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50
49화. 선전포고“니들은 그런 말을 듣고도 밥이 넘어가냐?”
나는 그렇게 말한 다음 관객석에 있는 학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처음에는 다들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친 학생회장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독고준이라고 했나. 반응 한번 좋네.’
다른 학생들의 반응은 그보다 조금씩 늦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밥이 넘어가냐고?”
“하. 어이가 없어서 진짜…….”
“벌써 강사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
순식간에 민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공기가 뜨거워지고, 몇몇은 내게 분노를 넘어 살기를 내뿜었다.
내게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내던 여학생들마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덕분에 나는 오히려 안심했다.
‘이 정도면 아직 최악은 아니군.’
고개를 돌려 강사들을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니, 그들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군상이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오면서 들었던 말을, 그리고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을 뿐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예. 이유가 있습니다.”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 내가 말을 이어 나가려 할 때, 공기가 얼어붙을 듯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장 거기서 내려와.”
남궁수였다.
녀석은 명일오에게 천뢰검법을 사용할 때도 짓지 않았던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 손으로 끌어내기 전에.”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청룡학관은 네놈이 멋대로 평가해도 될 곳이 아니다.”
“…….”
나는 가만히 남궁수를 바라보았다.
자존심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인간.
아마 방금 내가 한 말이 그 무엇보다 듣기 싫었을 것이다.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해서,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진짜 못났군.”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건가?
“항상 이런 식으로 현실을 외면해 왔나 본데, 이래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은 속 편하게 지껄여대지. 이곳의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필사적? 여기 있는 누구도 죽을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되지도 않는 말장난을…….”
우리의 설전을 지켜보던 노군상이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둘 다 그만하게!”
우리가 동시에 입을 다물자, 노군상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백수룡 지원자는 하려던 말을 계속해 보게.”
“학관주님!”
“남궁 선생은 가만히 있으시게. 그의 말이 도를 넘는다 싶으면 내 손으로 직접 끌어낼 것이니.”
나는 노군상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봤다.
그것은 어젯밤 내게 “좋은 선생이 되어 주길 바라네”라고 말하던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청룡학관의 최고 책임자이자 고강한 경지에 이른 위대한 무인이, 나를 꿰뚫을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번 해 보게. 허나 만약 그 의도가 청룡학관과 나를 기만하려는 것이라면…… 내 직접 그 죄를 물을 것이야.”
츠츠츠츳!
노군상의 몸에서 피어오른 무시무시한 기세에, 내 온몸의 솜털이 바짝 곤두섰다.
‘이거 까딱했다간 목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겠는데.’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내가 의도한 그림이니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군상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 나는 고개를 돌려 관객석을 응시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저들은 나의 한마디 한마디를 평가하고 심판하려 할 것이다.
“방금 제 말이 여러분에겐 불쾌하게 들렸을 것을 압니다. 하지만 잠시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가볍게 포권을 취한 후,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특기이자 취미입니다. 어릴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보던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
“무슨 소리야?”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자, 학생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어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사람의 언행과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말이죠. 그 사람의 무공과 성격, 살아온 인생도 대충은 짐작이 가능합니다.”
“하! 신입 강사가 아니라 점쟁이가 오셨군.”
누군가의 말에 여기저기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불쾌한 시선들에 비아냥거림과 조롱이 더해진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꽤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한 사람을 찾았다.
지원자들 사이에 멀뚱멀뚱 서 있던 곽두용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를 향해 피식 웃어 주었다.
“누군가는 청룡학관을 무시하며, 주작학관이 최고라고 하더군요. 그는 자신이 청룡학관 강사가 되는 것쯤은 간단하다고 자신만만했습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곽두용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제발 그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제발 말하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눈빛.
피식 웃은 나는 곽두용에게서 고개를 돌려, 그 주변에 있는 다른 지원자들을 바라봤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돈 많은 부잣집 학생에게 술을 얻어먹게 되었는데…… 글쎄 강사라는 자들이 그 학생에게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비위를 맞추지 뭡니까?”
“……!!”
그날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지원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는 그들을 한 명 한 명 노려보며 말했다.
“자존심도 없는지 선생이 학생에게 굽신대며 잘 봐달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술을 따르는 자도 있더군요.”
“무, 무슨…….”
“우리가 언제…….”
다들 내가 자신들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일까 걱정되는지 초조한 표정이었다.
몇 명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전음으로 협박, 애원, 욕설을 퍼부었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소?] [백 선생. 동종업계 종사자끼리 이러지 맙시다…….] [야 이 개새끼야!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지랄이야!]대부분은 그냥 무시했는데, 한 사람의 전음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매극렴이 초조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냈다.
[대체 뭘 하려는 게냐. 다 끝난 이야기를 왜 다시 꺼내서…….] [할아버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학관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나는 학생들에게 신입 강사 지원자들이 얼마나 한심한 자들인지, 그 민낯을 고발하려고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었다.
“강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요. 이제 여러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나는 관객석에 앉은 학생들을 쭉 둘러봤다.
대부분 낯선 얼굴이었지만,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들도 간혹 보였다.
‘저 녀석도 있군.’
마침 삐딱한 시선으로 멀리서 날 내려 보고 있는 헌원강과 눈이 마주쳤다.
“이곳에 와서 대단한 재능을 가진 친구를 본 적 있습니다. 술에 취해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하는 소리를 들으니 학관에서 유명한 망나니라고 하더군요.”
“저 새끼가……!”
주변에서 모여드는 시선에 헌원강이 화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아무리 얼굴이 두꺼운 녀석이라고 해도, 대놓고 자신을 망나니라고 부르는데 아무렇지 않을 리 없었다.
나는 이를 박박 갈며 나를 노려보는 헌원강에게 대놓고 들으란 듯이 말했다.
“그 학생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어린놈이 인생 다 산 노인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닥쳐!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여!”
“물어보면 알려 줄 건가?”
“빌어먹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헌원강이 관객석을 박차고 떠났다.
나는 그 작아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친구뿐만이 아닙니다. 이곳에 와서 재능 있는 친구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나는 차례대로 독고준, 당소소, 팽사혁을 보았다.
팽사혁은 내 시선이 자신에게 머문 것을 느끼자 거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어떤 학생은 예비 강사들을 초대해 은근히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더군요.”
“…….”
팽사혁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무릎 위에 올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태생부터 못된 놈이라서? 학관을 장악하고 유치한 권력 놀이를 하고 싶어서? 글쎄요……. 제 생각엔 다 아닙니다.”
조용히 이를 악문 팽사혁의 어깨가 위아래로 천천히 들썩였다. 주변의 학생들이 팽사혁의 눈치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가볍게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바로 열등감 때문입니다.”
“감히…!”
나는 팽사혁의 살기 어린 시선을 무시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직 이름은 모르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제 눈으로 직접 본 청룡학관은 소문과 다르게, 젊고 재능 있는 후기지수들의 화수분이었습니다.”
“…….”
하지만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나는 그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
“여러분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다들 처음과는 조금 달라진 시선으로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여전히 불쾌감과 싸늘함이 더 많지만, 그중에는 호기심과 어떤 희망적인 기대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투를 바꿨다.
“오대 학관 중 최하위라는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젖다 못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거야.”
독설을 내뱉으며, 어떤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학생들의 일말의 기대감마저 박살 냈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술에 취해 주정이나 부리고, 강사들을 괴롭히며 나는 이런 쓰레기 같은 학관에 다닐 인재가 아니라고 자위하며, 매일 변명이나 늘어놓으면서,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지.”
콰앙!
땅을 울리는 진각과 함께 한 학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말은 틀렸습니다!”
학생회장 독고준이 날 태워죽일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올해의 우리는 다릅니다. 죽을 각오로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 노력의 결과물을 올해야말로 보여 줄 겁니다!”
당당한 포부는 마음에 들었지만, 포부만으로는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
나는 독고준에게 물었다.
“학생회의 올해 목표는 뭐지?”
“천무제에서 작년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몇 위를 노리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나?”
“그건…….”
독고준이 머뭇거리자, 그 옆에 있던 당소소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현실적으로 백호학관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백호학관은 작년 천무제에서 종합 성적 4위를 기록했다.
고작 꼴찌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라니…….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한숨을 내쉬시죠? 강사님도 저희가 못 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소소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독고준과 다른 학생회 간부들의 표정도 살폈다.
‘다들 불안해하고 있군.’
그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목표를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른 학생들도 살폈다.
‘천무제’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대부분의 학생들의 표정이 흐려져 있었다.
‘대체 다른 학관들과 얼마나 격차가 심하단 말이야?’
천무제(天武祭).
이 도시에 도착한 후로, 여기저기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젠장. 십 년 연속 최하위라고…….
-올해는 다르다면서 학생회에서 벼르고 있던데.
-그렇게 바뀔 거였으면 진작 바뀌었지. 작년에는 4등하고도 점수 차이가 두 배였다고. 그야말로 압도적인 최하위였지.
-그래도 독고준이라면…….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기에, 청룡학관과 다른 학관들의 정확한 격차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은 천무제라는 행사 자체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생들의 겁먹고 주눅 든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저는 이곳에 일타강사가 되기 위해 청룡학관에 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강사들과 학생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타강사가 되는 거. 솔직히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진 내 말에 대부분이 코웃음을 치고 비아냥거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제게 그러더군요. 일타강사가 되기 전에 좋은 선생이 되라고요.”
“…….”
지난밤 노군상이 던진 화두는 밤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내가 과거에 키운 제자들의 얼굴도 떠나지 않았다.
“좋은 선생이란 게 뭘까 밤새 생각했습니다. 일타강사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건 확실하더군요. 일타강사는 그냥 고수만 많이 만들면 될 것 같은데, 그랬다간 좋은 선생 소리 듣긴 힘들 것 같고…….”
혈교에서 하던 방식대로 가르치면 일타강사 소리는 금방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테지.
“그래서 다시 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일타강사도 되고, 좋은 선생도 한번 돼 보기로요.”
나는 씩 웃으며 앞으로 내가 가르치게 될지도 모를 학생들을 바라봤다.
아직은 서로 잘 모르지만,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뒹굴고 하다 보면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일 년 후, 이 녀석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했다.
‘일단 너희들의 열등감부터 없애 주마.’
나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하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에 내공을 가득 담아 말했다.
“올해 천무제. 제가 책임지고 청룡학관을 우승시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