였을 겁니다.”
“무슨 소리요? 겸손이 너무 과하시군.”
“진심입니다.”
포권을 취하는 백수룡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초식을 갑자기 펼친 대가.
적만패 정도 되는 고수가 그 모습을 놓칠 리 없었다. 그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많이 무리하신 거요? 나를 이기려고?”
백수룡은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녹림의 영웅을 꺾을 방법이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아, 무모하게도 객기를 부렸습니다.”
사실은 처음 펼친 초식에 몸이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백수룡은 적만패가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예상대로 적만패는 기분이 무척 좋아진 얼굴이 되었다.
“으하하하! 뭘 그렇게까지! 하긴, 아무리 청룡신협이라도 나를 그렇게 쉽게 날려 버릴 수는 없지!”
“녹림에 와서 개안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뭡니까?”
“으하하하하!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구려!”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적만패를 뒤로하고, 백수룡은 몸을 돌려 얼떨떨한 표정의 산적들, 그리고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길의 녹의수사를 바라봤다.
“오늘 녹림의 호걸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외공으로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자부해 왔는데, 여러분과 겨뤄 보니 제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승부는 무승부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부채주가 크게 다친 줄 알고 화를 냈던 산적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무승부라니! 당연히 청룡신협의 승리지요!”
“내 평생의 자랑거리가 하나 생겼군!”
“대체 몸을 어떻게 단련한 겁니까?”
“청룡신협께 한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단순하고 솔직한 게 장점이자 단점인 녹림의 사내들다웠다.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재개되고, 금세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었다.
“하, 이것 참…….”
언제 치고받고 싸웠냐는 듯 염라채의 산적들과 다시 어울려서 술판을 벌이는 청룡신협의 모습에, 녹의수사는 헛웃음을 흘렸다.
‘우리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더니. 수혁아. 그 말이 이런 의미였더냐?’
녹의수사는 청룡신협 백수룡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만나서 알아보고자 했다.
그래서 손님을 대접한다는 명목으로 잔치를 열어 술을 권했고, 부하들이 외공 대결을 제안할 때도 말리는 척만 했다.
야수혁에게 꽤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의 외공이 무척 뛰어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실력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설마 그 예상조차 까마득히 뛰어넘을 줄이야.’
청룡신협이 이렇게까지 신체를 단련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그가 부채주를 상대하며 마지막에 보여 준 그 고법(? 法)은…….
‘녹림투왕의 무공이었다. 아무나 흉내 내는 쭉정이가 아닌, 제대로 된 무공이었어.’
녹의수사는 최근 몇 년간 놀랄 일을 오늘 하루에 전부 겪은 기분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청룡신협이라는 저 사내.
단순히 무공만 강한 고수가 아니었다.
녹의수사는 이제는 한발 물러나서 관찰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쿵-!
땅을 울리는 진각에 산적들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 녹의수사는 부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시간이 늦었다. 멀리서 오신 손님께서도 피곤하실 테니, 잔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어느덧 늦은 밤이었다.
다들 아쉬워했지만, 순순히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염라채의 규율은 그 어떤 녹림의 산채보다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어떨 때는 상당히 풀어진 듯 보여도, 그것조차 규율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움이었다.
“선생님. 오늘 밤 묵으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녹의수사가 직접 숙소로 안내하겠다고 자처했다. 백수룡은 감사 인사를 전하며 그 뒤를 따라갔다.
그때, 느닷없이 불어온 강풍에 산채의 횃불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화르르륵!
불꽃이 옆으로 확 퍼지는 순간, 불빛 아래 비치는 백수룡의 그림자가 일순간 거대하게 부풀었다. 그의 몇 배는 되는 거인이 청룡신협의 뒤에서 함께 걷는 듯했다.
* * *
백수룡은 드디어 녹의수사와 독대하게 되었다.
녹림의 잔치에 참석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지만, 애초에 놀러 온 것이 아니라 녹의수사를 동맹으로 끌어들이려고 온 것이었다.
“일전에 보낸 서찰로도 미리 말씀드렸지만, 오늘 이렇게 찾아뵌 것은 단순히 야수혁 군의 아버지를 뵈러 온 것이 아닌, 녹림에 동맹을 제안하기 위해서입니다.”
“보내 주신 서찰은 여러 번 읽었습니다.”
두 사내는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녹림에서 한 손에 꼽히는 거대한 산채 안에서, 무인보다는 서생에 가까운 외모의 두 사내가 꼿꼿한 자세로 차를 마시는 모습은 꽤나 진풍경이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가벼운 담소가 아닌, 앞으로 강호의 정세를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녹의수사가 차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 동맹이 저희에게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가장 큰 이득은 안전입니다. 아시겠지만, 혈교는 녹림을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무림 전체와 전쟁을 하려면 수많은 산을 통과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산에는 녹림이 있습니다. 혈교는 그들을 지배하에 두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몰살시킨 후 전진기지로 삼으려 할 겁니다. 그리고…….”
백수룡은 녹의수사에게 동맹을 맺음으로써 그들이 얻게 될 안전과 이득, 약속할 수 있는 보상을 제안했다.
“이미 악인곡, 북해빙궁은 저와 함께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완이 놀라우시군요.”
또 한 번 감탄한 녹의수사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는 백수룡의 이야기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 자리가 마련되기 전에도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나 나온 결론은 항상 같았다.
“저는 정파를 믿지 않습니다.”
“…….”
“특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들처럼 오만한 정파의 위선자들은, 녹림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밟아 죽여도 되는 해충으로 생각합니다. 이 동맹이 성사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녹의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청룡신협 개인에게는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파와의 동맹은 그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먼 길을 헛걸음하시게 해 죄송합니다. 서찰로 답변을 드리려고 했으나, 설마 그 전에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잠시만.”
백수룡은 돌아서려는 녹의수사를 불렀다.
“오해가 있으셨군요.”
“……?”
“정파와 동맹을 맺자는 말이 아닙니다.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는 이 동맹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럼?”
“저, 백수룡과 동맹을 맺자는 겁니다.”
녹의수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백수룡의 눈빛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더 들어 보고 싶군요.”
“청룡학관. 악인곡. 북해빙궁. 무림맹. 여기까지가 제 영향력을 미치는 동맹입니다. 구파일방과는 나중에 결판을 낼 작정이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백수룡은 분명하고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녹림이 동맹이 되어 준다면, 구파일방이 다시는 함부로 녹림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돕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녹의수사는 화를 참는 표정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무림의 역사에서 녹림은 가장 흔한 악당이었고, 구파일방은 악당들을 징벌하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영웅이 늘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해 산으로 도망친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죽여도 되는 벌레 취급하며, 공명심에 취해 죄 없는 사람들까지 도륙한 무인들.
정파는 그런 자들마저 협객이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상대가 녹림이면 잔인한 손속도 용맹으로 포장되었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칼을 들지만, 협객이란 자들은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칼을 휘두르지. 둘 중 누가 더 나쁠까?
녹의수사는 오래전에 죽은 친구의 말을 떠올렸다.
청룡신협이 아무리 당대의 십존 중 한 명이라 한들, 이런 녹림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나를 기만하려 한다면…….’
아무리 아들의 스승이자, 무림십존이라고 해도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 녹의수사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백수룡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선,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그것은 대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훗날 녹림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 버릴 질문.
“녹림을 구파일방 못지않은 대방파로 만들고자 했던 녹림투왕의 숙원. 당신에게 이어진 게 맞습니까?”
“……!!”
녹의수사는 눈을 부릅뜨며 백수룡을 바라봤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찻잔이 수십 조각으로 부서져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