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6
45화. 이기고 싶냐?‘제갈세가 출신이었군.’
어쩐지 명문세가 출신인 것 같더라니, 오대세가 중 하나인 제갈세가의 여식이었다.
나도 마주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백수룡이오.”
“알고 있어요. 올해 신입 강사 지원자들 중에 가장 유명한 분이니까요.”
“…….”
“…….”
대화가 끊기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딱히 더 할 이야기도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비무대 위를 바라봤다.
이제 막 남궁수와 명일오의 대련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준비되었으면 시작하시오.”
노군상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명일오가 보법을 밟아 전진하며 대련용 목봉으로 남궁수의 명치를 찔렀다.
따악!
남궁수가 그 공격을 목검으로 간단히 쳐 내며 대련이 시작됐다.
“하아압!”
기합을 넣은 명일오는 남궁수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다양한 초식으로 공격했고, 남궁수는 거의 제자리에서 그것을 막았다.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제갈소영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내게 물었다.
‘볼일 다 봤으면 갈 것이지…….’
뭔가를 받아 또 적으려는 건지 두꺼운 서책을 펼쳐 한쪽 팔로 단단히 받치고 붓을 꺼내든 모습.
나는 턱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뭐, 당연히 남궁수가 이기겠지.”
내심 명일오가 한 방 먹여 주길 바라지만, 지금 녀석의 실력으론 어림도 없었다.
“결과는 저도 알아요. 제 질문은 명일오 지원자가 몇 합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이거였어요.”
“아마 남궁수가 얼마나 봐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요.”
지금도 명일오는 필사적으로 덤비고 있는 반면, 남궁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충 검을 휘두르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오십 합 안에 끝낼 수 있을걸…….’
하지만 남궁수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고수가 하수에게 한 수 가르침을 내리듯, 여유롭게 공격을 막고, 반격하고, 종종 훈수까지 두었다.
“하단이 비었군. 조금 더 보법에 신경을 쓰십시오.”
“……감사합니다.”
“손목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습니다. 힘을 빼는 게 좋겠군요.”
“……아, 네.”
“조급해. 방금 같은 경우는 머리를 노려선 안 됩니다.”
“…….”
조언해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해서 학생 가르치듯이 말을 하자 명일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웅성웅성.
“역시 남궁 선생님…….”
“압도적이구나.”
“오늘따라 무표정한 얼굴 너무 멋있지 않니?”
“그런데 상대 지원자는 실력이 너무 떨어지는 거 아냐?”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으음…….”
학생들은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주는 남궁수의 모습에 감탄했지만, 반면에 전력을 다해도 남궁수의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명일오에겐 실망하고 있었다.
저런 부분은 학생평가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수를 바라봤다.
‘저 자식…….’
이 대련의 목적은 신입 강사 지원자의 실력을 보는 것이다.
대부분은 기존 강사들이 신입 강사 지원자들보다 강하기에, 어느 정도는 상대를 봐주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저렇게 어린애 대하듯 행동하면 명일오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학생이 아니라 강사로 저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남궁수는 명일오를 같은 강사로 대우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강사로 대우하긴커녕…….
“자기 평판을 올리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군.”
“……부정은 못 하겠네요.”
제갈소영이 씁쓸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남궁수를 바라봤다.
“예전엔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남궁수와 친하오?”
“어릴 때 종종 만났어요.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요.”
같은 오대세가이니 아마도 가문 간에 교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저 남궁수가 착하고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니, 잘 상상이 되진 않지만…….
“하아아압!”
그 순간, 물러난 명일오가 기합을 넣으며 큰 공격을 준비했다.
명일오의 무복이 내공에 부풀어 오르고, 비무대 바닥에 족적이 선명하게 남았다.
명일오의 목봉이 수십 개의 잔상을 남기며 남궁수의 전신을 찔렀다.
따다다다닥!
남궁수는 물러서지 않고 그 공격을 하나하나 침착하게 막아 냈다.
그러다 한순간, 명일오가 눈을 빛냈다.
마지막까지 숨겨 둔 최후의 한 수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빨라.”
나는 안타까움에 중얼거렸으나, 그 말은 명일오에게 닿지 않았다.
쐐애애액!
명일오가 수많은 허초 속에 숨겨 둔 마지막 찌르기가 남궁수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 순간 남궁수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제법.”
따아아악!
결국 회심의 공격도 막히고, 그 반탄력에 명일오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남궁수도 역시 뒤로 몇 걸음 밀려나다가 억지로 힘을 줘서 제자리에 멈춰 섰다.
‘뭐지?’
나는 그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 남궁수는 몇 걸음 더 뒷걸음질 치며 명일오의 공격에 담긴 힘을 흘려냈어야 했다.
그런데 굳이 억지로 힘을 줘서 제자리에 버텼고, 그 탓에 얼굴색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아마 기혈이 조금은 뒤틀렸을 것이다.
“그 몇 걸음 더 물러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한 건가?”
“……비슷하지만 달라요. 남궁 오라버니는 자기만의 규칙을 정해 놓고 싸우고 있어요.”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제갈소영이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자기만의 규칙이라니?”
“모르셨어요? 남궁 오라버니는 대련을 시작할 때부터 가상의 원을 그어 놓고, 그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며 싸우고 있어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제갈소영에게 물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제갈소영은 정말 모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냐면 어제 누가 학생들을 상대로 비슷한 일을 했으니까요.”
“……나 말이오?”
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묻자 제갈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 오라버니는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강했어요. 누군가 무공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 주면, 그걸 꼭 따라 하곤 했죠.”
그 말은 즉, 내가 외공 시범 강의 때 학생들을 상대로 원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상대한 것을 지금 남궁수가 따라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진짜 이상한 놈이로군.”
“……그런 승부욕이 남궁 오라버니를 일타강사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다시 비무대 위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명백하게 희비가 갈린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남궁수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명일오에게 말했다.
“마지막 한 수는 좋았소. 하지만 허초 속에 숨겨 둔 실초를 드러내는 시기가 너무 빨라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였지. 좀 더 열심히 수련하면 좋아질 것이오.”
“……감사합니다.”
친절을 가장하고 있지만, 내 귀에는 “너 따위는 무슨 짓을 해도 내 옷깃 하나 건드릴 수 없다”라고 들렸다.
아마 명일오에게도 비슷하게 들렸을 것이다.
“…….”
대련은 이미 끝난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남궁수의 실력에 감탄하며 손뼉을 쳤고, 강사들도 역시 남궁 선생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일오만이 분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렇게 평가받을 녀석이 아닌데.’
나는 명일오가 청룡학관의 강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안다.
몇 달이나 일찍 이 도시에 와서 정보를 조사하고, 학생들의 특징이나 성격을 정리해서 족보를 만들 정도로 열심인 녀석.
무공 실력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강사로서의 자질이라면 충분한 녀석이었다.
남궁수는 그것을 모른다.
알고 싶은 생각도 없을 것이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더 보여 줄 것이 남았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만.”
“저는…….”
남궁수는 명일오에게 선심 쓰겠다는 듯 물었다.
명일오는 망설이고 있었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으니까.
상대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아쉬운 마음은 알지만, 제 생각엔 더 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 같군요.”
“저는…….”
명일오의 눈빛이 흐려졌다.
어깨가 축 늘어지고, 목봉을 든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잠시 후면, 저 입에서 포기의 말이 나올 거라는 사실을 모두가 예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남궁수가 고개를 슬쩍 돌려 나를 바라봤다.
피식.
입가에 피어난 은은한 비웃음.
그 웃음의 의미를 파악한 순간, 나는 저 재수 없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워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까 명일오가 몇 합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소?”
“네? 아, 네. 그랬죠. 하지만 이제 다 끝난…….”
“나랑 내기 하나 하지 않겠소?”
“네?”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제갈소영에게,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지금부터 오십 합. 그 안에 명일오가 남궁수를 바닥에 넘어뜨릴 거요.”
“……말도 안 돼.”
“난 된다는 쪽에 걸지.”
“…….”
“진 사람은 이긴 사람한테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합시다.”
“……좋아요. 전 안 된다고 걸죠.”
제갈소영은 뭔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명일오에게 전음을 보냈다.
[일오야. 이기고 싶냐?] [형님? 갑자기 무슨…….] [저 재수 없는 놈한테 한 방 먹이고 싶냐고.] [……당연하죠.] [그럼 지금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어?]고민하는지 잠시 대답이 없었다.
[……예. 이기고 싶습니다.]목봉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눈빛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으득.
이를 악문 명일오가 내게 전음을 보냈다.
[저 자식을 때려눕힐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좋아. 준비해.]명일오의 대련은 지금부터였다.
* * *
“더 하겠습니다.”
명일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순간, 남궁수를 비롯한 모든 강사들과 학생들이 놀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전의를 잃은 표정이었던 명일오가 두 눈을 활활 빛내며 남궁수를 노려봤다.
“아직 보여 드릴 것이 남았습니다.”
“……의외로군요.”
앞서 해 둔 말이 있는 터라, 결과가 이미 나왔음에도 남궁수는 그만하자고 할 수 없었다.
‘이쯤 하면 포기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멍청하군.’
우우우우우!
관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이미 다 끝난 대련인데 승복하지 못하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오십시오.”
명일오가 목봉을 중단에 세운 채 보법을 밟으며 다가왔다.
처음과 전혀 다르지 않은 그 자세를 보며, 남궁수는 속으로 조용히 혀를 찼다.
‘나쁘진 않지만…… 당신처럼 어중간한 강사는 이미 많아.’
눈빛이 바뀌었으나 다른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일오의 힘, 속도, 내공, 초식.
남궁수는 이미 상대의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뭐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이 오싹한 감각은 뭐란 말인가.
쐐애애액!
목봉이 공기를 찢으며 남궁수의 어깨를 노렸다.
남궁수는 익숙해진 상대의 투로를 보며 목검을 찔러 넣었다.
명일오의 초식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곧바로 반격할 수 있는 위치로.
‘조금 전의 감각은 착각이었나 보군.’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
상대의 독기에 잠시 놀랐을 뿐이다.
그런데 그 순간.
휘리릭!
목봉이 뱀처럼 휘더니 목검을 타고 올라오며 남궁수의 손목을 노렸다.
“무슨!”
놀란 남궁수가 목봉을 급히 떨쳐내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명일오는 악착같이 쫓아가며 연달아 목봉을 찔러 넣었다.
따다다닥!
목봉과 목검이 쉴 새 없이 부딪쳤다.
명일오의 파상공세에 강사들이 눈을 크게 뜨고, 야유하던 학생들이 입을 다물었다.
‘감히!’
자신이 당황했다는 사실에 남궁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게다가 두 걸음만 더 물러나면, 자신이 만든 가상의 원에서 물러나게 되는 상황.
남궁수는 다리에 힘을 줘 제자리에서 버텼다.
그것이 최악의 판단이었다.
마치 그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명일오가 움직인 것이다.
스윽.
단 한 걸음.
자신의 간격 안으로 파고드는 상대의 보법에 남궁수의 눈이 부릅떠졌다.
목봉을 든 무인이 목검을 든 무인을 상대로 간격을 좁힌다는 것 자체가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이런!’
남궁수는 상대를 물러나게 하려고 급히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억지로 움직임을 비튼 탓에 검에 제대로 된 힘과 속도가 실리지 않았고.
휘익!
남궁수의 목검이 처음으로 허공을 때렸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빈틈으로, 목봉을 아주 짧게 쥔 명일오가 파고들었다.
“갑니다.”
“!!”
따다다다다다닥!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남궁수의 몸이 뒤로 넘어질 듯 크게 휘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