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9
48화. 역린“올해 지원자들의 수준은 어떤 것 같나?”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관객석.
그중에 비무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일필휘지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학생회장석(學生會長席)] 눈썹이 짙고 강인한 인상의 청년이, 비무대 위 강사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살피고 있었다.그가 바로 올해 청룡학관 학생회 회장, 독고준이었다.
“대부분은 수준 미달이지만, 몇 명은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고준의 바로 옆자리에는 차가운 눈매를 지닌 여인, 학생회의 부회장이자 지낭(智囊)인 당소소가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주위로 학생회 간부들이 둘러앉아, 비무대 위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자 하는 신입 강사 지원자들을 냉철하게 살폈다.
올해부터 청룡학관 신입 강사 실기시험에는 학생 평가가 반영되기에, 지원자들은 학생들의 눈치를, 특히 영향력이 막강한 학생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몇 명이라……. 구체적으로 듣고 싶군.”
독고준이 팔짱을 끼며 묻자, 당소소가 옆에 있던 서류를 들어 보이며 사무적으로 말했다.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은 지원자들을 말씀드리면 산동악가의 악연호, 명가장의 명일오, 제갈세가의 제갈소영, 그리고 곽가방의 곽두용…….”
“곽두용? 부관주님의 오촌?”
독고준이 그 이름이 왜 나오냐는 눈빛으로 묻자, 당소소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하게 평가가 나쁘지 않았어요. 제 기준에선 솔직히 미달이지만…….”
“학생들의 평가가 좋다?”
“주로 남학생들에게 평가가 좋은 편이에요. 가문의 어른에게 당당히 맞서는 모습에 울컥했다는 의견이 많네요.”
학생회에서는 매번 대련이 시작되기 전에 관객석에 있는 학생들에게 [신입 강사 평가지]를 돌렸다.
그 서류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 지금 당소소가 손에 들고 있는 서류였다.
독고준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신입 강사를 뽑는 거지, 인기투표가 아닌데 말이야.”
“인기도 무시할 순 없어요. 학생들에게 호감을 얻는 강사일수록 학생들도 더 배우려고 하는 법이니까요.”
“강사로서 실력만 있으면 호감은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
“회장 말도 틀리진 않지만, 그만큼의 실력도 있는 강사는 흔치 않아요. 실력 외적인 요소도 생각해야 해요.”
독고준이 이상주의자라면, 당소소는 현실주의자였다.
주어진 상황 내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결과물을 내는 것이 그녀의 성격이자 역할이었다.
물론, 그녀가 항상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주목해야 할 한 분이 있어요. 바로…….”
당소소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품 안에 고이 넣어 두었던 용모파기를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푸른 무복을 입은 잘생긴 청년의 상반신이 그려져 있었다.
“바로 이분. 백수룡 선생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분……. 하아…….”
얼음장 같았던 당소소의 표정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그녀는 백수룡의 용모파기를 두 뺨에 대고 조심스럽게 비볐다.
독고준은 누가 볼세라 용모파기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던 그녀의 얼굴을 소매로 가렸다.
“부회장! 정신 안 차릴래?”
“하아. 너무 잘생겼어……. 게다가 무공도 고강하시고……. 아까 들으니 무림사에 해박하시기까지…….”
백수룡의 용모파기를 볼 때마다 정신을 반쯤 놓는 것이 일상이 된 당소소였다.
“중증이군. 중증이야.”
“어쩌다 우리 부회장이…….”
“왜? 뭐!”
학생회 간부들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자, 당소소가 눈을 치뜨며 그들을 째려봤다.
“문무겸비에 시선을 한 번에 끌어당기는 잘생긴 얼굴. 게다가 시범 강의에서 보여 준 완벽한 검법까지. 이 이상 완벽한 합격자가 있어?”
“…….”
“흥. 아무도 반박 못 하겠지?”
코웃음을 친 당소소는 학생회의 선도부를 담당하는 쌍둥이, 청룡쌍걸을 돌아보며 말했다.
“선도부는 오늘 백수룡 지원자에게 낮은 점수를 주는 학생들은 따로 명부를 만들어 두도록 하세요. 타 학관의 간자일 확률도 있으니까요.”
“…….”
“…….”
그 황당한 지시에 청룡쌍걸이 독고준을 바라보자, 독고준이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쉬었다.
“그만해, 부회장. 진담인 것 같아서 무서우니까.”
“회장. 저는 항상 진담입니다. 만약 백수룡 선생님이 다른 학관으로 간다면 우리가 얼마나 손해를 보게 될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던 당소소의 표정이 다시 차갑게 굳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까요? 저분 실력이면 오대 학관 중 어디에서도 환영할 겁니다. 제가 알아보니 단지 인맥이 부족해서 청룡학관에만 지원했을 뿐이에요.”
“그건….”
“만약 저분이 주작학관이나 백호, 현무학관에 간다고 하면 우리가 잡을 방법이 있을까요?”
“…….”
당소소는 지금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청룡학관은 무림 오대 학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최근 십 년 동안 그 명성은 점점 추락하고 있었다.
연말에 있을 오대 학관의 최대의 공동 행사.
‘천무제(天武祭)’에서 십 년 연속 최하위를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쯧쯧. 청룡학관도 한물갔군.
-한때는 천무제에서 수위를 다투었는데…….
-그곳 학생들도 강사들도 예전 같지 않더라고.
매년 그들의 선배들은 그런 수군거림을 들으며 청룡학관으로 돌아왔고, 그런 일이 십 년 이상 되풀이되었다.
더 이상, 무림에서 촉망받는 후기지수들은 청룡학관에 입관하려 하지 않았다.
최고의 강사들도 청룡학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것이 학생회의 학생들이었다.
당소소는 그들의 역린을 사정없이 건드리고 있었다.
“우리만 따질 때가 아니에요. 좋은 강사님이 있다면 어떻게든 데려와야 해요. 청룡학관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도록 하는 것. 그게 우리의 가장 큰 목표 아니었나요?”
그제야 그녀의 말을 이해한 학생회 학생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준도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회장의 말은 이해했어. 그래도 명부를 만드는 건 과한 것 같군.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지. 아직 그의 대련이 시작된 것도 아니니까.”
“……네.”
“알겠습니다.”
대화는 조금 처진 분위기로 마무리되었고, 각자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독고준은 다시 비무대로 고개를 돌렸다.
“하아압!”
비무대 위에서 이름 모를 신입 강사 지원자가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독고준은 그 지원자를 보고 있지 않았다.
‘백수룡은 이다음, 마지막 차례인가.’
시범 강의에서 마지막 순서였던 백수룡은 대련에서도 마지막 순서였다.
‘시범 강의에서 보여 준 실력은 분명 놀라웠다.’
작은 원을 그려 놓고, 그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열 명의 학생들의 공격을 일각 동안 버텨 냈다.
그냥 열 명이 아니다.
팽사혁과 헌원강, 그리고 당소소가 포함된 열 명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보통 실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백수룡은 그것만으로 합격에 충분한 실력을 보여 줬다.
‘이번에도 상대로 누가 올라와도 합격할 만한 실력을 보여 주겠지.’
동료를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남궁수에게 덤비려 했던 인물이다. 노군상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정말 충돌했을 것이다.
둘이 대련으로 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독고준은 머릿속에서 가상의 대결을 펼쳐 보려 했지만, 아직 그의 경지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어쨌든 뛰어난 강사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훌륭한 교육이 뒷받침되고, 학생들이 열심히 수련한다면…… 내 대에서 반드시!’
으득.
독고준은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의 첫째 형님도, 세 살 터울의 둘째 형님도, 그리고 독고준의 아버지도 과거에 청룡학관을 졸업했다.
절강에 위치한 독고세가는 대대로 청룡학관을 졸업했고, 그 사실에 큰 자부심을 여겨왔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언제부터인가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청룡학관에 다닌다고? 음…….
-차라리 주작학관이나 현무학관 입관 시험을 보지 그랬느냐?
-거긴 다른 사대학관에 갈 실력이 안 되는 아이들이 마지못해 간다는 말이 있던데…….
분했다.
아버지와 형님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청룡학관이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독고준은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때문에 다른 학관에 충분히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청룡학관을 택했다.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내 손으로 바꾸겠다.’
이대로 이삼 년만 더 지나면, 청룡학관은 더 이상 천무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이번엔 다르다. 절대 천무제에서 최하위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
독고준이 굳은 각오를 다지는 사이 대련이 끝났다.
이름 모를 지원자는 나름대로 열심히 싸웠으나, 강사와의 실력 차이를 절감하고 스스로 패배를 선언했다.
잠시 후 비무대 위로 올라온 노군상이 관객석을 죽 둘러보며 웃었다.
“어느덧 마지막 대련만 남았군. 많은 학생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예!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시작해 주세요!”
성격 급한 학생들의 반응에 노군상이 껄껄 웃더니, 마지막 대련에 나설 두 사람을 호명했다.
“백수룡 지원자. 그리고 양이락 선생은 비무대 위로 올라오시오.”
“누구?”
“양이락?”
관객석에서 왜 백수룡의 상대가 남궁수가 아니냐는 불만이 잠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백수룡이 비무대 위로 올라오자 곧바로 잠잠해졌다.
저벅저벅.
느긋한 걸음걸이.
고작 걸어오는 것만으로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은 그가 비무대 중앙에 섰다.
“백수룡입니다.”
백수룡이 몸을 돌려 관객석을 향해 포권을 취하자, 그 헌앙한 모습에 일부 여학생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반면 그 반대편에서 올라온 양이락에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양이락이오. 인기가 대신하시군.”
한눈에 보아도 양이락의 얼굴에는 백수룡에 대한 적대감이 가득했다.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대련이 아니라, 상대를 박살 내겠다는 마음이 독고준에게까지 전해질 지경이었다.
찌이이익!
무복을 찢어내듯 벗어던진 양이락이 근육으로 꽉 찬 육체를 자랑하며 히죽 웃었다.
“공교롭게도 외공을 가르치는 사람들끼리 만났군.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사내답게 무기는 내려놓고 권각으로 겨루는 것이 어떻소?”
‘사내답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꽉 찬 것이 문제지만, 양이락의 저 육체로 펼치는 권각술은 무림일절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반면에 백수룡은 뛰어난 검수였다.
양이락의 제안은 검수에게 검을 놓고 팔다리로만 싸우자는 말이었다.
“그런 저급한 도발에 걸려들지 마시오. 당신의 실력을 제대로…….”
독고준은 안타까운 마음에 백수룡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으나, 백수룡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무기 없이 하죠.”
양이락의 안색이 대번에 밝아졌다. 그냥 한번 던져 본 미끼에 백수룡이 걸려든 것이다.
“흐흐. 과연 몸을 단련하는 사내답게 호쾌한 맛이 있군. 마음에 들어.”
“이제 시작해도 됩니까?”
“천천히 즐기면서 하자고. 어차피 우리가 마지막이라 다음 차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관주님. 시작해도 됩니까?”
“……둘 다 준비가 끝난 것 같으니 시작하시게.”
“어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노군상에게 묻는 백수룡의 모습에, 양이락의 목에 핏대가 섰다.
그가 전신 근육을 울룩불룩 꿈틀대며 백수룡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애송이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군. 일단 좀 맞아야 얌전해질…….”
그 순간, 백수룡의 모습이 양이락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뭐, 뭐야! 어디로…….”
당황한 양이락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바로 그의 등 뒤에서 백수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오면서 생각을 해 봤는데 말이야. 어떤 식으로 이기든, 너 같은 걸 이겨 봤자 모두에게 큰 인상을 주긴 힘들 것 같더라고.”
“꿀꺽…….”
양이락은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느새 자신의 등에 닿아 있는 백수룡의 손바닥에 실린 무시무시한 기운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등뼈를 박살 낼 것이 확실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빨리 끝낼게. 응?”
“사, 살려…….”
“에이. 누가 죽인대? 옛날 직장 같았으면 죽이거나 병신으로 만들었겠지만, 여긴 그러면 안 되는 곳이잖아.”
“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양이락의 귓가에 대고, 백수룡이 악마처럼 킬킬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누가 안심하래? 안 죽인다고 했지, 안 때린다고는 안 했는데.”
“그, 그건……!”
빠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비무대 밖으로 튕겨 날아간 양이락은 정확히 남궁수 앞에 떨어졌다.
한동안 몸을 꿈틀대던 양이락이 축 늘어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남궁수가 활활 타오르는 시선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이것이 아까 자신이 명일오에게 한 행동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백수룡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왜 그렇게 놀랍니까? 보면 알겠지만 안 죽었습니다. 워낙 튼튼해서 뼈도 무사하고. 근육이 좀 파열되긴 했겠지만 몇 달 정양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몇 달이라니. 그럼 그동안 양 선생의 수업은…….”
“뭐가 걱정이야. 내가 하면 되지.”
“…….”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혀 불꽃이 튀는 듯했다.
노군상이 둘 사이로 끼어들며 불호령을 내렸다.
“그만하게! 자네들 또……!”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몸을 빙글 돌린 백수룡이 관객석의 학생들을 바라봤다.
학생들을 쭉 훑던 그의 시선이 정확히 독고준에게서 멈췄다.
“제가 이곳까지 오면서 청룡학관에 대해 들었던 말이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
독고준에게는 그 말이 마치, 자신에게 직접 하는 말처럼 들렸다.
“예전 같지 않다. 한물갔다. 더 이상 무림 오대학관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
백수룡이 싸늘한 표정으로 내뱉는 몇 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학생들을 쭉 둘러본 백수룡이 혀를 차며 차갑게 내뱉었다.
“니들은 그런 말을 듣고도 밥이 넘어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