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538
538화
“학생 둘이서 십대악인을…….”
악진헌은 멍한 표정으로 위지천과 연소하를 바라봤다.
둘 다 겉모습만 보면 또래보다 작은 소년과 가녀린 소녀였다. 피로 젖은 무복을 제외하면,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 곁에는 십대악인 중 하나가 잘린 어깨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포박돼 있었다.
죽이는 것보다 생포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아슬아슬하게 이긴 것도 아니라 상대를 압도했다는 의미였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었어요. 이미 꽤 지쳐 있기도 했고요.”
“혼자였으면 생포는 못 했을 거예요. 죽이는 건 잘하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쯤 되면 겸손인지 오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남궁수조차 잠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미간을 좁힌 그가 물었다.
“……공치사는 나중에 하지. 놈에게서 뭔가 알아낸 정보가 있나?”
“안 그래도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어요. 이봐. 아까 우리한테 말했던 거 다시 말해 봐.”
연소하가 포승줄을 잡아당기자 이괴가 비틀거렸다.
두 팔이 잘린 그는 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지난 수십 년간 천하를 제 세상처럼 활보하며 잔혹한 짓을 일삼은 악인의 말로였다.
“……혈교의 후발대가 있다. 그들이 오면 여기 있는 놈들은 다 죽을 거야.”
“후발대?”
남궁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불안감의 정체가 이것이었나.’
협곡이 무너지면서 아군의 피해가 커졌다. 전투에 참여한 대부분의 무인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죽은 사람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았다.
이미 사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적의 후발대까지 들이닥친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후발대는 언제 도착하지? 구성은? 아는 걸 전부 말해라.”
남궁수가 추궁하자, 이괴가 어깨를 들썩이며 킬킬 웃었다. 그럴 때마다 팔의 절단면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사냥개한테 그런 것까지 알려주는 주인도 있나?”
“사냥개?”
이괴의 눈빛에서 맹렬한 증오가 느껴졌다. 명부삼괴에게 강제로 고독을 먹여 이 싸움에 참여시킨 혈교에 대한 감정이었다.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누가 오는지는 알지. 저기를 한번 보라고.”
고개를 치켜든 이괴가 턱짓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콰콰콰콰콰콰!
냉기과 열기가 만나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협곡을 무너뜨린 염왕과 혈교의 사도가 만들어 낸 광경이었다.
거리가 상당한데도 협곡까지 불어오는 바람이 거셌다. 안법을 단련한 고수들의 눈에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날아다니는 바위와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보일 정도였다.
“사도…….”
그렇게 중얼거린 이괴가 몸을 덜덜덜 떨었다. 그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동시에 그가 히죽거리며 불길하게 웃었다.
“저런 괴물이 더 올 거라고. 너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염왕? 그 퇴물 늙은이가 사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순진하긴. 저건 그냥…… 가지고 노는 거야. 흐히히히…….”
이괴는 반쯤 실성한 것처럼 보였다. 후기지수들에게 두 팔이 잘리고, 살인과 약탈을 함께해 온 형제들을 잃었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살고 싶다는 간절한 본능만은 남아 있는지, 불안한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도, 도망가야 해.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무림맹의 뇌옥이라도 좋아. 어서, 어서 여기서 도망치게 해 줘……!”
마구 지껄이던 이괴는 거품을 물더니 혼절해 버렸다. 부상과 피로, 사도에 대한 공포로 점철된 얼굴이었다.
“더 아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죽일까요?”
순수한 얼굴로 묻는 위지천에게 남궁수는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라도 중요한 증인이 되어 줄 수 있으니 살려서 데려가도록 하지.”
“그쵸? 제가 그렇게 말했는데, 얘는 굳이 데리고 다녀야 하냐면서 몇 번이나 죽이려고 하더라니까요?”
연소하의 고자질에 남궁수는 그 이유를 알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는 스승을 닮는 법이지. 포승줄을 이리 주도록.”
연소하에게 포승줄을 건네받은 남궁수는 기절한 이괴를 비밀통로가 있는 동굴 안으로 대충 던져 넣었다.
“지금도 버거운데 후발대까지 온다면……. 서둘러야겠습니다.”
동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학생들과 부상자들이라도 먼저 협곡을 빠져나가도록 해야 했다. 그래야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일단은 동굴 입구를 가린 후에…….”
그때였다.
“여기다! 남궁세가의 뇌신이 이곳에 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혈강시들을 선두로 보내라!”
평범한 혈교도들이 아니었다. 남궁수의 흔적을 쫓아온 귀살대주와 혈랑대주가 직접 정예를 이끌고 나타났다.
그들은 전황을 뒤집기 위해선 적의 절세고수를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시의적절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십존을 상대로 내상이 없을 리 없다.”
“이곳에서 뇌신을 잡는다. 포위망을 구축하라.”
대주들의 명령에 귀살대와 혈랑대의 정예가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남궁수가 이를 악물었다.
“하필이면…….”
등 뒤에 있는 비밀통로의 입구는 반드시 사수해야 했다. 만약 혈교가 통로를 무너뜨리기라도 한다면 부상자와 학생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계획은 전부 허사가 될 터.
‘저들이 끝이라는 보장도 없다. 더 몰려올 가능성도 있으니…….’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끝낸 남궁수는 우선 악진헌과 동걸에게 말했다.
“어르신은 통로를 통해 먼저 빠져나가십시오. 동걸 무인. 어르신을 반드시 지키도록.”
“예!”
입을 꾹 다문 악진헌은 군말하지 않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곁에 있어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남궁수는 자연스럽게 동굴 앞을 가로막으며, 함께 싸울 작정으로 검을 든 학생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악가의 소가주에게 가서 지원군을 불러오도록.”
“하지만…….”
“그럼 선생님은요?”
“설득하기 위해 낭비할 시간은 없다.”
단호하게 말한 남궁수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온 방향과 위치를 알려 주었다. 잠시 망설이던 둘은 결국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신호하면 전력으로 경공을 펼쳐라.”
남궁수는 앞으로 나서며 창룡신검을 휘둘렀다.
파지지지지직!
창룡신검이 쏟아 낸 벼락이 포위망을 좁히며 몰려오던 적들을 쓰러뜨렸다. 그 순간, 남궁수가 낮게 외쳤다.
“지금!”
남궁수가 뚫어 놓은 길로, 위지천과 연소하는 전속력으로 경공을 펼쳤다. 일부가 그들을 쫓으려 했으나, 천뢰제왕검형이 그들의 움직임을 붙들었다.
“어딜 보나? 날 잡으러 왔을 텐데.”
내상이 전보다 심해진 듯, 남궁수의 입가에서 희미한 핏물이 흘렀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저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이곳을 지킬 생각이구나.]청룡신검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 남궁수는 그녀가 이러한 상황을 자주 겪어 보았으리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덕분에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 백수룡도 늘 그랬을 테지.”
[누가 누굴 위로하는 것이냐. 하여간에…… 내 전력을 다해 도와주마.]술법의 기운이 몸을 휘감자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창룡신검의 검파를 두 손으로 쥔 남궁수가 검을 중단으로 들어 올렸다. 그러곤, 서늘하게 웃으며 적들을 도발했다.
“와라.”
* * *
휘이이익!
두 사람의 신형이 일직선으로 질주했다. 한 번씩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선명한 발자국이 남으며 등 뒤로 충격파가 폭발했다. 강풍이 그들의 등을 떠미는 듯했다.
“막아라!”
혈교도들이 고함을 지르며 그들을 막아섰다.
겉모습만 봐서는 일합도 제대로 버텨 내지 못할 애송이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촤아아악!
아래로 축 늘어뜨려 놓았던 위지천의 검이 솟구치며 적의 허리를 양단했다. 두 조각으로 나뉜 혈교도의 얼굴에 경악이 어린다. 그러나 위지천은 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쳤다.
연소하도 마찬가지였다. 위지천의 검이 거친 직선이라면, 그녀의 검은 부드러운 원을 그렸다. 끊임없이 태극의 형상을 그리는 송문검이 어느새 적의 급소를 찔렀다.
푸욱!
심장이 찔린 적이 바들바들 떨다가 쓰러진다. 원시천존. 연소하는 짧게 도호를 외우곤 그 곁을 스쳐 지나갔다.
“다친 곳은?”
연소하는 옆에서 함께 경공을 펼치는 위지천을 힐긋거리며 물었다. 위지천은 호흡을 고르며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여러모로 대단하다, 너.”
“……네?”
연소하는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녀의 타고난 기질이었다.
“사람 죽이는 데 통달한 거. 검술도 대단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감탄스러워.”
“…….”
건드리면 누구라도 벨 듯한 눈빛과 잔혹하면서도 망설임 없는 손속.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실전 경험이 엿보이는 검술.
연소하에게 검법을 가르친 스승도 무당파의 도사답지 않게 죽여야 할 놈들을 죽일 때는 망설이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그녀는 아직 살생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테지만, 적을 죽일 때마다 연소하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지금은 이래야 하니까요.”
위지천은 앞만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소년의 두 눈에 어린 것은 진득한 살기만이 아니었다.
굳은 각오와 결의.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기를 예리하게 벼리고 있었다.
“맞아. 지금은 이래야지.”
연소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룡학관에서 가장 위험한 검이 옆에 있었지만, 오히려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또 온다. 이번엔 내가 앞장설게.”
“부탁드려요.”
남궁수가 알려 준 방향으로 향하면서도 새로운 적들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혈교도들을 만날 때마다 정면돌파를 강행했다.
‘피해서 갈 시간이 없어.’
위지천은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일검 일검을 최선을 다해 찌르고 베었다.
소년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적이 고꾸라지고 쓰러졌다. 죽이지 않고 지나칠 때는 팔다리가 떨어진 적들이 뒤에서 비명을 질렀다.
둘 다 이미 후기지수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그러나 위지천도, 그 옆에서 함께 경공을 펼치는 연소하도, 스스로의 검에 부족함과 갈증을 느꼈다. 그들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쩌엉-!
처음으로 위지천의 검이 막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발력에 소년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핏덩이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부는구나!”
범상치 않은 기파를 뿜어내는 거구의 사내였다. 흰자위가 없이 눈 전체가 검었고, 입에서는 썩은 내가 풍겼다. 내공이 어찌나 막대한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수십 줄기의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
“…….”
순간 위지천과 연소하의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둘은, 사내의 좌우로 흩어졌다.
거구의 마인이 그 모습을 비웃었다.
“같잖은 것들! 반으로 갈라서 내장을 씹어먹어 주마!”
천재는 범인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며 다르게 사고한다.
남들은 깨달음이라고 부르는 귀중한 순간을 의식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지나가고, 때로는 상대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해서 펼쳐 내기까지 몇 호흡이면 충분하다.
쩌엉! 쩌엉!
두 번째 충돌로 상대의 무공을 파악한다. 힘과 속도. 흐름을 느낀다. 버겁지만 견딜 만했다. 피부를 스치는 검기는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 주었다.
쩌어엉!
세 번째 공격은 연소하가 대신 막아 냈다. 무당의 태극검이 부드럽게 검기를 흘린다. 짧게 침음한 연소하가 위지천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됐어?’
‘네.’
위지천은 사내의 품으로 파고들며 간격을 좁혔다. 거구의 사내가 비웃었다. 움직임이 뻔히 보였던 것이다. 칼을 휘둘러 두 쪽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죽어라!”
그러나 거구의 사내가 휘두른 칼은 허무하게 빈 공간을 갈랐다. 눈을 부릅뜬 그가 황급히 옆을 돌아봤다.
대체 어느새?
사각으로 파고들어 사내의 옆으로 돌아온 위지천의 눈에서 섬뜩한 살기가 번뜩였다. 검혼이 한줄기 빛살처럼 쏘아졌다.
무극일섬(無極一?).
소리조차 거의 나지 않았다. 검을 거둔 위지천은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고, 연소하가 그 옆으로 따라붙었다.
털썩.
뒤늦게 거구의 사내가 무릎을 꿇었다. 구멍이 뚫린 목에서 흘러나오는 핏물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으며 중얼거렸다.
“괴물…….”
사내가 옆으로 허물어지며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 * *
윤회연옥진의 바깥에는 혈교의 술법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법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렸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술법사들 중 가장 화려한 의복을 갖춘 자가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전대 혈마께서 만드신 윤회연옥진은 절세고수들조차 가둘 수 있는 절진으로, 한 번 펼쳐지면 바깥에서 진법을 거두기 전에는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 위력은 수십 년 전부터 몇 차례나 입증되었다.
다만 그만큼 많은 제물이 필요해, 양민 수백 명의 피를 사용해야 했다.
“가까운 곳에 마을이 없느냐? 제물이 더 필요할 성싶은데…….”
우우우웅!
청룡신협을 가두기 위해 발동한 윤회연옥진이 거세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감히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진을 유지하며 지켜보는 것이 다였다.
“대장로께선 아직 답변이 없느냐?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것을…….”
“전투가 길어지는 모양입니다. 전령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전령을 보냈으나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술법사가 한숨을 내쉴 때였다.
“지, 진법이?”
그들의 눈앞에서 진법의 반투명한 기운이 우그러지더니, 이내 누군가가 칼로 베어낸 듯 공간이 쭈욱 찢어졌다.
그리고.
저벅.
핏빛으로 물든 적발과 보석 같은 적안을 가진 사내가 걸어 나왔다.
그 바로 뒤에서 노인 한 명이 함께 걸어 나왔지만, 앞서 나온 사내의 존재감에 모두가 시선을 빼앗겼다.
“아아…….”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혈교의 술법사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혀, 혈마지존이시여…….”
전신에서 풍기는 괴이하면서도 요사스러운 기운은 역천신공이 분명했다. 천하에서 가장 패도적인 무공이자 모든 마공의 정점. 또한 혈교 술법의 근원.
역천(逆天)이었다.
“…….”
사내는 자신을 경배하기 위해 무릎을 꿇은 술법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명령했다.
“자결하라.”
“명을 받듭니다.”
푸욱.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웃으면서 자신의 심장을 찌른 혈교의 술사들이 기쁜 얼굴로 죽어 나갔다.
그 모습을 태연하게 지켜본 사내는 몇 차례의 싸움으로 더러워진 무복을 벗고, 쓰러져 있는 술사들의 옷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것을 걸쳤다.
그것은 선혈 같은 핏빛 장포였다.